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SPO
피아니스트 올가 케른
“인생 같은 라흐마니노프 걸작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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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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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올가 케른
“인생 같은 라흐마니노프 걸작 기대하세요”
피아니스트 올가 케른이 8월 24일과 25일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Op. 43을 협연한다. 1975년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 부모님은 모두 피아니스트였다.
17세 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01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을 거두는 등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그녀의 이름을 딴 올가 케른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8월 뉴멕시코에서 개최된다.
‘라흐마니노프 스페셜리스트’이기에 특별한 연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2008년 서울시향과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도 “뛰어나고 에너지 넘치는 연주였다”는 반응이었다. 이메일로 그를 인터뷰했다.
2008년 서울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했습니다. “탁월하고 에너제틱했다”는 평을 얻었는데요. 서울시향과 처음 협연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습니까?
기억납니다. 서울시향과 멋진 공연을 펼쳤죠. 에너지, 흥분감, 세심함으로 가득했던 콘서트였어요. 완전히 멋진 시간을 즐겼습니다. 서울의 이 탁월한 오케스트라와 다시 협연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콩쿠르 우승자 출신이십니다만, 21세기에 라흐마니노프는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까?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분야에서 특별합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죠. 피아노라는 악기를 잘 알았습니다. 그의 놀라운 피아노 작품들은 피아니스틱하게 작곡했기에 연주하기 편합니다. 그의 음악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하죠.
이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음악가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팝음악처럼 대중적이면서 감동을 줍니다. 그의 음악은 마음속으로 깊이 침투합니다. 음악에 힘이 있고 마술 같죠. 들으면 들을수록 잊을 수 없는 음악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트랜스크립션’(HMF) 앨범과 ‘환상 소품집(Morceaux de fantasie)‘(HMF) 앨범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재기 넘치는 뛰어난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음반들과 관련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나요?
샌프란시스코 외곽의 독특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어요. ‘스타워즈’ 영화가 만들어진 조지 루카스 스튜디오였죠. 내부에는 최첨단 레코딩 장비들이 가득했고, 외부는 조용하고 근사한 자연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녹음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였어요. 앞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전곡을 레코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멋진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8월에 서울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Op. 43을 연주합니다. 이 작품을 해석하는 핵심이 궁금합니다. 이번 연주에서 한국 청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점은 무엇입니까?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한 최후의 작품입니다. 깊고 철학적이에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곡이죠. 분명히 걸작이며, 피아노 음악의 보석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듯합니다.
열정·노력·행복·우울·사랑·슬픔… 가능한 모든 감정을 듣고 경험할 수 있죠. 파가니니의 주제를 18변주 D♭장조에서 천국처럼 놀라운 주제로 바꾼 작곡가의 솜씨를 보세요.
가장 유명한 라흐마니노프의 멜로디이고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최고의 정점입니다. 오케스트라 역시 환상적입니다. 몇 군데는 친밀한 실내악 같아요. 또 다른 데는 교향곡 같죠.
다양한 음색의 크고 따스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더욱 철학적으로 변해갑니다. 라틴 성가 ‘진노의 날(Dies Irae)’을 쓰며 그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죠. 그러고 마지막 두 마디에서 다음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렇게 작품은 끝납니다. 풍부한 감정의 스펙트럼과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그 순간은 잊히지 않습니다.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봉을 잡습니다. 그와 함께 공연한 적 있나요?
마에스트로 인발의 지휘로 공연한 적 있습니다. 환상적인 음악가, 위대한 지휘자입니다. 그와의 공연은 늘 특별합니다. 그와 서울에서 다시 공연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러시아의 음악가 집안 출신입니다. 피아니스트였던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두 분 다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어머니는 제 첫 피아노 선생님이셨죠. 뛰어난 스승이셨습니다. 아버지는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원의 실내악 교수이자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수석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놀라운 부모님을 둔 것은 제 행운이죠. 부모님은 늘 저를 지지해주셨고, 이해와 사랑을 듬뿍 주셨습니다.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습니다. 7세 때는 첫 연주회를 열었죠. 피아노 신동이었네요. 어린 시절은 어땠습니까?
