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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간의 새벽]드넓은 평원 위에 점점이 박아놓듯 세운 탑들. 해 뜬 직후부터 안개가 피어올라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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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안개피어 오르는 바간의 황홀경
그림에서나 있는 것으로 여겼던 5각뿔 모양의 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 것과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것이 교차하면서 어둠 속에서 뭉툭 뭉툭 덩어리져 보이던 것들이 숲과 탑들이 섞인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가 떠오르면서 밝아오는 우리나라 일출과는 달리 어둠이 걷힌 후 한참 뒤에 해가 나타난다. 이미 앙코르와트에서 경험했던지라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얼마쯤 지났을까. 망원렌즈로 당긴 파인더 속에서 믿기 어려운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넓게 펼쳐진 평야일 뿐 산이라고는 없다. 다만 그 평야에 점점이 박힌 숱한 탑과 탑 그리고 숲과 숲 사이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 안개는 정말 환상적이다. 안개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바간의 새벽은 풍경사진에 심취하지 않는 내게도 걷잡을 수 없는 감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미 전날 저녁 쉐산도 파고다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황토색으로 노을 지는 숱한 탑군(塔群)의 일몰을 보면서 흠뻑 적신 감흥이기에 동트기 전의 어둠을 타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사원의 좁은 통로를 따라 오른 일출 촬영이 무어 그리 대단할까 생각했는데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아름다움 이전에 등골을 훑고 지나는 전율. 도대체 사람의 능력은 그 한계가 어디까지란 말인가.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과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 그리고 바간의 이 광경을 불교 유적의 3대 불가사의로 손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1975년 대지진으로 그 절반이 무너져 내리기 전까지 5,000개가 넘는 사원과 탑을, 그것도 이미 사막화해버린 이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황토로 손바닥만한 벽돌로 구워 쌓은 이 엄청난 역사(役事)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11세기 들어 이곳에 미얀마 첫 통일왕국을 이룬 지배층이 통치의 수단으로 불교를 선택하고 피지배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시작했다는 대규모 역사(役事)라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바간은 우리나라의 경주에 비유할 만한 미얀마 중부의 고도(古都)이다. 미얀마 최초의 통일 왕조로서 영화를 누렸지만 지금은 황금빛과 붉은 색 건축물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남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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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파산 정상의 바위 탑] 자연석 위에도 황금을 입혔다. 비록 어렵게 살아도 황금 보시(布施)도 서슴지 않는 이들의 행동에서 내세관을 엿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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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개가 넘는 탑들이 보여주는 불가사의
바간 지역은 크게 올드 바간과 뉴 바간, 냐웅우 지역 이렇게 세 군데로 나눈다. 이중 유적지는 옛 중심지인 올드 바간에 많이 집중되어있지만, 유적 보호를 위해 주민을 이주시켜 형성한 뉴 바간과, 공항, 버스터미널, 시장들이 형성된 냐웅우에도 대표적 유적인 쉐지곤 파고다 등 꽤 적지 않은 수의 유적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 현대식 건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신축하는 호텔까지도 2-3층 이내로, 그것도 가능한 한 자기 색깔을 담아내려고 한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바간 여행의 포인트는 물론 2,500개가 넘는 탑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탑들은 이미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고 몇몇 사원만 현역으로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곳으로는 황금의 모래언덕이라는 뜻의 쉐지곤 파고다를 들 수 있다. 미얀마 최초의 통일 국가를 세운 아노라타 왕 때에 건축을 시작하여 다음 왕인 찐싯타 왕 때인 1059년에 완공했다는데 부처님의 치(齒)사리를 얹은 코끼리가 자리를 맴돌다가 처음 멈춰선 곳에 건립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탑의 아래쪽에는 금박을 입히고 상층부에는 엄청난 양의 얇은 황금 판을 붙여 매우 화려하다. 후일 미얀마 모든 파고다의 원형이 된 곳이기도 하단다.
1057년 건립한 5층짜리 불탑이자 밍글라제디 사원과 함께 일몰 관광 명소이기도한 쉐산도 파고다, 왕위 계승자 선정에 매우 고심한 왕이 왕자들을 불러 모은 후 우산을 돌려 뽑은 왕자가 왕이 된 후 세우고 이름붙인 ‘우산의 뜻대로’라는 뜻의 틸로민로 사원, 3세기경에 만든 원형 파고다로서 이라와디 강변에 있는 아주 아담한 부파야 사원도 볼만하다.
