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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안토요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그대로
뭐든 처음이 어렵다.
산행도 마찮가지다. 처음 산길을 오를 때가 제일 힘들다.
난 가끔 일봉초등학교 운동장을 혼자 뛰곤 한다.
이때도 처음 5바퀴까지가 힘들다.
그러고 보면 글쓰는 것도 그런거 같다.
첫문장을 어떻게 시작할지가 제일 어렵다.
자타공인 얼치기 산꾼인 나는 혹한기와 혹서기는 당연 산행을 피하는 줄 알았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기간은 여름은 7월초부터 8월말까지...겨울은 12초부터 2월말까지다.
그런데 진짜 산꾼들은 이때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오봉산도 공지 하루만에 만차되었다)
음력 巳월은 6陽의 시기이다. 巳는 뱀를 가르키기도 한다.
그래서 뱀은 발도 없는 것이 그렇게 잘 다닌다.(양기의 표본아닌가?)
한데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더위는 未월이다.
하늘의 기운이 지상에 실현되기 까지는 이렇게 시간이 걸린다.
未월은 이미 2陰이 시작되고 陽의 기운은 4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뭔 말을 하려고 시작도 하기 전에 이리 긴가?
딴거 읎다. 지금에 젤로 더울 때란 야그다.(지금이 未월이다)
그런데 더워 죽을 거 같은데 산에 가잔다.(이거 제정신들인가?)
한낮의 뙤약볕이 아닌 것만 해도 다행인가?
이번 야등은 오랜만에 광덕산이다.
몇달전 강당골로 해서 광덕산 야간 산행을 한 이후로 두번째가 된다.
그때 마침 비가 내려 산행을 할까 말까 망설였었다.
내키지 않던 우중산행은 의외로 맛깔져 후기까지 날린 기억이 있는데 (후기 찾아보면 나온다)
오늘 야간산행지가 바로 그 광덕산.
집결지는 강당골이 아니고 광덕산 주차장이다.
그때는 영산님이 픽업해 주었는데 이번엔 부메랑형님 신세를 졌다.
더구나 집앞까지 오시는 수고를 끼쳤다.(고마워요 형님 ! )
차에 타고보니 뒷자리에 형수님이 계셨고 뜻밖에 천둥이님도 함께 있었다.
반갑다.
애정을 갖고 계신분들은 굳이 표현을 안해도 알수 있다.
눈빛하나 어투하나에도 친밀감이 묻어 나온다.
광덕산 주차장에는 정확히 7시30분에 도착.
이미 오실만한 분들은 다 오신거 같다.
대부분 한두번은 같이 산행을 한 분들이어서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좋은친구님도 오셨고, 토스카님도 오셨고,,,,어라? 보보스회장님도 오셨네?
그런데 복장이 영 불량이다. (사제복 차림이었다)
알고보니 낮에 이미 산행코스 답지하고 일이 생겨 야간산행은 같이 못하신단다.
산행코스를 문제로 잠시 의견조율이 있었다.(왜그런지는 딴짓하느냐고 자세히 못 들었다)
어쨋거나 장군바위로 해서 부용묘에 거쳐 하산하는 것으로 결정을 본 것 같다.
부용묘를 가야 한다는 보조개대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모양이다. (장하다 보조개! 한우김하던데...^^?)
나같은 넘은 워낙 그런거엔 개념이 없다.
가자면 가고 말자면 마는 거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지만 꼭 나같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죽어.....'도 있다.(아주 가끔 나도 이 초식을 구사하기도 한다)
광덕산은 야등단골 태조산하구는 격이 다르다.
가파름도 그렇지만 여기엔 계곡이 있다.
계곡없는, 물이 없는 산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과 같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릴 들으며 산길을 오르자니 예전의 노래가락이 생각난다.
'물소리 까만 밤 반딧불 무리~ 그날이 생각나 눈감아 버렸다 ~ '
일기'란 노래다. 둘다섯이 불렀던가?
오늘이 그런 밤.....그런데 일기를 써본지가 얼마이던가?
돌골...아니 그뫼형님과 같이 산행을 시작했다.
'형님 저번에 말씀하신 중국 쓰구냥산은 언제 가셔요?"
'아 그거 처음부터 너무 높은거 같아서 일본 ~ 산으로 바꾸었어요'
아~ 띠바!
뭔 산인지 또 까먹었다. (쓰구냥도 간신히 외웠는데....)
