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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리하르트 바그너
초연 187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배경 신화 시대의 바위산, 라인 강가, 기비훙족 왕궁과 라인 강가의 숲
<2021 베를린 도이치 오퍼 / 301분 / 한글자막>
베를린 도이치 오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도널드 러니클스 지휘 / 스테판 헤르하임 연출
지그프리트.....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코스타딘 안드레예프(테너)
브륀힐데.........발퀴레였다가 여기서는 지그프리트의 아내.............요르단카 데릴로바(소프라노)
군터..................기비훙 족의 우두머리........................................................아타나스 믈라데노프(베이스바리톤)
하겐..................알베리히의 아들. 아버지가 다른 군터의 남동생.....페타르 부흐코프(베이스)
구트루네.........군터의 여동생........................................................................츠베타나 반달로브스카(소프라노)
알베리히.........니벨룽족의 우두머리 난쟁이...........................................비저 게오르기예프(베이스바리톤)
발트라우테.....발퀴레. 브륀힐데의 자매..................................................츠베타 사람벨리예바(메조소프라노)
세 명의 노른(운명의 여신들, 메조소프라노, 콘트랄토)...................페차 초네바, 디미트린카 라이체바, 플로라 타르포마노바
세 명의 라인의 처녀들(소프라노).............................................................밀레나 기우로바, 실비아 테네바, 디미트린카 라이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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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4부작, 2021년 베를린 도이치 오퍼 실황
레지테아터의 천재 스테판 헤르하임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연출한 새 <반지>
베를린에서 슈타츠오퍼와 쌍벽을 이루는 도이치오퍼가 선보인 새 프로덕션의 <반지> 4부작이다. 노르웨이 오페라 연출가 스테판 헤르하임은 대본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는 레지테아터의 스타답게 <반지>를 전혀 달리 읽어냈다. 오늘날 가장 큰 홱심난제의 하나인 '난민'을 소재로 한 것이다. 몰려드는 난민으로 <라인의 황금>을 시작하고, 무대 컨셉트의 홱심은 난민들의 가방 무더기다. 다른 하나는 그랜드피아노다. 무대 중앙에 놓인 피아노를 통해 온갖 중요한 일들이 벌어진다. 동 극장을 2009년부터 이끈 영국의 대표적 오페라 지휘자요, 바그너 스페셜리스트인 도널드 러니클스 경이 지휘를 맡았고, 우리 시대 최고의 브륀힐데 니나 스템메가 클레이 힐리(지크프리트), 이앤 패터슨(보탄)과 함께 핵심 출연지을 구성한다.
<니벨룽의 반지>는 바그너가 창안한 '음악극'을 대표하는 4부작 오페라다. 바그너는 <니벨룽의 반지>에 대해 '무대축전극'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붙였다. 처음에는 신화에서 취재한 '지크프리트의 죽음'만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지크프리트를 설명하기 위한 '청년 지크프리트'가 필요해졌고, 그러다보니 '지크프리트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한 '지크프리트 부모' 이야기, 나아가 모든 일의 시작인 '라인 강의 반지'까지 구상이 확대되었다. 즉 오페라의 순서는 원래 구상과 반대로 진행되었다. 전체 연주에 나흘간 16시간이 소요되는 긴 작품으로, 오페라 역사상 가장 스케일이 큰 대작이요, 신화적이고 흥미진진한 전개 덕분에 새로운 바그네리안을 계속 끌어 모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슬로 출신의 노르웨이 연출가 스테판 헤르하임(1970-)은 첼로를 전공했지만 노르웨이 국립오페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출에 흥미를 갖는다. 독일 함부르크로 건너가 연출계의 거장 괴츠 프리드리히를 사사한 후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대본 속 시대와 장소는 물론 등장인물의 캐릭터까지 의도적으로 완전히 재해석하는 레지테아터 스타일의 연출가이며, 독일 최고의 오페라 잡지 오페른벨트는 헤르하임을 2007년, 2009년, 2010년 세 차례나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의 드라마틱 소프라노 니나 스템메(1963-)는 특히 바그너 오페라, 그중에서도 <반지>의 브륀힐데 역으로 유명하다. 바그너의 힘 있는 역을 노래하기엔 나이가 좀 많아졌지만, 본 영상인 도이치오퍼의 <반지>는 적어도 노래에 관한 한 세월을 잊게 만든 스템메 최고의 브륀힐데로 평가할 만하다.
