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대만을 다스리는 위소보
[알고 보니 청나라 황제들은 애신각라(愛新覺羅)라는 성씨를 지니고 있 었구먼.]
시랑은 말했다.
[정성공(鄭成功)에 대해서 말하면, 그의 성씨는 명나라에서 하사한 성 씨입니다. 때문에 비직은 그 제문(祭文)에서 감히 금기(禁忌) 된 사항을 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위소보가 트집을 잡을 것 같아서 미리 선수를 친 것이었다. 비록 국성야(國性爺)란 이름을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정성공이 명나 라에서 하사받은 성은 주(朱)씨였다. 따라서 그의 국성(國性)은 명나라 의 국성이지 청나라의 국성이 아니었다. 그러니 만약 위소보가 그 세 글자로 문제를 확대하여 조정에 보고한다면 큰 화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위소보는 무식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 했는데, 시랑이 변명을 늘어놓자 도리어 그를 깨우쳐준 격이 되었다.
[시 장군께서는 전에 명나라의 작록(爵祿)을 받았으니 명나라 때 사용 하던 국성야라는 말을 잊지 못했다 해도 나무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 대청(大淸)에 정말 충성을 맹세하셨다면 마땅히 정성공을 역성(逆 性), 위성(僞姓), 비성(四生), 구성(狗性)이라고 일컬었어야 옳았습니 다. 국성이라거나 하사한 성이라거나 하고 부르면 곤란하지요.]
시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매우 못마 땅하게 여겼지만 이 일로 그와 입씨름해 봐야 자기가 불리할 것 같아서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상 그가 정성공을 사성(賜性:하사받은 성)이라 칭한 것은 확실히 아직 전조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위소 보가 말했다.
[시 장군은 그 제문을 틀림없이 아주 잘 지으셨을 텐데 내게 좀 들려주 시지 않겠습니까?]
시랑은 전쟁터에 나가서 싸움만 할 줄 알았지 제문 같은 건 전혀 쓸 줄 몰랐다. 이 제문은 그의 참모 중의 한 명인 사야(師爺)가 써준 것이었 다. 그 사야는 퍽이나 재능이 있었다. 제문을 잘 지어 준 덕분에 시랑 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내심 기뻐했다. 그리고 그중 많은 구절들을 가슴에 기억한 채 자주 남에게 들먹이곤 했었다.
[비직이 엉터리로 몇 구절을 적어 본 것이니 대인께서는 너무 흉보지 마십시오.]
그는 제문 중의 몇 구절을 외었다. 위소보는 그 구절을 외는 걸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정말 훌륭한 문장입니다. 나는 이런 문장을 죽었다 깨어나도 써낼 수 없을 것이오. 설사 남이 지은 걸 나보고 외우라 해도 아마 열흘은 걸릴 것입니다. 시 장군의 재능과 뛰어난 기억력에 정말 탄복 했소이다.]
순간 시랑은 얼굴을 붉히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넌 내가 쓴 게 아니고 남이 쓴 걸 뻔히 알면서 이처럼 나를 비꼬는구 나.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너와 입씨름할 필요가 없다.) 위소보가 말했다.
[그중 노중궁사(盧中窮士), 의소불위(義所不爲)란 여덟 자는 무슨 뜻입 니까? 나는 학문이 아주 형편없기 때문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요.]
시랑은 말했다.
