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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언어학과 성경해석
노성주(백석대, 신약신학)
Ⅰ. 서론
Ⅱ. 본론
1. 언어학의 역사
2. 인지언어학 개관
1) 몸과 언어
2) 공간과 언어
3) 범주화와 원형이론
4) 의미확장의 기제
3. 인지언어학을 적용한 성경해석
1) 틀의미론
2) 공간개념의 확장
3) 범주화, 원형이론, 방사상범주
4) 영상도식
5) 환유
6) 은유
4. 인지언어학을 적용한 문법설명
1) 관사: 범주화와 원형이론
2) 전치사: 영상도식
3) 준동사: 범주화
Ⅲ. 결론
Ⅰ. 서론
성경해석학은 언어학의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19세기 말에 성경해석에 역사적 비평이라는 방법이 등장했는데 소위 문서설, 단편설 등의 가설을 세운 (구)문학비평이 처음 등장하였다. 이러한 성서연구방법이 문서자료를 다루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문학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가 챠일즈의 정경비평 이후로 신문학비평이 등장하면서 이와 구별하기 위해 구문학비평으로 불리다가 오늘날에는 자료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정착하게 되었다. 성서의 원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당연히 언어학적인 연구가 기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단어의 형태나 의미를 역사적으로 추적하여 그 단어가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기본이다.
자료비평 이후에 고고학의 발달로 인해 등장한 양식비평은 문자로 기록된 자료 이전의 구전 전승에 주목했다. 양식비평은 당시 공동체의 삶의 정황과 함께 구전으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암송하기 쉽도록 그 형식이 일정해야 한다는 가정 하에 언어 연구가 진행되었다. 전승비평은 구전 전승이 문서단계를 거쳐 본문으로 기록되기까지 과정을 추적했다. 이후에 이어지는 편집자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한 편집비평 역시 기록된 문서를 가지고 파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료비평, 양식비평, 전승비평, 편집비평이 역사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었지만 연구의 기본 자료는 문자로 기록된 성경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언어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적 비평은 역사언어학의 도움을 받아 발전하였다.
1960년대 이후에 역사적 비평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차일즈의 정경비평을 시작으로 문학적 비평이 등장한다. 정경비평은 최종본문을 가지고 성서를 연구하여 오늘날 신앙공동체에게 주는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이후에 사회과학적비평, 수사비평, 구조주의 비평, 내러티브비평, 독자반응비평 등 여러 성경해석학이 등장했으나 모두 기록된 성경을 토대로 연구했다는 데에서 언어학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사비평은 그 자체로 수사학의 도움을 받았고, 사회과학비평은 사회언어학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구조주의 비평은 언어학의 구조주의 영향을 받았으며, 내러티브비평이나 독자반응비평은 언어심리학에 근거한 촘스키의 이론(생성언어학)에 영향을 받았다.
최근에는 성경해석의 원리로 문학적, 역사적, 신학적 연구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세 가지 모두 언어가 기초가 될 수 밖에 없다. 문학적 연구는 말할 것도 없고 역사적 연구나 신학적 연구도 본문이 없으면 파악할 수 없다. 즉, 언어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역사적 배경이나 신학적 통찰도 파악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성경해석학이 발전해 온 것처럼 언어학도 발전해 왔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성경해석을 보면 구조주의(구문론)나 촘스키의 의미론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언어학에서 가장 최신 이론인 인지언어학에 대한 이해는 성경해석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여기에 소개하는 바이다.
이 글의 목적은 단지 인지언어학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앞으로 이를 활용한 성경해석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지 전문적인 연구논문은 아님을 밝혀둔다. 이에 인지언어학을 적용한 성경해석의 예들은 인지언어학의 여러 이론 중 몇 가지만을 적용한 것으로서 앞으로 더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Ⅱ. 본론
전반부에는 언어학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고찰과 함께 각각의 언어학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 후에, 인지언어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언어와 인지」(임혜원, 2013)에 있는 내용을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요약하였다. 그러고 나서 인지언어학을 적용한 성경해석의 예와 문법설명의 예를 몇 개 소개하는 정도로 본론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언어학의 역사
‘언어학’이라는 용어는 19세기 초에 언어를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취지하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전에는 단지 언어의 규칙체계를 규정하거나 기술하는 문법과 함께 논리학, 수사학 등의 분야가 존재하였는데 이는 주로 실용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이에 반해 언어학은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론적인 성격을 갖는다. 19세기에 시작된 언어학은 20세기에 들어서서 급격한 발전을 하여, 구조주의 언어학파, 변형-생성 언어학파가 탄생하였고 최근에는 인지언어학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20세기 전반에 탄생한 구조주의 언어학은 이전까지 통시적으로 언어를 연구한 역사언어학의 반작용으로 생겨난 공시적 언어연구 방법론이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Saussure(소쉬르)에 의해 체계화된 구조주의 언어학은 언어의 구조를 관계의 망으로 보고 언어구조의 기본 차원을 제시하였다.
20세기 후반에는 미국의 언어학자 Noam Chomsky(노암 촘스키)를 중심으로 한 변형-생성문법이 등장하였다. 구조주의 언어학은 관찰할 수 있고 실증할 수 있는 것만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문장구조만을 분석하였는데 변형-생성문법학자들은 인간의 선천적인 언어능력을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이미 구조화된 문장 뿐 아니라 인간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문장도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경험주의자들과 의견을 달리한다.
