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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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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ktusjye/221495262311
어느덧 3월이다.
대지는 산고로 몸을 뒤튼다.
가련한 꽃망울이
그 연한 빛깔을 이내 앙증맞게 단장한다.
따사로운 햇살마져
어서 바깥으로 나오라 유혹한다.
굳게 닫힌 창가,
산하를 응시하는 눈길이 심란하다.
선뜻 옷차림을 갖추고 나서기가 마뜩찮다.
최악이라는 미세먼지 예보가
벌써 닷새를 넘기고있다.
하늘은 구름이 아닌 먼지로 햇살을 가리웠다.
오랜만에 순천으로 일정이 잡혔다.
그동안 수시로 남산과 북악, 인왕산을 오르내리며
눈도, 몸도, 마음도 무심해져 가고있던터라
설레이기는 하지만 걱정으로 갈등한다.
안경을 끼고있으니
황사마스크 사용하기가 여간 불편하지않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머리뒤로 조이는 이중끈도 거슬리지만
무엇보다 틈새로 삐져 안경에 서리는 김은 참을수 없다.
동료들과 어울리느라
첫 날은 잠시 고민을 접어둔다.
예전, 같은 사무실에 근무했던
동료의 첫 출장에 동행한 반가움에 과한 저녁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
숙소를 나서는데 은근히 바닥이 젖어있다.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마른 땅이었다면 적시지도 못할 정도라
대기가 씻기울 정도는 아닌듯 하다.
10분 거리 사무실에 우산도 없이 도착,
업무에 열중하며 미세먼지 예보를 들여다 본다.
세계보건기구 기준 '매우나쁨'을 보이던 예보가
사무실을 나설 무렵 '나쁨'을 나타내고있다.
아마도 지난 밤 늦게부터 내린 비에
대기가 조금이나마 씻기운 모양이다.
최선의 상태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 걸어서 닿을수 있는 산으로 향한다.
초행길, 네이버 위성지도에는
등산로가 표시되어있지않다.
도심에 접한 산이라
자락에 닿으면 쉽게 들머리를 찾을수 있겠다.
가까운 거리를 계산하여
'조례 대광로제비앙아파트'를 찾아간다.
아파트 진입 차도가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정면에 굳게 닫힌 철문이 막아선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까?
마침 중년 남자가 보여 묻는다.
"저 위로 올라가면 봉화산으로 올라갈수 있습니까?"
"예, 그런데 왜요? "
낮술을 한듯 불콰한 얼굴에 말투가 거칠다.
"네, 산에 좀 올라가려구요. "
급히 발을 놀려 올라간다.
막힌 철문 옆으로 좁다란 길이 나있다.
바로 올라가면 길이 있을듯 하여 올라가니
인적없는 폐가에 막혀 돌아내려온다.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
산비탈에 한뙈기씩 구역을 표시한 밭 사이
길을 따라 올라간다.
급한 비탈을 막아선 높은 옹벽 아래
아파트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목책이 나타난다.
그래도 좁은 길은 여러갈래로 나뉘고
들머리 찾기가 난감하다.
마침 아파트 방향 계단을 올라오는 노인이 계셔
방향을 여쭙고서야 갈피를 잡는다.
솔숲으로 난 황톳길이
언제나처럼 편안하게 마음을 다독인다.
삶이 그렇듯 방금전까지 어려움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경사진 등산로에 박힌 나무계단을 오르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처음 만나는 고개마루다.
지도를 보며 짐자했던 방향은 오른쪽인데
이정표는 왼쪽을 가르킨다.
봉화산둘레길 방향 화살표가 낳에 익다.
빽빽한 솔숲을 따라 올라간다.
여전히 빽빽한 솔밭 언덕을 내려간다.
길가 돌탑이 조밀하다.
기원과 소망은 시대나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부질없는 치성이 위안이 될까?
어느결엔지 둘레길을 벗어나
정상을 향해 산길을 걷고있다.
등산로 야트막한 봉오리에 돌탑이 곧추서있다.
솔숲을 헤쳐나온 바위가 돌탑 옆 비탈에서
오랫동안 잊고지냈던 닿을수 없는 세상을 향해
잔뜩 주름진 슬픈 얼굴을 하고있다.
