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뚜껑 운전사 / 황정혜
아침마다 당을 검사하는 남편의 짜증 섞인 호통이 귓전을 때린다. 저녁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는데 내가 권해서 당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손님이 사다 준 빵과 과자를 먹기에 차라리 밥 한술 뜨는 게 낫지 않겠냐며 주었더니 불똥이 내게 튄다. 지난달 병원에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게 나오니 약을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8월 검진 때까지 관리하겠다고 말했더니 지켜보자고 했단다. 남편은 고혈압을 비롯해 많은 약을 먹고 있다. 당뇨약까지 먹게 되면 부작용이 많기에 최대한 시기를 늦추려고 애쓴다.
한때는 내 꿈이 현모양처였다. 남편을 돕겠다는 사랑 하나로 결혼했다. 어린 시동생들은 멸치 육수에 된장 풀어서 감자와 양파만 넣어도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도시락 예닐곱 개 싸던 시절도 무엇이든 달게 먹어주니 고마웠다. 국수를 삶아도 대여섯 그릇씩 뚝딱이요. 밀가루 20kg 한 포대는 금방 바닥이 드러났다. 대가족이라 주부습진으로 손은 쩍쩍 갈라졌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면 보람되고 행복했다.
명절과 제사 때도 서른 명 가까이 오는 식구를 먹이고 싸 줄 생각에 넉넉하게 장만도 했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불렀다. 그러나 부엌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니 남편은 음식을 줄이라고 성화다. 그런데 오랜 습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손이 커서 먹고 남아야 맘이 편하다. 머잖아 우리 둘만 남게 된다. 가족력으로 성인병이 많은 남편에게 건강 식단을 잘 챙기는 게 내 숙제다. 다행히 여기저기 찾아보고 혈관 건강과 혈압, 당뇨에 좋은 것들을 내게 해달라고 한다. 자주색 양파를 채를 썰어 현미발효 식초를 넣어 만든 발효양파 식초 1년 치를 준비해 놓았다. 또 양파를 갈아 엿기름 거른 물에 쌀 누룩을 넣어 식혜를 만든다. 꼭 짜서 양파 식초와 곁들여 마시면 된다. 이 밖에도 마른 생강, 생생강, 계피, 양파, 대추, 파 뿌리를 끓인 차도 즐겨 마신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노년의 건강한 삶을 향해 솥뚜껑 운전사는 안전운행 중이다.
첫댓글 내 친지 한 분도 당뇨와 혈압이 심했는데 아내분이 어찌나 식단을 꼼꼼하게 관리해서 그런지
90 살인데도 건강하게 사십니다.
먹는 것을 워낙 잘먹고 좋아하니 안쓰럽답니다. 선생님 댓글에 희망을 읽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훌륭한 솥뚜껑 운전사입니다. 그 많은 일을 해내신 황정혜 선생님은 '모범 운전사' 상이 아깝지 않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부족함이 많은데 부끄럽습니다.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가계일에 집안 살림, 공부에, 내조까지 선생님은 대단한 분이세요.
선생님! 그렇게 잘하지 못 한탑니다. 제가 글 소재가 빈약해 오류를 범하지 않나 생각할 때가 많아요. 댓글 고맙습니다.
우리 집과 똑같네요.
당뇨 경계선에 와 있기에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
조심한다면서 밥(현미나 보리밥)은 한 숟가락도 안 뜨고 술은 매일 마십니다.
이 부조화를 어쩌면 좋을까요?
그런 남편을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는 선생님이 위대해 보입니다.
여기저기 찾아보고 좋다는 것은 다 해달라고 합니다. 먹는 것만 보이면 손과 입이 빨라져서 금방 바닥이 나요. 손 큰 제가 더 문제라는 생각도 들어요. 고맙습니다.
진짜 모범 운전사시네요. 큰며느리로서 가족을 섬기는 선생님의 모습이 대단하십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모두에게 잘하자.는 마음입니다. 화 낼 때도 있는데 글쓰기를 하면서 반성도 하고 마음을 자꾸 어루만집니다. 선생님들 글 읽으며 고운 심성 많이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우와~~
감동적인 글입니다.
정말 모범운전사예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의 모습 엄지척이네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모든 분들이 다 잘하시는 데 글쓰기가 칭찬도 받게 합니다. 더 노력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