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신론(凡神論)과 만유재신론(萬有在神論) -pantheism and panentheism
'범신론'과 '만유재신론'이라는 용어들은 모두 신과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유신론의 견해와는 다른 몇몇 견해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근대에 만들 어진 말들이다. 접두어 pan(희랍어로는 pas: 전, 총, 범)에 반영되어 있듯이 이 두 용어는 모두 많은 형태의 유신론들에서 강조되고 있는 바와 같은 '세상과 신과의 분리성'(separateness)과는 대조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범신론과 만유재신론은 내재성- 즉 신의 내재적 현존-을 다룬 주제를 강조하고 있으므로, 그것들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유신론의 변형들이기도 하다. 범신론에서는 신과 세상과의 동일성이 강조된다. 만유재신론(panentheism에서 희랍어 en은 영어의 전치사 in에 해당된다)에서는, 세상은 신 속에(in) 포함되어 있으나 신은 세상 이상의 존재라고 주장된다.
형용사 pantheist는 아일랜드의 신학자 존 톨랜드가 [Socinianism Truly
Stated](1705년)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명사 pantheism은 톨랜드의 적수들 중 한명에 의하여 1709년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panentheism이라는 용어는 그보다 훨씬 뒤인 1828년에 나타났는데, 당시 이 용어는 세상은 신의 무한한 존 재 안에 있는 유일한 창조물이라는 견해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다.
비록 이 용어들이 근대에 생긴 것들이기야 하지만 그것들은 동양과 서양 양쪽 모두의 모든 철학적 전승들에서 발견되고 있는 바와 같은, 신에 대한 두가 지 견해들에 소급 적용되어 왔다.
1. 범신론과 만유재신론의 본질 및 의미: 범신론과 만유재신론은, 전통적 인 또는 고전적인 유신론과 그것들을 8개의 서로 다른 관점들에서 삼중적으로 비교하여 봄으로써 조사할 수 있다. 그 8개의 관점들이란, 1) 내재성 또는 초 월성의 관점, 2) 일원론 또는 이원론 또는 다원론의 관점, 3) 시간성 또는 영원 성의 관점, 4) 세상을 감각적인 또는 비감각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 5) 신을 절 대적인 또는 상대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 6) 세상을 실제적인 또는 환상적인 것 으로 보는 관점, 7) 자유 또는 결정론의 관점 8) 성례전주의(sacramentalism) 또는 세속주의의 관점이다.
(1) 내재성 또는 초월성: 종교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널리 갖고 있는, 신은 인간들 속에 그리고 주변에 있다고 하는 시적인 관념은 문학에서 빈번히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테니슨.에머슨.괴테의 작품들에서는 물론 워 즈워드와 콜리지의 플라톤적 낭만주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을 동떨어진 존 재로서보다는 오히려 친밀한 존재로서 나타내고, 멀리 있는 존재로서보다는 오 히려 내재하며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존재로서 나타내는 표현법들은 고전적 유 신론과는 대조되는 범신론과 만유재신론의 특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신의 내 재성은 어떤 제도적 중재의 필요성 없이도 사람은 신의 삶 속에 개별적으로 참 여할 수 있다는 관념을 조장하여 준다. 또 한편으로 신의 내재성은 '제도적 형 태들의 절제적 영향력'을 지니지 못한 무정형의 '광신'(enthusiasm)을 조장하여 줄 수도 있다. 반면에 몇몇 이론가들은, 우리는 쉽게 신에 직면할 수 있으며 그 신을 전용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하여 부당성을 주장하여 왔다. 그 결과 고 전적 유신론에서는 신의 초월성, 즉 신의 존재가 우주 위 저편에 있음이 주장되 어 왔다. 하지만 만일 신과 세상과의 분리가 지나치게 극대화되어지면 인간은 신과 교류할 수 없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만유재신론에서는-신의 내 재성이 주장되고 있는 범신론과는 달리-신은 초월하면서 동시에 내재할 수 있다 고 주장되고 있다.
