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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01
1. 복도. 인천공항. 낮.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
트렁크 끌며 걸어가는 여승무원의 뒷모습. 걷다가 주춤주춤 멈춰선다.
수아 : (문자 확인중) 말레이시아? 나랑 효은이가 거길 왜 가? (하는데 전화가 온다. 받는다) 네. 저 인천요. 이 문자 뭐에요?
2. 연결통로. 시드니공항. 낮.
기장모자 눌러쓰고. 한손에는 가방 들고 성큼성큼 절도 있게 걸어가는 진석.
진석 : (전화중) 당신 비행 간 사이에 국제학교 합격통지서 날라 왔고 입학에 홈스테이까지. 이틀만에 다 처리했어.
그 뒤로 케빈(부기장) 따라 나서고.
진석 : 당신은 바로 가서 효은이 짐 싸고 티켓팅 시간까지 공항으로 오면 돼. (기내로 들어간다)
3. 복도. 인천공항. 낮.
수아 : (무빙워크로 올라서다 발을 헛디딜 뻔. 놀라서) 효은이가 국제학굘요? 갑자기? 나 비행 전까지 그런 얘기 없었잖아요.
진석(E) : 연락 왔을 때 자네가 없었던 거지.
수아 : (정신없다) 효은인 뭐래요?
진석(E) : 사주는 거 입을 나이에 의견은..
수아 : ! (옆 사람과 살짝 부딪히자 얼른 트렁크가방 옆으로 돌리며) 승무원톤. 끝 살짝 올리는) 죄송합니다.
진석(E) : 맨날 죄송.
4. 복도. 기내. 시드니공항.
복도를 지나 비즈니스석을 지나 조종실 앞으로.
진석 : 전화위복. 뉴질랜드 엎어져서 박효은 붕 뜨고 한심했는데. 잘 됐어.
애 챙겨서 시간 맞춰 와. 나 시드니야. 비행 시작. 공항서 보자구. (끊는다)
5. 복도. 인천공항. 낮.
수아 : (헉. 이게 무슨 날벼락) 이런 경우가! (끊겼다) 박기장님!
미치겠는 수아. 일단 속도 내서 걷는다.
앞으로 승무원 일행이 일렬로 죽 걸어간다. 대열에 슥 합류하는 수아. (전화 받느라 뒤처진 것)
승무원들 사이를 헤치고 맨 앞으로. 선두에 선 박창훈사무장 뒤로 가 선다.
일렬로 걸어가는 승무원들.
6. 칵핏(조종실). 기내.
안에 있던 부조종사(케빈)가 길 비켜주고.
진석, 모자 벗어 옷걸이에 걸며 재킷 단추 끄른다.
7. 공항게이트 앞. 낮.
게이트 앞. 트렁크 끌고 나오는 수아. 초조하고 불안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
버스정류장에 섰다가. 다시 택시 타는 곳까지 서둘러 걸어간다.
탁 트인 하늘.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보인다. <공 항 가 는 길>
8. 거실. 수아집. 낮.
놀라서 보는 수아.
효은, 그 작은 몸 웅크리고 엎드려 걸레질 중.
효은 : (열심히 닦은 데 또 닦고) 나 혼자 잘하지? (미소) 할머니두 내가 일찍 가시라고 했어.
수아 : 효은아..
효은 : 뉴질랜드 고모네두 웃겼어. 외할머니 나 봐줄 때 내가 문제 있었어? 외할머니 돌아가시니까 갑자기 고모한테 안 감
큰일 날 것처럼. 고모 있으니까 간단거지. 내가 언제 영어실력 키우구 싶대? 맨날 글로발. 난 글로발 몰라.
수아 : ...엄마도 좀 전에 들었어. 아빠 통보가 엄마두 (황당하긴 한데. 하려다 말 삼킨다)
효은 : 그니까! 어마어마하게 기가 막히다니까. 어제 갑자기 가래.
수아 : 아는데. 고모 다치구 뉴질랜드 엎어지면서 너 여기 학교 싫어했잖아.
효은 : 쪽팔려서 그랬지! 환송회 하자마자 다음날! 엄마가 그 쪽팔림을 알아? 울고불고 다 끌어안구 인사하고 교과서 갖다버리구.
다 했는데, 바로 다음날 학교 가서 급식비 다시 내구. 옆 반 가서 체육복 빌리구!
수아 : (그래그래 걸레 뺏어서) 듣기만 해두 쪽팔리다. 힘들었다..
효은 : 그렇다구 딸을 아무데나 막 보내?!
수아 : 거기 아무데나 아냐. 좋아. 안전하구. 미진이모 건너건너 까다로운 집 애 거기 보냈대. 다 알아보구 웨이팅한거지.
효은 : 엄마(울먹울먹) 아빠편이야? 날 보내야 둘이 맘 놓구 일해?
수아 : 그게 아니구.
효은 : 어떻게 딸을 이렇게 막 보내냐... 무슨... 부모가.. (소파에 엎어진다. 대성통곡)
수아 : (옆으루 가서) 엄마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가니까.
효은 : (그렁그렁한 눈으루 엄마 본다) ...무서워..
수아 : (안아준다)
9. 몽타주.
(효은이 아침에 공항에 가기까지 밤새 효은이 줄 거 챙기고. 집안 살림하는 정신없는 모습. 베테랑 승무원답게 신속 정확)
-승무원복 스커트에 티 하나 입은 채 멸치 볶는 수아, 통에 넣어 한 김 식히고.
-베란다. 들고 다녔던 트렁크에 있던 옷들 얼른 세탁기에 넣고. 빨래걸이에 널린 마른 옷들 선 채로 개키고.
-안방. 옷 서랍에 일일이 넣으려 앉다보니 스커트다. ‘에고 내 정신아.’
-거실. 이민자가방에 옷들 꽉꽉 쑤셔 넣는다.
-베란다. 세탁기에서 빨래 꺼내 널며 거실 시계를 보면 새벽 5시 반. 밖을 본다. 어슴푸레한 하늘.
10. 2층 작업실. 소월로. 새벽.
파노라마같이 펼쳐진 차창너머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새벽풍경.
6~70년대 음악이 흐르는 긴 원목책상 위 스탠드불빛아래. 컴퓨터화면에 3D화면의 설계도 보인다.
그 옆으로는 한옥 창호문, 창살, 손잡이 등등이 실물로 혹은 미니어처로 사진으로 잔뜩 놓여있다.
그 옆으로는 제도판, T자 트레이상자 등(전통적인 설계도구들) 트레이싱페이퍼들이 널려있고. 작은 램프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맨발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집중하고 있는 도우. 펜 움직여서 설계도 수정 중.
신발장을 정통문으로 교체. (이층집 외관은 두고 인테리어는 전통방식으로 섞는)
마당으로 이동. 연못과 다리. 나무. 한국식 정원으로 넣는.
옆에 놓은 핸드폰이 울린다. ‘애니’ 이름 뜨고.
허공에 대고 리모콘 누르자 음악 정지.
11. 계단. 새벽.
탕탕탕탕 계단(작업실에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외부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도우.
중간에 세워있는 킥보드 낚아채듯이 잡아서 뛰어 내려간다.
애니(E) : 아빠! 얼른! 얼른!
12. 한강변. 해뜰 무렵.
차에서 서둘러 내리는 도우. 하늘을 살피고. 트렁크에서 킥보드를 꺼내더니, 달리기 시작.
핸드폰으로 일출장면이 보이도록 각도를 잡아가며 달린다.
애니(E) : 잘 보여! 완전 잘 보여! 한국하늘이랑 여기랑 달라.
도우 : 한국하늘 아래 너 올 날만 기다리는 할머니 생각해 봐라. 이번엔 한국 온다! 안 온다?!
애니(E) : 감상중이니까, 속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센치해지면 맘 바뀔지 모릅니다. 아빠! 고!
도우 : 오케이! (속도를 낸다)
킥보드 타고 달리는 도우. 핸드폰으로 일출장면이 보이도록 각도를 잡아가며 달린다.
13. 효은애니방. 새벽. <말레이시아>
애니, 풍선 불다 말고(효은이 온다고 방 꾸미는 중) 전화중.
애니 : (화상통화중) 아빠가 말했던 룸메. 곧 올건가봐. 방도 치워야 하구 할 일이 태산이야. 거저 아냐.
메리이모가 하루에 오십링깃씩 준댔어. 모아서 다리미 살려구! 메리이모 얼마 전에 다리미 망가졌거든. 이십년 쓰신 거!
도우(E) : 기특하니 뭐라 할 수가 있나.
애니 : (미소)
14. 한강둔치. 아침.
천천히 킥보드 몰며 전화 받는 도우.
애니(E) : 미안. 다음 할머니생신 때는 꼭 갈게요. 꼭.
도우 : (할 수 없다는 듯. 천천히 킥보드 몬다)
15. 효은애니방. 아침. <말레이시아>
침대위에 걸터앉아있는 애니. 도우가 보여준 일출을 재생 또 재생.
핸드폰이 울린다. mom이라고 뜬다.
애니 : (받는다. 건조하게) 안 간다고 했어요. 네. 괜찮아요.
16. 입구-전시실-가옥. 도우집. 아침.
전통한옥가옥. 대문너머 중문. 중문건너 전시실이다. (도우의 동선으로 대략의 도우집전경이 보인다)
전시실 입구에 서서 유리를 닦고 있는 경숙(인턴.27).
도우 : 일찍 나왔네.
경숙 : 전시 준비 때문에요. 학예사님두 밤 샜어요.