인지언어학은 197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하여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구조주의언어학이 인간과 독립된 문장 자체의 구조를 연구하였고, 변형-생성문법이 인간의 경험과 분리된 독립된 언어능력을 주장하였다면 인지언어학은 인간의 신체적 경험이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언어능력만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전체가 언어와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전의 전통문법이나 구조주의문법, 변형-생성문법이 의미보다 형태나 구조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면 인지언어학은 형태와 의미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2. 인지언어학 개관
20세기 언어심리학의 발달은 이제까지 구조주의 언어학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벗어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구조주의 언어학은 텍스트를 인간과 분리하여 텍스트 자체의 구조를 분석하면서 언어를 연구하였다. 그러나 촘스키(Noam Chomsky)는 인간의 심리적 구조와 선천적 문법능력이 언어연구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심층구조와 보편문법을 주장하였다. 이것은 언어학의 연구주제를 텍스트 자체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에게로 옮겨 왔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현대언어학이라 하면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을 이르는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그의 이론이 언어학계를 지배했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이 언어를 인간과 환경의 유기적 상관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촘스키의 이론이 도전을 받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촘스키는 언어와 인간의 인지과정을 통합적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언어능력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따른 언어의 다양한 의미변화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인지언어학이다. 인지언어학자들은 언어가 기본적으로 신체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여긴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얻은 신체적 경험이 인간의 마음 속에서 해석되어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다. 환경도 다양하기 때문에 경험도 다양할 수 밖에 없으며, 무엇보다도 같은 환경과 경험 속에서도 그것을 해석하는 개인에 따라서 언어표현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몸, 인지, 언어의 상관관계 속에서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인지언어학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인지언어학의 구체적인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인지언어학은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 컴퓨터과학(인공지능학), 인류학 등 마음에 관하여 알려진 것들을 반영하는 통합적 성격을 갖는다.
② 인지언어학은 음운론․의미론․화용론․형태론․통사론 등 언어 연구의 다양한 분야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공통적 구조화 원리가 있으며, 언어학은 이러한 공통된 원리를 밝혀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믿음을 가진다.
③ 인지언어학은 인간의 마음, 마음과 연관된 언어는 신체적 경험과 분리하여 연구할 수 없다는 경험주의에 기반을 둔다.
인지언어학과 구조주의 언어학, 변형-생성문법의 차이 중 하나는 어휘의 기능에 관한 것이다. 구조문법과 생성문법은 통사론 중심으로서 단어의 의미는 사전적 의미 정도로 만족한다. 그러나 인지언어학에서는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문법적 의미와 함께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또한 대부분의 단어는 다의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의미는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전통문법(규범언어학)은 단어의 의미를 그것이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로 분류하였다. 전통문법과 달리 구조문법이나 생성문법에서는 단어의 의미보다는 문장의 구조나 언어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 인지언어학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중시하면서도 여러 가지 의미 사이의 관련성을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 몸과 언어
언어적으로 표현되는 것들은 모두 몸이 경험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1) 지각
지각은 모든 신체적 경험의 출발점이다.
① 착시
네커의 큐브
카니자의 삼각형
우리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지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같은 형태도 다른 모습으로 지각할 수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을 지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예들은 인간의 지각체계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각이라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뇌의 복잡한 분석과정을 통한 고도의 인식작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대뇌가 입력된 정보를 나름대로 해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언어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뮐러-라이어의 선분
폰조착시1
폰조착시2
이러한 예들은 인간의 지각이 맥락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단어가 사용된 맥락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과 함께 한 단어는 맥락을 전제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명확하게 알 수 없음을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은 문장의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장 자체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는 문장 외적 요소가 필요하며 한 문장을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언어사용자들이 맥락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하였다.
* 문 닫고 들어와.
이 말을 듣고 ‘문을 닫고 어떻게 들어오라는 거야’라고 따지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어떤 한 단어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그 언어적 상황의 총체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단어 또는 문장의 의미는 언어사용자의 상황, 목적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② 전체는 부분의 총화 그 이상
우리는 단순히 부분의 의미를 합하여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와 관련이 있는 여러 가지 지식을 동원하고 환기하여 그 전체적인 지식 안에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한다.
간결성의 원리
근접성의 원리
유사성의 원리
연결성의 원리
균형성의 원리
구조주의에서는 개별요소들 각각의 기능을 강조하지만 게슈탈트 심리학에 따르면 전체적인 형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형태를 지각하는 데에는 일정한 원리가 있다.
인간은 어떤 형태를 볼 때 불완전한 것보다는 완전한 것으로, 질서가 없는 쪽보다는 질서가 있는 쪽으로, 의미가 없는 것보다는 의미가 있는 전체, 혹은 형태로 인지하고자 한다. 두뇌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대체로 질서정연하며, 연속되며,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이것을 무의식적 추론이라고 하는데 단어의 의미를 추론할 때 역시 이러한 원리가 동원된다.
③ 전경과 배경
루빈의 잔
기둥과 아이
젊은 여인과 노파
당나귀와 물개
우리는 어떠한 대상을 전경으로 지각하면 그 나머지 감각 정보들은 전경으로 지각한 대상의 배경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전경과 배경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관점에 따라 장면은 다르게 인지된다. 세계의 우리의 인지에 의해 해석된 것이며 따라서 주관적이다. 이것은 언어표현에도 반영된다.
가) 책상 위에 있는 등 (the lamp above the desk)
나) 등 아래 있는 책상 (the desk under the lamp)
호의 의미를 정의하려면 반드시 원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빗변 역시 직각삼각형을 전제하지 않으면 정의할 수 없다. 즉, 배경을 전제하지 않으면 전경을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때, 전경에 해당하는 부분을 윤곽이라 하고 배경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탕이라고 한다. 이처럼 언어에서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배경지식을 가져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윤곽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요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이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다른 요일의 개념과 이름도 알아야 한다.
필모어(Fillmore 1985)는 전체구조의 개념 체계를 ‘틀(frame)’이라고 하였다. 사람의 인지체계는 사람의 믿음, 행동, 경험, 상상력의 집합들로 구성된 지식의 전체인 틀로 이루어져 있고, 단어의 의미는 이러한 틀과 관련하여 이해된다는 것이다. 즉, 틀이라는 것은 일종의 해석적 장치로, 우리는 이 장치에 근거하여 주어진 문맥에서 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2) 몸과 마음
정신의 형이상학과 객관주의에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 경험주의이다. 정신적 활동은 몸의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신체화는 인지언어학의 기반이다. 신체화는 인간의 물리적, 사회적, 신체적 경험이 인지과정과 인지체계의 근원임을 의미한다.