=== 줄거리 ===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 안인희> 399 ~ 403쪽
서곡 발퀴레의 암벽 위
대지와 지혜의 여신 에르다의 딸인 세 명의 노른(노르누)들이 존재의 밧줄을 짜면서, 지크프리트가 보탄의 창을 부러뜨린 것과, 이어서 보탄이 세계의 나무를 쓰러뜨리고 그 가지들로 장작을 만들어 발할 주변에 쌓아두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지크프리트가 반지를 라인의 딸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세계를 알베리히의 저주에서 구원하게 되면 발할은 불에 타오를 것이다. 이렇게 노래를 하던 중 갑자기 밧줄이 끊어지면서 그들은 더 이상 미래를 볼 수 없게 된다. 그러자 그들은 어머니에게로 돌아간다.
지크프리트는 새로운 모험을 위해 길을 떠나려 한다. 브륀힐데와 작별하기 전 그는 그녀에게 신의의 표시로 니벨룽겐의 반지를 주고 그녀는 그에게 발퀴레의 말 그라네를 선물한다.
제1막 라인 강변 군터의 궁전
하겐은 알베리히의 아들로, 군터와 구트루네의 어머니가 그를 낳았다. 그는 군터와 구트루네에게 결혼을 권한다. 구트루네에게는 지크프리트가 곧 이리로 올 것이므로 마법의 음료를 그에게 먹여 이전에 알았던 모든 여자들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그를 붙잡으라고 말한다. 그러면 지크프리트는 군터를 위해 브륀힐데를 정복할 것이다 - 하겐의 예언은 곧 실현된다.
구트루네가 건네준 마법의 음료를 마시자 지크프리트는 곧바로 브륀힐데를 잊어버리고 구트루네에게 홀딱 반한다. 지크프리트는 구트루네를 아내로 맞아들이게 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군터를 위해 브륀힐데에게 구혼 사절로 가기로 한다. 마법의 불길이 브륀힐데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군터는 그녀에게 구혼하러 갈 수가 없다. 지크프리트는 군터와 피로써 의형제를 맺고, 하겐은 교묘하게 이 맹세에서 빠진다. 이로서 알베리히의 아들 하겐은 소원의 성취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모든 것을 잊은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아내인 줄도 모르고 브륀힐데를 이곳으로 데려올 것이다 - 그녀와 더불어 반지도 함께.
발퀴레의 암벽
브륀힐데는 길을 떠난 지크프리트를 생각한다. 생각에 잠겨 반지를 바라보는데 멀리서 발퀴레의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아버지 보탄이 용서한다는 뜻으로 보낸 사절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기쁨에 넘쳐 발퀴레 발트라우테를 맞아들인다. 그러나 반지의 저주에서 신들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발할을 몰래 빠져나온 발퀴레는 반지를 라인의 딸들에게 돌려주길 청하러 온 것이다. 이를 알게 된 브륀힐데는 지크프리트가 준 반지를 내놓길 거부하며 발트라우테를 쫓아보낸다. 멀리서 지크프리트의 뿔 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브륀힐데는 서둘러 남편에게로 달려가지만 낯선 남자를 보고 놀란다. 지크프리트가 변신 투구를 이용해 군터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 그는 브륀힐데에게서 반지를 뺏고 자신과 결혼을 하도록 강요한다.
제2막 군터의 궁전 앞
알베리히가 하겐 앞에 나타나 아들에게 반지를 되찾으라고 경고한다. 반지의 진실을 알지 못하는 지크프리트가 그것을 라인의 딸들에게 돌려주지 않도록. 하겐은 아버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지크프리트가 돌아와 하겐과 구트루네에게 목적을 달성했음을 알리고 브륀힐데와 군터가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겐은 뿔 나팔을 불어 남자들을 모으고 결혼식 준비를 명령한다.
군터가 신부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브륀힐데는 구트루네와 나란히 서 있는 지크프리트를 발견하고 그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자 정신을 잃는다. 그녀는 군터가 자신에게서 뺏어간 반지가 지크프리트의 손가락에 끼워진 것을 보고 자신이 속았음을 짐작한다. 그녀는 온 세상을 향해 지크프리트가 신의를 어겼음을 고발한다. 지크프리트는 하겐의 창에 대고 자신은 피로 맺은 의형제를 위해 구혼 사절로서 신의를 지켰으며, 자신의 칼이 "이 슬퍼하는 여인"과 자신 사이를 갈라놓았다고 맹세한다. 브륀힐데도 하겐의 창에 대고 그의 말과는 반대되는 자신의 맹세를 한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밝힌다.