쓰구냥산은 5,000m급, 일본의 ~ 산은 3,000m 급.....
출발일이 낼 모레란다. 오늘 야등은 체력 점검차 참가하셨다.
듣다보니 부럽기도 하고.....그런데 부러워도 막상 나보고 가자면 난 못갈거 같다....
산에서 3일씩 자야한다는데 .....
하긴 내가 언제부터 산에 다녓던가?
한데 지금은 아무런 스스럼없이 야간산행까지 하지 않는가?
이래서 첨이 어렵다.
알을 깨고 나오기가 어려운 거다. (헷세의 소설 '데미안'의 주테마다...'아프락삭스'하면 생각나시나?)
요즘 학교운동장에 우레탄을 깔아준다.
비용은 시에서 부담하는 대신 학교에선 운동장을 개방하는 조건이라구 한다.
일봉초등학교가 요즘 이공사가 한창이다.
그바람에 열흘가까이 달리지를 못했다.
땀 한번 시원하게 내고자 그뫼 형님을 제치고 벽오동님을 따라 나섰다.(벽오동님이 오늘 선두를 맡았다)
벽오동님은 식물에 대한 조예가 깊다.
한때 600종 정도를 구분하셨다니 대단하다.(난 청산님이 최곤줄 알았다...^^)
그뿐인가? 오래동안 서예를 하셨다고 한다. 호는 梅堂.
광덕산 근처에 사셔서 그런지 지리에도 훤하다.
렌턴도 없이 혼자 오르시던 횐분과 이야기하다가 탁구이야기가 나왔는데 (지송! 닉이 생각 안난다.)
벽오동님은 탁구에도 조예가 있으시다고 한다.(이 양반 못하는 게 뭔가?)
내가 목요일마다 하는 탁구모임에 한번 모셔야 할거 같다.
용암마을정면에 있는 용암탁구장에서 모이는데 이름은 '목탁회'다. (당근 내가 지었다)
혹 관심있는 분들은 목욜 저녁드시구 8시쯤 오시면 된다.(회원이라구 몇명되지도 않는다...^^)
얼마나 지났나?
숨이 가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이제 그정도 레벨은 지났다.
소원대로 원없이 땀을 흘리다보니 어느 덧 장군바위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늘은 여기가 정상이다.
갑자지 답배 한가치가 생각난다. (이루대장 어디 갔나^^?)
아무리 둘러봐도 담배피우는 분은 없는 거 같다.
이때 누군가 반갑게도 담배를 한대 피운다.
알고보니 좋은 친구님! 나랑은 도봉산행때 옆자리에 탄 인연이 있는분.
염치불구 한까치 얻었다.(아내가 끊으라면 끊어볼 요량인데.....결정적으로 아직 아내가 없다는거....^^)
여기, 장군바위에서 야식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편다.
나는 다이어트를 핑계삼아 물한병만 들고 산을 오른 터라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보조개님이 부른다.
'그대로님 이리 오세요'
'아닙니다. 나 다이어트중입니다....'
옆에서 부메랑형님이 과일을 꺼내며
'과일은 괜찮아..... 먹어두 돼'
후 후 고마운 부메랑 형님!
솔직히 빈손으로 온것이 미안해 안 먹는다구 했지 사실 바빠서 저녁두 굶었다.
못이기는 척하구 따라 나섰다.
그뫼형님곁에 앉으니 가져오신 포천막걸리부터 한잔 딸아주신다.
빈속이라 그런지 들어가면서 부터 속이 찌릿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자게 먹었다. (안 먹었으면 후회할뻔 했다)
항상 비슷한 메뉴이지만 오늘은 떡종류가 많앗던거 같다.
오늘의 힛트작은 부메랑 형수님이 가져오신 부침개와 보조개님이 담근 열무김치!
부메랑형수님이야 주부짬밥을 따져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보조개대장은 정말 의외다.
개나리님은 웬 떡을 그리 잘 드시는지......(난 갠적으루 빵보다 떡을 좋아하는 여자가 좋다...^^)
주량이님은 어제 과음으로 술은 못하겠다더니 나중에 보니 잘만 드신다.
이래서 술꾼의 '금주선언'은 믿을 것이 못된다...^^
덕분에 한잔씩 주고 받으며 정모때 실수(?)를 만회했다.
늘님은 늘 분주하다.
사람 찾는다고 분주하고 사진찍느냐고 더 분주하다.(장동건님이 좀 늦게 오셨다)
난 산에 다니며 젤 듣기 싫은 말이 "빠꾸"란 소리다.
