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문화가 진화 변모하듯 우리나라 땅의 모습과 도시의 구조도 생성하고 변화하고 있다. 지도에도 없었던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가 탄생하고 전국 11개 도시에는 ‘혁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그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신서혁신도시’에도 짧은 기간에 수많은 새로운 공공 건축이 세워지고 있다. 그 건축물들은 11개 국가 공공기관의 상징 건축이자 대구의 얼굴이 될 건축인 것이다.
혁신도시의 탄생은 과거 노무현정부의 ‘지방분권정책’에서 기인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계기로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는 공공기관과 지역의 대학`연구소`산업체`지방자치단체(사, 학, 연, 관)가 협력하여 최적의 혁신여건과 수준 높은 생활환경을 갖추고자 하는 미래형 도시이다. 지역산업과 연계된 도시별 테마를 설정하여 지역별로 특색 있는 도시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대구혁신도시에 11개의 공공기관이 모두 이전되면 3천600여 명에 이르는 인원이 대구로 옮겨오게 된다. 혁신도시 모습이 갖춰지면서 3천600여 개 일자리와 함께 인구증대 효과로 인한 신도시 내에 주거단지개발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전 공공기관이 1년에 다루는 예산규모는 약 51조원이며 대구시 연간 예산이 6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구시 경제규모의 10배 가까운 경제도시가 가동되는 것이다. ‘메디시티 대구’의 청사진 역시 신서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다.
도시 미래를 이끌 핵심인 만큼 인프라시설도 최첨단이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총사업비 3천600여억원, 3만5천㎡ 부지)는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냉`난방, 전기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혁신학교는 스마트 스쿨로 설립된다. 전자교탁과 전자칠판 시설의 학교는 수업내용을 학생들의 패드에 전송하고 패드를 통해 질문하는 양방향 첨단수업이 실행되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미래 문명생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와 함께 전국 혁신도시의 탄생은 현실적인 명암도 존재한다. 어느 기간 동안은 도시 공동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지만 동대구 역세권개발, 오피스텔 개발 등의 부가적인 부동산 개발 현상도 가열되고 있다.
도시의 건축에서는 맥락성(脈絡性)과 독창성(獨創性)의 균형이 함께 중요하다. 오랜 역사 도시일수록 건물과 거리는 물이 흐르듯 유기적 맥락관계를 이어가며 사람의 흔적, 거리의 낭만, 도시적 서정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불과 수년 사이에 혁신적 전격적으로 세워진 신도시에는 표피적 외양만이 당분간 존재할 것이다. 시간적 역사적 문맥도 없이 신기루처럼 세워진 신도시에는 지역성 향토적 인문성이 없다는 것이다. ‘자연 건축경관이 아름다운 도시’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 도시 내면적 정비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중앙 정부예산으로 건립된 공공기관들은 귀족풍의 아이덴티티와 유아독존적 상징성만 강조되어 있으며 주변과 환경을 살펴보고 아량을 베풀 여지가 없어 보인다. 넉넉히 할당된 부지에는 체육시설, 주차장, 광장, 조경시설이 수용인원 밀도에 비해서 너무나도 여유롭게 배치한 점은 공간낭비 예산낭비일 수 있겠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그러나 백년대계 장래의 인원확장 프로그램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마스터플랜에서 자연지세(환성산, 신지, 나불지, 오곡지) 보존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고속도로를 따라서 펼쳐지는 산세만 펼쳐질 뿐 미래도시 분위기의 스카이라인이나 첨단 도시경관 이미지 표출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신도시의 기능과 구조와 관련한 상징거리, 중앙광장, 무엇보다도 혁신도시의 상징 타워빌딩의 존재도 필요할 것이다.
도시가 들어서기 전의 이 지역은 K-2 비행장 소음 등으로 소외지역이었다. ‘신서혁신도시’의 완성과 함께 대구 도시의 관문이자 건축의 혁신, 도시의 혁신이 함께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글=최상대 한터건축대표 (전)대구건축가협회회장 (전)대구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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