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주말에 방영하는 <진짜 사나이>가 인기입니다. 여성들은 ‘재밌다’는 반응이고, 남성들은 好不好(호불호)가 갈립니다. 군필자들 입장에선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번은 경북 모 사단에서 <진짜 사나이> 촬영이 예정돼, 계획을 본 적이 있습니다. 촬영 기간은 4박 5일이었습니다. 4박 5일 촬영하고 4주, 한 달을 내보내는 게 진짜 사나이입니다.
軍 생활하면서 군대를 일방적으로 美化(미화)하는 것 같아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습니다. 병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나뉘었습니다. 좋아하는 쪽은 자신이 속해 있는 군대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그려지니 '신기하다‘는 반응이고, 싫어하는 쪽은 ’비현실적이다‘는 반응입니다.
방송을 보면 대다수의 병사들이 깨끗한 건물에서 쾌적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나옵니다. 현실은 일부 말끔한 건물을 촬영 장소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전방의 환경은 열악합니다. 겨울에 땅이 얼면 물이 부족해 샤워를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눈을 녹여 그 물로 샤워했는데, 많은 병사가 피부 질환으로 고생했다는 소식을 GOP 체험을 다녀온 후임병에게 들었습니다.
저희 사단에서 사건 사고가 잦았던 A연대의 GOP 대대장인 모 중령은, “내가 신임 장교 시절 왔던 건물이 아직도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소위에서 중령이 되려면 족히 17년은 있어야 합니다. 한 綜編(종편) 뉴스에서 A연대의 식당과 군 관사를 촬영해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A연대의 사건 사고가 많은 이유는 시설의 낙후성도 있습니다. 진짜 사나이에 나오는 건물이 지금 전방의 건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방송에 나가야 하니 병사들이 말끔한 건물에서 쾌적하게 생활하는 양 보내는 것입니다.
<진짜 사나이? 가짜 사나이!>
병사들끼리는 ‘진짜 사나이’를 ‘가짜 사나이’라고 부릅니다. <진짜 사나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가면, 많은 예비역의 비판 섞인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진짜 사나이는 방송을 위해 軍의 현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진짜 사나이와 같은 복무 환경을 지향해야 하지만, 우리 군대는 보여주기 식에만 그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 훈련병이 5주간 받는 신병교육 훈련을 진짜 사나이 출연진들은 2일 내외로만 받았습니다. 훈련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보급품 받고 경례 몇 번 한 것이 <진짜 사나이>의 훈련소 생활입니다.
< 진짜 사나이>를 보면 군의관이 내무반(생활관)을 방문해 순회 진료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제 軍 생활 중 이런 사례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현실은 아파도 참아야 하고, 2분가량의 진료를 받기 위해 의무대와 군 병원에서 짧게는 3시간, 길게는 하루 종일을 쏟아 붓는 게 실제입니다. 이 때문에 계급이 낮은 병사들은 아프다고 해서 선뜻 의무대나 軍 병원을 가기 어렵습니다. 경계 근무를 서야 하는데, 계급 낮은 병사가 빠지면 계급 높은 병사가 대신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GOP 경계 근무를 서는 병사의 30~40%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무전기가 없어 휴대 전화로 대신할 뻔>
많은 이들이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 한국군이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낄 것입니다. 휴가 나가면 <진짜 사나이>를 본 가족들이 군대 이야기를 물어봅니다. 저는 이 물음들에 웃음으로 답하며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한 번은 대규모 훈련을 앞두고 대대 지휘통제실과 초소 경계 병력 간에 交信(교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간부들이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병력과 지휘통제실을 연결할 수단이 없었던 것입니다. 무전기가 없으니, 대대 지휘관은 병사들의 휴대전화를 반입해 무전기를 대신해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이 계획은 전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백지화됐습니다. 다행히 인근 부대에서 무전기를 빌려, 휴대전화로 교신하는 일은 없게 됐지만 이 소식을 듣고 ‘농담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自主國防(자주국방)은 먼 나라 이야기>
얼마 전, 집에서 가족들이 <진짜 사나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방송에 나온 부대의 보급품을 유심히 보니, 흔히 말하는 A급이었습니다. 일선 부대의 실제 보급 여건과는 달랐습니다.