지크프리트는 결혼식 준비를 하러 나간다. 브륀힐데의 사랑은 미움으로 바뀌고, 그녀는 하겐과 힘을 합쳐 지크프리트의 거짓 맹세에 복수하기로 약속한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주었으나 등은 보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하겐에게 일러준다. 그의 등을 찔러라. 망설이던 군터는 결국 이들과 결탁한다. 그들은 다음 날 사냥에서 지크프리트를 죽이기로 약속한다. 짧은 결혼식 행렬이 이어진다.
제3막 라인 강변의 숲
라인의 딸들이 태양 빛에 인사를 보낸다. 뿔 나팔 소리가 울리며 사냥 도중 길을 잃은 지크프리트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라인의 딸들은 반지를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 그는 반지의 자주를 알지 못한 채 그들에게 반지를 주려 한다. 그러나 이들이 반지를 지닌 사람은 곧 죽게 된다고 예언하자 반발심을 갖게 된다. 그런 협박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그는 반지를 돌려주지 않는다.
이어서 지크프리트는 일행을 다시 만난다. 휴식을 취하던 중 하겐이 지크프리트를 부추겨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지크프리트는 자신을 키워준 미메와, 용을 죽이고 반지와 변신 투구를 빼앗았던 일을 기억해 낸다. 하겐이 그에게 기억을 되살리는 음료를 주자 마침내 브륀힐데에 대한 기억도 되살아난다. 지크프리트는 황홀경에서 숲의 새가 자신에게 충고를 해준 일이며, 그 충고에 따라 발퀴레를 아내로 얻은 일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하겐은 그가 "거짓 맹세"를 했다며 그의 등을 찌른다. 지크프리트는 죽어가면서 브륀힐데를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남자들은 그의 시체를 방패에 싣고 돌아온다.
군터의 궁전
사냥을 나갔던 일행이 돌아오자 구트루네는 죽은 영웅의 발치에 쓰러진다. 하겐은 자신이 그를 죽였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군터가 반지를 차지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하겐은 군터까지 죽인다. 그리고 나서 시체에서 반지를 빼려고 하자 죽은 지크프리트의 팔이 번쩍 올라가며 그것을 막는다. 이때 브륀힐데가 나타난다. 그녀는 이미 라인의 딸들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구트루네는 브륀힐데가 그의 아내였다는 말을 듣고 군터의 시체 옆에 쓰러진다.
브륀힐데는 이제 세계를 반지의 저주에서 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크프리트도 반지의 저주로 인해 희생된 것이다. 그녀는 장작더미를 쌓아올려 그 위에 그의 시체를 놓고 자기도 함께 죽기로 한다. 보탄의 까마귀들은 발할로 날아가 신들의 종말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그리고 브륀힐데가 불붙은 장작더미로 말을 타고 뛰어들자 라인 강이 차오른다. 물살과 함께 위로 올라온 라인의 딸들이 지크프리트의 시체에서 반지를 거두어가고, 반지를 뺏으려 하는 하겐까지 함께 이끌고 물속으로 돌아간다. 발할이 불타는 가운데 세계는 저주를 벗어난다.
감상포인트
빠른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바그너 특유의 제의적 특성을 지닌 느린 음악이 작품을 감싼다. 이러한 줄거리와 음악의 특성은 <지크프리트>와 대조적인 양상을 보인다. <지크프리트> 부분은 전체적으로 동화적인 간결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며 음악이 경쾌한 반면, <신들의 황혼>은 대단히 많은 극적 사건들이 빠르게 처리되면서도 음악은 느리고 비장해진다. 이야기보다 음악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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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2011년 7월 18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바그너, 신들의 황혼
<니벨룽의 반지>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악극
1848년 첫 구상, 1876년 바이로이트 극장에서 초연
중세문학 [니벨룽엔의 노래]를 토대로 한 <니벨룽의 반지>는 <신들의 황혼>에 가서야 핵심 줄거리를 드러냅니다.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는 영웅 지크프리트의 조상 이야기, <지크프리트>는 주인공 지크프리트의 성장기였다면, <신들의 황혼>은 사기와 배신으로 인물들의 관계가 얽히고 꼬이면서 결국 신들의 세계를 구하는 사명을 완수 못하고 죽는 지크프리트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내용이 가장 다채롭고 긴장감 넘치는 부분이며, 음악적인 면에서도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의 주요 모티프를 선별해 모아놓았기 때문에 각별히 풍요로운 작품이지요. 3막으로 구성된 <발퀴레>, <지크프리트>와는 달리 <신들의 황혼>에는 1막이 시작되기 전의 ‘서막’이 붙어 있습니다. 제목을 보통 ‘신들의 황혼’으로 번역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신들의 멸망’을 뜻한답니다.
