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가 야심찮게 쓴 두 권의 책 <조드 ㅡ가난한 성자> 를 다 읽었다. 두 권이지만 비교적 빨리 읽었다. 그만큼 조직적이고 스펙타클한 구성이라 어떻게 읽었는지도 가늠하지 못했다. '조드' 란 몽골에서, 여름의 가뭄 뒤에 찾아오는 겨울의 극심한 가뭄ㆍ 혹한의 재앙을 말한다. 작가는 12세기, 13세기 지구사를 흔든 전무후무한 역사 의지는 '조드' 에서 잉태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조드' 는 쓰나미의 반대편에서 생기는 자연재앙이다. 지구가 힘들면 물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가뭄과 추위도 화를 낸다. 그것이 대지를 정화하고 사막화를 막으며 지상의 생명체로 하여금 새로운 내성을 갖도록 촉구한다. 12세기의 초원에 버려진 한 소원이 파란만장한 생존투쟁을 통해 당대 정착민들이 꿈꾸던 '가공된 유토피아' 를 뒤집어버린다. 그 사람이 테무진이다. 칭기즈칸! 이 소설은 가장 유목민적으로 살다간 한 영혼의 고독하고 우울한 실존적 세계를 그려낸다. 나는 이 작가의 세계관에 공감하고 그의 문학적 능력에 박수친다. 자기를 높이려고 남을 소외시키고 무시하는 기존의 정치적 관점에 젖어있는 낮은 사람이 물결처럼 많은데 그것에 대항해서 위대한 인물을 찾아내고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자잘한 인간적인 부분부분을 조목조목 엮어나간다. 여기에 아주 매끄러운 문체를 구사해서 읽는 사람의 눈을 편하게 한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몽골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10년, 집필도구를 가지고 고원의 바람을 되도록 많이 쐬고 다녔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작가 정신이다. 테무진이 고원을 평정할 때까지의 시간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해도 너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