지난 비에 걷히지 못한 먼지가
온전한 풍경을 망쳐놓았지만
이즈음 상황에서는 이만큼만이라도 불만이 없다.
다시 산길을 오른다.
앞쪽 봉우리에 전망대가 보인다.
조례동 방면이다.
전망대를 지나 진행방향으로 가니
출입 아치가 나타난다.
둘레길을 따라왔던가, 의아스러운데
이정표가 없었으니 그렇지 않은듯 싶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고갯마루에
산불감시하는 분들이 몇 분 모여있다.
이곳 저곳 들머리에서 오른 등산객들이
그리 무겁지않은 차림으로 오간다.
갈림길이다.
계단은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
오른쪽은 완만한 우회로다.
계단으로 올라 우회로로 내려올 작정을 한다.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도심 풍경이다.
산중턱 가지런한 모습으로 개간한 경사지가 녹차밭이다
조금 더 올라간 봉우리에
반쯤 무너진 돌탑과 전망대, 안내표지 등,
정상으로 짐작케하는 부속물들이 보인다.
마침 동네사람으로 보이는 분이 있어 확인하니
이곳이 정상이란다.
다시 돌아 내려가면
바로 정상석이 있다고 부연한다.
봉화산 봉수대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봉수대를 지키는 봉졸 중에
만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언제나 경비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봉수를 올리는 충직한 만덕은
먼 남쪽 섬에서 온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있었다.
어느 날 아내는 근무를 서고있던 만덕과 동료들을 위해
술과 음식을 대접하러 산에 올라왔다.
그런데 술과 음식을 먹은 봉졸들 모두가
정신을 잃고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한참 잠들어있던 만덕을 깨운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사실을 고백했다.
자신은 왜군의 첩자로
봉수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임무를 띄고 있었으나
만덕을 사랑하게되어 고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침 비가 내려 미끄러운 산길 30여리를 달려
순천도호부에 당도한 만덕은
왜군의 침략 사실을 고하고는 기진하여 쓰러졌다
아내는 부끄러움을 못이겨
목을 매어 목숨을 끊고만다.
만덕은 그 옷가지를 태워
봉홧불을 올렸다는 이야기다.
그분께 부탁해서 기념사진 한 장을 담는다.
다시 돌아내려가 정상표지석을 확인하는데
산 이름은 없고 해발 355미터 지점이라는 각자만 되어있다.
자주 오르는 이 이야기 믿을수 밖에...
돌탑으로 보였던 무더기가
어찌보면 봉화같기도 하고...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는데
바로 앞쪽에 엇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보인다.
뾰족솟은 철탑이 얼핏 보기에
군부대 통신탑처럼 보인다.
도심 산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군부대처럼
이곳도 정작 정상은 출입통제를 하는건가, 얼핏 짐작한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려는데
막 당도한 아주머니가 계셔 여쭙는다.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못올라 가나요? "
"아니요, 갈 수 있어요."
고개마루로 내려서
돌계단을 따라 을라간다.
전망대가 보인다.
해발 355미터 봉화산 정상이다.
조선시대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에서
지명이 유래되었다 하며, 성황당산으로도 불리웠다한다.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문득 바로 전 봉우리에서 만났던 사람을 떠올린다.
짐작이 틀리지않앟다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리라.
본인이 정상이라고 믿는 곳이
그에게는 정상이다.
어느 누구에게든 기꺼이
그곳이 정상이라고 안내하겠지?
그 안내를 받은 이는
또 그곳이 정상이라고 믿을 테고...
달리 생각해보자.
그가 토박이라면?
관청에서 조성한 정상표지석이
단지 해발에 따른 높이에 의해 세워졌고
토박이들에게 먼저 봉우리가 정상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진실은?
사방으로 조망해본다.
다시 돌아갈 예정을 했었다.
올라오면서 인사를 나눴던 분에게
이곳은 둘레길이 좋다던 얘기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둘레길을 돌기로
예정을 변경하고 '망북마을' 방향으로 향한다.
뒤돌아본 정상 전망대다.