훈련 때 화생방 상황이 발생하면 화생방 保護衣(보호의)를 입습니다.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제대로 입기도 힘들고, 입더라도 곳곳에 구멍이 나거나 찢어져 있습니다. 병사들은 “어차피 화생방 상황 터지면 보호의 입어도 죽을 텐데, 뭐하러 고생해서 입느냐”는 말을 합니다. 지금 우리 軍의 실상은 전쟁을 준비할 수도, 치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有事時(유사시)에는 우왕좌왕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보였습니다.
병사들은 이런 식으로 駐韓美軍(주한미군)과 韓美同盟(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차츰 몸으로 느낍니다. 머리보단 몸으로 느끼는 게 확실하다고 합니다. 저는 입대 전에는 머리로만 느꼈는데, 입대 후 몸으로도 느꼈습니다. 21개월간 군 생활을 하면서, 자주국방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직도 전방에서는 가혹 행위가 여전>
제가 소속된 소대는 사단 행정병으로, 선발된 병사들입니다. 일반 야전 부대보다는 복무 여건도 좋고, 우수한 자원들이 모여 있습니다. 저희 소대는 구타를 비롯한 가혹 행위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희 大隊(대대)도 비슷했습니다. 가끔 잊을 만하면 사건이 터졌습니다. 가·혹행위가 발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진술서를 작성하고, 징계(영창 또는 휴가제한)를 받고 끝내는 식이었습니다.
전방[GOP, GP 등 隔·奧地(격·오지)]은 저희와 사정이 달랐습니다. 아직도 구타가 있다고 했습니다. 전방을 체험한 후임병들에게 소식을 접할 때면 가혹행위가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혹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간부들도 알고 있는지 물으니, “간부도 알면서 모른 척한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軍紀(군기)’를 잡아야 하니 가벼운 구타나 욕설은 알면서도 못 본 척한다는 것입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말하지만, 아직도 전방의 가혹행위는 殘存(잔존)한다는 것입니다. 불쾌지수가 높으면 사소한 것에도 사람이 폭발합니다. 폐쇄되고 억압된 곳에서, 강제된 군 생활을 하다 보니 병사들은 스트레스를 가혹 행위로 해소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나도 선임한테 맞았는데, 너도 맞자’는 보상심리입니다.
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간부가 관심을 쏟는다면 상당 부분 가혹행위를 없앨 수 있습니다. 이는 지휘관과 부대 간부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28사단의 윤 일병의 폭행 사건도, 사건을 방지해야 할 하사가 동참했다고 보도됐습니다.
<체력 검정 갯수 안 높여 주면 욕하는 간부도>
8월 초 주요 언론은, 모 군단 소속 소령과 중령이 체력검정 결과를 조작하다가 적발되자, 인사참모를 협박해 구속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사령부 연병장에서 열린 간부 체력 측정에 도우미로 자주 참가했습니다. 도우미는 간부들이 체력검정을 하면 “윗몸일으키기 XX개”, “팔굽혀펴기 XX개”라고 갯수를 말합니다. 일부 간부들은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도우미 병사에게 자신의 갯수를 더 불러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FM, 正(정)자세로 하지 않은 것은 갯수에 넣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체력 측정에 응한 간부는 제게 욕을 했습니다. 병사라서 어쩔 수 없이 그 간부의 욕을 고스란히 얻어먹었습니다. 욕을 먹고 난 뒤부터, 더러운 꼴 보기 싫어서, 속칭 ‘가라’로 하는 것도 갯수에 포함시켜 줬습니다.
도우미 병사가 해당 간부의 측정 횟수를 말하면, 체력 측정을 주관하는 인사참모처 소속 소령급 인사장교와 감찰참모부에서 나온 소령급 감찰장교가 상호 확인을 하고 체력 측정에 응한 간부의 등급과 측정 횟수를 적습니다.