또 가장 아름답고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며 예술적인 가치까지 감상할 수 있는 아난다 사원, 그리고 바간에서 가장 높은 61미터 높이의 탓빈유 사원 등이 있다.
당일 코스로는 어렵지만 이틀간의 일정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
바간에서 동쪽으로 5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도로사정이 열악하여 버스로 1시간 30분 이상을 가야하는 곳에 위치한 포파산이다.
산스크리트 어로 꽃을 뜻한다는 ‘포파’산은 광활한 평야 위에 홀로 우뚝 솟아있다. 해발1,518미터, 산 높이만 737미터다. 약 25만 년 전의 화산 흔적이라는 데 미얀마의 토속신앙인 낫(Nat) 정령신앙으로 유명한 장소란다.
산꼭대기까지 계단과 지붕을 설치하여 오르기는 힘들지만 안전하고 시원하게 올라갈 수 있으며 꼭대기에서는 힘들여 올라간 보답으로 주변의 광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포파산을 향하는 길 도중에 이곳에서만 난다는 야자나무의 일종인 ‘탐베’즙을 세 번 증류시켜 만든 50도짜리 독주와 사탕수수를 고아 만든 사탕을 파는 곳이 있어 기념품에 목말라 있는 관광객을 맞는다. 술은 1병에 삼천원정도, 사탕은 거저 끼워준다.
확실한 치안(治安)과 순박하고 따뜻한 심성(心性)의 미얀마
바간뿐 아니라 미얀마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흔히 치안 부재와 신변의 위험을 느끼기 쉬운 곳으로 미얀마를 꼽는데 이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일 뿐이다.
1989년부터 사회주의를 포기한 미얀마는 독재정치를 할지언정 국민들의 심성은 불교를 바탕으로 하여 지극히 여유롭고 개방되어 있으며 따뜻하다.
절대 소매치기나 좀도둑이 없다. 바간 여행 첫 코스로 만난 재래시장에서 촬영 내내 몇 대나 되는 카메라와 렌즈를 갖고 부산하게 촬영을 하느라 가방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어도 분실물 하나 없다. 6.25 직후를 묘사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재래시장에서조차 말이다.
물론 걸인들까지 없을 수는 없지만 몸에 걸친 볼펜 등을 자기 싸구려 볼펜과 바꾸자 거나 거저 달라고는 해도 관광객의 몸에 절대 손대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관광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광 상품이래야 순전히 손으로 만드는 대나무 칠기 제품과 질 낮은 면직 티셔츠, 대충그린 수채화, 채색 만다라, 복제 청동 유물, 일부 목제품 등이 고작이어서 값나가는 것이라고는 없지만 흥정을 전제로 비싸게 부르기는 해도 절대 관광객들을 속이려 하거나 해코지를 하지 않는다.
더욱이 미얀마 전역에 불고 있는 한국열풍으로 한국인에 대한 우호감이 대단하다. 송혜교 송승헌의 가을동화가 기폭제라는데 국내선 비행기에 탔을 때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우리에게 인사하기 위해 ‘안녕하세요.’를 몇 번이고 연습한 뒤에 발음이 정확하냐고 가이드에게 묻기까지 하더란다.
바간은 현재 우리에게 매우 낯선 곳이다. 불교성지 순례자들이 종종 들르기도 한다지만 미얀마에 대한 잘못된 불안감, 동남아 여행치고는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을 여러 번 이용하는 데 따른 고비용 인식,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일정, 항공사의 여행패턴 상 단체 항공권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여행 성수기조차 모집관광이 전무한 때문이다.
하지만 낯 선 곳에서 혼자 눈뜨는 설레임만큼 낯선 풍경과 조우(遭遇)하는 기대감 그리고 이곳 주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순박함과 따뜻함을 생각한다면 여행의 우선순위로 올려놓고 싶은 곳이 바로 미얀마의 바간이다
여행안내
시골에서도 비교적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므로 영어 소통만 가능하다면 개인출발도 충분하다.
교통편 : 국내선 직항로가 없어서 태국 방콕 돈무앙 공항에서 다시 양곤 행 비행기로 환승한다.
양곤에서는 국내선을 이용, 바간까지 가고 그곳에서 택시 등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현지 가이드 소유 차량을 이용하거나 단체여행일 경우 국내에 있는 미얀마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