도우 : (전시실 내부를 본다. 우드 박스가 산처럼 쌓여있다. 그 앞으로 혜원이 보인다)
혜원 : (목록과 나무상자 일일이 대조 중. 일에 집중)
도우 : (방해하지 않고 자리 뜬다)
전시실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가옥(도우집)이. 왼쪽으로 고택(고은희 기거)이 보인다.
전시실 지나 가옥으로 올라가는 도우.
17. 주방. 도우집. 아침.
커피를 내리는 도우(샤워하고 막 나왔다. 젖은 머리. 수건 어깨에).
들어오는 혜원. 빵을 토스트 기계에 넣고 스위치 누른다(평소에 둘의 분업이 잘 된 느낌).
옆에 있는 혜원의 어깨를 살짝 만져주는(도우는 스킨십이 많고 자연스럽다)
혜원, 도우 어깨 위 수건 집어서 다용도실로. 빨래수거함 통에.
도우 : 애니 못 온다네. (식탁에 세팅)
혜원 : (다시 와서, 도우 옆으로 머그컵 놓아주고. 식탁에 토스트 된 빵 놓고) 오는 게 이상한거지.
잘 사는 앨 왜 자꾸 오라구 해. 어머님한테 괜한 기대하게 만들구.
도우 : 너무 강하게 키웠나...? (머그컵에 커피 붓고)
혜원 : 언젠 자립심 있다고 좋다며. (착석. 아무렇지 않게) 이제 본론을 얘기해볼까?
도우 : (무슨 말 할지 안다. 커피 혜원 앞으로 준다)
혜원 : 싱가포르. 하노이도 벅차. 쿠알라룸푸르 추가하자고 할 때 내가 반대한 거 맞아. 이거 포장이사 아니잖아.
어머니 매듭작품만 해도 포장하는 데만 삼박사일이야. 양단에 싸고, 진주핀으로 고정해서 또 싸고,
하나하나 나무상자에 넣고. 다른 선생님 작품들까지 합치면 상자만 백여개야. 이걸 도시 옮길 때마다 해야 돼.
그래서 반대한건데 극구 추가를 했더라. 이런 어마어마한 사실을 전시 주관한 학예사가 (나-라는 손짓) 젤 늦게 알았구.
도우 : (미소. 냉장고에서 씻어놓은 과일 꺼내서 놓고는 착석. 난감한 척) 어머님이 애니 있는 데 가야 한다구 극구 우기시더니...
결국 하시네.. (지나가는 말로) 내가 뭐 도울 건 없나?
혜원 : (핸드폰으로 검색. 클릭) 세 시간 뒤에 있네.
도우 : ?
혜원 : (클릭) 오늘 강의 없는 거 확인했고. 항공 예약했어. 전시실 사전답사. 도면 받자마자 도우씨한테 메일로 쏠게. 해줄 거지?
도우 : (팔을 머리 뒤로 올리고 살짝 몸을 뒤로 젖힌다. 난처하지만 헛웃음. 종종 하는 도우의 행동) 그럼. 해야지..
18. 수아아파트 앞. 아침.
이민자가방 두 개와 기내용 트렁크 두 개가 조르르 놓여있고. 그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효은.
수아, 트렁크부터 짐칸에 올리는데, 가방을 죽 보던 택시기사.
기사 : 아고. 이 뚱땡이가방 무게 초과야! 안돼요.
수아 : (단호) 그럴 리 없습니다.
효은 : (따라서) 그럴 리 없다구요.
기사 : 내가 이런 거 한두 번 옮기나. 딱 보면 알아. 대합실서 이불 빼고 난리.
수아 : (스티커 부친 가방을 들어올린다. 허리가 뒤로 꺾어질 듯 무겁다) 이십사...쩜 오.
19. 티켓팅카운터 앞. 인천공항.
수하물에 스티커 이민자가방이 올라간다.
직원 : 24.5킬로요. (미소) 입국하시자마자 출국이신가봐요. (하다가 티켓 보더니) 아. 기장님은 아니시네. (티켓 내준다)
진석 : (한마디 더 거는 이런 관심 익숙하다. 모자 살짝 올리며) 수고하십쇼.
진석, 기다리고 있는 수아 쪽으로.
진석 : (티켓 넘긴다) 효은이 아직두 성질이야?
수아 : (받은 티켓 백에 넣으며) 화내는 거 아녜요. 무서워서 저러지. 맘 편하게 해줘요. 그래두 간다구 여까지 왔잖아.
진석 : 안 오면. (이런이런) 자네, 판단이 잘 안서나 본데. 여기 국제학교 영어에 중국어가 덤이야.
밥 먹듯이 해외 나가는 사람이 이게 어떤 경쟁력인지 모르나? 둘이 신나서 와도 모자랄 판에.
수아 : ...
20. 벤치. 인천공항.
벤치에 앉아있는 진석과 효은.
효은 : ...엄마한테 잘해줘.
진석 : 넌 아빠한테나 잘해봐라.
효은 : 아빤 딸이 가는 마당에 그게 할 소리야? 아빠가 가라구 난리만 안 쳤어두 엄마 나 안 보냈어!
공부 못한다구 맨날 구박하구. 외할머닌 나 기특(말하다가 울컥) 기특하다구..
진석 : 넌 조기유학 보내준 지금, 이 순간을 두고두고 고마워하게 될거다.
효은 : (울컥. 얼굴 돌린다)
진석 : 가서 안 온다는 말이나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효은 : 뭘 알아들어야 하든가..
진석 : (인상 쓰는데. ‘기장님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승무원들. 갑자기 효은이 머리 쓰담쓰담. 딱히 할 말이 없는)
효은 : 아빠 미워.
진석 : (미소) 녀석... 잘 다녀와.
수아 : (다가온다) 가자. 필요한 거 대충 다 샀어. 엄마가 들락날락할 때마다 사다줄 테니까 가서 생각해두 되구.
효은 : (일어나지 않는다)
진석 : (일어나서) 박효은. (팔 내민다)
효은 : (팔 뻗어서 엄마 쪽으로 정확히 조준)
진석 : (얼른 팔 거두고)
수아 : (효은이 손잡고 일으킨다)
-복도
수아 손 꼭 잡고 가는 효은.
21. 기내.
수아, 선반에 자신의 가방 올리고, 옆의 아줌마에게.
수아 : (몸에 베인 승무원말투에 미소까지) 손님. 제가 들어드릴까요?
아줌마 : (같은 손님끼리?!) 무거운데..
수아 : (양손으로 가뿐하게 들어올린다. 힘이 장사다. 자리로)
효은 : (모두 체념한 듯 창밖만 본다) 외할머니 계셨음 나 안 보냈을텐데..
수아 : (효은이 손바닥을 살살 문지른다. 쓰다듬듯) 손바닥이랑 심장은 연결되어 있대.
니가 불안해하는 거. 무서운 거. 엄마가 쓰다듬어 주는거야. 괜찮다...괜찮다...
효은 : ...
사이. 어두운 기내. 수아 자리에 독서등이 켜진다.
수아, 잠자고 있는 효은이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머리 만져주고는 손 꼭 잡는다.
대각선방향의 어느 자리에 독서등이 켜진다. 도우다. 책을 읽는다.
수아와 도우자리만 환하다.
22. 메리집 앞. 오후. <말레이시아>
수아, 양손에 이민자 가방 두 개 힘겹게 끌고.
효은, 양손에 수아의 트렁크와 효은의 기내캐리어 끌고 메리집 앞에 도착.
불안하게 주변을 보는 효은.
수아, 그런 효은 걱정스럽게 보다가 효은과 눈이 마주치자 미소. 그 위로 ‘딩동~’ 벨소리.
23. 거실. 메리집. 오후. <말레이시아>
천장에 둥둥 떠다니는 풍선들. ‘Welcome’이라는 한지에 쓴 글씨(모두 애니와 메리가 만든 것들).
메리 : 효은아! (말레이시아 음료 건넨다)
효은 :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고) 감사합니다. (마신다. 눈이 번쩍) 맛있어.
메리 : (엄마 미소) 한국애들이 이건 다 좋아해요.
수아 : (메리를 유심히 본다. 좋은 사람이네)
메리 : (수아 시선 의식. 걱정하는 거 보인다) 효은이 너 행운아야. 너랑 같은 방 쓰는 언니 세상서 젤 좋거든!
밤새 이거 다 만들구. 효은이 너 온다구 방 싹 청소하구.
효은 : (신기하듯 보다. 미소 지으며 엄마 손을 꽉 잡는다)
수아 : (효은이 미소에 안도)
24. 효은애니방. 메리집. 오후. <말레이시아>
트렁크 끌고 들어오는 수아. 효은이 침대 위에도 풍선이 둥둥 떠 있다.
방을 둘러본다. 오른쪽 침대, 책상에 애니의 물건들이 보인다.
책상 위에 놓인 사진들. 죄다 풍경 사진이다(도우가 보내온 서울사진 포함).
수아, 얼른 트렁크에서 승무원유니폼 꺼낸다.
25. 거실. 메리집. 오후. <말레이시아>
효은이 방을 나오는 승무원복의 수아.
효은 : (두리번두리번)
수아 : (애써 미소)
메리 : (수아를 보며) 엄마 마음이 편해야 아이도 잘 지냅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수아 : (가서 안으며) 효은아... 엄마 출근.
효은 : (안기며) 다음 비행 때 올 거지?
수아 : (끄덕. 미소)
효은 : (눈물이 그렁) 엄마 안녕히...다녀...빨리 다녀오세요.