한 번은 인사처 소령의 知人(지인)이 체력 측정에 응했습니다. 그러자 인사처 소령은 그 간부의 갯수를 조작해 등급을 올려주려고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감찰장교가 제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일은 非一非再(비일비재)합니다. 체력 측정을 주관하는 장교들은 도우미 병사들에게 “체력 측정 똑바로 하라”고 말하고, 체력 측정에 응하는 간부 중 일부는 계급으로 깔아뭉개니, 중간에서 병사만 피곤해지는 것입니다.
<“정신교육 듣지 말고 일하러 와라”>
매주 수요일은 전군이 정신·政訓(정훈)교육을 하는 날입니다. 지휘관이 병력을 모아 놓고 교육을 하거나, TV를 통해 국군방송(국방TV)을 시청합니다. 행정 소대인 저희는 40여 명의 병력 중 정신교육에 참가하는 병력이 평균적으로 5~10명 정도였습니다. 해당 부서에서 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령부 간부들은 병사들에게 “정신교육 듣지 말고 일하러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당장 해당 부서의 병사가 정신교육을 듣게 되면, 간부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정신교육은 부실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휘부도 이러한 실태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사단 정보참모처가 대대 연병장에 안보 사진 및 敵性(적성) 무기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정보참모처 소속 병사는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날 전시회에 참가한 저희 소대 병사들은 40여 명 중 5명뿐이었습니다. 실제 적의 도발 유형을 알고, 적성 무기를 체험하는 것은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지만, 해당 간부는 그런 곳에 가지 않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일해야 하는데 어딜 가냐는 겁니다.
<無能(무능)한 간부들>
저는 사령부 행정병으로 自隊(자대) 생활을 시작할 때, 간부들의 수준이 높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습니다. 착각은 금방 깨졌습니다. 인사처, 작전처, 정보처 등 일부 주요 부서를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유능한, 열의 있는 간부는 얼마 없었습니다.
인사처의 한 소령급 장교는 자신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몰라 밤 11시경에 부서의 계원을 사령부로 부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일은 드물지만, 잊을 만하면 벌어집니다.
저희 소대는 본부근무대에 속해있지만 모두 사령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합니다. 이중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소대원 중에는 교사도 있고, 有數(유수)의 대학에 다니다 입대한 이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업무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간부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병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의 한 장교는 담당 병사가 없으면 일을 제대로 못 합니다. 다른 부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저희 소대원들은 무능한 간부들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간부와 병사의 업무 능력이 逆轉(역전)된 것입니다. 업무에 더 정통해야 할 간부가 오히려 병사가 없으면 일을 못합니다. 이는 선발된 행정병이 유능한 측면도 있지만, 간부 스스로 발전하려는 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육군은 대표적으로 여름에는 유격 훈련, 겨울에는 酷寒期(혹한기) 훈련이 있습니다. 사령부는 행정병이 없으면 돌아가지를 않아, 몇몇 행정병들은 유격 훈련이나 혹한기 훈련에 참가하지 않거나, 참가하더라도 곧바로 사령부 간부들의 차를 타고 복귀해 다시 일을 합니다. 훈련이 힘들어서, 병사가 걱정돼 빼주는 것이 아니라, 간부 자신이 힘들어서 병사를 훈련에서 빼오는 것입니다. 한밤중에 병사를 사령부로 불러 올려 일을 시키고, 주말도 뺏긴 채 간부의 일을 대신하는 게 행정병의 군 생활입니다. 행정병이라고 편하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육체적으로는 다소 수월해도 정신적으로 힘든 곳입니다.
<솔선수범하지 않는 간부들>
사단장 전속 부관을 했던 모 대위는 자신의 총을 직접 닦지 않고, 자신의 병사에게 시켰습니다. 軍 생활하면서 사령부 간부가 직접 자신의 총을 닦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총기는 제2의 생명’이라는 말은 병사들에게만 해당하나 봅니다.