[노중궁사는 오자서(伍子胥)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왕년에 그가 초(楚) 나라에서 오(吳)나라로 피신할 때 강변에 이르러 한 어부의 도움으로 강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부가 먹을 걸 구하러 간 사이에 오 자서는 추병(追兵)이 따라올까 봐 강변에 있는 갈대밭에 몸을 숨겼습니 다. 이윽고 어부가 돌아와서 갈대밭에 사람이 숨어 있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노중인(盧中人), 노중의 궁사(窮士)!' 후일 오자 서는 오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초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그는 초나라를 평정한 후 초평왕(楚平王)의 시신을 무덤에서 파낸 다음에 삼백 번 채 찍질을 가하여 그의 부친과 형님을 살해한 복수를 했습니다. 사성(賜 姓)....정성공은 전에 저의 부모처자를 죽였기 때문에 대만 사람들은 제가 대만을 평정하면 똑같은 복수를 할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비직은 그 제문에서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하늘 에 있는 정성공의 영혼도 안심하고 대만의 군민들도 염려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랬었군요. 시 장군은 자신을 오자서에 비유하시는군요?] [오자서는 영웅호걸인데 비직이 어찌 감히 비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오자서의 집안이 모두 화를 당했고 홀몸으로 도망 나왔으며 결국 군대 를 이끌고 다시 돌아가 원수를 갚았다는 그 일절(一節)이 비직의 경우 하고 비슷했을 뿐입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쪼록 시 장군의 장래가 오자서와 크게 다르길 바라겠소. 그렇지 않 으면 실로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순간 시랑은 오자서가 오나라에서 큰공을 세웠지만 훗날 오왕(吳王)한 테 죽임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안색이 변하면서 술잔 을 쥐고 있던 손을 벌벌 떨었다. 위소보가 말했다.
[소문에는 오자서가 큰 공을 세운 후 거만해져서 오왕한데도 아주 불경 하게 대했다는데 시 장군, 그대가 자신을 오자서에 비유하는 건 아주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대의 그 제문(祭文)은 이미 벌써 북 경성에 전해져서 황상께서도 필시 보았을 터인데 만약 누군가 황상께 모함을 한다면 내가 보기에 그대가 세운 큰 공이 물거품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오....]
시랑이 급히 말했다.
[대인께서도 아시다시피 비직이 말한 건 오자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 는 겁니다. 이....이것은 완....완전히 다릅니다.] [그대의 제문은 도처에 퍼졌습니다. 시 장군 자신을 오자서와 비유한 것을 천하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순간 시랑은 벌떡 일어나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황상께서 성명(聖名)하시고 은덕이 산과 같기 때문에 공을 세운 신하 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십니다. 비직은 좋은 주군을 모시고 있기 때문 에 오자서보다는 훨씬 운이 좋은 편이죠.]
위소보는 말했다.
[물론 그 말은 틀리지 않지만 오자서의 속셈이 뭔지는 나도 잘모릅니 다. 그렇지만 전에 연극을 볼 때 오왕(吳王)이 그를 죽이려하자 오자서 는 자신의 눈을 파내어 성문 위에 올려놓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야만 월 (越)나라 군사들이 경성으로 진격하여 오나라가 멸망하는 걸 볼 수 있 다고 했죠. 나중에 과연 오나라가 멸망했습니다. 시 장군은 문무전재 (文武全才)해서 틀림없이 이 이야기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죠?]
순간 시랑은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 꿈에도 오자서가 죽기 직 전에 말했던 그 몇 마디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자기의 그제문 중에 '노 중궁사, 의소불위'란 말은 오자서가 행하던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지 만 자신을 오자서에 비유한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제문 중에서 오자서 를 거론할 때 단지 편시북구(鞭屍復仇)를 말했는데 뜻밖에도 위소보는 저주망국(詛呪亡國)에 그 일을 결부시킨 것이다. 만약 이처럼 크나큰 죄명을 자기의 머리에 얹어 놓는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위소보의 이런 얘기가 만약 황제의 귀에 들어가면 아무리 황상이 성명 (聖名)하여 벌을 내리지 않더라도 속으로 분명 개운치 않게 여길 것이 다. 그렇게 되면 자기의 승진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정성공의 사당에 간 걸 몹시 후회했다. 또한 사야로 하여 금 그 제문을 쓰게 한 것도 몹시 후희하였다. 그는 얼빠진 사람처럼 멍 청히 서 있을 뿐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위소보는 말했다.
