매월당 시집 제1권 3-703 술회述懷 70 옥루탄屋漏歎 집 새는 탄식
옥루림령의불평屋漏淋泠意不平 집이 철철 새어서 마음이 편치 아니하여
포서언와압수성拋書偃臥壓愁城 책 던지고 비스듬히 누워서 근심됨을 누른다.
렴섬소우천산명廉纖疎雨千山暝 오락가락하는 성긴 비[疎雨]에 일천 산이 어두운데
료초장풍만수명料峭長風萬樹鳴 쌀쌀한 긴 바람에 일만 나무 울어댄다.
지사흉금존절의志士胸襟存節義 지사志士의 가슴 속에는 절의가 있는데
장부기개립공명壯夫氣槩立功名 대장부의 기개는 공명을 세우려 한다.
공명절의개오사功名節義皆吾事 공명이고 절의이고 모두 내가 할 일인데
득실상경한막병得失相傾恨莫并 득실得失이 틀어지니 합치지 못하는 것 한 되네.
옥루탄屋漏歎 비 새는 집에서 신세를 한탄하다
장마철이라 천정에서 빗물이 새니 마뜩찮기만 하여
책을 던지고 벌러덩 드러누워 근심을 꾹꾹 눌러보네.
오락가락 성긴 장마에 첩첩 산들이 어둑한데
꽃샘추위에 멀리서 바람까지 불어와 숲속나무들이 잉잉대네.
지조 있는 선비의 마음속엔 절개와 의리가 있고
대장부 기개는 세상에 공적과 명예를 우뚝 세우려 한다네.
공명과 절의 모두는 내가 할 일이었는데
그 둘 사이의 득과 실을 따져서 어우르지 못함이 한스럽다네.
►림령淋泠 장마 비가 내림
‘임질 림(임)/장마 림(임)淋’ 임질淋疾. 장마. 긴 모양
‘깨우칠 령(영)/물 이름 령(영)泠’ 깨닫다. 떨어지다
►던질 포拋 던지다. 버리다.
►언와偃臥 거만倨慢하게 벌떡 누움
►요초料峭 이른 봄의 추위. 꽃샘추위
►절의節義 절개節槪와 의리義理
►상경相傾 마음이나 뜻이 서로 맞음. 의기투합意氣投合.
►막병莫幷 함께하지 못함. 어우르지 못함
옥루탄屋漏歎 새는 집을 탄식하다
屋漏淋泠意不平 집에 물새니 마음이 불편하여
拋書偃臥壓愁城 책 던지고 드러누워 근심을 눌러 본다
廉纖疏雨千山暝 오락가락 성긴 비에 千山이 어둑하고
料峭長風萬樹鳴 쌀쌀한 긴 바람에 일만 나무 울어 대는구나
志士胸襟存節義 지사의 마음속엔 절의가 있는데
壯夫氣槪立功名 장부의 기개는 공명을 세우려 하는 구나
功名節義皆吾事 공명과 절의는 모두 내 일인데
得失相傾恨莫幷 득실이 틀어져 아울러 하지 못함이 한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