軍전투지휘검열(軍指檢) 때 일입니다. 훈련이 시작되자 비상이 걸렸고, 營外(영외)거주자 소집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소집 명령 문자를 받은 한 장교는 제게 전화해서, “지금 밖인데, 간 것처럼 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인사처에 “어떻게 해야 소집령에 응한 것으로 처리됩니까?”라고 물으니, 소집 문자를 보낸 인사 장교는 “그거 안 해도 돼. 할 필요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인사 장교의 그 말을 듣고 허탈했습니다. 원래 절차는 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영외거주자 소집령에 응한 것을 직접 기록해야 합니다.
<야근하지도 않고, 야근 수당 받아>
저희는 행정병이기 때문에 ‘夜勤(야근)’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일과 시간(주중 09:30~17:30) 이외의 업무는 모두 야근이라고 합니다. 병사의 야근은 원칙적으로 간부와 함께 해야 합니다. 병사 혼자서는 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간부는 병사에게 일을 시키고 자신은 퇴근하거나 사무실을 비웁니다. 그러면서 야근 수당(초과근무수당)은 꼬박꼬박 타 먹습니다. 병사들에게 돌아오는 야근의 혜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야근 열심히 한다고 포상 휴가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간부가 부르니까 병사는 사령부로 올라가서 일할 뿐입니다. 가끔 간부들이 병사들에게 夜食(야식)과 같은 먹을거리를 사주는데, 먹을 것 한 번 사주고 등골 빼먹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중략-
<정치권 눈치 보느라 從北(종북)이라는 용어 사용 못하는 정훈 교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前職(전직)인 국방장관 시절 從北(종북)세력을 敵(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일선 부대에서도 종북 세력의 실체를 알리는 정훈 교육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종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종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한 정훈 장교는 “野黨(야당)이 종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재임 당시 정훈 교육을 놓고 야당과 氣(기) 싸움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김관진 장관의 ‘종북세력=敵(적)’이라는 관점에 일부 야당 의원들이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군대 분위기는 ‘종북’이라는 용어 사용을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상급 부대에서도 ‘사단 차원에서 정훈 교육 교재를 만들지 말라’고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괜히 용어 등을 잘못 선택했다가 민감한 문제를 건드려 정치권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사단 백골부대 동영상도 삭제>
육군 3사단에서 백골부대를 소개하는 3분 가량의 동영상을 유투브(youtube.com)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인기가 좋아 조회 수도 높았습니다. 백골 부대의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인데, 야당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동영상에 [1948.4.3~7.3 해방 후 제주 무장공비 폭동 진압을 시작으로]라는 문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제주 4·3사건을 언급한 것입니다. 어느 순간 3사단 동영상이 유투브에서 사라졌는데, 야당에서 이 동영상을 내리라고 했다고 정훈 장교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한때 정훈 장교가 돼 장병들의 정신 전력을 책임지는 장교가 되길 꿈꾼 적이 있습니다. 군에 입대하니, 현장의 정훈 장교는 제가 생각했던 정훈 장교와 거리가 있었습니다. 일선 부대의 정훈 장교는 장병들의 政訓(정훈) 교육보다는 公報(공보) 업무에 중심이 쏠려 있습니다. 장병들에게 적개심을 고취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할 이념을 전파하는 것보다는, 부대가 외부에 어떻게 홍보될지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투철한 이념 지식을 갖춘 이보다는 영상,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사람들이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공사 출신 정훈 장교, “저기 수구꼴통 온다”>
입대 전에 기대했던 정훈 교육과 실제 정훈 교육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곳의 사정은 어떤지 궁금해 공군 출신 병사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정문 경계 근무를 서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하루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안보 강연이 있었답니다. 부대에서는 1년에 두 번, 외부 저명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습니다. 공사 출신 소령급 정훈 장교가 외부 강사를 인솔하기 위해 정문으로 나왔는데, 초청한 외부 강사가 부대로 들어오는 것을 보곤 정훈 장교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기 수구꼴통 온다.”