처음 <신들의 황혼>을 구상했던 1848년, 바그너는 서른다섯 살이었지만, 1876년에 개최된 제 1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위해 오케스트라 총보를 완성했을 때는 벌써 63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9세기부터 11세기 사이에 성립된 것으로 보이는 바이킹 시대의 북구 고대신화를 바탕으로 12-13세기에 바이에른의 민중시인이 정리했다는 대서사시를 첨가하고 게르만족의 지크프리트 전설도 소재로 빌려왔지만, 결국 바그너가 만들어낸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였습니다. ‘초인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을 통해서만 인습에 물든 전통사회가 몰락하고 새 시대가 도래한다’는 혁명적 사상을 <신들의 황혼>에 담아낸 것이었지요.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신들이 사라진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존재가 됩니다.
신들의 멸망과 새로운 시대의 출발
<신들의 황혼>은 상당히 긴 서막으로 시작됩니다. 대지의 여신 에르다의 딸인 운명의 여신 노른(Norn) 셋이 모여 앉아 운명의 실을 꼬고 있는데, 다들 신들의 세계에 닥칠 어두운 미래를 예견합니다. 그들이 꼬던 실은 엉켜서 끊어져버리고, 노른들은 자신들의 지혜도 이젠 끝장이라고 말하죠.
한편 불속에서 브륀힐데를 깨운 지크프리트는 용사의 새로운 임무를 향해 길을 떠나야겠다고 합니다. 브륀힐데는 애마 그라네를, 지크프리트는 절대권력의 반지를 상대방에게 줍니다. 그라네를 타고 떠나는 지크프리트의 여정은 관현악곡인 ‘지크프리트의 라인 기행’에 멋지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1막은 군터와 하겐이 살고 있는 기비흉 족의 성입니다. 알베리히의 아들 하겐은 아버지가 다른 자신의 형 군터왕에게 브륀힐데와의 결혼을 권합니다. 그리고 군터의 여동생인 구트루네에게는 용사 지크프리트를 추천합니다. 지크프리트가 도착하자 구트루네는 과거의 모든 사랑을 잊게 하는 마법의 약을 음료수에 타서 지크프리트에게 줍니다. 그러자 지크프리트는 브륀힐데와의 사랑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구트루네에게 빠져듭니다. 하겐은 ‘여기 앉아 망을 보며Hier sitz' ich zur Wacht’라는 유명한 독백을 노래하며, 지크프리트가 브륀힐데에게서 가져올 알베리히의 반지를 기다립니다. 아버지 알베리히가 보탄 신에게 강제로 빼앗긴 절대권력의 반지를 되찾으려는 것이죠. 지크프리트는 군터로 변장하고 브륀힐데 앞에 나타나 반지를 강제로 빼앗고 그녀를 제압합니다.
2막에서는 하겐의 꿈에 아버지 알베리히가 나타나 어서 반지를 되찾으라고 독려합니다. 이때 살인의 모티프와 저주의 모티프가 반지 모티프에 섞여 들려옵니다. 하겐은 신하들을 한자리에 모아 합동결혼식을 준비합니다. 군터와 브륀힐데, 그리고 지크프리트와 구트루네의 결혼식이죠. 그러나 이곳에 억지로 끌려와 지크프리트의 모습을 본 브륀힐데는 분노와 절망에 빠집니다. 너군다나 자기가 빼앗긴 반지가 지크프리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을 폭력으로 납치한 것이 바로 지크프리트였다는 사실에 경악합니다. 그가 구트루네를 사랑하게 되어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은 거죠.
복수심에 불타는 브륀힐데는 모인 사람들 앞에서, 지크프리트가 군터에게 자신을 넘겨주기 전에 자기를 겁탈했다고 말합니다. 군중은 술렁이고, 군터는 치욕감을 느끼지만 지크프리트는 자신은 결코 군터와 맺은 의형제의 결의를 깨지 않았고 신의를 지켰다고 주장합니다. 브륀힐데와 지크프리트는 각각 하겐의 창에 대고 자신의 진실과 결백을 외칩니다.
하겐은 브륀힐데에게 자신이 지크프리트에게 복수해주겠다고 유혹합니다. 사랑이 증오로 변해버린 탓에 브륀힐데는 하겐에게 지크프리트의 약점을 가르쳐주지요. 지크프리트는 전투에서 결코 적에게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일이 없는 용사이기 때문에, 브륀힐데가 그의 등은 마법으로 축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지크프리트와의 사기극이 밝혀져 백성들 앞에서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군터 왕은 하겐의 꼬임에 넘어가 결국 지크프리트를 사냥터에서 죽이기로 합니다.