수아 : (안는다. 짧게 한숨이)
26. 메리집 앞. 오후. <말레이시아>
트렁크 끌고 집을 나서는 수아. 몇 발자국 가지 못해 돌아본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27. 전시실. 오후. <말레이시아>
도우, 태블릿PC로 도면 열어놓고 육안으로 보면서 다른 점을 적는다. 에어컨 위치 파악해서 도면에 써놓고.
28. 국제학교 앞. 오후. <말레이시아>
차 앞의 도우. 애니, 달려 나오면서.
애니 : 진짜 아빠야!? 아빠!
도우 : (미소. 차 문 열어준다)
애니 : (보조석에 타자)
도우 : (운전석에 타자마자 전시회 팸플릿 건넨다) 이거 때문에 아빠도 잠깐 들른 거야.
친구들 데리구 와서 할머니 작품. 석이삼촌 작품. 자랑도 하고.
애니 : (팸플릿 본다) 할머니다..... (하다가 주머니에서 옥구슬을 꺼내 보여준다) 아빠. 이거.
도우 : (본다)
애니 : 할머니가 나 여기 올 때 준거. 항상 주머니에 꼭 넣구 다녀.
할머니한테두 꼭 전해줘. 내가 항상 할머니 주머니에 모시고 다닌다구.
도우 : (웃음) 좋아하시겠다.
29. 차 안. 길. 오후. <말레이시아>
시내를 벗어나 달리는 차. 차창풍경을 신나서 보는 애니.
30. 푸트라자야. 오후-해질 무렵. <말레이시아>
와와산브릿지 위에서 강을 바라보며.
애니 : 여기 꼭 한강 같지 않아.
도우 :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애니 : 다리두 있구. 아파트에. 여기 오면 한강 생각 나.
도우 : (이거 이거) 이런 걸 다 찾아낼 정도면 심각하게 그리운 건데.
애니 : ..
도우 : (떠보는 듯) 이렇게 그리워서 어떻게 살아. 아빠 온 김에 같이 가자. 뭐가 문제야.
애니 : 아빠가 뭘 모르네. 그리운 게 얼마나 좋은 건데. 기다리기만 하면 되잖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만날 거니까.
얼마나 희망적이야.
도우 : (갸웃) 첨 듣는 논린데.
애니 : 그거 맞아. 그래서 난 아주 힘이 나~
도우 : (끄덕끄덕) 딸한테 큰 거 하나 배운다. (웃음)
애니 : (뿌듯)
도우 : (강 보며) 한강 조오타~
애니 : 그치?! (웃음)
도우 : (철강 모스크) 저건 국회의사당, 저건 밤섬. 저건 서강대교.
애니 : (푸하하하)
도우 : 역시 한강은 해지는 모습이. (예술이야)
애니 : (엄지 척)
도우 : (같이 웃는다)
다정하게 노을 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애니와 도우.
31. 승무원브리핑실. 쿠알라룸푸르공항. 밤. <말레이시아>
당당한 포즈의 미진. 차가운 눈매로 승무원들 하나하나 살핀다.
미진 : 거기 둘. 어피런스체크 다시.
지적받은 둘(주현, 혜진), 마주보며 서로의 외모를 보더니 ‘좋습니다’ 얘기해주고. 뒤태도 봐주고.
문 열리며.
수아 : 죄송합니다.
미진 : (무시) 김연아씨 사정상, 출국행에는 최수아씨가 탑승합니다.
처음 보는 분들도 많을텐데 언제, 또 어떤 식으로 부딪힐지 모르니까 간단하게 인사하도록.
수아 : 안녕하세요. 오늘 임시부사무장을 맡은 최수압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32. 승무원담당구역. 기내. 밤. <말레이시아>
-승무원담당구역에 착착착 놓이는 트렁크들.
-모두가 3cm기내화로 갈아 신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미진(사무장)과 수아(부사무장), 신발 갈아 신고 옷매무새 다듬으며.
수아 : 울먹울먹 하는 애 혼자 두고 오는데.. 내가 뭘 한건가 싶다..
미진 : (애엄마 이해 못한다) 열심히 홈스테이 알아봐주구 스케줄 조정해주구.
수아 : (한숨) 일은 해야겠구, 애는 키워야 하구. 뭔 부귀영화를 보겠다구 이걸 다 움켜쥐고...
미진 : 살다 살다. 애 덜컥 들어서서 결혼할 때두 덤덤하던 애가 참. 대단타 박효은. 최수알 발 동동 구르게 만들구.
수아 : (그저 한숨)
미진 : 웬 한숨.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해외여행 밥 먹듯이 하는 워킹맘에.
애는 떨어져있어. 남편은 고소득인데, 심지어 가끔 집에 와. 다 가진 분이세요.
수아 : (어이없다) 적은 내부에 있다니까.
미진 : 그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랬잖습니까. 아는 사람 눈엔 일에 육아에, 헉헉거리는 일줌마십니다. 최수아씨.
그럼(정색). 우리 모두 개인사 훌훌 털어버리고 (승무원 급미소) 수고하십쇼.
수아 : 네. (미소) 수고하십쇼.
미진은 비지니스 쪽으로, 수아는 이코노미 쪽으로.
33. 그리고.
-수아, 복도를 천천히 다니며 매의 눈으로 좌석체크. 동시에 좌석 위아래 보면서 청소상태 확인.
눈으로 왔다갔다 하더니 신발까지 벗고 좌석에 올라가 오버헤드빈(over-head bean. 선반)을 들여다본다.
숙련된 손길과 눈매의 수아다.
-갤리> 얼음 상자 쏟아 붓는 수아. 주현, 음료수 얼음 속에 넣고 손 시려서 인상 쓴다.
수아, 팔 걷어 부치고 얼음 깊이 음료수 팍팍 꽃아 넣고. 음식 트레이 하나씩 꺼내서 이동, 검사하고.
정신 하나도 없는 수아. 머리 다 흐트러지고.
-비즈니스석> 미진. 좌석 하나씩 집으며 천천히 걷지만 눈은 위아래. 손님좌석. 모니터 등 상하좌우 빠르고 정확하게 훑는다.
-다닥다닥 달려서 자신들의 듀티 위치에 서는 승무원들.
허리춤에 옷 삐져 나와있는 주현, 자신의 구역에 서서 신속하게 외관 정리한다.
앞단추 제대로 여미는 혜진도 미소 지으며 손 모으고 선다.
-출구 앞으로 가는 수아. 자세 잡고 미소 짓는다.
-외진복도> 시간 확인하면서 달리는 도우.
-출입구> 탑승객들 티켓 받으며 인사 건네는 수아. 다 탔나? 텅 빈 연결통로 보는데, 한 남자가 급하게 뛰어온다. 도우다.
단둘만 있는 연결통로. 숨 몰아쉬며 티켓 내미는 도우와 미소로 받아드는 수아.
34. 점프시트(수아자리). 기내. 밤. <말레이시아>
-수아, 오가며 헤드카운팅 실시(손으로 누를 수 있는 손안의 작은 기계. 승객수 체크) 도우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점프시트 건너편. 비상좌석 ABC 모두 건장한 남자들이 앉아있다.
수아 : (비상좌석 손님 앞으로) 손님. 여기는 비상좌석입니다. 비상시에 도움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남자 셋 고개 끄덕이자) 네 감사합니다.
-딩동~ 벨소리 울리자.
수아, 옆에 있는 화장실문 열어 아무도 없는 것 체크. 젖혀있는 화장실문 닫고, 점프시트 내려서 앉고 벨트 멘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는 기장의 인사말 나오고.
시선 45도로 다른 구역의 손님 보는 수아. (일부러 비상좌석 손님과 눈 마주치지 않는다)
효은이 또래 여학생이 엄마와 수다 떠는 것을 보자.
#씬25. 눈물이 그렁그렁한 효은.
수아, 복받친다. 얼른 눈물 훔치는데, 시선이 느껴진다.
정면(B석)에 앉아있는 남자, 뚫어져라 수아를 본다. 수아는 못 본 척.
다리를 일부러 길게 뻗는 남자. 수아 다리에 닿는다.
수아 : (다리 피한다)
B석 : 아까 우시지 않았나..?
수아 : 아닙니다. (그저 미소)
B석 : 스물아홉? 서른? 딱 고 나인데.
수아 : (수작 부리는 이런 인간들 많이 봤다. 그저 미소)
B석 : (자신만만) 서울서 볼래요?
수아 : (미소. 형식적인 멘트)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규정상 사적인 만남과 대화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B석 : (무안. 발끈) 사적인 눈물 흘렸잖아. 손님 앞에서 불안하게시리.
수아 : (이런 일 수도 없다. 의연하게) 죄송합니다, 손님. 조심하겠습니다.
(말하고 시선 45도로. 복받치는 감정 참으며 입술 앙 다문다)
35. 외진복도. 인천공항. 아침.
-무빙워크 위. 출국하려는 진석, 케빈 일행과(서있는 상태에서 움직이고)
마주 오는 방면으로 입국중인 미진과 수아 선두의 승무원 일행(걸어오고) (두 일행이 오가는 상황)
아는 사람들끼리 가볍게 목례 정도.
수아와 진석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 마냥 정면만 본다.
-승무원 무리 중 주현. 진석이 멀어지는 것을 뒤돌아보며.
주현 : (혜진 툭 친다) 저 사람. 시드니의 신사.
수아 : (들린다)
미진 : (들었다)
혜진 : 소문대로 멋지다.
주현 : 와이프가 승무원이래.
혜진 : 누구?
주현 : 모르지. 평범하대. 존재감 제로.
미진 멈추자, 뒤에 승무원들 우르르 정지.
수아 : (아서라..하는 눈짓)
미진 : 거기 둘.
둘 : !?