[시 장군, 황상께서 친정(親政)하신 후 첫번째로 큰일을 하신 게 뭐 죠?] [간신 오배를 제거하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배가 비록 간신이긴 하지만 그는 고명대신이며 왕년에 공성파적(攻城破敵)할 때 우리 대청을 위해 큰 공을 세웠습니다. 때문 에 황상께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과인이 오배를 제거하면 아 마 어떤 사람은 과인이 공신(功臣)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며 그리고 무슨 조(島), 무슨 궁(弓)이라고 말할 것이오.' 그게 무슨 말인 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소이다.] [조진궁장(島盡弓藏)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당신도 이처럼 말씀....]
시랑이 얼른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전 황상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성어(成語)를 말한 것입니다.] [그대는 새를 잡은 후에 활을 버린다는 말로 황상이 오배를 제거하신 걸 비방하는 겁니까?]
시랑이 급히 말했다.
[대인께서 제게 무슨 성어냐고 물으셨기에 비직은 대인의 물음에 답했 을 뿐 어찌 감히....감히 황상을 비방하겠습니까?]
위소보의 두 눈이 그를 빤히 주시하고 있는 터라 당황한 시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예로부터 신하가 만약 자신이 세운 공로에 비해 상이 박 하다고 여기면 황제는 그를 몹시 미워했다. 신하의 입에서 원언(怨言) 이 나오지 않고 단지 속으로만 억울하다고 여겨도 그 죄는 죽음을 면치 못했다. 시랑이 당황하는 바람에 위소보에게 유도되어 '조진궁장'이란 말을 했 던 것이다. 물론 말이 나오자마자 즉시 잘못된 줄 알았지만 이미 거두 어들일 수는 없었다. 더욱이 위소보말고도 임흥주, 홍조 두 사람이 옆 에 있어서 부인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난 시 장군께서 말씀하신 '조진궁장'이란 말이 황상을 비방하는 것인 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조정의 대학사, 성서(尙書), 한림(翰林)은 알 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로 하여금 흑백을 가리게 합시 다. 내가 황상과 함께 지냈던 날은 실로 적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바 에 의하면 황상께선 남이 그를 오생어탕(烏生魚湯)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셨지 조진궁장이라 말하는 것은 듣기 싫어 하셨습니다. 비록 똑 같이 두 마리 새지만 이 가운데는 아마 크게 다른 점이 있을 겁니다. 한 마리는 좋은 새고 한 마리는 나쁜 새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순간 시랑은 경악과 분노가 엇갈렸다. 내심 네가 날 이처럼 모함한다면 아예 너희 셋을 모두 죽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생각이 이 쯤에 이르자 자기도 모르게 눈빛에 흉광(兇光)이 서렸다. 위소보는 그 의 돌변한 얼굴을 보고 내심 놀랐다. 그는 즉시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 장군,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거두어들일 수 없는 것이오. 그대가 갈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길뿐입니다. 첫째는 즉시 나와 임흥주, 홍조, 세 사람을 죽인 다음, 나의 부인들과 아들까지 모두 죽이는 것입니다. 그러한 뒤 대만으로 군대를 끌고가 자립하여 왕이 되는 겁니다. 다만 그대가 통솔한 군대가 모두 대청의 관병이라 그대를 따라 반란을 일으 킬지 궁금하군요. 더욱이 대만의 군민들도 그대를 따를지 모르겠습니 다.]
이때 시랑은 속으로 한참 이 일을 궁리하고 있었는데 그가 자기의 속셈 을 꿰뚫어보자 즉시 흉광을 거두며 급히 말했다.
[비직은 절대로 그런 뜻을 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대인께서는 지나친 의심으로 비직의 죄명을 무겁게 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대인께서 말씀 하신 두 번째 길은 어떤 것인지 감히 여쭈어 보겠습니다.]