(3) 신체어의 의미확장
몸은 세상을 경험하는 매개물이면서 몸 자체가 우리의 경험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신체어는 은유에 의해 확장되는데, 하이네 외(Heine et al. 1991:157)는 은유적 전이가 일어나는 추상화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사람 > 사물 > 과정 > 공간 > 시간 > 질
여기서 ‘사람’은 가장 구체적이면서 가장 가까운 경험 대상이기 때문에 개념화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근원영역 개념이 될 수 있다. 몸이 없으면 개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가) 잘생긴 얼굴, 못생긴 얼굴 (원형적 의미)
나) 새 시대에 맞는 새 얼굴이 필요하다 (사람을 의미: 환유)
다)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얼굴이다 (사물)
라) 국제공항은 그 나라의 얼굴이다 (공간)
마) 전쟁과 평화 두 얼굴의 역사 (시간)
바)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는 아들 (질)
2) 공간과 언어
공간을 분할하고 인지하는 기준점은 우리 몸이다. 이러한 공간개념은 시간개념,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근원영역으로 확장된다. 공간개념은 시간개념을 비롯한 다른 종류의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근원적인 개념이 된다.
가) 하늘과 땅 사이 (공간)
나) 열시에서 열두시 사이(시간)
다) 부부 사이 (관계)
가) Shut the door after you. (장소)
나) Brush your teeth after breakfast. (시간)
다) After we heard the lecture we felt greatly inspired. (논리)
3) 범주화, 원형이론, 방사상범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무리짓고 분류하고 이름짓는 것을 범주화라고 한다. 범주를 만드는 요인으로 원형이론(prototype theory)이 있는데 원형이란 한 범주의 중심이 되는 구성원을 말한다. 인지언어학의 토대를 마련한 원형이론의 핵심은 범주의 어떤 원소가 다른 원소들보다 범주를 나타내는 데 더 대표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범주의 구성에는 외적 범주와 내적 범주의 두 가지가 있다. 이 점을 '개'라는 범주를 통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개’의 외적 범주
‘개’의 내적 범주
진돗개, 삽사리, 누렁이, 발발이,
세퍼드, 강아지
① 갯과에 딸린 집짐승
② '성질이나 언행이 막돼먹은 사람'을
욕하는 말
③ '남의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의 비유
'개'에 대한 원형이론의 적용은 외적 범주, 내적 범주로 구별된다. 그 중 Rosch(1973, 1975)에서는 원형이론을 주로 외적 범주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Miller(1978: 102)에서는 다의어의 중심적·원형적 의미를 중심으로 이것이 확장되어 다른 의미를 제공하는 내적 범주에 초점을 두었다. 다의관계의 기본 구조는 원형의미와 확장의미의 공존이다. 이 경우 '원형의미'(prototype meaning)란 다의적 범주를 대표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의미를 말하며, '확장의미'(extended meaning)란 원형의미에서 파생되고 전이된 의미를 말한다.
원형이론은 다의어에 대해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반면, 어떤 것을 원형으로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이를 위해서는 하이네 외(Heine et al. 1991:157)는 은유적 전이가 일어나는 추상화의 방향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원형이론에는 방사상 범주라는 개념도 있는데 이는 다의어가 원형의미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방사상 범주는 은유, 환유, 영상도식 변환 등에 의해 동기부여된다. 이기동(1995: 7)에서는 영어 ‘run'의 의미망을 다음과 같이 나타내었다.
4) 의미확장의 기제
단어의 의미가 확장되도록 하는 기제에는 영상도식'(image schemas), 환유, 은유, 문법화의 네 가지가 있다.
(1) 영상도식
우리는 구체적인 영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체험주의에 따르면 의미의 인지는 신체에서 비롯되는 개념 형성 이전의 체험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구체화된다고 한다. 이러한 영상도식에는 '경로' '그릇' '연결' '힘' '균형' 도식뿐 아니라 방향성과 관련된 '위-아래' '앞-뒤' '부분-전체' '중심-주변' 도식등이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구체적인 영상을 다른 대상으로 확장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영역에서 추상적인 영역으로의 투사를 통하여 확장된 개념을 발생시킨다. 이중 '경로 도식'(path schemas) 및 '그릇 도식'(container schemas)의 경우를 보기로 한다.
가) 물이 흘러간다.
나) 시간이 흘러간다.
다) 마음이 흘러간다.
'흘러가다'는 이동의 경로를 나타낸다. 이 경우 경로 도식의 원형적 용법은 '액체'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영상을 바탕으로, '시간'이나 '마음'과 같은 대상에도 동일한 이동의 영상도식이 적용되는데, 곧 '흘러가다'라는 다의어는 경로 도식의 주어인 '물'에서 '시간' 그리고 '마음'으로 확장된 것이다.
가) 쌀독에서 쌀을 꺼내다.
나) 책장에서 책을 꺼내다.
다) (주머니에서) 이야기를 꺼내다.
'꺼내다'는 그릇 속의 물체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으로서, 그릇 도식의 원형적 용법은 물리적인 그릇이며, '책장'도 일종의 그릇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로 확장되는데, 이 경우 '이야기'는 가상의 그릇인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2) 환유와 은유
인지언어학자들은 환유를 은유와 비교하면서 은유는 유사성에, 환유는 인접성에 근거하며, 유사성은 다른 경험 영역의 실재물을 연결하는 계열적 관계, 인접성은 동일한 ‘경험의 덩어리’ 안에서 실재물 사이에 유지되는 결합적 관계로 보았다.
