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55
삼체 삼부작을 읽고-우주와 지구, 인간
그동안 조금씩 읽어왔던 <삼체> 삼부작을 다 읽었습니다. 워낙 방대한 내용의 책이다 보니,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삼체’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태양이 3개나 뜨고 져서 생명체가 살기 부적합한 먼 우주의 별 이름입니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절, 광기 어린 혁명군의 만행에 신물이 난 여성 과학자 예원제는 먼 우주에 지구를 점령하라는 전파 메시지를 보냅니다. 예원제를 비롯, 어떤 사람들은 고등의 생명체라면 적어도 인간보다는 도덕적으로도 더 성숙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납니다. 지구를 정복하기 위한 삼체인들의 함대들이 지구를 향해 떠남과 동시에 세계 곳곳에 “너희는 벌레다.”란 메시지를 띄웁니다.
외계인에 대한 생각도, 외계인에 대항하는 계획도 많은 사람들이 다 달랐습니다. 그 허망한 시행착오들을 작가는 시종 냉정하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우리보다 월등한 존재인 ‘삼체인’도 우주 전체로 보자면, 벌레와 다름없다는 것도 밝혀지고, 끝내 우주에서 좌표가 드러나 지구보다 먼저 멸망하고 맙니다. 또한 ‘암흑의 숲’ 이론에 따라 삼체와 더불어 지구의 존재가 알려져 지구도 멸망의 수순을 밟습니다.
소설 3부는 지구의 유일한 생존자인 두 남녀의 우주에서의 생존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막판에 둘은 우주를 항해하다 블랙존에 갇히는데, 겨우 블랙존을 탈출해, 목적지인 푸른 별에 도착해보니, 1890만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의 별이 약 2천억개에서 4천억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우주에 은하계와 비슷한 규모의 갤럭시들이 여럿 존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말하자면 지구는 우주 전체를 놓고 보자면 티끌 수준입니다. 인간 또한 벌레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우주의 긴 역사를 두고 볼 때, 인간 문명의 역사는 한 찰나에 불과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 찰나도 안되는 인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태도이자, 앎의 시작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