위소보는 그의 말투가 부드러워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두 번째 길은 필히 형제와 임흥주, 홍조 두 분의 도움이 있어야만 이 루어질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시 장군께서 황상을 거론할 때 확실히 오(烏) 자를 말씀하셨고 황상을 오생어탕이라 평가하신건 아주 잘하셨 습니다. 훗날 형제가 황상을 뵙게 되면 틀림없이 시 장군의 충성심을 말씀드릴 것이며 아울러 시 장군이 만약 오자서라면 오왕의 강산을 만 만년 동안 보존했을 뿐만 아니라 서시(西施) 같은 미인은 물론이고 동시, 남시, 북시, 중시마저도 한꺼번에 모두 강 탈하여 오왕께 바쳤을 것이라고 말씀드릴 겁니다. 오자서가 연연하고 있는 건 오로지 자신이지만 시 장군이 연연하는 건 우리 대청의 성명천 자(聖明天子)가 아닙니까? 마음이 올바르면 좋은 결과가 있기 마련입니 다. 이렇게 되면 황상께서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시면서 시 장군께 자연히 큰 벼슬을 내리실 것이오.]
이러한 말을 듣게 된 시랑은 실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급히 읍하며 말했다.
[만약 대인께서 황상께 이처럼 미언(美言)을 해주신다면 비직은 영원히 대인의 은덕을 잊지 않을 겁니다.]
위소보는 몸을 일으켜 답례하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
[이 얘기들은 별로 어려운 얘기가 아니오. 내 기분이 좋을 때 자연히 황상께 말씀드릴 것이오.]
시랑은 내심 생각했다. (만약 너를 대만에 가지 못하게 하면 네 녀석의 기분이 어떻게 좋아질 수 있겠느냐?) 그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대만은 이제 막 평정됐기 때문에 민심이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직은 황상께 주명(奏明)하여 위존망중(位尊望重)한 대인 한 분을 파 견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분으로 하여금 성상의 덕음(德音)을 드러내게 하여 백성들을 안심시키는 것입니다. 전 이 대인이란 분으로 위 대인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직은 즉시 황상께 배표(拜 表)하여 대인을 대만의 선무로 강지하시길 간청하겠습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대가 배표상경(拜表上京)하여 황상의 지의를 기다린다면 오고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몇 달은 지체될 것이오. 더욱이 이런 일은 잠시도 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시 장군께서 즉시 황상이 믿는 대 인 한 분을 모시고 대만에 함께 가서 철저히 조사해야만 그대가 대만에 서 자립하여 왕이 되겠다는 속셈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 밖 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대가 명호(名號)마저도 정했다고 합니다. 무슨 '대명대만정해왕'(大明臺灣靖海王) 이라고 한다던데, 맞습니까?]
시랑은 '대명대만정해왕'이란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네가 황량한 섬에 있으면서 어떻게 떠도는 소문을 들을 수 있겠느냐, 이건 분명히 위소보 네가 꾸며낸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말이 북경에 전해지면 조정에서는 틀림없이 그대로 믿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분명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얼른 말했다.
[그건 유언비어입니다. 대인께선 절대로 믿지 마십시오.]
위소보는 담담히 말했다.
[물론입니다. 난 그대와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라 당연히 믿지 않습니 다. 그렇지만 시 장군께서는 대만을 평정할 때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 문에 틀림없이 원한관계를 적지 않게 맺었을 것이오. 따라서 그대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이 그대를 중상모략한다면 내가 보기에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옛말에도 조정에 사람이 없으면 벼슬길에 오 르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조정의 대신중에 어느 분이 자신의 목숨 을 내걸고 전력으로 시 장군을 옹호해 주겠습니까?]
시랑은 더욱 암담했다. 조정에 자기를 옹호해 줄 사람은 전혀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왕년에 북경에서 그런 고생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래 도 정말 자기를 위해 한마디 말이라도 해준 사람은 오직 눈앞에 있는 이 위소보뿐이었다.
[대인께서 지적해 주셔서 비직은 실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기왕 사태가 긴박하게 전개되었으니 비직이 내일 대인을 모시고 함께 대만으 로 가서 진상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우리 두 사람 사이가 어디 보통 사이입니까? 하물며 시 장군을 위한 일인데 어찌 제가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섬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다시 바다로 나가면 배멀미를 하겠지만 기꺼이 함께 가 겠습니다. 그런데 나는 처자와 자식들과 항상 함께 지냈기 때문에 그들 과 헤어지는 게 좀 섭섭하군요?]