수아 : (듣기 싫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하고 가버리고)
미진 : (뭐라 말하려다가) 그래, 관두자.
주현 : (허걱!) 혹시 송선배님이 박기장님에... (설마! 하듯)
미진 : 저요. (부르르) 아닙니다.
36. 탈의실. 승무원사무실내. 인천공항. 오후.
탈의중인 미진. 평상에 앉아있는 수아. 미진이 트렁크 열려있다.
수아 : (혼자서 의자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 오바하지 마.
미진 : (소리) 니가 평범하대서 발끈 한 거 아냐. 박진석이 멋있다에서 발끈한 거지.
수아 : (웃음) 친구밖에 없다.. (핸드폰 만지작만지작) 얜 전화가 없어.
미진 : (소리) 야. 청승 떨지 말구. 거기. 내 트렁크 안에 원피스 몇 개 더 있거든. 아울렛 가서 산거. 하나 골라. 너두 같이 가자.
수아 : 가긴 어딜가. 효은이 전화 기다려야 돼.
미진 : (소리) 집에 틀어박혀서 뭘! 시드니 신사와이프 함 떠야지.
수아 : (주섬주섬 트렁크 안 본다. 택도 안 뗀 옷들) 이건 90프로 쳤네. 잘 건졌다. 옛날에 너랑 아울렛 무지 뒤지고 다녔는데...
미진 : (나온다. 완전 스타일리쉬한 블링블링 드레스 옷 입고)
수아 : 아주 번쩍번쩍. 눈이 부시는구만.
미진 : 집에 틀어박혀 궁상떨지 말구 가서 술이나 마셔. 거기 수제맥주집, 하루에 백오십 잔밖에 안 판대. 핫한데야.
(수아가 만지작거리는 옷 보더니) 그거 입어. 니 옷 해.
수아 : 내가 효은이 낳구 이렇게 타이트한 원피슬 입어본 적이 없어요. (미진트렁크에 잘 넣는다)
미진 : 니가 그 잘난 몸매를 가리고 다니니까.. 그니까...
수아 : 평범하다구?
미진 : 그치. 푸하하하하.
수아 : 너 혼자 가. (핸드폰만 뚫어지게 보는데 울린다. 어? 효은이 아니다. 시어머니) 네, 어머니.
영숙(E) : 효은인 잘 갔구?
수아 : 네.
영숙(E) : 그래. 홀가분하겠구나.
수아 : (웬 홀가분?)
영숙(E) :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너나 애나 을마나 편하구 좋아. 너두, 너~무 나한테 섭섭해하는 거 아니다.
수아 : 그거 아녜요. 어머니..
영숙(E) : 내가 니들 안 괴롭히잖니. 같이 살자고 하니. 따박따박 뭘 바라니? 독거노인 자처하는데.
미진 : (트렁크 닫으려 하자)
수아 : (막는다. 피곤. 원피스 가리킨다. 꺼내)
미진 : (드레스 양손으로 어깨 잡고 흔들흔들)
37. 버스정류장. 오후.
전화 끊는 영숙. 어린이집 버스가 오자 기다리던 할머니들이 애들 데리러 조르르 간다.
혼자 남은 영숙.
영숙 : (조용히) 다 늙어서 저게 뭔 개고생이야.
(쯧쯧) 남편에. 자식에. 그 새끼들에. 뒷바라지까지. 사회분위기가 영~ (맘에 들지가 않아)
어느 할머니가 손주 손잡고 가면서 영숙에게 인사하자.
영숙 : (우아하게 손인사. 가는 뒷모습에) 내 절대 그러구 안삽니다.
38. 1층 가게. 소월로. 저녁.
작고 아담하고 수제맥주집. 북적거리는 사람들.
주방엔 주인인 현우는 맥주 내리랴,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하랴 분주.
말이 파티지. 캐주얼한 분위기에 간단한 chips안주. 모두 한손에 맥주 들고 웃고 떠들고.
현우 : (맥주 두 잔 미진에게 건넨다)
미진 : (놀라서 본다) 어디서 봤는데.. 그쵸?
현우 : (팔 아프다. 퉁명) 받으시죠.
미진 : (받아들고. 갸웃. 수아 쪽으로) 어디서 봤더라?
수아 : (꼭 붙는 원피스가 신경 쓰인다. 두 손 모아 복부 가린다)
상협 : 안녕하십니까!
수아 : (누..구?)
상협 : 지난달부터 투입된 신입 승무원 박상협이라고 합니다. 웬 미인분들인가 했더니... 역시, 우리 선배님.
(하더니 수아 보고는) 박기장님 와이프시죠?
수아 : (덤덤)
미진 : 여긴 왜 있니?
상협 : 제가 송선배와 동선이 은근 겹칩니다. 각종 파티 및 클럽.
미진 : 난 이젠 안 다녀. 여긴 진짜 아는 애 오픈행사라 온거지.
상협 : 아쉽다... 입사하기 전에 진짜 많이 봤는데. 교육받으면서 선배님 보고 완전 놀랐잖습니까.
미진 : 우리 안 사귄 게 어디니.
상협 : (푸하하, 수아 향해) 따님은 잘 도착했구요? (오지랖도)
미진 : 건 또 어디서 들었대.
수아 : (이상한 애군)
상협 : 완전 프리! 패션두 완전 작정하시고.
수아 : (슬슬 기분 나빠지기 시작)
미진 : (저쪽에 지은 발견하고) 지은아!
수아 : (자리 뜬다)
지은 : 쏭! 오랜만~ (위아래 훑더니) 뭐야 또 키 큰거야! 높은 거 신지 말랬지!
미진 : (봐라~ 하듯 납작 구두 보여주며 지은이 쪽으로) 뭘 오픈한 거야? 알고나 축하하자.
지은 : 오픈은 2년 전에 했고. 첫 의뢰 받구 감개무량해서 자축하는거지.
미진 : 그니까 넌 뭘하냐구.
지은 : 한옥인테리어라고나 할까. 난 공간디자이너. 명함 줄게. (가방 뒤적뒤적)
미진 : 놀고먹는 부잣집 딸인줄 알았는데 뭐야.. 능력까지. 짜증 나.
39. 야외. 저녁.
밖으로 나오는 수아. 난간에 기대어 밖을 본다. 반짝거리는 서울의 야경.
순간 #씬25. 눈가가 그렁그렁한 효은.
수아 : ...힘내라. 박효은. (하고 주변을 보니, 신이 난 청춘들. 자책하듯) 나 여기서 뭐한대니. (후다다닥 안으로 들어간다)
40. 1층 가게. 저녁.
미진 : 야. 쟤(현우 가리키며) 내가 어디서 봤지?
지은 : 내 친구. 나. 도우. 쟤. 예전에 같이 봤잖아!
미진 : 아 기억난다. 너. 저 주인. 그리구 (잠깐) 그게 서도우였어?
지은 : 응. 이 일 같이 해. 우리 유치원 때부터 친구잖아. (핸드백 뒤적뒤적) 명함을 하두 뿌렸더니..
미진 : 나 그때 서도우한테 무지하게 추근댔는데.. 유부남두 놀라운데 딸까지. 웬일이래. 나 유부는 제대루 찝어내는데?!
지은 : (가방 뒤적이며) 그땐(뭐라 말하려는데)
수아 : (미진 쪽으로)
미진 : (수아 보며, 야 일루 와봐)
수아 : (간다. 미진에게 조용히) 나 먼저 일어날게.
미진 : (안 들려) 뭐!?
지은 : (가방 안 여기저기 보며) 그땐 싱글이었구 애 딸린 여자랑 결혼한거지. 우리 대단한 도우가.
(고개 드는데. 미진은 딴 데 보고)
미진 : (수아 얘기 듣느라 지은 얘기는 듣지 못했다) 수아야. 여기.
지은 : 명함 없어. 나중에 줄게.
수아 : (미진에게 크게) 나 먼저 간다구. (하는데)
미진 : 인사해. (수아에게) 이 친구야.
수아 : ?
미진 : 효은이 홈스테이 소개해준 사람.
지은 : 아. 이분이~ 쏭의 친구면? 친구네 안녕~
수아 : (이런) 감사하다고 진즉에 말씀드린다는 게(난처) 미진아 잠깐만(나간다)
미진 : (따라 나가고)
상협 : (나가는 것을 보고는 고개 절레절레) 불쌍한 박기장.
41. 거리. 밤.
수아 : 효은이 룸메 아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고맙다구 인사도 못했는데!
미진 : 지금 하면 되잖아.
수아 : 그럼 이 차림으루 안 오지!
미진 : 유난떨구자빠졌네 진짜. 야 아줌마는 대놓고 놀면 잡혀가니? 그래서들 몰래 노나...
아니. 너만 당당하면 됐지. 슬퍼보여야 돼? 막 울어야 돼?
수아 : (됐다) 애초에 오는 게 아닌데.
그때, 차가 와서 선다. 성급히 내리는 도우, 가게로 향하는데.
미진 : (도우 봤다) 그렇지 그럼 저 사람이네. 가서 인사 하자.
수아 : 또 누구? 왜!
미진 : (똑바로 수아 보며) 효은이 룸메. 애니아빠. 서도우일지도 모를 사람.
수아 : (획 돌아선다!)
42. 1층 가게. 밤.
도우가 들어서자, 사람들 도우에게 인사하고. 도우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 아는 사람에게 손인사 정도.
현우가 건네는 맥주 하나 들고, 마시면서 대충 인사 하고 야외로 나가 계단으로 올라간다.
(1층 수제맥주집. 2층이 지은도우네 작업실)
43. 2층 작업실. 밤.