(2) 일원론, 이원론 또는 다원론: 세상의 단일성에 대한 강한 관념을 보 여주는 철학들은 일원론적이다. 세상의 이중성을 강조하는 철학들은 이원론적 이다. 세상의 다중성을 강조하는 철학들은 다원론적이다. 범신론은 신의 관념 을 세상의 단일성 속에서 구하기 있기 때문에 보통 일원론적인데, 때때로 신의 관념은 신과의 개인적 결합에 의한 신비한 직관과 관련되어 있다. 고전적인 유 신론은 신을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존재로 보고, 마음을 몸과 분리되어 있는 존 재로 보기 때문에 이원론적이다. 만유재신론은 주로 신과 세상과의 통일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원론적이나, 신의 본질이 세상과 분리되어 있음을 주장한다는 점에서는 이원론적이며, 세상을 채우고 있는 존재들과 사건들의 종 유가 많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원론적이다. 그리 스 철학의 초기 단계들에서 나타난 범신론의 한 형태에서는, 신은 세상에 있는 원소들 중의 하나이며,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원소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되었다. 물활론적(Hylozoistic: 그리스어 hyle는 '물질'을 뜻하며, zoe는 '생명'을 뜻한다) 범신론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견해는 다른 형태 의 범신론들 대부분과는 달리 일원론적이 아니라 다원론적이다.
(3) 시간성 또는 영원성: 모든 형태의 범신론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범신론들에서는 영원한 신이 세상과 가까운 곳에 나란히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따라서 시간은 최소한도로 평가되거나 또는 환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전적 유신론에서는, 영원은 신 안에 있고 시간은 세상 안에 있다고 주장되나, 신의 영원에는 모든 시간이 포함되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현재 계속되고 있는 시간의 진행은 이미 신에게는 끝난 것이라고 주장된다. 반 면에 만유재신론에서는 일시적인 세상과 나란히 서 있는 '일시적이면서도 영원 한 신'이 주장된다. 따라서 만유재신론에서는 세상의 시간성이 인정되고 있으 며, 따라서 시간은 그 실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4) 감각적인 또는 비감각적인 것으로서의 세상: 어느 철학이나 '것'들(
things)을 무감각한 물질로 보는 극단적 개념부터 시작해서 '것'들을 영적인 또 는 감각적인 것들로 보는 극단적 개념에까지 뻗어 있는 스펙트럼(spectrum) 어 딘가에 놓여 있는 개념 하나는 취하여야 한다. 유물론에서는 전자의 개념이 주 장되고 있으며, 범심론에서는 후자의 개념이 주장되고 있다. 범심론에서의 실 재에 대한 개념은,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각적으로 된다는 것이며 아울 러 다른 실체들과의 사회적 관계들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 원론에서는, 실재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가지 실체들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
서, 앞에서 이야기한 두가지 극단적인 개념들의 중간 입장이 취하여지고 있다. 보다 단순한 형태의 범신론들 중 몇몇에서는 유물론이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에 범신론의 대부분의 형태들과 만유재신론은 범심론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에는 각기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그리고 비록 고전적 유신론 이 이원론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의 '무감각한 실체'는 종종 범심론의 기미를 지니고 있다.
(5) '절대자' 또는 '상대자'로서의 신: 신이 영원하며, 원인이며, 능동적 이며, 창조자라면 그는 절대자이다. 반면에 신이 일시적이며, 결과이며, (본성 속에 잠재력을 갖고 있기는 하나) 피동적이며, 세상의 영향을 받는다면 그는 상대자이다. 범신론과 고전적 유신론에서 신은 절대자이다. 그리고 범신론의 많은 형태들에서는 세상도 신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세상 역시 절대 적이다. 고전적인 유신론에서는 신과 세상은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여기지기 때문에 신은 절대적이며 세상은 상대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만유재신론 에서는, 신은 절대적이며 상대적이고, 원인과 결과이며, 현실적이며 잠재적이
고, 능동적이며 피동적인 것으로 주장된다. 즉 만유재신론자들은 절대적이니 상대적이니 하는 주장들이 신의 본성의 여러 수준들을 언급하고 있는 한 그러한 주장들은 모두 아무런 모순 없이도 신에게 적용되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이 여러가지 형태로 구체화되어질 수 있는 하나의 절대적인 불변의 목적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신의 절대성도 '변화하는 전체가 지닌 하나의 추상적인 불변의 특성'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6) 실재적인 또는 환상적인 것으로서의 세상: 범신론의 많은 형태들과 만유재신론과 고전적 유신론에서는 세상이 궁극적 실재의 일부로 주장된다. 그 러나 고전적 유신론에서는 세상이 신보다 낮은 단계의 실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헤겔이 무세계론(Acosmism)이라고 불렀던 몇몇 형태의 범신 론들에서는 세상은 비실재적이며, 하나의 환상이며, 신만이 실재적이라고 간주 된다.