시랑은 속으로 몰래 욕을 퍼부었다. (네가 수없이 바다로 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한 번도 네가 배멀미하는 것을 못 봤는데 갑자기 배멀미라니, 빌어먹을!) 그러나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인의 여러 부인과 공자, 그리고 아가씨도 당연히 함께 가셔야죠. 비 직이 제일 큰 배를 선택하여 대인을 모실 겁니다. 요즘은 해상에 풍랑 이 없으니 대인께선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위소보는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정히 그러시다면 형제도 하는 수 없이 시 장군을 위해 기꺼이 가겠습 니다.]
다음날 위소보는 일곱 부인과 호두, 동추 두 아들과 쌍쌍이란 딸을 대 동하고 시랑의 기함(旗艦)에 올랐다. 팽 참장이 저지하려 하자 시랑이 즉각 명령을 하달하여 그를 큰나무에다 묶었다. 이윽고 배들은 닻을 올 리고 대만을 향해 미끄러져 갔다. 위소보는 수년 동안 머물러 있었던 통흘도를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노름꾼이 이미 섬을 떠났으니 여기는 더 이상 통흘도라고 부를 수 없 습니다. 우리가 이름을 고쳐 줘야 할 텐데....]
시랑은 말했다.
[옳습니다. 대인께선 어떤 이롬이 좋을 것 같습니까?]
위소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전에 황상께서 사람을 보내어 성지를 전달할 때 황상께서는 주문왕에 게 강태공이 있었고 한광무에게 엄자능이 있었으며 모든 성명천자에게 는 필히 한 사람의 낚시질을 잘하는 충신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황상께 서 날 이곳으로 파견하여 낚시질을 하라고 하셨으니 우리 저 섬을 조어 도(釣魚島)라고 부릅시다.]
시랑은 손뼉을 치며 동조했다.
[대인께서 지어 준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없을 겁니다. 한편으론 황 상을 주문왕, 한광무에 비하여 공송하고 한편으론 대인께서 강태공처럼 문무전재(文武全才)하시고 엄자능처럼 청고풍아(淸高風雅)한 걸 드러내 는 이름이군요! 맞습니다. 맞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저 섬을 조어도라 고 부릅시다!]
위소보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나 통흘후는 조어후(釣魚侯)로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겠 구려. 더욱이 훗날 다시 승진되면 무슨 조어공(釣魚公)이라고 부를 게 아닙니까? 그건 좀 거북스럽군요.]
시랑이 웃으며 말했다.
[어부지리란 크게 이익을 얻는다는 뜻인데 그것과 비슷한 듯하니 오히 려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황상께서 날 통흘백(通吃伯) 통흘후(通吃侯)로 봉하실 때 난 아주 듣 기 좋다고 여겼는데 뜻밖에도 나의 부인들은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했습 니다. 훗날 황상께 주청하여 조어후로 바꾼다면 아마 모두 기뻐할 겁니 다.]
시랑은 속으로 비웃으며 내심 생각했다. (통흘백이니 통흘후니 하는 건 모두 황상께서 심심풀이로 너한테 봉해 준 것이고 전혀 존중하는 뜻이 서려 있지 않았다. 그러니 설사 조어후 로 바꾼다 해도 뭐가 듣기 좋겠는가?) 그러나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예로부터 어초경독(漁樵耕讀)이라 말하지 않습니까? 어부가 서열로 따 지면 첫번째이고 글 읽는 사람은 네 번째입니다. 따라서 조어공, 조어 왕이란 봉호(封號)가 장원(狀元), 한림보다 훨씬 존귀합니다.]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위소보가 탄 시랑의 기함은 대만에 도착하여 안 평부에 상륙했다. 가는 길에 임흥주와 홍조는 옛날에 정성공이 어떻게 홍모병을 대파했는지 손짓까지 해가며 위소보에게 들려주었다. 이때 위소보는 아주 홍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시랑이 그를 대만에 데 려왔기 때문에 더 이상 그를 비꼬지도 않았다. 시랑은 장군부에서 성대 한 연회를 베풀어 위소보를 극진히 대접했다. 그런데 한참 술을 마시고 있을 무렵 갑자기 경성에서 유지(諭旨)가 당도했다. 시랑은 급히 밖으 로 나가서 성지를 받았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암담한 표정으로 말했 다.