도우, 오자마자 컴퓨터 켜고, 자료들 쌓아놓고 분주. 맥주병 든 채로.
미진 : (소리) 서도우씨?
도우 : (본다. 누구지? 맥주 마신다)
미진 : (맞구나) 혹시.. 저 기억해요? 오년 전인가. 지은이랑 여기 맥주집 주인이랑 여럿이서 봤는데.
도우 : (기억 못한다. 무표정)
미진 : 제가 지은이 통해서 홈스테이 알아본..
도우 : (반가움) 효은이 엄마세요?
미진 : 제가 아니구, 제 친구가요. 같이 오긴 왔는데 반짝이타이트원피스 입구 절~대루 학부모 못 만난다네요.
44. 길/ 2층 창가. 밤.
(길 위의 수아/2층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도우)
겉옷을 주섬주섬 입는 수아. 핸드폰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수아 : (받는다) 네.
도우(E) : 안녕하세요. 저 효은이랑 같은 방 쓰는 애니 아빱니다. 소개가 기네.
수아 : (헉) 안녕하세요. (재킷 대충 걸친다) 제가 지금 밖이라..
도우 : (재킷 주섬주섬 입는 수아 뒷모습이 보인다) 근처라고 들어서요. 안으루 들어오시겠어요?
수아 : 그게... 들어가기가... (길 위에 주저앉는다. 웅크리고)
도우 : (멀리 다 보인다) 많이 힘드시죠?
수아 : 네?
도우 : 애 혼자 떨어져있는데. 당연히 힘들죠.
수아 : 나 힘든 건 상관없는데 (저도 모르게 속마음 터놓는) 미안해서요. 얜 지금 무섭구 두려울텐데. 난 웃고 떠들고...
어린앨 혼자 보낸 것두. 그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두. 그런 방법밖에 생각 못한 것두. 내가 엄마인 것두. 다... 미안하구.
도우 : (본다) 애 아플 때 몸 건강한 것두 미안하잖아요.
수아 : (걸 아는군. 이런 아빠두 있구나)
도우 : (그 맘 안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앤 거기 더 좋아합니다. 연락두 안하구. 도통 한국 들어올 생각을 안 해요.
수아 : (피식) 위로, 되네요. (하다가) 아! 가방! (벌떡 일어나 두리번) 저.. 잠깐만요!
(다시 수제맥주집 쪽으로 가면서) 가방을 두고 와서.
도우 : ? (계단 쪽으로 간다)
45. 1층 가게. 내부/ 2층과 1층 사이 계단. 밤.
-들어오는 수아. 트렁크 발견하고 곧장 그쪽으로 가는데.
건너편의 어느 남자가 핸드폰으로 전화하면서 수아 쪽을 본다. 저 남자가 서도우?
-계단으로 내려가려던 도우. 계단 가로막고 앉아 키스하는 커플 때문에 내려가지 못한다.
그들 뒤로 가려다 실패. 건너뛸 수도 없고. 잠깐 양해를 구할 수도 없고. 오도 가도 못하고.
-수아, 엄한 남자에게 가볍게 인사. 엉겁결에 그 남자도 목례.
수아 : (전화루) 이렇게나마 인사를 하게 되네요.
도우 : (???)
엄한 남자에게 다가오는 늘씬녀. 엄.남과 늘씬녀가 서로 인사하더니 엄.남 자연스럽게 핸드폰 끊는다.
뻘쭘해진 수아, 바로 핸드폰 끊는다.
46. 길/ 2층 창가. 밤.
수제맥주집에서 나오는 수아. 드르륵 드르륵. 가방이 도로 긁는 소리만.
수아 : 들어오라더니 진짜 인사만 하네. (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며) 인사라도 해서 다행이에요. 바쁘신 거 같더라구요.
도우 : (창가에서 수아 뒷모습 내려다보며) 지금 막 메리이모랑 통화했어요.
수아 : (놀람) 통화 됐어요?!
도우 : 효은이랑 애니랑 몇 년 산 애들처럼 밤새 얘기하구. 효은이 적응 이미 끝났다는데요. (웃음)
아침에 애니랑 학교도 같이 가고, 쉬는 시간마다 효은이 교실 가서 챙겨주기로 했다니까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수아 : ...
도우 : ? 여보세요..
수아 : (울컥. 긴장이 풀리자 눈물이) 고맙습니다. (자꾸 눈물이)
도우 : (다 보인다) 걱정 마시구 가서 푹 쉬세요. 긴장 많이 하셨을 텐데.
수아 : (헛웃음이. 목이 멘다) 감사합니다. (허공에 대고 꾸벅꾸벅 인사. 오지도 않았는데) 택시가 왔네요. 가봐야 해서.. 저 그럼.
(얼른 끊고 맘껏 운다)
그런 수아를 내려다보는 도우의 모습에서. F.O
47. 주방-효은에이미방. 메리집. 아침.
(자막 : 두 달 후)
노트북을 들고 주방에서 방으로 걸어가며 화상통화중인 효은(교복착용).
노트북에서 나오는 소리.
수아(E) : 너 천재 아냐? 어떻게 간지 두 달밖에 안된 애가 성적표에 A가 있어.
수학. 와~ 것봐 여기 애들이 이상한거야. 너 하면 돼.
효은 : 나두 내가 참 대견해. (스스로 토닥토닥)
애니 : (학교 갈 준비 다 하고, 방에서 나오며) 가자.
효은 : (방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노트북 놓으며) 언니, 잠깐만!
효은이 놓은 노트북과 애니 책상 위의 노트북이 마주본 상황.
48. 효은방. 수아집. 아침. 비.
효은책상 위에 화장품 놓여있고. 노트북 놓여있고. (효은방이 수아방 됐다)
트렁크 신속하게 챙기는 수아. 파우치, 생활복 등등 넣는다.
수아 : (*skype같은 무료화상통화. 화면은 아웃된 상태. 소리만 들린다. 승무원복 스탠딩 스팀다리미로 다린다. 칙칙 소리나고)
차 렌트했으니까 맛있는 것두 먹구 놀구.
효은(E) : 안 와두 된다니까. 같이 사는 아빠보다 날 더 자주 봐. 웃긴 부부야. (나가며) 학교 간다~
수아 : (‘학교 간다’는 못 듣고) 이런 부부도 있고 저런 부부도 있고. 애니도 데려와. 이번엔 꼭 보자. 맨날 본다본다 하면서...
걔 아빤 너랑 축구두 해준다며... 계획 짜봐. (대답 없다) 효은아?
(모니터 앞으로 가 자판 아무거나 누르자 화면 뜬다. 빈 방) 얜 말하다가 말구... (하는데)
노트북 속에서 들리는 도우의 목소리. (애니 노트북 켜져 있다. 애니가 나간 줄 모르고 얘기 중인 도우)
도우(E) : 이게 핸드폰으루 담기가 쉽진 않은데... 처마 밑에 비 떨어지는 거라구 했지.
이게 무슨 숙제라구? art? history? (대답 없자) 애니?
수아 : (피식) 그 집이나 이 집이나.. 딸들은 지 할 얘기만 하구 사라졌네요.
(하는데 투투투투 빗소리. 뭐지? 화면 속을 들여다본다. 애니 노트북에서 나는 소리)
#도우, 핸드폰화면. 처마 밑 비 내리는 걸 찍는 중. (도우집. 고택)
수아 : (소리 듣다가 오른쪽을 본다. 차창에 후두두둑 비 떨어진다. 창문을 연다. 크게 들리는 빗소리)
49. 몽타주. 수아집.
-주방> 승무원복의 수아, 먹을 만큼 그릇에 담아서 랩 씌운다.
-효은방(수아방)에서 나오는 승무원복의 수아. 트렁크 몰고 신발 신다가도 주저앉아 신발들 착착착 신속하게 정리.
얼른 현관을 빠져나간다.
-텅빈 집.
-잠시 후. 들어오는 기장복의 진석. 신발 휙 던져 벗고, 트렁크 대충 놓고, 곧장 안방으로(진석방)
-안방에서 나오는 평상복의 진석. 주방으로 가 수아가 랩 씌운 음식들 냉장고에서 꺼내면서.
진석 : 이게 집밥인지... 기내식인지..
50. 말레이시아 전경. (다음날)
51. 전시실. 낮. <말레이시아> (씬27의 전시실. 지금은 전시중인)
사랑방 개념으로 가구부터 장식까지. 소목장창호장인. 옻장인(찬합등 식기). 매듭장인. 나전장인 등
여러 명의 인간문화재들의 작품이 전시(*가능한 작품들로 대치가능). (한국의 전통 생활소품들을 보여주는 전시)
효은 : (축구화 신고 뾰루퉁) 왜 왔냐구.
수아 : (어이없다) 오기로 한거잖아.
효은 : (짜증) 언니 감시해야 돼! 할머니 생신이라구 간댔다가 다시 안 간댔다가 다시 간다더니 안간댔는데.
수아 : 안 간다는거네.
효은 : 안 갔음 일루 오지! 여기서 보기루 했는데. (걱정)
수아 : (작품들 둘러보며) 여기 이게 다 뭐야?
효은 : 애니언니 할머니. 삼촌. 다 여깄댔어.
수아 : ? (고은희작품이 눈앞에)
효은 : (수아 잡아당기며) 가자. 얼릉! 애니언니 갔음 엄마탓이야!
사이. 전화중인 수아. 효은이도 귀 바짝 대고.
수아 : 메리이모님. 효은이가 난리도 아닙니다. 애니 한국 들어간대요? (듣더니. 강조) 안 간다구요? (들었지!)
효은 : (만세!)