(7) 자유 또는 결정론: 영원한 신이 세상을 문자 그대로 품고 있다고 보 는 형태의 범신론들에서, 인간은 바로 그러한 세상의 '철두철미하게 운명지워진 한 부분'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자유는 하나의 환상으로 취급된다. 고전적 유 신론에서는 물론 인간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으나, 이 자유는 미래 전체에 대해 서도 알고 있는 신의 전지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된다. 따라서 그러 한 자유가 환상적인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만유재신론에 서는, 미래의 실재는 불확정적 또는 개방적이라는 점과, 인간과 신은 앞으로의 미래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결정한다는 점이 주장되고 있다. 따라서 만유재신 론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이론을 어떤 다른 관점이 지지하고 있는 것보다도 더 완전하게 지지하고 있는 듯 하다.
(8) 성례전주의와 세속주의: 범신론에서처럼 신이 세상 및 인간의 내재적 원리로 간주된다면 세상과 인간은 성례전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18세 기의 이신론에서처럼, 신이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존재로 간주된다면 세상은 세 속적 중립 또는 심지어 타락적인 것이 되고 만다. 반면에 고전적 유신론은 비 록 근본적으로는 성례전주의적이지만, 이러한 성례전주의적 특성을 하나의 포령 (자기 나라 속에 끼인 다른 나라 영토)이라 할 수 있는 교회에 두고 있다.
2. 신과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여러가지 견해들: 이상과 같은 특징들을 근거로 하여 볼 때 고전적 유신론과 만유재신론 이외에도 7가지 형태의 범신론 들이 대두될 수 있다.
(1) 물활론적 범신론: 물활론적 범신론에서 신은 세상 속에 내재하는 것 으로 간주되며, 아울러 운동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세상의 근본 원소로 보통 여겨지고 있다. 세상은 독립된 원소들의 복합체로 여겨지고 있다. (2) 내재론적 범신론: 신은 세상의 일부분이며, 그 세상 속에 내재한다. 하지만 비록 신이 세상의 일부분이기야 하지만 신의 힘은 전체 전역에 뻗치고 있다.
(3) 절대주의적 일원론적 범신론: 신은 절대적이며 세상과 동일하다. 따 라서 세상은 비록 실재적이기야 하지만 불변하다.
(4) 상대주의적 일원론적 범신론: 세상을 실재적이며, 변화하며, 신 안에 (신의 몸으로써) 존재한다. 그러나 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이며, 세 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5) 무세계론적 범신론: 절대적인 신은 실재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세 상은 하나의 외양이며, 궁극적으로는 비실재적이다.
(6) 반대되는 것들의 동일성을 주장하는 범신론: 보통의 대화에서 역어가 되는 것들이 최고도의 대화에서는 동일한 것들로 다루어지게 된다. 신은 물론 신과 세상과의 관계 역시 형식상으로는 상반되는 용어들로 묘사되어지고 있다. 따라서 실재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존재가 강조되어지든 공이 강조 되어지든, 내재성이 강조되어지든 초월성이 강조되어지든 간에 결과는 같다. 즉 우리는 이성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얻기보다는 직관에 의지하며서 결론을 추 구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7) 고전적 유신론: 신은 절대적이며, 영원하고, 첫번째 원인이며, 철저 히 현존하며, 전지하고, 전능하며, 완전한 존재이다. 신은 비록 세상의 원인으 로써 세상과 관련되어 있기야 하지만, 그것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신은 본질 적으로 세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세상은 신의 행위로 인한 일시적인 결과로서 신과 상대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세상은 현실성(actuality)은 물론 잠재성도 지니고 있으며, '변화'와 '유한'을 그 특징으로 갖고 있다. 모든 시간은 신의 영원한 '현재'의 일부분이며, 신은 미래 전체를 마치 자기 앞에 펼쳐져 있는 풍 경화를 보고 있기나 한 듯이 완전히 알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어떤 중요한 의 미를 지닌 자유를 소유할 수 있는가는 명확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비록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신의 예지 자체는 아무것도 결정지어 주지 않는다 할지라 도, 그 예지는 그러한 결정이 있음을 보증하여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고전적 유신론자들은 인간의 자유를 사실상 주장하고 있다.
