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전선, 한냉전선
극심한 기상현상을 몰고 오는 기단과 기단의 만남
성질이 다른 기단이 만나 다양한 형태의 구름이 형성되고, 때로는 뇌우나 세찬 폭우를 동반하기도 한다. <출처 Gettyimages>
철새의 종류는 280여종인데 겨울 철새는 기러기, 오리, 두루미류 등의110여 종이다. 겨울 철새는 늦가을에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서다. 철새들은 한 시간에 50~60㎞의 속도로 한번에 5000㎞까지 비행한다. 조류학자들이 철새들의 이동시기를 조사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전선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늦가을 철에 한랭전선이 통과할 때 수십만 마리의 새가 이동한다고 한다. 시베리아 지역은 늦가을 한랭전선이 통과한 후 급격히 추워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먹이 요구량은 늘어난다. 그러나 추위로 인해 먹이 찾기가 어려워진다.
자연적으로 철새들이 이동할 조건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한랭전선을 따라 강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남쪽으로 확장한다. 이로 인해 지상부터 상층까지 강한 북서풍이 분다. 이 강한 바람을 타면 손쉽게 우리나라로 날아올 수 있다. 철새들이 기상을 알아서 한랭전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을 적절히 이용하는 그들의 지혜가 놀랍다. “기러기가 빨리 날아오면 추위가 빨리 온다.”는 우리네 속담이 있다. 바로 앞의 기상학적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전선의 종류 중 가장 대표적인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을 알아보자.
전선이란?
비, 눈, 강풍 등 나쁜 날씨는 성질이 다른 공기 덩어리가 맞닿은 경계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성질이 다른 큰 공기 덩어리(기단)가 만나면 접촉면을 경계로 기상요소들이 급격히 달라진다. 이 접촉면을 전선면(Frontal Surface)이라 한다. 그리고 이 면이 지면과 만나는 선을 전선(Front)이라고 부른다, 전선은 수학적인 하나의 선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폭을 가진, 물리적 성질(온도, 습도, 바람, 이슬점 온도 등)이 다른 두 기단의 전이층이다. 보통 전이층의 폭은 수십 km 이하다. 따라서 지상일기도에서는 하나의 선으로 나타난다. 또 경계층이 지면과 만나는 대역(帶域)을 전선대(Frontal Zone)라고 부른다. 아래 표는 기단, 전선대, 전선의 수평규모를 비교한 것이다.
기단, 전선대, 전선의 수평규모(단위: km)
전선에서의 기상요소 변화
전선이 통과한 뒤의 가장 큰 변화가 기온이다, 기온변화의 양이나 변화율은 전선의 강도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강한(폭이 좁은) 전선에서는 급격하고 큰 기온변화가 나타난다. 반면 약한 전선의 경우 기온변화는 완만하다. 이슬점 온도도 변화한다. 이슬점 온도는 대략적인 대기의 상대습도를 나타내준다. 일반적으로 찬 공기는 따뜻한 공기보다 건조하다. 그렇기에 이슬점 온도는 따뜻한 공기보다 찬 공기에서 낮게 나타난다. 이슬점 온도의 변화를 보면 전선의 이동과 종류를 알 수 있다.
기온과 더불어 가장 큰 변화가 바람이다. 전선의 앞과 뒤의 불연속을 알 수 있는 것은 풍향변화다. 풍속은 온난전선보다는 한랭전선이 통과한 뒤 강해진다. 전선의 통과는 기압의 변화를 가져온다. 전선이 관측소를 향해 접근하고 있을 때 기압은 감소한다. 전선이 통과한 후에는 급격히 또는 점차 증가한다. 다음 그림은 전선이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기상요소의 불연속을 보여주고 있다. 풍향과 풍속을 그린 곳에 붉은 색으로 표시된 것이 온난전선이다. 파란색은 한랭전선이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기상요소를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보자. 한랭전선이 통과한 후에는 기온, 이슬점 온도는 하강하고, 기압은 상승한다. 바람은 남서풍에서 북서풍으로 급격히 바뀐다.
전선통과에 따른 기상요소의 변화(그림: 케이웨더)
온난전선(Warm Front)
그림처럼 온난공기가 한랭공기 쪽으로 이동해 가면서 만들어지는 전선이다. 온난공기는 밀도가 한랭공기보다 작다. 따라서 따뜻한 공기는 한랭한 공기 위로 상승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온대저기압의 앞쪽에 위치하게 된다. 온난전선이 통과할 때의 기압, 기온 및 바람 등의 변화는 한랭전선만큼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것은 전선면의 기울기가 대체로 완만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온난전선의 경우 전선면 아래에 있는 한랭공기의 두께는 전선 부근에서 대단히 얇다. 따라서 지표면으로부터 가열, 증발 및 강수 등에 의하여 변질이 쉽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전선을 경계로 양쪽 기단의 성질 차이가 작아진다.