먼저 환유란 어떤 대상을 인접한 다른 대상을 통해 인지하는 과정을 말한다. 환유는 주로 한 대상이 다른 대상을 대신하여 표현되는 경우로써 우리의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언어표현에 있어서 경제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화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인지적 전략이며, 의미변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은유는 추상적인 개념을 더 구체적인 개념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은유 역시 우리의 신체적, 지각적 경험에 근거하며, 의미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머리'의 원형의미는 '신체 부위로서 골이 들어 있는 목 위의 부분'인데,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인접성에 의한 환유적 확장과 유사성에 의한 은유적 확장이 일어난다.
'머리'의 환유적 확장
①부분-전체(사람): "머리를 헤아리다."
②장소-부속물(머리털): "머리가 세다."
③수단-기능(지능): "머리가 영리하다."
④전체-부분(두뇌): "머리에 새기다."
'머리'의 은유적 확장
①물리적 위치(사물의 윗쪽): '책상머리' '산머리' '못대가리'
②공간적 위치(입구): '들머리'
③사회적 위치(책임자): '우두머리' '두목'
④순서적 위치(시초): '머리말' '말머리'
(3) 문법화
'문법화'(grammaticalization)는 내용어의 기능어화, 혹은 기능어의 더 추상적인 기능어화 현상을 말한다. 내용어에서 기능어로의 문법화의 양상은 '법'의 다의적 용법에서 볼 수 있는데, 자립명사가 의존명사처럼 사용되는 경우이다.
가) 법을 제정하다. (법률)
나) 음식 만드는 법. (방법)
다) 바다의 아침은 일찍 오는 법이다. (이치)
라) 그는 좀체로 서두르는 법이 없다. (태도나 버릇)
마) 그런 일이 있을 법하다. (가능성)
또한 기능어에서 기능어로의 문법화의 양상은 조사 '-(으)로'의 용법에서 볼 수 있는데, a의 '-로'는 도구격의 원형적 의미이며, 이를 바탕으로, '-로'의 의미기능은 문법화가 심화되어 e에 이르면 원인격이 된다.
가) 칼로 연필을 깎다.
나) 손으로 풀을 뽑다.
다) 바람으로 땀을 식히다.
라) 분위기로 청중을 사로잡다.
마) 과로로 입원하다.
이처럼, 다의어는 원형의미를 바탕으로 그 적용의 범주가 전이되고 확장되는데, 이것은 근본적으로 다양한 사물이나 현상을 하나의 범주로 해석하는 인간의 인지적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3. 인지언어학을 적용한 성경해석
인지언어학을 적용한 성경해석은 먼저 마가복음 1:16-20을 틀의미론에 기초하여 연구한 내용을 실었다. 그리고 갈라디아서 2:16에 나오는 pivsti"를 범주화와 원형이론으로 다루고, pivsti" Cristou' 속격 어구, eij" Cristo;n !Ihsou'n ejpisteuvsamen 문장, 베드로전서 1:2에 나오는 속격구문 ὑπακοὴν καὶ ῥαντισμὸν αἵματο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을 영상도식을 통해 해석해 보았다. 이어서 요한복음 3장 3절과 7절에는 a[nwqen(아노쎈)이라는 단어를 공간개념의 확장으로 설명하고, 요한복음 3:16, 14:6을 각각 환유와 은유로 설명하였다.
1) 틀의미론
박윤만은 마가복음 1:16-20을 틀의미론에 기초하여 연구하였다.
예수의 제자 부름 이야기에는 ‘선생의 관찰-선생의 부름-제자의 따름’이라는 연결된 네 개의 통일된 주제가 있다. 이러한 틀은 네 개 사건들을 응집된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틀의 원형적 사건 순서는 한 에피소드의 시작점과 끝나는 점을 알려주어 지금의 이야기가 다른 인접 텍스트와 구별된 하나의 응집력 있는 문단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한다. 그것은 바로 ‘제자부름 틀’ 때문이다.
원형적 행동
1:16-18
1:19-20
2:13-14
3:13-14
선생의 관찰
시몬과... 안드레를 보시니
야고보와... 요한을 보셨다
레위가 세관에 있는 것을 보셨다
함축됨
선생의 부름
예수께서 ‘나를 따라오라’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그들을 부르셨다
그가 그에게 ‘나를 따르라’고 하셨다
예수께서 그가 원하는 자들을 불렀다
제자의 따름
그들이 그를 따랐다
그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가... 그를 따랐다
그들이 그에게 왔다
여기서 “제자”라는 단어의 의미를 틀의미론으로 설명해 보겠다. 마가복음에서 ‘제자’는 먼저 선생이 보고 불렀을 때, 그 선생의 말씀에 순종하여 따름으로써 된다. 그렇다면 마가복음에서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예수님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예수께서 부르셨을 때 순종해야 그분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은 예수님께서 먼저 하시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써 순종해야 제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리들은 예수님께서 먼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찾아왔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따르라는 말씀을 하지 않고 그들도 자신들의 문제가 해결되면 예수님을 떠난다.
그러면 예수님이 제자들을 어떻게 선택하셨는가? 네 번째는 최종적으로 제자들을 선정하시는 장면이니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제자들이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을 때 예수님의 부름을 받는다. 자신의 일에 성실한 사람들을 예수님께서 선택하셨다고 하면 비약이 될 수도 있지만, 드러난 것만으로는 그렇게 추정할 수 있다.