(8) 신플라톤주의적 또는 유출론적 범신론: 신은 모든 점에서 절대적이
며,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며, 세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견해는 고전적 유 신론과 비슷한 것이나, 신을 세상의 원인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은 매개물들을 통해 신으로부터 나온 하나의 유출물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고전 적 유신론과는 다르다. 따라서 이 범신론에서는 신의 절대성도 보호되지만, 세 상으로 가는 다리 역시 마련되어 있다. 유명한 신플라톤주의자 플로티누스(주 후 3세기)는 누스(Nous: 희랍어로 '마음'이라는 뜻), 즉 '플라톤주의적 형상들 인 이데아들의 영역'이 신과 세상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보았으며, 세상 을 포함하면서 그것에 활력을 주는 어떤 '세계혼'(World-Soul)이라는 것이 있다 고 가정함으로써 내재론도 지지하여 주었다.
(9) 만유재신론: 만유재신론에서는 절대성과 상대성, 초월성과 내재성 모 두가 똑같이 신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주장된다. 따라서 신은 이극성적이 다. 즉 신은 세상의 원인이면서도 결과이다. 신의 본질은 영원하나 신은 시간 의 영향을 받는다.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진정으로 개방 되어 있으며, 어떠한 의미로도 아직은 실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이 알고 있는 미래는 단지 가능성 또는 개연성의 집합일 뿐이다. 이러한 만유재신론에 서 인간은 세상의 지속적인 창조 속에 신과 함께 공동 창조자로 참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유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주장되고 있다.
3. 비서방 문화들에서의 범신론과 만유재신론: (1) 고대 근동의 교리들: 베다에서 초기에 나타났던 신들이 자연의 힘들에 해당되었던 것처럼 '바알'로 알려져 있는 가나안의 신과 히브리인들의 신 여호와는 모두 태풍의 신들이었다. 바알은 그의 배우자 아스타르테와 함께 근동의 대표적 곡창 지대를 관할하는
'자연의 신'으로 발전하였다. 이 자연 종교의 내재주의는 범신론적 교리들의 발전을 뒷받침하여 줄 수 있었을 터인데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즉 인도에서 는 범신론적 푸루사가 승리를 거두었으나 근동에서는 유신론적인 여호와가 승리 를 거두었다. 그리고 여호와는 '자연의 신'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그가 선택한 민족의 역사를, 나중에는 세계 역사를 관할한 신으로 발전하였다. 그가 역사의 심판관이라는 사실은 그의 위치가 세상 밖에 있음을 의미한다. 따 라서 그는 초월적인 신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역사의 많은 부분에서 이스라엘 민족은 여호와의 초월적인 면과 내재적인 면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제설통합주의 적 성격을 크게 지니고 있는 그들 스스로의 종교를 만들어냈다. 예언자적 의식 을 가진 몇몇 사람들로 하여금, 엘리야부터 시작해서 구약시대 동안 내내 계속 해서, 세상을 깨끗이하는 임무들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준 것도 바로 그러한 제설 통합주의였다. 이러한 발전에서 여호와의 절대성과 원격성에, 호세아와 아모스 같은 예언자들에 의하여 사랑과 관심이라는 특성들이 추가로 덧붙여지게 되었
다. 간단히 이야기할 때, 내재성의 범주들이 초월성의 범주들에 추가로 덧붙여 졌으며, 신약시대에 그 내재성의 범주들은 압도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반면에 초월적인 여호와는 절대성의 범주를 보다 자연스럽게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기독교 서방 세계의 고전적 유신론의 교리들에서 나타난 것은 초월적인 신이었으며, 범신론은 기독교 교리와는 동떨어진 이단으로 간주되었었 다.
4. 고대 및 중세 철학에서의 범신론과 만유재신론: 초기 그리스 종교의 많은 신들 중 몇몇 신들의 본성은 범신론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후기시대의 밀의종교들 역시 범신론적 교리들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신비적 합일을 분명 히 강조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고대 그리스의 범신론은 종교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철학적 사고와 거의 배타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고대 그리스의 범신론은 보다 더 합리적이었으며, 우리가 현재까지 고찰한 범신론들 과는 전혀 다른 형식을 지니고 있다.