[위 대인, 성지입니다. 대만을 포기하라는군요! 이거야말로 큰일이 아 닙니까?]
위소보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체 무슨 이유입니까?]
시랑이 말했다.
[비직이 전지대신(傳旨大臣)께 알아낸 바에 의하면 조정의 대신들이 황 상께 건의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대만이 홀로 해외에 동떨어져 있기 때 문에 도적들의 소굴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조정에서 관리하기 어렵고 더욱이 대군을 파견하여 주둔하면 많은 군량이 소모되 어, 포기하기로 결심한 것이랍니다.]
위소보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되물었다.
[시 장군께서는 조정의 여러 대노(大老)들의 진짜 저의가 뭔지 아십니 까?]
순간 시랑은 깜짝 놀라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설마....설마 오자서의 얘기가 벌써 북경에 전해졌단 말입니까?]
위소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옛날에도 호사불출문(好事不出門), 악사전천리(惡事傳干里)란 말이 있 습니다. 조정에서는 장군이 정말 '대명대만정해왕'인지 뭔지가 될까 봐 걱정한 겁니다.]
시랑이 말했다.
[이....이 일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대만의 수십만 백성들은 여기서 이 미 수십 년 동안 터전을 잡고 살아왔는데 한꺼번에 내지로 옮긴다면 그 들이 어떻게 생활을 꾸려 나가란 말입니까? 게다가 만약 강제로 이주시 키면 틀림없이 큰 변고가 생길 것입니다. 더욱이 대청의 관병이 일단 떠나면 흥모병이 다시 와서 점거할 게 아닙니까? 우리 중국인들이 피땀 으로 쌓아올린 기업(基業)을 홍모귀한테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인데 어 찌 마음이 내키겠습니까?]
위소보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이 일은 전혀 만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소. 황 상께서는 백성들을 제일 걱정하시기 때문에 장군께서 단지 백성들한테 청명(請命)할 수만 있다면 아마 황상께서도 허락하실 겁니다.]
시랑은 다소 마음이 놓여 말했다.
[그렇지만 만약 조정에서 이미 헛소문이 떠돌고 있다면 비직이 황상께 그처럼 진정하는 건 마치 대만을 떠나기 싫어서, 또한 충성심이 부족해 서 그런 줄로 생각할 게 아닙니까?]
위소보가 말했다.
[지금은 오로지 그대가 즉시 북경으로 가서 여기 사정을 직접 황상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가 북경에 당도하면 대만에서 자립하여 왕이 되겠다는 유언비어를 더 이상 믿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순간 시랑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대인의 가르침이 옳습니다. 비직은 내일 즉시 떠 나겠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바가 있어서 말했다.
[대만의 문무백관은 대인께서 잠시 다스려 주시기 바랍니다. 황상께선 대인을 제일 신임하시기 때문에 대인께서 대만을 다스려 주신다면 조정 의 대신들도 감히 반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순간 위소보는 크게 기뻐하며 내심 대만에서 벼슬을 한 번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섕각했다.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성지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병마대권을 나한테 넘겨주면 황상 께서 나무라실 것인데 무슨 대책이라도 있으신지요?]
시랑은 이 말을 듣자 다시 크게 망설였다. 그러다가 자기 나름대로 생 각했다. (그는 진근남의 제자이며 반역 천지회의 일당이다. 황상께서는 비록 그 를 총애하지만 최근에는 줄곧 그를 통흘도에 유배하여 그에게 아무 권 한도 주지 않았다. 만약 그가 병마대권을 장악하여 천지회와 함께 반란 을 일으킨다면, 난....난 또 죽을죄를 짓는 게 아닌가?)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좋은 대응책이 떠올랐다. (내가 수사(水師)를 전부 데려가면 그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 다. 설사 그가 반란을 일으킨다 해도 수사를 다시 데려오면 즉시 그를 평정할 수 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병마대권을 다른 사람한데 넘겨주면 황상께서 나무라실지 몰라도 대인 께 넘겨주면 아무 하자도 없을 겁니다.]