하겐은 지크프리트의 술잔에 다시 옛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약초즙을 넣고, 기억을 되찾은 지크프리트가 용 파프너와 노퉁과 브륀힐데에 대해 모든 것을 털어놓은 뒤 등 뒤에서 지크프리트를 창으로 찌릅니다.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난 지크프리트는 죽어가면서 ‘브륀힐데, 신성한 신부여’라고 노래합니다. 그의 시신은 유명한 ‘지크프리트 장송행진곡’에 맞춰 기비흉의 성으로 옮겨집니다.
성에 돌아온 하겐은 반지를 두고 다투다가 군터 왕까지 죽여 버립니다. 결국 모든 것이 반지를 차지하려는 하겐의 음모였음을 알게 된 브륀힐데는 사람들에게 지크프리트를 화장할 단을 쌓으라고 명령합니다. 브륀힐데는 횃불로 화장단 장작에 불을 붙이고는 반지를 라인강에 던집니다. 라인처녀들은 그 반지를 받아들고, 하겐은 열심히 처녀들의 뒤를 쫓지만 그 반지를 얻지는 못합니다. 브륀힐데는 애마 그라네에 올라타고 지크프리트와 영원히 결합하기 위해 그를 화장하는 불 속에 뛰어듭니다. 지상의 성을 태운 이 불길은 신들의 궁전인 발할까지 번져 신들의 세계를 멸망시킵니다.
현대에도 설득력을 갖는 반지의 신화
원래 ‘반지’란 긍정적인 상징물이죠. 사랑, 우정, 신의, 소중한 약속을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반지는 저주의 반지여서,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과 배신과 살인을 이끌어 냅니다. 반지를 소유하는 사람은 세계를 다스릴 수 있지만, 결코 사랑을 할 수 없도록 운명 지어져 있기 때문이죠. 강력한 기술 발전과 산업화의 힘이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시 따위를 아득히 밀어내 버린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것이 이 반지입니다. 이 신화적인 이야기가 현대에도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여주인공 브륀힐데가 신격을 박탈당했다는 데 있습니다. 발퀴레들은 보탄과 대지의 여신 에르다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인간이 아닌 신이죠. 하지만 보탄의 명을 거역한 벌로 브륀힐데는 신성을 빼앗겼고, 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지크프리트와 연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발퀴레가 아닌 브륀힐데는 고귀한 도덕성을 포기하고 평범한 세상 여인들처럼 연인의 배신을 맹비난할 뿐 아니라, 자기를 버린 남자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다가 결국 그를 하겐의 손에 죽게 만들죠.
그러나 이 이야기는 또한 신의 보호를 벗어난 인간의 자율성을 보여줍니다. 신화의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고, 세상은 인간의 의지에 따라 변화해갑니다. 지크프리트 역시 보탄의 피를 이어받은 신의 손자인데도, 하찮은 사랑의 묘약 때문에 굳건한 맹세를 깡그리 잊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고, 그런 실수를 만회하지 못한 채 죽음에 이릅니다. 하겐 역시 악인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신들을 저주하며 인간의 자율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고 용기 있는 주인공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바그너는 결말에 가서 불을 정화의 수단으로 삼아, 자유를 획득한 인간이 이런 오류를 통해 파멸하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은 불로 정화되어 새롭게 태어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니벨룽의 반지> 전 편을 감상하기 위한 17시간이 너무 길다고 화를 낼 수는 없겠죠? 작곡가가 27년 동안 구상하고 손질한 작품이니까요.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지크프리트-브륀힐데-군터-구트루네-하겐 순)
[음반] 볼프강 빈트가센, 비르기트 닐슨,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클레어 왓슨, 고틀로프 프리크 등, 게오르그 숄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1964년 녹음. Decca
[음반] 헬게 브릴리오트, 헬가 데르네쉬, 토머스 스튜어트, 군둘라 야노비츠, 칼 리더부쉬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70년 녹음. DG
[DVD] 만프레트 융, 기네스 존스, 프란츠 마추라, 지닌 알트마이어, 프리츠 휘프너 등, 피에르 불레즈 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파트리스 셰로 연출, 1980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실황. DG
[DVD] 알베르트 보네마, 루아나 드볼, 헤르난 이투랄데, 에파 마리아 베스트브뢰크, 롤란트 브라흐트 등, 로타 자그로셰크 지휘,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페터 콘비츠니 연출, 2002년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 실황. T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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