(1) 고대 그리스 및 로마의 이론들: 모두 다 6세기의 이오니아 사람들이 었던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들은 물질과 생명을 분리할 수 없다고 본 물활론주의 자들이었다. 그들이 실재의 원소로 규명한 기본 요소들-탈레스는 물을, 아낙시 만드로스는 '끝없는 무한을',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그러한 기본 요소로 주 장하였다-은 살아 있는 것들의 원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기에 생명 의 일종으로 간주되었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물활론적 범신론'에 해당된다.
남부 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지였던 엘레아가 중심이 되어 생겨났기에 엘 레아 학파라고 불린 학파의 철학적 입장은 그와는 달랐다. 즉 모든 것들의 절 대적 통일에 감명을 받은 엘레아학파는 다수성과 변화가 있음을 믿기란 불가능 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방향으로 첫번째 발걸음을 내딛었던 사람은 종교사상 가이자 음유시인이었던 크세노파네스였는데 그는 이성적 근거 하에 호메로스와 헤시오드의 남신들과 여신들을 버리고 신에 대한 단일적 원리를 채택하였다. 크세노파네스는, 신은 우주를 통치하는 최고의 힘이며, 그의 마음의 힘으로 모 든 것들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다른 것에 의해서 움직여지지도 않으며, 스스로 도 움직이지 않는 단일의 신은 모든 것들을 지각하며, 통치하며, 명백히 포함하 고 있거나 또는 '포옹'하고 있다. 이러한 크세노파네스의 해석에서는 절대적 신이 변화하는 세계와 통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그 어느 쪽의 실 재도 무시되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이 이론은 일원론적 범신론의 일례에 해 당된다. 절대적 신이 변화하는 세상과 통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도 그 어느 쪽의 실재도 무시되어지지 않는 이러한 역설은 파르메니데스-아리스 토텔레스에 의하면 크세노파네스의 제자들 중 한명이었다-로 하여금 세계에서 변화와 운동을 제거시키면서 '불변의 절대'를 받아들이도록 조장하였을 것이다. 이리하여 파르메니데스에게 있어 실재란 '단일의, 불가분의, 영원한, 정지상태 의 전체'가 되었다. 이러한 파르메니데스의 견해에서 세상은 실재하나 불변하 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그의 견해는 본질적으로 '절대주의적 일원론적 범신 론'의 견해에 해당된다. 또한 그가 세상의 변화와 다양성은 단지 외관상 그렇 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 그의 견해는 '무세계론적 범신론'과 도 가깝다.
세번째로 들 수 있는 기본 입장은 에베소의 비평가 헤라클레이토스의 견해 이다. 그가 한 비판적인 말들 중 대다수는 '기본적 실재로서의 변화가 가진 역 할'을 강조하고 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오니아 철학자들이 지니고 있던 물 활론적 경향들을 답습하였다. 그가 기본 원소로 주장한 불은 모든 것들을 통제 하는 우주적 '로고스', 즉 이성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불은 그 자체의 생명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의 끝까지를 통제하기도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이토스의 이론은 물활론적인 범신론보다 더 복잡하였다. 어느 '것'이나 불로 가는 길 위에 있거나 또는 불로부터 나오는 길 위에 있는 것으로 주장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기본 원소는 사실상 또는 초기에는 어느 곳에서나 있는 셈이다. 신은 우주 내부로부터-실제로는 그 우주의 유일한 그러나 기본적 인 원소로부터-나와 활동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헤라클레이토스의 체계는 내재론적 범신론의 일례에 해당된다.