온난전선 모식도(그림: 케이웨더)
온난한 공기가 이동하면서 한랭공기 위로 상승하면 구름이 만들어지는데, 온난전선의 안정성 여부에 따라 구름의 형태도 달라진다. 안정한 온난전선에서는 층운형의 구름이 만들어진다. 안정한 공기는 공기의 상승이 서서히 일어난다. 또 요란이 일어나지 않아 수직적인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층운형 구름인 층운, 난층운, 고층운, 권층운, 권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선에서 가까운 곳에서는 난층운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지만 그 전방인 고층운이나 권층운에서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온난전선에서 안정한 온난공기가 한랭공기의 경사면을 올라감에 따라 층운형의 구름이 형성되는 모식도(그림: 케이웨더)
그러나 불안정한 온난공기는 심한 기상현상을 가져온다. 불안정한 공기는 상승운동을 일으킨다. 요란이 심해지면서 수직적인 구름을 만든다. 강한 상승기류로 인해 적난운, 고적운 등의 수직적인 구름이 만들어진다. 뇌우나 세찬 폭우 등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온난전선에서 불안정한 온난공기가 한랭공기의 경사면을 올라감에 따라 적란운이 만들어지는 모식도(그림: 케이웨더)
가장 많은 형태는 안정한 상태의 온난전선이다. 안정한 온난전선은 저기압의 먼 전방에서부터 구름을 만든다. 그리고 광범위한 강수대를 만들면서 지속적인 강수현상을 보인다. 하층에 만들어지는 층운과 안개현상도 특징이다. 겨울철에는 어는 비(Freezing Rain)나 얼음싸라기(Ice Pellets)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전방으로는 저층바람시어(Low Level Wind Shear)가 발생해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온난전선은 일반적으로 이동속도가 느리고 전선면 경사도 완만한 특징이 있다. 이동속도는 25km/h이고, 전선면의 경사는 1/150~1/200 정도다. 전선의 전방에는 남동풍이 불고, 통과 후에는 남서풍으로 변한다. 기압은 전선 통과 전에는 내려가고, 통과 후에는 거의 일정하다. 강수현상은 전선의 전방 약 400km 사이의 대상(帶狀)지역에서 발생한다. 기온 및 이슬점 온도는 전선 통과 후에는 어느 정도 상승하고, 습도는 높아진다. 전선 전면에 전선안개가 발생해 교통안전에 많은 영향을 준다. 충분히 발달한 온난전선의 접근 징조는 며칠 전부터 나타난다. 전선의 앞쪽 1,000km 정도의 지점에 권운이나 권층운이 퍼져 나오기 때문이다. 전선이 접근함에 따라 점차로 구름 두께가 증가한다. 높이는 낮아지면서 고층운으로 변해가고 더 가까워지면 난층운으로 변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온난전선이 통과하면 비는 그친다.
한랭전선(Cold Front)
한랭공기가 온난공기 쪽으로 이동할 때 만들어지는 전선이다. 온난전선이 저기압의 전면부에 만들어진다면 한랭전선은 후반부에 위치한다. 한랭공기는 온난공기보다 밀도가 높다. 따라서 한랭공기가 온난공기 밑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전선이 생성된다. 한랭전선은 느리게 이동하는 형과 빠르게 이동하는 형으로 나뉜다.
먼저 빠르게 이동하는 한랭전선을 보자. 전형적인 한랭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처럼 전선의 이동속도가 빠르기에 전선의 기울기가 커진다. 따라서 온난공기는 전선 부근에서 급격히 상승하고 수직으로 발달하는 적란운이 주로 만들어진다. 수직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범위는 매우 좁지만 강수의 강도가 매우 강해 집중호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선이 통과하면 날씨는 곧 회복된다. 다만 강한 돌풍성의 바람은 전선 통과 후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다.
빠르게 이동하는 한랭전선 모식도(그림: 케이웨더)
느리게 이동하는 한랭전선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온난공기가 안정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때 전선 바로 위에 난층운이나 고층운 등 층운형의 구름이 만들어진다. 온난전선의 성격이 나타나면서 전선 전면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전선이 통과한 다음에도 비가 내리지만 비의 강도는 강하지 않다.
느리게 이동하는 한랭전선의 모식도(그림: 케이웨더)
그러나 드물기는 하지만 느리게 이동하는 한랭전선이 불안정한 온난공기를 만날 때가 있다. 아래 그림처럼 한랭전선 위로 불안정하고 습윤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적난운이 만들어진다. 비는 전선이 통과한 후 한랭공기층에서 내린다. 하층의 난층운으로부터 줄기찬 폭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적란운으로부터 호우가 내리기도 한다.