수아 : (계속 전화) 네. 전 바루 가야죠.. 네. (효은이 보고 피식)
52. 마당. 도우집. 낮.
은희, 상사걸이에 천연염색 후 젖어있는 색색의 실을 건다. (염색한 실을 건조하기 작업)
동작만으로도 고요하고 품위가 넘치는 고은희.
혜원 : (다가가며 익숙하게 일 돕는다) 애니 또 안 올건가봐요. 어머님생신이신데.. 죄송해요.
몇 년간은 못 온다-생각하시는게 차라리 나아요. 워낙에 외국생활이 맞는 애라서.
은희 : 온다든데.
혜원 : 그랬는데 다시 일이 생겼나봐요.
은희 : 통화했는데 좀 전에. 공항이라구.
혜원 : (부르르 떨리는 손. 그래도 하던 일 마저)
은희 : 혜원아... 애니한테 전화해.
혜원 : ...?
은희 : 조심해서 오라고. 니가 꼭 해줘라.
혜원 : ...
은희 : (다른 쪽 보며) 맘 편히 오라고. 맘 편히... 괜찮다고... 전화 넣어라.
53. 외진복도. 쿠알라룸푸르공항. 낮. <말레이시아>
비행기 탑승구 쪽으로 가는 애니. 손에 쥔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인을 본다. mom. 외면한다.
54. 대합실. 쿠알라룸푸르공항. 낮. <말레이시아>
트렁크 끌고 걸어가는 승무원복의 수아.
55. 외진복도. 쿠알라룸푸르공항. 낮. <말레이시아>
뛰어가는 애니. 손에 쥔 핸드폰이 계속 울린다.
애니 : (받아버린다)
혜원(E) : 오지마.
56. 마당일각. 도우집. 낮.
은희, 창가에서 전화하는 혜원을 본다.
57. 외진복도. 쿠알라룸푸르공항. 낮. <말레이시아>
또각또각 소리 내며, 복도로 들어서는 수아.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승무원지시요령을 숙지중이다.
해설(E) : (이어폰속의 여자음성) 이번 비행은 (비행기종) 자리수는 몇 석이며,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은
-수아, 정면으로 전화중인 애니가 있다. 수아는 땅만 보며 승무원요강을 입으로 반복, 따라한다.
-전화중인 애니.
애니 : 집에 가고 싶단 말에요. 다 그립고. 다 보고 싶고. 잘해왔잖아요. 잘할 수 있어. 실수 안 해!
(흐느낀다. 무슨 얘기를 듣는. 놀란 두 눈.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걸 왜 이제... (말문이 막힌다)
애니, 핸드폰 쥔 팔이 힘없이 떨어진다. 주머니에 핸드폰 넣는데, 뭔가가 잡힌다. 꺼낸다. 옥구슬.
구슬 쥔 손으로 주먹 꽉 쥐고 서서히 속도를 내 걷는다.
걸어오는 고개 숙인 수아와 질주하는 애니. 툭~ 부딪히며 ‘아빠’라는 외마디.
-동시에 수아의 이어폰이 떨어지고. (주변 소음이 터지고)
-손에 쥔 애니의 옥구슬이 떨어지고.
-애니 눈에서 눈물이 와락.
-구슬이 지나가던 남자의 발에 차인다.
-떼굴떼굴 수아 발치로 굴러오는 구슬.
-애니, 무리 속으로
-빠진 이어폰 다시 끼다가 구슬을 발견한 수아. 돌아보면 질주하는 애니.
-애니, 눈물 닦으며 무작정 달린다.
58. 대기실. 쿠알라룸푸르공항. 낮. <말레이시아>
창훈, 상협, 선영과 은주(신입승무원)가 허겁지겁 들어온다.
은주 : 죄송합니다. 제가 첫 비행이라 너무 긴장을 해서... 알람도 못 듣고.
창훈 : 빠진 사람 없죠?
상협 : 네. 최수아 선배님 따님 만나고 곧장 일루 온다구..
창훈과 얘기하는 사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애니와 부딪힐 뻔한 은주.
휘청거리며 애니쪽 보다가, 놀란 은주 팔 뻗어 절박하게 안 된다는 손짓.
말문이 막혀 소리가 나오지 않는 사이. 굉음과 함께 은주의 비명 터진다. (애니가 달려오는 차에 치였다)
놀라서 보는 상협과 창훈, 선영. 그리고 주저앉아있는 은주.
59. 외진복도. 쿠알라룸푸르공항. 낮. <말레이시아>
옥구슬을 줍는 수아. 순간 뒤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놀라 돌아보는 수아.
60. 출입구. 기내.
출입구 앞의 수아. 그리고 상협. 은주도 초조하게 기다린다.
왔다갔다 하며 마지막 승객을 기다리던 지상근무자가 수아에게 온다.
수아 : no show인가요?
지상 : (시계 보더니. 승객명단 수아에게 건넨다)
수아 : (명단을 본다. 서은우. 여. 나이 14살 확인) YPTA(young passenger traveling alone)도 신청했네.
은주 : (놀라서) 혹시 아까 그 아이... (다시 불안)
수아 : (은주 불안해할까봐 거짓) 아닙니다. 남학생이에요.
61. 기내.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수아. 건너편 복도(다른 구역)로 농구선수들(실업팀)이 북적북적.
덩치 좋은 어느 남자, 지나가는 은주에게 반말로 ‘위에서 짐 좀 내려봐.’
은주 : (상냥) 네 손님. (하고는 낑낑 거리며 짐을 내리자)
덩치남 : (짐 안에서 만화책 꺼내더니) 올리구.
은주 : 네. (낑낑 거리며 올리는데)
덩치남 : (유심히 은주 위아래로 훑는다)
은주 : (힘에 부친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수아 : (옆에서 거든다. 짐가방 선반으로 쓱 넣는다)
은주 : (헉헉. 속이 좋지 않다. 불안하게 수아를 본다)
수아 : ...
62. 갤리. 기내.
수아 : (커튼부터 친다)
은주 : (싱크대에 얼굴 박고 욱욱 헛구역질 한다)
수아 : (등 슬슬 쓰다듬어주고)
은주 : (겨우 상반신 들고) 여자아이가 그냥 막 달리더라구요. 달리다가 차에..헉..헉 (끔찍. 호흡곤란)
수아 : 숨 크게 쉬어봐. 아주 크게.
은주 : (들숨 날숨 해가며 가쁘게 쉰다)
수아 : 더 크게. 그렇지... 나도 가끔 답답하고 불안하면 이렇게 해.
은주 : 선배님도 불안할 때가 있으세요?
수아 : 그럼. 매번 가방 쌀 때마다 ‘이 짓을 왜 하나.’ 하면서 싸는데. 우리 일 목숨 달린 거잖아.
(은주 등 쓰다듬으며) 이젠 작게 쉬어봐.
은주 : (조금 편안해진 듯)
수아 : 우리가 주로 꾸는 악몽이 뭔지 아니?
은주 : 비행기..사고?
수아 : 아니. 몸무게 초과로 체력검사에서 떨어지는 거. 이 등살 봐라... 넌 니 등살이나 걱정해.
옷은 또 왜 이렇게 타이트한 걸루 주문했니?
은주 : (웃음이)
수아 : (긴장 풀린 거 보고는) 가방 쌀 때마다 ‘이 짓을 왜 하나.’ 하다가. 이 많은 사람들이 무사히, 기분 좋게 내리면 다 잊는다.
승무원교육 때 배웠지? 진짜루 그래. 이 일 매뉴얼대로 움직이다보면 매뉴얼대로 느끼게 돼. (토닥) 가서 듀티 지키십쇼.
63. 강의실. 대학교. 오후.
소규모강의. 테이블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걸터앉아있는 도우.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앉거나 서있거나. 편안한 토론 분위기.
슬라이드에는 한옥의 천장이 보이고. 테이블 위에는 도우가 가져온 여러 형태의 나무들(‘이음’을 가르치기 위한).
도우 : 이럴 경우엔... (두리번거리더니 나무 두 개와 작은 나비모양의 나무 가져오더니) 이건 ‘나비장이음’이라고 해서
(두 개의 큰 원형을 맞추고 작은 나비모양을 연결나사처럼 맞춘다) 잇고. 맞추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보면 말레이시아 번호다: 국가번호 60)
64. 복도. 대학교. 오후.
긴박하게 달려가는 도우.
“서도우!” 뒤에서 부르는 동료 시간강사. 도우에게 가방을 넘기지만 그냥 달린다.
겨우 도우 손에 넘겨주는 동료.
65. 홍갤러리 카페. 오후.
사모님들과 모임 중인 혜원. 품위 있게 웃으며 식사.
도우의 문자가 온다. 테이블 밑으로 확인한다.
도우 : (문자) 공항 가는 길. 애니에게 사고가 생긴 듯. 걱정하지 말고.
혜원 : (문자 보더니 멈칫. 사람들 본다. 웃고 먹고 떠들고. 조용히 숨을 몰아쉰다)
66. 복도. 인천공항/ 효은애니방. 메리집. 밤. <말레이시아>
무빙워크 옆으로 일렬로 신속하게 줄 서서 걸어가는 승무원들.
수아는 통화하면서 걸어간다. 수아 뒤를 졸졸 따르는 은주 보이고.
수아 : (전화 중) 다시 말해봐. 천천히.
효은 : (문 열어서 밖에 보며 아주 조용히) 이상하다니까. 언니 서울 갔나봐! (다시 문 닫고 침대 위에 걸터앉아) 근데 안 갔나봐!
경찰 왔다갔다 하고. 이모 왔다갔다 하고. 별일 아니라는데. 아닌 척 하는 거 같다니까. 무서워죽겠어.