페리클레스의 황금시대에 아테네에서 활동한 고관들 중 한 사람이었던 철 학자 아낙사고라스는 다소 헤라클레이토스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 는 '누스'(또는 마음)를, 모든 것들에 대한 질서의 원리이자 그것들의 운동의 원리로 주장하였다. '누스'는 모든 것들 중 가장 미세하고도 순수한 것이며, 우주 전역에 흩어져 있다고 주장되었다. 따라서 아낙사고라스의 체계 역시 헤 라클레이토스의 체계처럼 내재론적 범신론이었다.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유형학의 관점에서 볼 때 플라톤은 신의 절대 성과 상대성을 타당성있게 다룬 첫번째 서방 철학자로 간주될 수 있다. [Tim-
aeus]에 의하면, 세상을 포함하고 있으면서 그것에 활력을 주는 동시에, 변화되 는 것으로서는 최대한의 신성을 지니고 있는 '세계혼'과 함께, 하나의 절대적이 며 영원한 신이, 형상들의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불변의 완전 속에 존재한다 고 한다. 만유재신론자들은 플라톤이 신에 대한 이원론을 채택하여 존재와 생 성, 절대성과 상대성, 영원과 변화 등을 통합시켜 하나의 유일한 관계로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플라톤이 말하는 '질료'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야 하지만 말이다. 물론 플라톤은 한 신에게는 절대성의 범주들이 있으 며, 다른 신(세계혼)에게는 상대성의 범주들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기야 하 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분리에 만족하였던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Laws] 의 제10권에서 그는, 변화와 하나의 고정된 중심을 보여 주는 원형 운동에서 유 추하여, 신이 절대성과 변화 양쪽 모두를 어떻게 예시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였 다. 따라서 플라톤은 반(semi)만유재신론자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단지 절대성의 범주들만을 예시하여 주는 배타주 의적이며 초월적인 신을 주장하면서, 세상 건너 윗쪽에 존재하는 고전적 유신론 의 절대적 신을 지지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대표적인 학파들 중 하나인 스토아학파(스토아주의 )는 헤라클레이토스 식의 내재론적 범신론을 지지하였다. 무엇보다도 먼저 스 토아 학파는, 내재적 불은 모든 변형들에 들어가는 기본적 원소이며, 모든 것들 을 지배함은 물론 그것들에 활력을 주는 이성, 즉 '로고스'의 원리이기도 하다 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견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세상 전역에 '세계혼'이 퍼져 있으며, 어느 곳에나 스며 있다는 생각 역시 그들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스토 아 학파의 '세계혼'은 플라톤의 영적인 '세계혼'에 가깝다기보다는 오히려 아낙 사고라스의 '누스'에 더 가깝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유물론자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장황하게 설명한 '세계혼'은 '미묘한 질료의 확장된 형태'이다. 모든 것이 우주적 이성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은 스토아주의에서 하나의 불변의 주 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스토아학파의 범신론이, 내재론적 범신론임 에도 불구하고, 신과 세상 사이에 있는 관계들 속에서 상대성의 범주들보다는 오히려 절대성의 범주들을 강조하고 있음을 암시하여 주고 있다.
이성에 의한 삶은 인간이 신과의 조화 및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게 하여 주 며, 우주계 속에서의 그의 위치, 즉 그의 운명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비록 이러한 견해는 범신론의 몇몇 형태들이 혼합된 것이기야 하지만, 이 독특한 혼 합은 그 자체의 독자성을 유지하여 왔다. 그러므로 이러한 견해, 또는 이것과 유사하게 혼합된 견해는 '스토아주의적 범신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편 리하다.
고대의 가장 철저한 철학적 체계들 중 하나를 세워 놓았던 플로티누스는 신의 절대성과 상대성을 다루고자 한 플라톤의 시도가 유력하게 수정된 신플라 톤주의의 대표자로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플로티누스의 이론은 신(the One )-최고의 힘에 해당되는 절대적 신-중간의 '누스' 그리고 '세계혼'(및 그 내용 물로서의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세계혼'은 플라톤의 것을 답습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플로티누스의 이론은 범신론과 고적적 유신론을 혼합시킨 것이다. 왜냐하면 절대성의 범주들이 신에게 적용되고 있고 상대성의 범주들이 '세계혼'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의 힘은 유출론에 의하여 세상 속에 들 어간다고 한다. 이 유출론은 절대성과 상대성의 틈을 메꾸려는 명백한 시도였 다. 플로티누스의 이론에서 고전적 유신론에 해당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간에게는 신의 상이 내재하고 있으며, 이 상은 스토아주의적 범신론에서의 신 적 생명(이성)처럼 인간을 신과 관련지어 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해서 고전 적 유신론도 내재론적 범신론의 기미를 지닐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견해, 또 는 이와 비슷한 혼합이 이루어진 견해는 유출론적 또는 신플라톤주의적 범신론 의 일례에 해당된다.
(2) 중세기의 이론들: 비록 분리되어 있는 절대자로서의 신을 주장한 스 콜라주의가 중세기의 사상이 이룩한 혁혁한 업적이기야 하지만, 중세기에 범신 론적 사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즉 본질적으로 신플라톤주의적인 범신론이 주로 유대교 및 기독교 신비주의를 통해 그 시대 전체에 나타났었다.
