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이 또 왔다네.
상처를 또 받는다네.
「제일먼저 두부굽네. 이것쯤은 가볍다네. / 이번에는 나물볶네. 네가지나 볶았다네. / 냄비꺼내 탕끓이네. 친정엄마 생각나네. / 이제부터 가부좌네. 다섯시간 전부치네. / 부추전은 쉬운거네. 스물댓장 구워냈네. / 동그랑땡 차례라네. 돼지고기 두근이네. / 김치전도 부친다네. 조카놈이 먹는다네. / 기름냄새 진동하네. 머리카락 뻑뻑하네. / 허리한번 펴고싶네. 한시간만 눕고싶네. / 그래봐야 알짤없네. 입다물고 찌짐굽네. / 남자들은 티비보네. 뒤통수를 째려보네. / 주방에다 소리치네. 술달라며 지랄떠네. / 속으로만 꿍얼대네. 같이앉아 놀고싶네.」
...우리나라 여자들은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만 되면 이런 일을 하도록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하도록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명절 때만 되면 이런 심정 되시는 주부님들 많으시지요?
기름 냄새 진동하는 주방에서 하루 종일 시어머니, 시누이, 동서들 눈치 보며 쪼그리고 앉아 전 부치고, 나물 볶고, 두부며 생선 굽느라 머리카락은 뻣뻣해지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남자들은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삐딱하게 드러누워 TV나 보고, 아니면 담요 깔아 놓고 떡 버티고 앉아 고스톱이나 치면서 술 더 가져와라, 안주 더 가져와라, 담배가 떨어졌네, 재떨이 비워야겠어, 커피도 타 오구 하면서 원두커피 볶아대듯 달달 볶아 대는데 어찌 속에서 열불이 나지 않겠습니까?
안 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지요.
어디 열불뿐인가요?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 등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 것도 바로 명절 때입니다.
또 이로 인해 옛날에 어린이 대공원에서 청룡열차를 처음 탔을 때처럼, 하늘이 오르내리며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 같이 즐겁자는 명절이 싫다는 주부들도 적지 않습니다.
비단 며느리들뿐만이 아니라 명절 때 열불 나고, 스트레스 많이 받고,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기는 시어머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 할매들은 더 힘들다는, 이런 노래도 있습니다.
「제일먼저 시장보네 이것쯤은 가비얍네 / 장보따리 네덩어리 버스타니 허리휘청 / 집에오니 몸퍼지네 시어머니 생각나네 / 눈부라린 그모습에 쌔빠지게 전부치네 / 며느리는 오지않고 전화로만 핑계대네 / 온단시간 지났다네 다섯시간 기다렸네 / 아들놈이 전화걸어 차막힌다 핑계대네 / 찌짐굽고 탕끓이고 나물볶고 떡만드니 / 그때서야 기어오네 양손보니 빈손이네 / 아들놈은 왜했냐고 빈말로만 둘러대고 / 그말듣고 며늘년은 자기신랑 찝어대네 / 오랜만인 손자녀석 반갑다는 인사없고 / 보자마자 돈내놔라 컴퓨터없다 짜증내네 / 쌔빠지게 만든음식 맛없다고 투정이고 / 아들놈은 제사끝에 수고했다 인사없고 / 며늘년은 힘들다며 친정가자 신랑볶네 / 저짓거리 왜봤는고 저런놈을 왜낳는고 / 저것들은 안늙는가 늙어봐라 그설움을 /이놈에 팔자야, 이놈에 팔자야!」
어느 시골 할매가 추석을 전후하여 겪었던, 서운하고 시린 마음을 노래로서 하소연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물론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되면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고충과 불만이 있기 마련입니다. 힘도 많이 들고요.
또한 이로 인해 고부간의 갈등, 가족 간의 갈등도 생깁니다.
서로 눈 흘기며 미워하고, 흉보고, 다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고, 상처를 입힙니다.
그래서 명절 한번 쇠고 나면, 이른바「명절 증후군」이란 것에 시달리는 주부, 며느리, 시어머니들도 많습니다. 마치 뒤풀이라도 하듯이 명절 지난 후, 부부싸움 하는 부부들도 많고요.
그러나 누구를 탓하거나 흉보지 말고, 또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빠질 궁리부터 하지 말고, 잘난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남자들도 훤한 대낮부터 술 마시며 안주 더 가져 오라 소리치지 말고, 방 한가운데 떡 드러누워 TV 리모컨만 눌러대지 말고, 도(道) 닦는 마음으로 주방에서 가부좌한 채 기름 냄새 맡아가며 전 부치고, 동그랑땡 굽고, 나물 볶고, 송편이나 만두도 빚고, 설 때에는 떡국도 끓여 오색 고명도 좀 얹고, 설거지도 몽땅 맡아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다 같이 즐겁자고 쇠는 명절,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며 기쁜 마음으로 어울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명절을 맞아 고향이나 큰댁에 가시려거든 공연히 꾸물거리지 말고 좀 일찍 가시고요.
특히 남편, 그리고 아들 되는 남자들은 아내나 어머니의 이런 명절 때의 고충과 스트레스, 그리고 이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서라도 처신을 잘 해야 합니다.
빈 말이라도 수고했다는 말도 좀 하시고요. *
***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