2) 공간개념의 확장
요한복음 3장 3절과 7절에는 a[nwqen(아노쎈)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는 “다시”라는 의미와 함께 “위로부터”라는 의미를 가진 부사이다. 이러한 중의성을 통하여 요한(예수님)은 기본적인 두 가지 진리를 통합할 수 있었다. 믿는 자는 “위로부터(초자연적으로)”, 그리고 “다시(거듭)” 나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개념은 시간개념을 비롯한 다른 종류의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근원적인 개념이 된다는 인지언어학 이론에 따르면, 공간적으로는 ‘위로부터’라는 의미로 시작하여 시간적으로 ‘처음부터’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세상의 만물이 천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고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처음부터’라는 의미에서 ‘다시’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범주화와 원형이론: pivsti"의 원형의미
pivsti"라는 단어에 믿음, 성실(신실함)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해서 이것을 두 개의 다른 의미로 볼 수 있을까? 과연 헬라인들이 이 단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할 때 그 의미를 구분해서 사용했을까?
번역자가 번역을 할 때 그 번역서를 읽는 사람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쉬운 의미를 선택하여 번역할 뿐, 헬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단어를 의식적으로 여러 개의 의미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연구할 때, 하나의 단어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생각보다는, 하나의 단어에 본래 하나의 원형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의미들이 그 원형의미에 어떻게 범주화 되는가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영어에서 예를 들면, 영어단어 ‘see’를 우리는 주로 ‘보다’라고 암기하고 또 그렇게 해석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단지 시각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단어는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서 “알다, 생각하다, 도와주다”라는 의미로 확장된다.
마찬가지로 pivsti" 역시, 이 단어를 말했을 때, 듣는 사람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즉, 듣는 사람은 pivsti"를 어떤 때는 믿음으로 이해하고, 어떤 때는 신실함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원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특히 최갑종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초대교회 당시 갈라디아서는 대표자가 읽고 청중들은 들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했다고 한다면, 오늘날 학자들이 연구하는 것처럼 갈라디아서 전체 문맥을 통해 단어의 의미를 해석하기보다는 듣는 즉시 단어 자체의 원형적 이미지를 통해 그 의미를 이해했을 것이고, 좀 더 범위를 넓게 잡는다고 해도 문장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해석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pivsti"에는 ‘증거, 보증, 증명’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의미인 ‘믿음, 성실’이라는 의미보다 더 구체적으로 신체적인 경험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증거’라는 의미가 원형의미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증거는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이다. 그 증거는 어떤 사건에 대해 ‘증명’할 수 있는 것이고, 약속이나 계약에서는 ‘보증’이 될 수 있다. 그 보증은 사람에게 적용되면 ‘성실’이라는 성품이 된다. 그리고 보증이나 성품은 ‘믿음’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신체적인 경험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물체인 ‘증거’는 증명을 거쳐 ‘보증’이 되는데, 인간의 행동에서는 ‘성실’로 나타나고 그러한 보증과 성실은 ‘믿음’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즉, ‘보증’은 믿음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믿음의 내용이 될 수도 있다.
믿음이 있으면 당연히 신실함이 동반되고 신실하다는 것은 믿음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려면 신실함이 있어야 하고, 신실한 사람에게 믿음이 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pivsti"의 원형적 의미를 통해 헬라인들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사고 속에는 믿음과 신실함이 하나라는 것이다. 즉, 들음과 순종, 믿음과 행함이 하나이듯이 믿음과 신실함도 하나이다. 신실함은 믿음의 보증이고, 신실함을 보증으로 해서 믿음이 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의미는 ‘보증’이라는 의미에 통합되고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이라는 원형의미에서 확장된 의미이다.
4) 영상도식
pivsti" Cristou' 속격 어구와 eij" Cristo;n !Ihsou'n ejpisteuvsamen 문장의 영상 도식을 통해 “그리스도의 믿음”의 의미와 “신자의 믿음”의 의미, 그리고 그 둘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1) pivsti" Cristou'
pivsti" Cristou'라는 어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것은 영상도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두 개의 단어가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은 소위 속격이라는 문법적 기능이 담당하고 있다. pivsti" Cristou' 어구를 해석할 때 학자들은 이것이 주어적 속격이냐 목적어적 속격이냐를 먼저 구분하려고 한다. 그러나 주어적이냐 목적어적이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벌써 신학적 해석 작업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한 신학적 해석을 하기에 앞서 속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문법적 기능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언어학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헬라어에서 속격은 탈격과 형태가 같다. hJ ajgavph tou' qeou'(헤 아가페 투 떼우)라고 할 때, 그것은 ‘하나님이 소유한 사랑(속격)’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사랑(탈격)’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1차적인 원형적 의미는 탈격이다. 헬라어의 속격은 영어에서 전치사 of의 기능과 유사하기 때문에 전치사 ‘of’를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에 더 용이할 것이다.
영어에서 전치사 of의 이미지는 원래 ‘분리(분열), 이탈’이다. 'We are born of God'이라는 문장은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태어났다’라고 해석된다. 하나님으로부터 분리해서 나온 존재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We’와 ‘God’의 본질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of의 이미지는 ‘본체가 있고 대상은 그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본체 입장에서 보면 대상이 본체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소유가 되는 것이고, 그 대상은 본체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 즉 하나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pivsti" Cristou'를 이미지화하면 ‘그리스도로부터 나온 믿음(신실함)’이나 그리스도가 소유한 믿음(신실함)이 된다. 신실함과 믿음은 그리스도와 뗄 수 없는 관계, 곧 그리스도의 본질이다. 이것을 상위개념인 ‘보증’으로 보면 그리스도는 우리 믿음의 근거로서 보증이 되시고, 그 보증의 내용은 그분의 신실함이 되는 것이다. 즉, 그분의 신실함이 우리의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보증이 되는 것이다.
(2) eij" Cristo;n !Ihsou'n ejpisteuvsamen (갈라디아서 2:16)
그러면 신자의 믿음은 무엇인가? 갈라디아서 2장 16절에서 ‘eij" Cristo;n !Ihsou'n ejpisteuvsamen(에이스 크리스투 예순 에피스튜사멘)’을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었다’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사실 직역하면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 안으로 믿었다’가 된다. 전치사 eij"의 원형의미가 ‘into(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도 신앙적, 종교적, 인격적 믿음은 'We believe in Jesus'로 표현된다. 2장 16절의 문장 역시 원형의미를 가지고 이미지로 읽어야 한다. 즉,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가서 믿었다’는 의미이다.