어린 시절은 아주 평범했어요. 언제나 친구들이 많았죠. 우리 아파트에 놀러 와서 제가 피아노 치는 걸 듣다 가곤 했어요. 소련 시절의 분위기는 폐쇄적이었죠. 하지만 아이 때는 가족과, 친구, 음악이 있어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11세 때 프라하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17세 때 라흐마니노프 콩쿠르, 우니사(1996), 에토레 촐리(1999), 베이징(1999), 피네롤로(2000), 칸투(2000), 하마마츠(2000), 모로코(2001), 그리고 26세 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했습니다. 정말 많은 대회에 참가했고, 입상도 많이 했더군요. 콩쿠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콩쿠르에 참가하는 건 꽤 중요합니다. 젊은 연주가들에게 콘서트를 열 기회를 부여하고 집중적인 국제 커리어를 시작하는데 좋기 때문이죠.
저는 늘 무대에서 연주하고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나누고 싶었어요. 콩쿠르에 참가하고 입상을 하니 전 세계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나눌 수 있었죠.
물론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하지만 세상에 연습과 노력을 요하지 않는 직업이 어디 있을까요. 최고로 잘하려면 연습해야 돼요. 연습을 많이 하면 대개 결과도 좋습니다.
여러 콩쿠르에 참가한 건 제 경력에서 중요한 과정이었어요.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는 멋진 기회를 줬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주회를 열 수 있었고, 최고의 기획자들을 만났어요. 놀라운 연주가들과 협연, 음반 녹음도 할 수 있었죠.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한국에는 신드롬이 불었습니다. 청소년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팬들이 늘어났죠. 일부 팬들은 ‘그루피’로 불릴 만큼 극성스럽다고 합니다. 젊은 연주가들에 대한 이러한 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젊은 청중들을 끌어들이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은 독특하고 영향력 강한 ‘인생의 음악’을 들어보고 경험해 봐야 합니다. 클래식 음악은 마술입니다. 음악 없는 인생은 불완전합니다.
올가 케른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설립했습니다. 뉴멕시코주에서 열리죠. 콩쿠르를 설립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올가 케른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뉴 멕시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이디어였죠. 작년 그들은 그 지역 음악 교육 프로젝트에 제 이름을 써도 될지 물어봤어요. 저는 젊고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들이 경력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써도 된다고 했죠.
그 뒤에 저는 콩쿠르의 예술감독이 됐습니다. 세계 각국 18~32세 젊은이들 120명이 참가 신청을 했어요. 기분이 좋습니다. 올해 11월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들인 블라디슬라프 케른과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 그도 역시 피아니스트죠. 아들과 세대 차이를 느낄 때가 있나요?
블라디슬라프는 태어났을 때부터 피아노 음악을 들었습니다. 저랑 마찬가지였죠. 음악을 좋아한 아이는 좋은 선생님을 만났죠.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막 졸업했어요. 얘도 콩쿠르 참가를 준비 중이죠.
여러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어요. 가끔 아들과 함께 연주합니다. 멋져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죠. 블라디슬라프는 우리 집안의 희망입니다.
휴식할 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하나요?
그림을 그려요. 수채화로 풍경과 정물을 즐겨 그리죠.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해요. 하지만 시간만 나면 그립니다. 그림은 기쁨을 줍니다. 또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좋아요.
최고죠! 오페라를 듣기도 해요. 저는 동물을 사랑합니다. 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들었던 충고 중 최고는 무엇이었습니까?
언제나 당신 자신이 되세요.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들과 젊은 연주가들에게 어떤 충고를 하고 싶으신지요.
위에 언급한 충고입니다. 거기에 덧붙인다면, 연주하고 연습하세요. 올바른 방식으로 삶과 음악의 균형을 가져가세요. 모든 일에서 ‘균형’은 아주 중요하답니다.
앞으로 중요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한국의 팬들과 SPO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합니다.
흥미롭고 놀라운 계획들이 잔뜩 있지만 비밀에 부칠래요. 어서 서울에 가고 싶습니다. 서울이 참 좋아요. 한국의 자연과 경이로운 문화, 맛있는 음식, 따뜻하고 멋진 사람들을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