죽을똥 살똥 올라갔는데 다시 내려와야 한다니......'야마'가 확 돌아 버린다.
그런데도 늘님은 아랑곳 하지않고 되집어 다녀온다. (이분 왜케 사람이 좋은건가...!)
늘님의 배려로 용기를 내서 소라님 어깨를 보듬고 한장 찍어도 보고.....(첨으로 해봤는데 이거 기분 괜찮다...^^)
부용묘로가는 하산길은 폭이 좁다.
게다가 물까지 바닥에 흘러 다들 조심 조심이다.
그런데 왜 부용묘를 들려야 하지?
얼마전 '태양의눈'형님이 대낮에 귀신을 봤다나?
이거 보통 분이 아니지 않는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니.......(영화 '식스센스'가 생각난다)
난 이런 묘가 광덕산에 있는 줄도 몰랏다.
사방은 적막하고 칠흙처럼 어두운데 렌턴 불빛만 여기 저기 어지럽다.
묘지를 간다니까 서로들 귀신 웃음소리를 흉내내며 놀려댄다.
그래도 산사람 목소리엔 생기가 있으니 그리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든다.(난 무서운영화는 절대 안 본다)
처음처럼님은 장난꾸러기다.
슬그머니 뒤에 나타나 풀잎으로 목털미를 간지르곤 기겁하는 여자횐님들을 보며 혼자 키득거린다.
이제 그 부용묘에 도착했다.
무성한 방초사이로 '시인운초김부용지묘'란 비석이 보였다.
여기가 거긴가?
비석의 뒤면을 보니 간략한 일대기가 세겨져 있다.
정조때 사람이고 평안도에서 태어났는데 부군의 고향인 이곳 광덕에 묻히길 유언으로 남겼다.
주량이님이 술과 포를 꺼낸다.
두루미님은 미리 준비한 시를 꺼내고(부용이 지은 시라고 한다)
벽오동님이 한시를 읆고 두루미님이 해석을 해 주었다.
그 시를 여기에 옮기려 햇는데 이미 도란도란에 올렷단다.
나두 일일이 한자전환하기두 귀찮아서 생략하기로 한다.(이거 꽤 길다....^^)
옛 고인의 자취를 찾아 술한잔 올리고 그분의 시한수 읆조리니 야심한 시각이지만 풍류가 배어난다.
설령 영면을 방해했더라도 흠모의 정만은 어여삐 보아주셧을 터!
한모금씩 음복을 하고 간단히 묵념을 하고선 부용묘를 빠져나왓다.
어느새 시간은 10시 30분을 넘기고.....
출발지에 도착하니 장동건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나눠 준다.
멋적은 웃음에 같이 못한 아쉬움이 엿보였다.
장동건님은 늦게 출발한데다가 중간에 길이 엊갈려 미리 하산해서 기다리고 있엇던 것이다.
허~ 나같으면 이럴때 어떻게 했을까......?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스크림 대접을 했을까?
갑자기 해골 복잡해진다.
늦엇지만 다들 아쉬운 눈치다.
하지만 어쩌랴~ 세상에 흩어지지 않는 연석이 있엇던가?
結者解之고 去者는 必返이니 또 볼날이 있겠지.
시간을 보려고 핸펀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가 3통.....권모씨. 현모씨,허모씨....
각기 다른 이름이지만 용건은 하나!
아마 같이 모여 한잔들 하는 모양이다.
전화를 걸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같이들 있다.
장소는 쌍용동!
올때는 볼레...아니 부메랑형님신세를 졌지만 갈때는 개나리님 차에 올랏다.
불당동사시니 가는 길에 떨궈 주면 된다.
차안에서 이런 애기 저런 얘기......
말씀을 듣다보니 얌전한 외모와는 다르게 매사 적극적인 분 아닌가?
그래선지 산행도 카페활동도 참 열심히 하신다.
나만 대충 대충, 뜨문 뜨문, 일 삼 오 칠 구로 사는거 같다.(이 사 육 팔 장인가....^^?)
이제 천안...
남부대로로 진입하려는데 뒷에 따라오던 차가 휭하니 지나면서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누군가 했더니 처음처럼님!
이런건가?
장동건님을 봐도 그렇고, 늘형도 그렇고, 부메랑형도 그렇고......
사람사는 정이란 것이 다 이런 건가?
첫댓글 나머진 나중에 봐야겠네요 일가야되요
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