느리게 이동하는 한랭전선과 불안정한 온난공기가 만날 때의 모식도(그림: 케이웨더)
한랭전선에서 나타나는 위험한 기상은 전선 앞에 생기는 스콜선(Squall Line)이나 전선을 따라 나타나는 적운형 구름이다. 이때 심한 요란, 바람시어, 뇌우, 번개, 심한 소나기, 우박, 착빙, 토네이도 등이 발생한다. 한랭전선은 일반적으로 이동이 빠르고 경사가 급하다. 이동속도는 35km/h이고, 전선면의 경사는 1/100~1/150 정도다. 전선 전면에서는 남서풍이 불지만 전선이 통과하고 나면 북서풍으로 급변한다. 기압은 전선 통과 전에는 하강하고 통과 후에는 급상승한다. 기온과 이슬점 온도는 전선의 통과와 함께 급격히 떨어진다. 시계(視界)는 온난전선과 달리 전선이 통과한 후 좋아진다.
전선을 전쟁에 이용한 재미있는 예
삼국지의 압권은 적벽대전이다. 적벽대전이 벌어질 당시는 한겨울이었다. 오나라의 주유는 조조의 선단을 연환계 로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조조의 배들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남동풍이 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겨울은 거의 북서풍이 분다. 조조의 부하들이 화공을 대비해야 되지 않느냐고 했을 때 조조가 코웃음친 이유다. 애가 탄 주유가 앓아누웠을 때 제갈공명이 나서는데, 칠성단을 쌓고 제사를 지내 남동풍을 부르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며칠 후 남동풍이 불었다. 화공을 이용한 주유는 대승을 거둔다.
정말 제갈공명이 남동풍을 불렀을까?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남동풍이 불 것을 알았을까? 제갈공명은 융중(隆中)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하늘과 천문을 관측해 왔다. 천기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겨울 철 중국은 조조의 말처럼 북서풍이 주풍이다. 그러나 일년에 한 번 정도는 남동풍이 분다. 화남지방에서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이 북동진해 올 때이다. 강한 저기압이 느리게 이동할 경우 먼저 접근하는 것이 온난전선이다. 온난전선은 전방에서부터 구름이 만들어진다. 온난전선의 기울기가 약한 경우 1,500km 이상의 전방에서 구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달무리 지면 비”라는 속담이 있다. 바로 온난전선의 특징을 설명한 것이다. 기압골과 연관된 권층운에서 무리 현상이 발생한다. 대개 달무리가 지고 나면 비가 내릴 확률이 70%에 가깝다. 전방에서 권운, 권층운이 만들어지고 뒤로 오면서 고층운, 그리고 난층운이 생긴다. 난층운 지역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제갈공명은 서서히 이동하는 온난전선의 전방에서 만들어진 권운이나 권층운으로 남동풍을 예측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적벽대전이 온난전선의 기상을 활용했다면 귀주대첩은 한랭전선의 특징을 이용했다. 거란이 10만 대군으로 쳐들어오자 고려는 강감찬 장군을 상원수로 맞아 싸우게 했다. 개경까지 진격한 거란군은 도중에 고려군의 공격으로 힘이 빠져 있었다. 여기에 정월의 맹추위와 함께 식량보급이 끊어졌다. 어쩔 수 없이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거란군을 몰살시킨 곳이 귀주다. 고려사에는 이때 갑자기 남풍이 불면서 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KBS 역사스페셜> 제작진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한 문의가 왔었다. 당시 기마병력이 주력이었던 거란군과 산지가 아닌 평지에서 결전을 벌인 것, 그리고 남쪽에 진을 친 것 등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려사의 기록 같은 기상현상이 발생해야만 강감찬의 전략이 이해가 되는데, 과연 그런 일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를 알고 싶어 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그런 기상현상이 발생한다. 한랭전선의 이동이 빠른 경우, 즉 활강형 한랭전선이 형성된 경우 귀주대첩의 기상현상이 발생한다. 활강형 한랭전선 전방에서는 수직적인 구름이 발생하면서 강한 바람의 급변과 함께 비가 내린다. 남풍을 등에 지고 공격해 들어간 고려군에게 거란군이 거의 전멸하는데 이것이 바로 귀주대첩이다. 강감찬 장군은 8살이란 어린 나이에 이미 천문과 지리에 밝았다고 전해진다. 한랭전선이라는 것은 몰랐겠지만 이런 기상현상이 발생할 것을 예측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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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반기성 |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공군 기상전대장과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며, 조선대학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연세대에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워렌버핏이 날씨시장으로 온 까닭은?], [날씨가 바꾼 서프라이징 세계사] 등 15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