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볼*
서하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지는 그 무엇이 내게로 왔습니다 저녁때 햇빛이 동쪽으로 비추는 반조처럼
소리의 발소리, 때에엥… 때에엥…
눈 내리는 산사, 생활이 눈치 없이 푹푹 빠집니다 양쪽 볼 옆을 스쳐 들어왔던 소리는 어디서 왔는지 모릅니다 귀가 연잎처럼 커집니다
눈은 밟을수록 발이 빠집니다 부축해 주는 소나무가 고맙습니다
긴 꼬리가 얼음처럼 차고 투명합니다 맨손으로는 붙잡지 못할 만큼 미끄럽습니다 새 소리로 묶을 수도 없습니다 감정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주연배우의 피부색은 구릿빛입니다
들어왔다 내쉰 호흡은 또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말, 사방팔방 흩어집니다 먹이 따라 몰려다니는 물고기처럼 내 안의 소리가 몰려다닙니다
소리에도 발이 있습니까 발이 데굴데굴 걸어가는 곳, 그 발소리 싱싱고에 넣지 않아도 시들지 않겠습니다
두들겨 맞는 아픔이 없으면, 어찌 종소리의 무게 다 들을 수 있겠습니까 어느 귀 밝은 이가 그럽디다, 생겨난 것은 반드시 사라진다고
*히말라야 지역에 전해 오는 명상 도구 중 하나이다. ‘노래하는 그릇’이라고 불리는 싱잉볼의 소리는 세포를 회복시키고 체내 에너지 흐름의 밸런스를 맞춰 주며 정신을 맑게 해 준다고 알려진다.
서 하 | 1999년 계간 『시안』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아주 작은 아침』『저 환한 어둠』『먼 곳부터 그리워지는 안부처럼』 『외등은 외로워서 환할까』 『우리 슬픔은, 기쁨의 그림자래』. 2015년 제33회 대구문학상, 2020년 제1회 이윤수 문학상, 2022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학작품집발간 지원금 수혜, 2026년 웹진 문예마루 AI가 주목한 이달의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