수아 : 메리이모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 (승무원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 낸다)
효은아, 전화 끊어봐. 엄마가 이따 다시 할게.
은주 : (수아 따라 졸졸. 말할 틈 노리며 같이 속도 낸다)
수아 : (다른 곳에 전화하더니) 미진아. 니가 홈스테이 소개해준 집. 엄마 번호 알아?
미진 : (E) 아니. 아빠. 서도우.
수아 : 연락처 좀.
수아 옆, 무빙워크 위에 서도우. 둘이 거의 나란히 되는 지점,
핸드폰으로 문자 기다리느라 잠시 선 수아. 고개 들어 도우 쪽을 무심코 본다.
끌리듯 서로를 본다. 1초. 2초. 정도 스치고.
수아, 미진에게 받은 서도우 번호로 전화 건다.
도우, 초조하게 무빙워크 위를 빨리 걷는다.
수아 : (받지 않는다. 핸드폰 끊다가. 어! 생각난다!)
#씬60. 서은우라는 승객 리스트.
수아 : (멈춰 서서. 중얼) 서도우. 서은우? 세상 서씨가 한둘이야. (맞다) 아빠랑 딸이 돌림이 같아? (참...) 말이 안 되잖아.
은주 : (뒤에서) 오늘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아 : 아니야.. (하면서 이미 오던 길 되돌아간다)
은주 : ! 저기!
수아 : (바이바이 손짓. 가라~)
은주 : !! (앞서가는 무리와 수아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고)
67. 티켓팅카운터. 인천공항. 밤.
승무원전용 티켓팅카운터에 가서 서는 수아.
거의 동시에 도우가 수아 옆 카운터로 가서 선다.
수아 : 쿠알라룸푸르. 지금 바로 탑승 가능한 자리(하는데)
도우 : (거의 동시에) 쿠알라룸푸르. 바로 탑승 가능한 자리 있습니까?
수아 앞의 직원 ‘잠시만요.’
수아 : (기다리는데)
도우 : (전화 받는다) 네. 사망...이요? ...저..잠깐. (핑그르르)
수아 : (분명 ‘사망’이란 말이 들렸다. 그때)
직원 : (수아 보며) 한 자리 있습니다.
수아 : (옆을 본다. 고개 숙인 채.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남자)
직원 : 탑승하시겠습니까? 여권 부탁드립니다.
수아 : 네.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뭔가 잡힌다. 꺼낸다. 잊고 있었던 옥구슬이!)
#또르르 굴러온 구슬.
수아 : (구슬을 본다! 잠깐! 직원에게) 죄송한데, 제가 캔슬하면 이 자리 (도우 슬쩍 보며) 저분한테 가능한가요?
직원 : 알아보겠습니다. (옆으로 가서 직원과 얘기하고 바로 온다) 그렇게 처리될 겁니다. 취소하시겠습니까?
수아 : 네. 제가 충동적으로 결정한거라.
직원 : 알겠습니다. (처리하고)
수아 : (자리 뜬다)
도우 쪽의 직원이 ‘여권 부탁드립니다.’ 하자, 도우 여권 내민다.
도우, 수아 쪽을 본다.
68. 공항버스정류장. 밤.
수아 : (계속 전화 걸며) 서도우씨 전화 좀 받으세요.. (끊어서 다시 ‘메리이모’ 찾아서 건다. 그저 신호음만. 그때 치고 드는)
효은 : (E) 경찰들 왔다갔다 하고 이상해! 무서워.
획 돌아서는 수아, 다시 공항으로.
69. 티켓팅카운터. 인천공항. 밤.
직원 : (본다)
수아 : 아까 취소하는 게 아니었는데.
직원 : (떨떠름한 승무원 미소)
수아 : 제일 빠른 게 언제에요?
사이. 왔다갔다 전화중인 수아/ 미진은 클럽에서 술 마시다가 조용한 곳으로 옮기며.
미진 : (걸어간다. 조용한 곳으로) 경찰 드나들면 다 뭔 일 생긴 거야? 서울 갔다면 간 거지. 뭐가 문제야?
수아 : (화나서) 서도우 이 사람 왜케 전활 안 받아.
미진 : 나보고 어쩌라고. 넌 효은이 뭔 일 생겼음? 데려올 수 있어?
수아 : (생각하더니) 그래. 맞다.
70. 실내. 메리집. 오후. <말레이시아>
오열하고 있는 메리.
71. 효은애니방. 메리집. 오후. <말레이시아>
도우, 방안에 혼자 서서 애니의 물건을 죽 본다.
72. 거실. 수아집. 오후.
거실에서 왔다갔다 하며 전화중인 수아. ‘메리이모’ 찾아서 누르지만 받지 않는다.
‘애니아빠’도 누르지만 역시나 받지 않는다.
73. 효은애니방. 메리집. 오후. <말레이시아>
애니 침대에 누워있는 도우. 천장에서 뭔가를 발견. 천장을 향해 손을 올린다.
천천히 올라가는 손. 끝에 도우사진이.
도우, 눈물이 흐른다. 팔이 허공에 정지된 채, 그대로 울고 있는 도우.
74. 효은방. 수아집. 오후.
수아 : 학교서 올 시간이 됐나?
모니터 앞에서 시간만 보고 있는데 어디서 울음소리가.
뭐지? 두리번. 잠깐. 이건... 키보드 하나를 눌러본다. 방안이 보여진다. 방에서 나는 소리다!
자세히 보려는데 컴퓨터가 꺼진다. (코드가 빠져있고, 배터리로만 작동됐던 것)
다시 코드 꽂으려다가 만다.
75. 주방. 수아집. 밤.
수도꼭지 틀어놓은 채. 빨다 만 행주 싱크대에 있고. 멍하니 있던 수아.
#씬74. 모니터에서 들리는 남자 울음소리.
수도꼭지 잠그고 행주 꾹 짜고. 앞치마 끌러서 걸어놓고, ‘진석’에게 문자 보낸다.
수아 : (문자소리) 저 효은이한테 가요.
76. 실내. 성당. 낮. <말레이시아>
애니의 분골함을 바라보는 도우(며칠 내내 같은 옷차림에 가방 하나).
도우 : (통화중) 몸은 어떻구?
혜원 : (E) 괜찮아.
도우 : 혜원아.
혜원 : (E) 안돼. 데려오지마. (흐느낌) 제발.. 제발... 거기 묻어줘. 내가... 살 수가 없어서 그래.. 제발.
도우 : ..
77. 와와산브릿지 앞. 낮. <말레이시아>
도우, 애니와 있었던 곳을 멀리서 바라본다.
#다리위. 저녁노을 속. 애니와 있던 도우.
다가가는데, 멈칫.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한 발자국 떼어보지만 내딛어지지가 않는다. 뒷걸음질 친다.
78. 효은애니방. 메리집. 낮. <말레이시아>
효은 침대에 앉아있는 수아.
메리이모가 차 한 잔 들고 온다.
메리 : 드시고 계세요. (괜히 서둘러) 제가 효은이 데리구 올게요.
수아 : 애니 서울 간 거 맞죠?
메리 : (고개만 끄덕 괜히 시계 보더니) 아쿠. 효은이 기다리겠다. 수업 중에 나오는 거라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뭔가 횡설수설)
수아 : (안도) 메리이모님... 혹시 여기... 남자 들어오지 않았어요?
메리 : ?
수아 : 일부러 그런 건 아니구요. 효은이랑 화상통화하고 컴퓨터가 켜있었거든요. 남자 울음소리가...
메리 : (놀란다. 어설프게) 영화를 틀어놨나..? 누가 여기 들어와서 울겠어요.
수아 : (아-끄덕끄덕)
메리 : (바로 나간다)
수아 : (혼자 남아서) 간거 맞잖아. (한시름 놨다) 괜한 걱정했네... (건너편 애니 침대를 보는데. 앗!
침대 위 이불을 보니 누군가 누웠던 흔적이) 누가 누웠지? 효은이 사이즈가 아닌데.
손으로 패인 자리 사이즈를 재어본다. 한 뼘, 두 뼘, 세 뼘. 이 정도면 185정도?
침착하게 어깨 쪽을 본다. 갸웃. 어깨가 넓다.
누웠던 자리를 살살 만져보다가 그 위로 올라가는 수아. 똑같이 눕는다. 어? 저절로 손이 올라간다.
#씬73. 도우, 이 침대에 누워 천장에 손을 올린다.
남자(도우) 사진이다.
수아, 얼른 핸드폰으로 ‘애니아빠’ 누른다.
수아 : (침대 위에 올라가서 도우 사진을 제대로 보며) 전화 좀 받으라구요!
(하며 사진 잡고 보다가 뗀다! 동시에 받았다!) 서도우씨?
도우 : (말이 없다)
수아 : 천장에요!
79. 와와산브릿지 앞. 낮. <말레이시아>
도우 : (올려다본다. 푸르른 하늘이. 눈이 부시다)
80. 효은애니방. 메리집/ 와와산브릿지 앞. 낮. <말레이시아>
수아 : (아쿠. 내가 무슨 실례를) 죄송해요! 제가 천장 보고 있다가 (뒤늦게 인사) 안녕하세요. 저 효은이 엄마에요.
일전에 효은이 보내자마자 통화했었는데. 고마워서 다시 전화 드린다는 게 이렇게 한참 뒤에나
도우 : 천장요? 어디..
수아 : 애니방이에요. 여기 천장에 사진 보다가.. (사진 다시 붙이려다가 만다. 손에 들린 사진 보며) 이거 서도우씨 맞죠?