아우구스티누스 이후 6세기 동안의 중요한 라틴 철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존 스코투스 에리게나만을 들 수 있다. 그의 이론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적 희생이, '모든 존재들이 신플라톤주의적 방식으로 신에게 되돌아가는 것을 도와 주는
것'으로 설명되는 한, 에리게나는 신플라톤주의를 '죄에로의 타락과 죄의 세력 으로부터의 구원을 다룬 기독교적 극본'으로 바꾸어 놓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신과 분리되어 있는 단계에서도 초본성 속의 신 은 모든 것들과 동일하다고 한 에리게나의 말은 엄밀한 신플라톤주의적 범신론 을 넘어, 내재론적 또는 일원론적 범신론의 보다 강력한 형태에 해당된다.
성서에 대한 신지학적 해석들로 유명한, 카발라(Kabbala)라고 불리는 비전 적 유대교 운동의 대표적 두 작품들에서는, 10개의 유출물들을 신비주의적으로 설명한 이론이 담겨 있다. 스페인 사람이며 유대교 시인이자 철학자였던 아비 케브론도 신플라톤주의적 유출론을 유사한 방식으로 나타내었다. 그리고 아랍 철학자 아베로이스는 스페인에서 신플라톤주의가 강하게 깃들어 있는 아리스토 텔레스주의적 전승 하나를 설명하였다. 아베로이스는 인간의 적극적 지성을 사 실상 '비인격적인 신적 이성'으로 간주하면서 인간은 죽어도 이 비인격적 신적 이성만은 계속 살아 남는다고 주장하였다.
철학적 신비주의자들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두드러지게 독창적인 신학을 발전시켰다. 그의 스토 아주의적 범신론에서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명제는, 각 사람 안에는 그 사람으 로 하여금 신과의 통합 및 신의 본성에 대한 참된 지식을 얻도록 만들어주는
'신의 창조되지 않은 신성한 생기'가 있다고 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에크하르 트는 '분명하고도 인격적인 신을 구성하고 있는 세계의 위'와 '불분명하고도 비 인격적인 신'을 구별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그의 체계는 스토아주의적 범신론 과 신플라톤주의적 범신론의 양쪽 모두와 유사점들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가 오기 전에 이미 폭넓은 연구 방식과 과학적 접근 방식을 사용하였던 쿠사의 니콜라우스은 범신론적 전승을 15세기부터 지속시켰다. 니 콜라우스는 인간으로 하여금 모든 확신을 버리게 하는 '현명한 무지'(learned
ignorance)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인간 은 대우주 속에 있는 소우주이며, 따라서 대우주의 신은 그의 창조물들 모두에 비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니콜라우스는 신에 대하여 언급하면 서 '반대되는 것들이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의 주장 은 '반대의 일치'(coincidence of opposites) 교리라고 불리는데 신은 동시에 모든 극단들이라는 이론이다. 분명히 니콜라우스는 초월성의 범주들과 특징 없 는 내재성의 범주들을 신에게 적용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사실상 그는 절대 성의 범주들을 더 좋아하였는데, 이러한 사실은 그가 세상의 창조물들은 단지 신의 부분적 외양들이므로 신에게 아무것도 덧붙여 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는 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절대주의와 무세계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야 하지만 니콜라우스는 '반대디는 것들의 동일성을 주장하는 범신론'을 신봉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5. 현대 철학에서의 범신론과 만유재신론: (1) 르네상스 시대 및 그 이후 의 이론들: 르네상스 시대의 휴머니즘 속에는 플라톤주의와 그것의 역사적 발 전체인 플라톤주의에 대한 확대된 관심은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와 카발주의적 근 원들로부터 주어진 영향들에 대한 관심도 담겨 있었다. 인간을 소우주로 보는 견해도 널리 퍼져 있었다. 피렌체 아카데미의 첫번째 지도자들 중 한명이었던 마르실리오 피치노는, 모든 사람에게는 신의 상과 그림자가 있다고 하면서 인간 과 전 우주를 신격화시킨 선구자가 되었다. 휴머니스트이자 제설통합주의적 철 학자였던 피코 델라 미란돌라 역시 피렌체 아카데미의 중추적 인물이었는데, 그 는 '창조'를 '신으로부터의 신플라톤주의적 유출'로 대체시켰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학자는 지오르다노 브루노였다.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과 신플라톤주의를 통합시킨 브루너는 우주를 하나의 무 한한 유기체로 간주하면서 이 유기체의 궁극적 구성 원소들은 단자(monads)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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