앞에서 pivsti"는 “믿음”과 “신실함”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취하기보다 ‘보증’이라는 상위 의미 안에서 통합하여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pivsti" Cristou'는 “그리스도로부터 나온 신실함(믿음)”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eij" Cristo;n !Ihsou'n ejpisteuvsamen’는 성실한 사람에게 믿음이 가듯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함’을 보고 그에게 믿음이 간다”는 이미지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동시에 이 문장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 안으로 들어간다”는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다.
믿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이기 때문에 그 안으로 우리가 들어가면 그리스도의 믿음이 곧 우리의 믿음이 된다. 이것이 곧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며, 연합했다는 것은 관계를 맺었다는 의미이고, 이것이 바울이 말하는 ‘의롭게 되는 것’이다. 바울은 이것을 ‘ejn Cristw'/(엔 크리스토)’로 표현한다.
또한 신실함이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분의 믿음이 우리의 믿음이 된 이상, 이제 그분의 신실함 역시 우리의 신실함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가 그분과 연합하여 관계를 맺고 의롭게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신실함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신실함이 없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믿음이 없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다.
(3) εἰς ὑπακοὴν καὶ ῥαντισμὸν αἵματο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 (베드로전서 1:2)
베드로전서 1:2절에서 세 번째 전치사구를 개역개정에서는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이라고 번역하였다.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뿌림을 구분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순종함”은 인간 쪽의 순종을 의미할 수 있다. 램지 마이클스도 “예수 그리스도”가 후자(피뿌림)에만 걸린다고 해석하였다.
세 개의 전치사구 중에서 마지막은 그리스도인이 생겨나게 한 것의 인간적 측면을 서술한다. ὑπακοὴν와 ῥαντισμὸν αἵματος는 동일한 전치사의 목적어들로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긴 하지만, Ἰησοῦ Χριστοῦ는 오직 후자에만 걸린다. “예수 그리스도”를 “순종함”과 “피” 둘 다에 걸리도록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런 경우에 예수 그리스도가 첫 번째와 관련해서는 목적격적 속격이 되고(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순종함) 두 번째와 관련해서는 소유의 속격이 되는(즉, 예수 그리스도의 피) 난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속격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속격 어구를 해석할 때 학자들은 이것을 주어적 속격, 목적어적 속격, 소유의 속격, 동격의 속격이냐를 먼저 구분하려고 한다. 그런데 앞에서 램지 마이클스가 속격을 해석할 때 “순종함”과 “피” 둘 다에 걸리도록 하면, 첫 번째와 관련해서는 목적격적 속격이 되고 두 번째와 관련해서는 소유의 속격이 된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해석한 근거를 말하지 않는다. 즉, 속격에 대한 해석이 근거없이 해석자의 주관에 따라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어적이냐 목적어적이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이미 신학적 해석 작업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한 신학적 해석을 하기에 앞서 속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문법적 기능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언어학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속격의 원형의미로 ὑπακοὴν καὶ ῥαντισμὸν αἵματο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를 보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나온 순종”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나온 피뿌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여기서 순종과 피뿌림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나온 것이고, 그것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가 소유한 순종과 피뿌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문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 “미리 아심”이나 “거룩”은 하나님 아버지와 성령의 사역이다. 그런데 갑자기 세 번째 어구에서 “인간적 측면”을 서술하고 바로 이어서 또 예수 그리스도의 피뿌림을 서술하는 것은 흐름상 어색하다. 세 개의 전치사구는 모두 삼위 하나님의 사역을 서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문맥상 자연스럽다.
또한 개역성경은 전치사 εἰς를 “-하기 위하여”라는 목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데 εἰς의 원형의미는 “into(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이미지)”이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변화된 상태(결과)”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세 번째 전치사구는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과 피뿌림 안으로 들어간 상태(변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베드로는 이처럼 너희도 순종과 피뿌림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 번째 어구는 2:11-5:11에서 순종과 고난이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고난을 당한 것처럼 너희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받는 고난을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라는 것이다. 베드로는 순종의 구체적인 예로 2:11-3:7에서 인간의 제도, 주인,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을 말한다. 베드로는 이러한 순종을 통해 이방인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거룩한 제사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순종을 3:8-5:11에서는 “선을 행함”으로 표현을 달리하면서 선을 행함으로 받는 고난을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라고 한다.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피뿌림으로 이미지화하여 그리스도인들의 고난이 바로 피뿌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사장으로서 피뿌림을 통해 죄인들을 구원하셨듯이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제사장으로서 고난을 통해 이방인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는 직무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5) 환유
요한복음 3:16에서 “세상”은 ‘전체로 부분을 대신함’이라는 환유적 개념을 가진 환유표현이다. “세상”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전체를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이를 믿는 자마다”라는 정보에 의해 피조물의 한 부분인 사람을 지시하는 것으로 추론된다. 이를 통해 요한복음에서 “세상”이라는 단어를 만날 때,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환유는 “동일한 경험의 덩어리” 안에서 실재물 사이에 유지되는 결합적 관계를 말한다. 그러므로 “세상”과 이것이 나타내는 “인간”은 결합적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구원받아야 할 대상”으로서 동일한 경험의 덩어리이며 인간의 구원은 곧 세상의 구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6) 은유
요한복음 14:6에서 예수님의 존재(ἡ ὁδὸς)와 사역(나를 통하여 가다, ἔρχεται δι᾽ ἐμοῦ)이 물리적 길로 은유화 되고 있다. 예수님은14장 1절에서 아버지 하나님을 믿는 일은 오직 자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한 장소와 다른 장소를 연결하고 장소가 이동을 가능하도록 하는 공간’으로서 길에 대한 이해는 아버지께로 가는 일, 즉 하나님 아버지를 믿고 섬기는 일은 ‘걸어야 하는 영적 여정’이며 이 여정은 오직 한 길 예수를 통할 때만 합법적이라는 추론을 끌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신앙의 여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유는 “다른 경험 영역”의 실재물을 연결하는 계열적 관계를 말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길과 예수님은 계열적 관계로서 길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예수님의 존재와 사역을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예수님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4. 인지언어학을 적용한 문법설명
인지언어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문법과 관련된 단어의 다양한 의미와 용법들에 대해 쉽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는 범주화와 원형이론, 영상도식, 문법화 등의 전략을 가지고 영어의 관사, 전치사, 준동사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1) 관사
영어에서 관사는 형용사처럼 명사 앞에서 명사를 한정하는 역할을 한다. 형용사는 명사의 모습이나 성질을 한정하는데 관사는 무엇을 한정하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관사는 개념어가 아니라 기능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법책에서는 관사의 수많은 용례를 나열하면서 설명할 뿐이다. 인지언어학 관점에서 보면 관사도 분명 원형의미가 존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관사의 수많은 용례들 중에서 인지언어학에서 말하는 언어의 토대인 신체적 경험을 가지고 원형의미를 추정해 보면 정관사는 “만지고 보고 옮길 수 있는 명사”에 붙이고 부정관사는 “마음, 생각에 있는 명사”에 붙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단어 water는 물질명사로서 원칙적으로 관사를 붙일 수 없지만 용기에 담긴 water는 정관사나 부정관사를 붙일 수 있다.