도우 : ...
수아 :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하나만 확인하면 되는데... 애니 서울 간거 맞.죠? 효은이가 애니 없다고 난리도 아니거든요.
도우 : (눈이 부시다. 하늘을 본다. 울컥) 효은이... 괜찮나요?
수아 : (방안 왔다갔다) 많이 불안해해요. 애니가(말하려다가 손으로 자제. 아냐 아냐) 아닙니다. 애니랑 통화 가능할까요?
도우 : (가만히 있는다)
수아 : (문득 불안) 혹시.. 그럴 린 없겠지만... 저기...
도우 : 제가 말로 하기가 좀 그래서요. 바로 문자 드리겠습니다. (하고는 끊어버린다. 감정 추스른다. 눈 꾹 감는다. 그 위로 소리)
#애니 : (E) 여기 오면 한강 같아.
81. 효은애니방. 메리집. 낮. <말레이시아>
효은 : (문 열고 들어오며 수아에게 와락) 엄마!
수아 : (손에 든 도우 사진 얼른 주머니에) 지금 애니아빠랑 통화 됐어.
효은 : 진짜? 진짜 서울이래?
수아 : (핸드폰 본다. 느낌이 좋지 않다) 올 때가 됐는데. (하는데 문자가 왔다! 확인한다)
효은 : 뭐야? 핸드폰 줘봐!
수아 : 효은아.
효은 : (불길)
수아 : 가방 싸.
효은 : !
82. 주방. 메리집. 낮. <말레이시아>
메리 : (과일 접시에 담다가)
수아 : (효은이 손잡고 나오면서)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메리 : ?
수아 : 손님 떨어질까봐 그래요? 어떻게!
메리 : 손님? 한번도 애들 손님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내 자식이구!
수아 : 어떻게 이런 걸 숨겨요! 애니 죽은 거 숨긴다고 가려져요? 네!
효은 : 언니 언니. (숨 넘어간다) 으앙~ (대성통곡)
메리 : 이럴까봐 그랬어요! (들던 것 내려놓고 차분하게 효은이 어른다) 괜찮아. 괜찮아 효은아.
(수아 보며) 부모 교대로 일해서 절대 한국서 효은이 못 키운다 하소연한 사람이 누구죠?! 효은이 알면 이럴 거 뻔한데!
수아 : (뜨끔)
메리 : 자알 생각했습니다. 떨어져있는 애한테 공부하라고 연락만 하지 말고
데려가서 옆에 두고! 어루만지면서 잔소릴 해두 하라구!
수아 : (억울한데 맞는 말) 제가.. 또... 언제..
효은 : (메리 품에서 엉엉 운다)
83. 효은애니방. 메리집. 낮. <말레이시아>
침대에 걸터앉은 수아. 밖에서 효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수아 : (전화중) 몇시 비행기 가능한데? 지금은 (듣더니) 그걸루라두 해줘요.
박효은. 애 혼자야. YPTA(young passenger traveling alone)로. 응. (끊는다)
핸드폰으로 도우의 문자를 다시 본다. <효은이가 불안해하면 꼭 한국으로 데려가세요.>
도우 : (문자소리) 효은이가 불안해하면 꼭 한국으로 데려가세요.
84. 와와산브릿지 앞. 낮. <말레이시아>
결국 애니와 있던 다리 위로 들어가지 못하고 뒤돌아서는 도우. 멈춰 선다. 손으로 눈을 가린다. 눈물이.
어깨가 흔들리며 오열하는 도우. 그 위로
도우 : (문자소리) 애니는 세상에 없습니다.
85. 복도. 쿠알라룸푸르공항. 밤. <말레이시아>
또각또각또각. 트렁크 끌고 걸어가는 수아의 뒷모습.
86. 연결통로-출입구. 기내.
-출입구에 서있는 수아와 상협.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인사하고. 티켓 확인하고.
-연결통로로 걸어가는 도우.
도우, 수아에게 티켓을 건넨다. 도우의 티켓을 확인하는 수아.
수아와 도우가 서로 마주본다. 1초. 2초.
수아 : 어서 오십시오. (미소. 바로 다음 사람에게로)
도우 : (알아본다)
#씬67. 티켓 양보하던 수아의 옆모습.
도우 : (하지만 뒷사람에 밀려 일단 안으로 들어간다)
수아 : (다음 사람에게 인사. 일에 집중)
87. 기내.
-도우, 옆에 사람 가방 올려주다가 등지고 선 수아와 등이 닿는다.
둘 : (동시에) 죄송합니다. (하더니 또 동시에) 괜찮으세요. (또 동시에) 괜찮습니다. (서로 먼저 가라. 가방 꺼내라 손짓)
도우 : (등진 수아 쪽을 본다. 앗!) 저.. (수아 어깨를 톡톡)
수아 : (돌아보니) 네 손님.
도우 : 그때 고마웠습니다.
수아 : (누구? 하지만) 감사합니다. 손님.
도우 : (더 이상 말 못하고)
수아 : (가볍게 목례하고 슥 지나간다)
88. 복도/ 갤리.
-복도> 우는 아기. 주변사람들 인상 쓰고.
수아가 안아서 왔다갔다 어르고 달래고. 결국 수아 머리채를 잡아 뜯어, 머리끈이 뜯어진다.
수아 : (아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장자장 손님아기. 자장자장 잘도 잔다.
-갤리> 수아, 갤리 커튼을 치자마자 젖혀지는 커튼. 놀라는데, 도우가 서있다.
수아 : (의아? 하지만 급 미소) 네 손님.
도우 : 이거. (비취색 끈 내민다. 도우 팔찌였다)
수아 : ?
도우 : 머리 묶으시라구.
수아 : (헝클어진 머리 만지며) 아.. 네. 감사합니다.
도우 : 저는 기억을 하는데...
수아 : 네?
도우 : 며칠 전에 티켓 양보해주셨던 거요.
수아 : (아! 생각났다)
#씬67. 힘들어하며 서있던 도우.
하는데. 승무원(선영)이 쓱 들어오다가, 수아와 도우가 마주 서있는 것 보고 흠칫.
당황하는 수아.
도우 : (뭔가 분위기 파악) 감사했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수아 : 네. 손님.
선영 : ?
수아 : 음료카트 준비하세요.
선영 : 네. (음료 트레이 연다)
89. 복도. 기내.
어두운 기내. 대부분이 취침중.
천천히 걸어서 승객들을 보는 수아. 도우 독서등만 켜져 있다.
쾡한 눈으로 허공 보던 도우, 지나가는 수아와 눈이 마주친다. 수아, 그냥 지나친다.
90. 칵핏(조종실. 밖과 안)
수아, 조종실에 노크. 낙낙. 낙낙. 낙낙낙(비밀번호 같은 그들만의 암호)
문이 열리고, 블라인드 내려져있고.(조종계기판에 집중하기 위해 종종 블라인드를 내린다)
반짝거리는 기계들이 가득한 조종실 내부가 들어온다.
수아 : (손수 내린 커피 준다) 고생 많으십니다.
부기장 : (벌떡 일어나서) 형수님. 친히! 감사합니다.
기장 : 고마워요! (손짓)
수아 : 5초만 보고 가도 되죠? 답답해서요.
기장 : 웬일루 최승무원이 답답하단 소릴 다 해. 푸념 없는 사람이.
수아 : (피식)
부기장 : (기장 보며) 괜찮겠습니까? (컨펌 받는다)
기장 : (끄덕. 버튼 누르며) 아직도 이거 보면 설레요?
수아 : 그럼요. 매뉴얼에 없는 기내 일탈이랄까... 가슴이 탁 트여요. 나만 아는(미소) 아무나 못 보잖아요.
부기장 : 딱 맞춰서 오셨어요. 개기월식 있거든요.
수아 :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부기장 :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기분?
수아 : 그게 어떤 기분일까?
부기장 : 타버릴 것 같은데 멀쩡합니다.
기장 : 이미 온거 같은데.
부기장 : 어! 시간이 이른데(하더니 블라인드를 올린다. 정면이 온통 붉다!)
수아 : (자신도 모르게 비명과 감탄이!) 으으으아악악 와~ (순간 펑! 떠오르는)
#천장의 서도우 사진.
#씬67. ‘사망’이라구요? 하던 도우.
수아 : (놀람)
부기장 : (수아 보며 놀라서) 불붙었다!
수아 : (정말 데인 사람 마냥) 으악!
부기장 : (좋단다) 뻥인데.
수아 : (데인 듯 팔을 마구 부비다가) 정말... 온몸이 타버릴 것 같은데 멀쩡해.
91. 승무원칸. 기내.
트렁크를 열어 메리집에 갔을 때 착용한 겉옷을 꺼내는 수아. 주머니에서 천장 사진을 빼본다.
맞다. 세상에. 그 남자다.
92. 복도. 기내.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수아. 도우가 앉아있는 것 보이고.
도우 옆자리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가는 것 보고 점프시트로 간다.
점프시트 내리고 마주앉는 수아.
도우, 팔짱끼고 눈감고 있다가 인기척에 눈 뜬다.
기내방송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약 15분 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수아 : (45도 시선 잡다가 도우 쪽 본다)
도우 : (수아와 눈이 마주친다)
수아 : 혹시... 서.도.우..씨?
도우 : (놀람. 끄으덕)
수아 : (역시나) 그럼... 애니?
도우 : (놀람) 어떻게...
수아 : (맞구나, 이럴수가) 안녕하세요.
도우 : ?
수아 : 저, 효은이 엄마에요.
도우 : !
마주보고 있는 둘.
-1회.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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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인데 대본으로 다시 되새길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