그들은 서둘러 주연을 끝냈다. 시랑은 밤새 명령을 하달하여 대만의 문무백관을 불러다 위소보를 참견 (參見)하게 하고 그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그리고 사야를 모셔다가 위 소보를 대신하여 상주문을 쓰게 했다. 상주문에는 위소보가 우심국사(憂/L伺事)해서 특별히 대만을 잠시 다스 리고 있으니 조정에서는 심려하지 말고 아울러 천전지죄(擅專之罪)에 대해서도 용서해 달라고 했다. 또한 대만의 백성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신하가 직접 목격했으니 철수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모든 일을 끝마치고 나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이윽고 시랑이 배에 오르려 하는데 위소보가 그에게 물었다.
[큰일이 한 가지 있는데 준비하셨는지요?] [큰일 이 라니 요?]
위소보가 웃으며 말했다.
[화차화차(花差花差)!]
시랑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화차화차?]
위소보가 말했다.
[그렇소. 그러니까 이번에 그대가 대만을 평정하면서 조정의 대신들한 테 얼마를 보냈느냐 이겁니다.]
순간 시랑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순전히 천자(天子)의 위덕(威德)을 의지하여 대만을 평정한 것이고, 조정의 대신들은 아무 힘도 쓰지 않았습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 나으리, 어찌 기분만 좋으면 옛날 버릇이 다시 발작하는 것이오? 그대가 대만을 평정하자 사람들은 모두 그대보고 금산은산(金山銀山)을 혼자 포식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할 것이오. 그런데 조정의 벼슬아치 들이 어찌 탐내지 않을 수 있겠소?]
시랑은 당황하며 말했다.
[그건 당치도 않습니다. 만약 이 시랑이 대만의 돈을 혼자 한푼이라도 챙겼다면 이번에 제가 북경에 가서 황상으로부터 능지처참을 당할 것입 니다.] [그대 스스로 청렴결백한 관리가 되는군. 그것도 좋지만 남들까지 모두 그대처럼 청렴결백한 관리가 될 수는 없는 멉이오. 그대가 청렴결백하 면 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그대를 헐뜯게 될 것이외다. 그렇다면 그대는 이번에 북경에 갈 때도 역시 빈손으로 가겠단 말이오?]
시랑이 말했다.
[대만의 토산품인 목조(木彫), 죽람(竹藍), 초석(草席), 가죽상자 같은 건 좀 휴대했습니다.]
위소보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자 시랑은 무안해서 처음에는 얼굴이 빨개 졌지만 곧바로 크게 깨달았다. 그는 위소보를 향해 정중히 읍례를 하며 말했다.
[대인의 가르침,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직은 이번에 하마터면 큰 화를 입을 뻔했습니다.]
위소보는 문무관원을 소집하고 말했다.
[시 장군께서 이번에 상경하는 건 백성들의 청명을 위한 것입니다. 만 약 성공하지 못하면 여러분도 모두 패가망신할 텐데 이 청명비(請命費) 를 시 장군 한 사람에게만 부담시킬 작정입니까? 노형 여러분, 여러분 이 속히 상의하여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랑은 청렴결백한 관리였다. 대만에 온 후 한 번도 백성들한테 금품을 건네받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위소보는 인수받자마자 첫번 째 명령이 바로 청명비를 징수하자는 것이 아닌가? 이 무렵 대만의 백성들은 내지로 거처를 옮겨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 고 모두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시랑이 위소보가 제시한 계책대로 상경하여 백성들을 위해 청명한다는 걸 알게 되자 청명비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다행히 대만의 민간인들이 부유해서 반나절 동안에 삼십여 만 냥의 은자가 걷혔다. 위소보는 관고(官庫)에서 육십여 만 냥을 더 보태라고 명하여 모두 백만 냥을 마련했다. 아울러 시랑에게 어떤 사람한테 필히 많이 건네줘야 하고, 또 어떤 사 람한테는 적게 줘도 무방하다고 자세히 지적해 주었다. 시랑은 고마워 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날 밤 초경(初更) 무렵에야 비로소 배가 떠 났다. 다음날 위소보는 승당(升堂)하자 여러 관원들에게 말했다.