비탈진 소로를 제법 내려간다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은듯
올랐던 길에 비하면 좁고 조악하다.
봉화산둘레길은 산림청에서 주관한
2016년 '전국 도시숲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둘레길에 닿는다.
둘레길, 끝에 닿으면 시작점에 서는 원점회귀 길이다.
안내도에는 12킬로미터로 표시되지만
돌아가는 길을 따지면 약 14킬로미터다.
다 돌기에는 무리고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나설 계획이라
왼쪽 '죽도봉'방향, 또는 반대쪽으로 길을 잡아야한다.
대략 중간쯤 위치라 나서는 곳까지
양쪽 모두 6킬로미터 내외다.
순천시를 기로지르는
순천동천으로 떨어지는 야트막한 봉우리 위 정자를 멀리에서 봐왔던 터라 '죽도봉'으로 마음이 간다.
다시 이정표를 올려다 보니
오른쪽 방향으로 '망북약수터'를 표시하고있다.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한시간 반 가량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빠르게 걸어 땀을 흘린 탓일까?
발길은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2014년 봉화산둘레길을 완공하면서
편백, 동백, 상수리나무 군락지와
야생화단지, 전망대, 데크쉼터 등을 조성하였다.
도심 중앙에 위치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게 접근 할수있고
다양한 유형의 테마숲을 조성해 순천시민과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는 산림공원으로 각광받아 왔다.
간단한 운동 도구들이 눈에 보이고
'망북약수터'가 나타난다.
음용가능 판정표 옆 파고라 지붕 아래
파이프를 타고 적당한 수량으로 흐르는 물을
바가지에 받아 세 번을 들이킨다.
한순간 피로가 풀리는 산뜻한 느낌이다.
둘레길 곳곳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지나친다.
봉화산 3부 능선, 4개 코스, 길이 14㎞,
둘레길 대부분이 턱이나 계단없이 조성되었다.
편백나무 군락을 지난다.
황톳길이 상수리나무 군락을 굽이돌아간다.
뭐가 그리 바쁘냐고 쉼터가 유혹한다.
하지만 약속시간이 촉박하다.
만병초 몇 그루가 산비탈에 서있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황톳길은
언제나처럼 마음을 편안케한다.
계곡을 지나는 나무다리가 보인다.
둘레길 일반 구간은 12킬로미터를 나타내지만
위 아래, 좌우측 끝 초록색 선을 연결하면
약 14킬로미터 거리가 된다.
작은 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당본마을로 나서는 길림길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둘레길은 끝이 없을 것 처럼 이어진다.
수 십, 수 백번을 걷기 전에는
늘 처음 만나는 풍경처럼 새롭겠다.
시시때때로 성장하는 생육이 아니라
기억의 한계때문에...
촘촘한 편백나무가
머지않아 톱날을 맞을것 같다
동백나무군락지라고 표시하고 있지만
수령도 길지않고 식재된 범위도, 수량도 듬성하다.
지속적인 식재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군락지라는 표시가 억지스럽다.
둘레길이 비탈과 닿는 곳에
약수처럼 보이는 구덩이가 연이어 두 곳 있다.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듯
표시도, 컵도 없다.
'봉화그린빌'로 내려서는 길림길이다.
서둘러 걷거나, 가볍게 뛰어야 하겠지만
아직도 따라갈 산길이 있어 행복하다.
들머리를 지나 처음 만났던 고개에 다시 선다.
하지만 올랐던 길이 아닌
반대쪽에서 접어들었다.
서녘으로 지는 해가 빛을 잃어간다.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
'조례 대광로제비앙아파트'뒷편에 이른다.
올라왔던 방향이 아닌
아파트 옆으로 난 목책계단을 따라 도로에 내려선다.
6시를 기약하며 나섰던 길이
막바지에는 달음질을 하게했다.
약속시간에 2 ~ 3분 늦기는 했지만
여유롭지않은 시간을 꽉 채운 보람이 느껴진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죽도봉까지 가볼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내일이나 다음 날을 기약했지만
결국 실행에 옮길 의지를 내진 못했다.
도심 속에 자리한 봉화산이 아담하면서도 알차다.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무심하기에
그저 편안하고 부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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