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이식
현재 우리는 과학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과학적 발견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고성능 컴퓨팅(HPC)은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 연구자가 수십 년에 걸쳐 수행하던 분석과 실험이 이제는 AI와 HPC의 결합을 통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분석·예측하는 능력을 통해 과학 연구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 기후 변화 예측, 신소재 탐색과 같은 복잡한 문제들은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웠지만, AI 기반 분석과 HPC의 병렬 연산 능력을 통해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 인간이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과학적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은 수많은 프로세서가 동시에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를 통해 초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가속화하며, 수조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초거대 모델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AI와 HPC의 융합은 ‘하이브리드 과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기반 AI 모델이 결합된 형태로, 기존의 계산 과학을 뛰어넘는 정밀성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나아가 이러한 융합은 단순한 연구 도구를 넘어, 자율적으로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지능형 과학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AI와 HPC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그리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대규모 AI 모델과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해 고성능 연산 자원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발전에는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막대한 전력 소비, 높은 비용, 그리고 기술 격차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에 따라 AI, HPC, 그리고 향후 양자컴퓨팅까지 결합하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컴퓨팅’이 중요한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의 결합은 과학기술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지식 창출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흐름이다. 앞으로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에 따라 미래 사회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AI-HPC를 핵심 국가 전략 인프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연사 약력>
서울대학교 학사(화학),
포항공대 박사(전산화학-컴퓨터모델링)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전) MIT, 케임브리지 대학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에든버러 대학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