[어젯밤에 시 장군께서 경성으로 떠날 때 청명비를 아무리 거두어도 백 여 만 냥에 불과하더군요. 그래서 형제는 대만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수년간 사축(私蓄)한 돈과 일곱 부인들의 패물을 모두 긁어모아 다시 백만 냥을 마련하여 시 장군께 건네주었소이다. 어휴! 대만에서 관리가 되기란 실로 쉽지 않군요. 형제는 잠시 서리(署理)로 있는데 이미 첫날 백만 냥을 날린 셈입니다. 그야말로 난 가산을 탕진하고 말았소이다.]
그러자 대만부 지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대인께서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실로 부처님 같습니다. 그런데 어 찌 우리가 대인께 피해를 입힐 수 있겠습니까? 공금에서 보탠 육십여 만 냥은 물론이고 위 대인께서 개인적으로 장만하신 일백만 냥도 대만 백성들이 모두 부담하겠습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들도 모두 적지 않은 돈을 내놓았기 때문에 하나같이 주머니가 비 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대들이 수많은 돈을 내놓은 건 따지고 보면 모두 백성들을 위한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공금을 축 낸 것도 당연히 각 지방에서 부담하셔야지 우리같이 청렴한 관리가 무 슨 돈이 있습니까? 하루 세 끼 찾아 먹고 입에 풀칠하기에도 벅찬 형편 이죠. 그러나 그만큼 백성을 사랑하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니 여러분은 다소 손해보더라도 본전만 거두어들이세요. 이걸 소위 애민여자(愛民如 子: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함)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관리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며 일제히 고맙다고 치하했다. 심지 어 이 위 대인이란 분은 과연 좋은 상관이라고 생각했다. 위소보는 첫 날 등청하자마자 백만 냥을 횡령했다. 그러니 앞으로 그의 재원(財源) 은 무궁무진하게 솟아나는 샘물과 같을 것이 분명했다. 며칠 후 위소보는 제품(祭品)을 준비하라고 분부하고 정성공의 사당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그는 이 명진천하(名震天下)한 국성야란 분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다. 이윽고 사당에 당도하여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정성공의 초상화가 단정 하게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얼굴은 타원형이고 윗입술과 아랫입술, 턱에는 모두 짧은 수염이 달려 있었다. 두 귀는 아주 컸지만 눈은 실눈 이었고 눈썹은 반달처럼 생겨서 자상하게 보였다. 그러나 영웅적인 기 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실망하여 종관(從官)에게 물었다.
[국성야의 용모가 정말 저렇게 생겼습니까?]
임흥주가 말했다.
[이 초상화는 국성야 본인과 아주 닮았습니다. 국성야는 선비 출신이라 비록 영웅호걸이시지만 용모는 아주 점잖게 생기셨습니다.] [그랬었군요.]
그러다 위소보는 초상화 양 옆에 약간 작은 초상화가 있는 걸 보자 임 흥주에게 물었다.
[저 두 사람은 누굽니까?]
임흥주가 말했다 [여자는 동태비(董太妃)이고 남자는 사왕야(嗣王爺)입니다.]
위소보가 말했다.
[사왕야가 누굽니까?]
임흥주가 말했다.
[바로 국성야의 공자이시고 왕위를 계승하실 분이었죠.]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하! 바로 정경(鄭經)이군요? 어쩐지 정극상 그 녀석과 약간 닮았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부님이신 진 군사의 초상화는 어디에 있죠?]
임흥주가 말했다.
[진 군사님의 초상화는 없습니다.]
위소보가 말했다.
[저 동태비는 인간성이 나빠서 저기에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어서 그 녀를 끌어내시오. 그리고 즉시 사람을 시켜 진 군사의 초상화를 만들어 국성야 옆에 세우도록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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