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안방과 딸 방에 화장대가 있다. 안방 화장대의 화장품은 단출하다. 아내의 스킨로션, 립스틱, 선크림, 클렌징, 파운데이션 등 스킨케어 화장품이 주류를 이룬다. 화장품 수도 열 개를 넘기지 않는다.
딸 방의 화장대는 어지럽고 복잡하다. 화장품 수도 스무 개가 넘는다. 스킨케어 화장품과 기능성화장품 등이 화장대를 채우고 자외선 차단제 종류도 여러 개 있다. 거기에다 눈, 마스크팩, 발톱과 손톱 관련 화장품까지 합하면 가지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젊은 세대는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퍼스널 컬러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내 방에는 스킨로션 한 병이 있다. 화장품을 직접 구매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화장품에는 별 관심이 없고 면도에는 많은 신경을 쓴다. 피곤하거나 면도를 하면 입 주변이 붉게 부어오르는 경향이 있어 칼날 면도기와 전기면도기를 두고 고민한다. 야외 운동이나 등산을 할 때마다 선크림 문제로 아내와 한바탕 한다. 선크림은 끈적끈적한 느낌이 싫고 적당한 햇볕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잘 바르지 않는다. “생긴 대로 살면 되지.”라는 실없는 생각도 한 몫한 결과다.
나는 어머니가 화장하시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어머니 방에는 조그만 앉은뱅이 경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참빗, 동백기름, 동동 구리무라 불렀던 크림 한 개가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조그만 경대 앞에 앉아 머리를 다듬고 얼굴에 동동 구리무를 바르시던 모습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우리는 미와 멋을 위해 화장한다.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지 않고 획일화되지 않으며 그 시대의 환경과 사회의 배경에 따라 다르다. 화장품은 신체를 아름다운 색채로 꾸밀 수 있으며 기본적인 스킨케어 화장품과 주름, 여드름과 민감성 피부 등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화장품 등이 있다.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내려오던 우리나라 화장품은 자생적으로 발전했고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부작용은 없지만 피부의 발림이나 부착력이 부족했다. 최근에는 한방화장품과 한국형 화장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생활필수품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화장에는 남녀가 없다. “여자가 화장하고 남자도 한다.”에서 “여자와 남자가 화장한다.”로 변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화장하며 살고 있다. 때로는 유행이라는 파도에 휩쓸릴 때도 있지만 결국은 자신의 이미지와 색깔을 가지고 세상을 산다.
색은 각각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표현력은 색이 일종의 언어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음을 말하는데 이를 색채 연상이라 한다. 어떤 한 색깔을 보고 무엇인가를 느끼거나 이미지를 떠올려 느끼게 되는 것은 개인의 감정과 경험, 그 사회의 문화와 정서 등에 영향을 받는다. 감정을 일으키는 색채 이미지를 잘 이용하면 부드러운 인상 또는 강한 인상 등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살릴 수 있다. 거울을 보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자신에 맞는 화장을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기 쉽다는 말이다.
“거울을 자주 보는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말이 있다.
안병욱 작가는 「얼굴」에서 “얼굴의 근본 바탕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운명적으로 결정되지만 자기의 성실한 노력에 따라서 제 얼굴을 어느 정도 고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의 얼굴을 매일 조각하며 인생을 살아간다”라고 말한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 보자. 그리고 내면의 나와 거울 속의 얼굴을 비교해 보자 .
오늘도 화장대 정리 문제로 아내와 딸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늘은 머리가 많이 빠지네”라고 하시며 앉은뱅이 경대 앞에 앉아 참빗으로 머리를 빗고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스쳐간다.
2024.11.9.(31)
첫댓글 세상 많이 변했지요. 남자도 여자 못잖게 화장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입니다. 전혀 안 할 수는 없지만 스킨이나 로숀 정도면 남자들은 대부분 되지만 요즘 젊은 이들은 다릅니다.
요즘은 화장품 종류도 너무 많아서 이름도 잘 모릅니다. 기초화장품만 사용하다보니 화장술의 매력을 모르고 지냅니다
얼굴을 가꾸는것이 정말 중요한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어릴적 어먼께서 애용하시던 동동구루마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