가) The water in this glass has turned blue.
나) I thought the man is like a bear.
이러한 원형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로 확장된다. 정관사 the는 “화자와 청자 모두 본 것(아는 것)” 즉, “화자와 청자가 정보를 공유하는 명사”에 사용하고, 부정관사 a는 “화자만 본 것(아는 것)” 즉, “화자만 정보를 아는 명사”에 사용한다. 이것은 기능어의 더 추상적인 기능어화라는 문법화에 해당한다.
가) Let’s go to the mountain.
나) Let’s go to a mountain.
가)는 화자와 청자가 함께 알고 있는 산을 말하는 것이고, 나)는 화자만 알고 있는 산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사를 말할 때 청자가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화자의 생각이다. 화자가 생각할 때 청자가 알고 있다고 생각되면 the, 모르고 있다고 생각되면 a를 사용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여인은 자기 집을 세우되
미련한 여인은 자기 손으로 그것을 허느니라 [잠언 14:1 개역개정]
A wise woman builds her house.
But a foolish woman tears hers down with her own hands. [NIRV 1998]
The wise woman builds her house,
But the foolish pulls it down with her hands. [NKJV 1982]
2) 전치사
영어의 전치사는 약 200여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많이 사용될 뿐 아니라 많은 의미를 가진 전치사는 약 50여개가 있다. 인지언어학자들은 전치사를 주로 영상도식을 통해 설명한다. 전치사는 몸을 중심으로 상하좌우, 안팎 등의 장소와 방향 개념이 원형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형의미에서 시간 개념으로 확장되고, 일부는 접속사로서 추상적 논리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렇게 전치사 역시 기능어의 더 추사적인 기능어화 현상을 통해 의미가 확장된다. 아래는 전치사의 원형의미를 이미지(영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중에서 전치사 at을 예로 들면 아래와 같이 사전에 여러 가지 의미로 수록되어 있다.
1. I met her at the hospital. 나는 그녀를 병원에서 만났다. (장소)
2. We left at 2 o'clock. 우리는 2시에 떠났다. (시간)
3. He was driving at 70 mph. 그는 70마일로 달리고 있었다.(속도)
4. What are you looking at? 너는 무엇을 보고 있니? (방향)
5. He shot at the bird. 그는 새를 겨누어 쏘았다. (목표)
그렇다면 실제로 전치사 at에 이런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인지언어학적으로 보면 전치사 at은 “점”이라는 이미지(원형의미)를 가지고 있다. 위 다섯 개의 문장에서 각각 다른 의미로 번역된 전치사 at은 “점”이라는 원형의미에 통합된다. 1번 문장은 병원을 “작은 지점”으로 보아 전치사 at을 사용한 것이다. 여기에 전치사 in을 쓸 수도 있는데 이는 병원을 더 큰 “범위”로 인식한 것이다. 2번 문장은 시계의 눈금을 점으로 보고 전치사 at을 사용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간의 더 큰 범위, 즉 연, 월, 계절, 주 단위는 전치사 in을 사용한다. 3번 문장 역시 자동차 속도계의 눈금을 점으로 본 것이다. 4번 문장은 우리가 보통 look at이라는 숙어로 암기하는 동사구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도 역시 대상을 “점을 찍어서, 주목하여 보라”는 의미이다. 5번 문장은 직역하면 “그는 새를 점으로 보고 쏘았다.”가 되고 이를 의역하면 “그는 새를 겨누어 쏘았다”가 되는 것이다. 영어사전에서 at을 찾으면 수십 가지의 의미가 있지만 “점”이라는 이미지(원형의미)를 가지고 이해하면 모든 문장해석이 자유로워진다. 이렇듯 인지언어학의 통합적인 성격은 단어의 의미, 문법적 의미를 통일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3) 준동사구(to+V, Ving)
영어의 준동사구는 범주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모든 언어는 공통적으로 문장 내에서의 역할로 보면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의 총 4개의 품사로 이루어져 있다.