<지금의 정훈 교육은 敵愾心(적개심)을 고양하지 못 해>
호지명은 “지도자는 이념으로 전쟁하고, 병사는 적개심으로 전투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정훈 교육은 틀에 박혀있고, 생생한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알리는 영상물을 보면 모두들 지루해 합니다. ‘뻔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몸으로 느끼고, 경험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살기 좋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 학문으로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병사들의 적개심을 고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의 총탄에 戰友(전우)가 피를 철철 흘리며 고꾸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실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적개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정훈 교육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21개월 간 군 생활하며 느낀 점>
건강은 잃었지만, 軍 복무를 통해 군대를 알게 되고, 한국인의 감정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을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군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 가고, 여자라면 한 남자의 어머니 또는 아내로서 살아가야 합니다. 국민皆兵制(개병제)인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치르는 통과의례인 셈입니다.
군대는 兵(병)이 없으면 지탱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의 우리 군대는, 자동적으로 충원되는 병사를 2년간 마음껏 굴립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기기도, 가해자가 생깁니다. 병사들의 복무 여건이 개선돼야 우리 軍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징병제를 택한 우리 군대가 兵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국군의 미래는 없고, 미래 없는 국군은 ‘자유 통일’이라는 국가 목표도 뒷받침할 수 없습니다.
한국군은 병사들의 복무 여건을 향상시킬 소프트웨어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無形(무형) 전력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國父(국부) 李承晩(이승만)이 보이지 않는, 민주주의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했고, 근대화 혁명가 朴正熙(박정희)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다음에 민주주의가 발전했습니다. 우리 군도 兵營(병영) 문화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첨단 무기가 戰勝(전승)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월남 패망이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전쟁 초기에는 첨단 무기가 잠깐 빛을 발할지 몰라도, 결국엔 步兵(보병)이 평양 주석궁에 태극기를 계양하고 압록강까지 진격해야 戰後(전후)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피 흘리며 散華(산화)할 이들은 젊은 우리 병사들입니다. 시급 180원이라고 마음껏 함부로 굴려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국가의 부름에 자신의 소중한 2년을 바치는 것입니다.
<上下同欲者勝(상하동욕자승)>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합니다. 병사를 지휘 감독하는 간부의 자질과 의식이 향상돼야 합니다. 軍에서 사건·사고가 터지는 가장 큰 이유는 부대를 지휘해야 할 해당 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사들로부터 ‘존경’도 받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군 간부의 현실입니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병사의 主敵(주적)은 간부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간부가 존경받는 풍토라면 어떻게 이런 말이 나왔겠습니까. 간부부터 병사들에게 존경을 받겠다는 자세로 軍 생활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존경하면, 존경하는 사람처럼 되고 싶은 게 사람입니다. 간부부터 솔선수범해 존경받는 간부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병사들이 따를 것입니다.
上下同欲者勝(상하동욕자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수와 병사 그리고 조직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목표를 가지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우리 軍에게 필요한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은 우리 젊은이들은 이 시간에도 폭염과 혹한을 견디며 전방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고, 領海(영해)와 領空(영공)을 수호하며 우리의 안녕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갖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일 때 제2의 임 병장, 윤 일병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군대가 병사를 사랑하고 보호할 때, 국민도 군대를 사랑하고 보호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경훈 19500625k@gmail.com
첫댓글 솔직히 지금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 옛날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훈련과 정신 상태는 정말 개판 오분전이다.
삼박 사일 때리고 덤으로 하루 더 때려야 정신 차린다. 너무 풀어주고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니다 보니 반공의식도 없고 애국심도 없는 오합지졸들
쪽바리들은 한국 땅 빼앗겠다고 독도 앞에 해군기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세월호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 세월호 부모 처벌 특별법을 만들어서
모두 작살 내 버려야 정신 차릴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