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reddit
혼다가 해외에서 전개하는 고급차 브랜드 ‘아큐라(ACURA)’의 미국 법인이 2026년 10월 26일, 단 한 대뿐인 ‘NSX 로드스터’를 미국의 자동차 전문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출품했다고 발표했다. 이 차는 평범한 컨셉카가 아니다. 2012년 개봉한 마블 영화 ‘어벤져스’에서 토니 스타크, 즉 아이언맨이 극중에서 직접 몰았던 바로 그 차량이다. 영화 속에서 붉은 오픈 스포츠카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을 기억하는 팬도 많을 것이다.
당시 개봉 전부터 “차세대 NSX가 영화에 먼저 등장했다”며 자동차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차이기도 하다. 이번 출품은 NSX 탄생 35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며, 경매 수익금은 전액 낙찰자가 지정하는 자선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영화 팬과 자동차 수집가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언맨의 NSX’가 과연 얼마에 새 주인을 찾을지 주목된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 슈퍼카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만난 이 차의 정체를 자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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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1세대 NSX 그대로
NSX 로드스터는 영화 촬영을 위해 특별히 만든 ‘원오프’ 모델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아큐라 디자인 스튜디오가 설계를 맡았고, 같은 주 옥스나드에 있는 차량 제작 전문 업체가 실제 차를 만들었다. 차의 뼈대가 된 것은 1991년식 1세대 NSX 미국 사양이다. 차체 뒤쪽, 운전석과 뒷바퀴 사이에 엔진을 얹는 ‘미드십’ 구조로, 3.0L V형 6기통 VTEC 엔진이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210lb-ft를 낸다. 변속기는 운전의 재미를 살린 5단 수동변속기다.
1세대 NSX는 1990년 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세계 최초로 양산차에 알루미늄 차체를 본격 적용한 차로, 페라리 같은 유럽 슈퍼카에 맞설 ‘일상에서 탈 수 있는 슈퍼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발 과정에서는 당시 F1에서 활약하던 전설적인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가 시험 주행에 참여해 조언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영화 속 로드스터는 바로 이 전설적인 1세대 NSX의 심장과 수동변속기를 그대로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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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컨셉을 닮은 오픈 보디
겉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베이스 차의 외장을 모두 걷어 내고, 몇 년 뒤 공개된 2세대 NSX의 컨셉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전용 오픈 보디를 씌웠다. 차체 패널은 수지와 유리섬유로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었고, ‘핫 로드 레드’라고 불리는 전용 색으로 칠했다. 지붕이 없는 로드스터 형태 덕분에 영화 속에서 배우가 차에 타고 내리는 모습이 잘 보이도록 연출할 수 있었다. 낮고 넓은 차체에 날카로운 헤드램프, 뒤로 길게 뻗은 실루엣은 지금 봐도 미래적인 인상을 준다. 바퀴에는 앞 18인치, 뒤 20인치의 커스텀 휠을 끼워 앞뒤 크기를 다르게 했는데, 뒤쪽을 더 크게 해 힘찬 자세를 강조했다.
극중에 등장한 ‘STARK 33’ 번호판 등도 촬영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영화 팬에게는 더욱 특별한 소장품이 될 전망이다. 실제 2세대 NSX는 2016년 하이브리드 슈퍼카로 출시됐는데, 이 로드스터는 그보다 먼저 그 디자인의 방향을 엿볼 수 있게 해 준 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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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도 주행은 불가능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차는 메이커의 컨셉용 프로토타입 차량으로 분류돼 공도에 등록하거나 달릴 수 없다. 낙찰자가 차를 손에 넣어도 전시나 소장용으로만 즐겨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보안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등록할 수 없는 차를 공도에서 몰면 도로운송차량법상 무등록 운행으로 6개월 이하의 구금형 또는 3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자동차손해배상책임보험(자배책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어, 무보험 운행으로 1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까지 더해질 수 있다. 경매는 현재 진행 중이며, 10월 하순 기준 최신 입찰가는 98,500달러(약 15,000,000엔)다. 공도를 달릴 수 없는 차라는 점을 생각하면, 할리우드 영화와 NSX 역사의 상징성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감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입찰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큐라는 이와 함께 독립 아티스트와 신예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기 위해 선댄스 인스티튜트에 자금을 제공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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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X 부활의 신호탄 될까
최종 낙찰자 결정과 경매 종료 절차는 네바다주에서 열리는 자동차 행사 ‘라스베이거스 콩쿠르 델레강스’ 현장에서 10월 31일 오후 2시(미국 태평양 서머타임)에 진행된다. 행사장에서는 아큐라의 최신 컨셉카 ‘NEXERA Vision’과 함께 이 차가 전시돼, 경매가 끝날 때까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과거와 미래의 아큐라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셈이다.
2세대 NSX는 2022년 고성능 모델 ‘타입 S’를 끝으로 생산을 마쳐, 현재 NSX라는 이름을 단 신차는 없는 상태다. 그만큼 35주년을 맞은 이번 경매는 팬들에게 NSX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1세대 NSX는 중고차 시장에서 가격이 꾸준히 오르며 ‘재평가’받는 차로 꼽힌다. 영화 속 아이언맨의 애마로, 또 일본 슈퍼카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NSX. 그 이름을 이어받은 새로운 모델이 언젠가 다시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이번 경매가 NSX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 그 결말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