*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피었다.
a N ad V
문장이 아무리 길어져도 기본적으로 4개의 품사가 서로 수식하면서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준동사구 역시 문장 앞에 들어가면 이 4개의 역할 중 하나를 하게 되는데 그중 동사 역할은 제외된다. 왜냐하면 동사는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장은 동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나간다. 그렇다면 준동사는 동사를 제외한 명사, 형용사, 부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to+V나 Ving는 동사를 명사, 형용사, 부사로 품사를 바꾸어 쓰는 것이다. 이를 문법에서는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명사가 문장 안에 들어가면 다시 4개의 다른 이름을 갖는다. 주어, 보어, 목적어, 전치사의 목적어이다. 형용사는 2개의 역할을 한다. 수식적 용법, 서술적 용법이 그것이다. 부사 역시 3개의 역할이 있는데 동사 수식, 형용사 수식, 부사 수식하는 역할이다. 이러한 범부에 준동사가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준동사 용법은 이 안에서 이루어진다.
to부정사
Ving
동명사: 명사역할
현재분사: 형용사역할
분사구문: 부사역할
역할
자리
예문
N
주어
To master English is not easy.
보어
My task is to master English.
목적어
I want to master English.
a
전치사의 목적어
He can do everything except to master English.
ad
수식
He is not a man to master English.
서술
We are to master English.
V수식
I got up early to master English.
a수식
I am glad to master English.
ad수식
He is so wise as to master English.
Ⅲ. 결론
성경해석학의 역사를 볼 때, 그것은 언어학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성경해석학은 언어학의 영향과 도움을 받아 발전해 왔다. 언어학이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기 시작한 이래로 구조언어학, 생성언어학이 20세기를 언어학계를 지배하였고 성경해석학도 이러한 언어학의 방법을 사용하여 구조주의비평, 내러티브비평, 독자반응비평등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인지언어학이라는 새로운 언어학 분야가 등장함에 따라 성경해석자들 역시 인지언어학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구조언어학이 문장 자체의 구조를 연구하였다면 생성언어학은 인간의 선천적 언어능력에 주목하여 문장의 의미를 탐구하였고 인지언어학은 신체적 경험을 중시하여 이 둘을 통합하였다. 즉, 단어가 구조 속에서 어떠한 왜 그러한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따라서 인지언어학은 1차적으로 단어의 중시하면서도 그 단어가 여러 가지 의미 사이의 관련성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지언어학은 언어적으로 표현되는 것들은 모두 몸이 경험한 것들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정신적 활동은 몸의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신체화를 기반으로 한다. 신체어는 영상도식, 환유, 은유, 문법화 등의 기제에 의해서 공간개념, 시간개념, 추상적 개념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그러한 확장구조를 범주라고 하고 한 단어의 범주에서 중심이 되는 의미를 원형어미라고 한다. 이것을 원형이론이라고 하는데 원형의미를 중심으로 방사상범주를 이루면서 의미가 확장된다. 이러한 원형이론은 다의어를 설명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인지언어학의 방법들을 가지고 성경해석에 적용해 보았다. 박윤만은 마가복음 1:16-20을 틀의미론에 기초하여 연구하여 ‘제자부름 틀’이라고 하면서 이것인 다른 인접 텍스트와 구별되는 응집력있는 문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틀에서 마가복음에서 의미하는 제자가 무엇인지도 함께 고찰해 보았다. 그 결과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는 자들을 예수님이 보시고 부르실 때 그 부르심에 순종하여 따르는 자들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한복음 3:3, 7의 a[nwqen(아노쎈)이라는 단어는 ‘위로부터’라는 공간개념이 ‘처음부터’라는 시간개념으로, 그리고 ‘다시’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확장되었음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울서신에 나타나는 pivsti"라는 단어의 원형의미를 추적해서 ‘믿음’과 ‘성실’이라는 별개의 의미가 아니라 ‘보증’이라는 상위개념으로부터 확장되었음을 방사상범주로 설명하였다. 또한 pivsti" Cristou' 속격 어구와 eij" Cristo;n !Ihsou'n ejpisteuvsamen 문장의 영상 도식을 통해 그리스도와 신자가 연합하는 원리를 설명하기도 하였다. 베드로전서 1:2에서는 역시 속격의 원형의미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함과 피뿌림”이라는 해석의 정당성을 설명하였다.
요한복음 3:16은 ‘세상’이 ‘사람’을 대신하는 환유라는 사실을 통해 요한복음에서 ‘세상’이 ‘사람’으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요한복음 14:6절도 예수님을 ‘길’에 비유하여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신앙의 여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지언어학은 또한 범주화, 원형이론, 방사상범주, 영상도식, 문법화 등의 전략을 이용하여 문법의 원리를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한다. 관사는 문법책에 있는 규칙을 암기해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화자가 자신의 생각대로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청자가 알고 있는 명사라고 생각되면 정관사를 붙이고 청자가 모르는 명사라고 생각되는 부정관사를 붙이는 것이다.
전치사 역시 하나의 전치사에 수많은 의미가 있어서 그것을 모두 암기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치사에 하나의 원형의미만 알고 있으면 다른 확장의미를 방사상범주로 묶어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준동사구는 개념어인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중에서 문장의 중심인 동사를 제외한 명사, 형용사, 부사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품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준동사는 동사를 변형하여 명사, 형용사, 부사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명사가 하는 역할이 4개(주어, 보어, 목적어, 전치사의 목적어), 형용사의 역할이 2개(수식, 서술), 부사의 역할이 3개(동사 수식, 형용사 수식, 부사 수식)가 있기 때문에 준동사도 개념어의 범주에서 그 용법이나 역할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지언어학은 단어의 의미를 중시하며 단어의 여러 가지 의미의 연관성을 통해 그 의미를 설명해 줄 수 있다. 따라서 문법에서 다양한 용례를 연결하여 하나의 원리를 찾아 설명해 줄 수 있고, 성경해석에서는 다의어로 인한 해석상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론에서도 밝혔지만 역사적으로 언어학이 성경해석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온 것처럼 인지언어학 역시 성경해석에 반드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인지언어학에 대한 이해는 앞으로 성경해석에 큰 유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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