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백여명에게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무어냐'고 물어보았다. 내심 3이 단연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7을 꼽고 난 다음에야 3에 표를 던졌다. 3보다 7이 앞선 것은 아무래도 서양식의 `럭키 세븐' `세븐 스타'의 영향 탓일까 아니면 천지창조의 7일과 1주일이 7일이라는 것과 하늘의 3수와 땅의 4수의 합이 7이기 때문이 아닐까.
큰 틀에서 보면 7이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3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 내기를 해도 `삼세번'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문을 두드려도 3번을 두드리며 의사봉도 `3번'을 두드려야 가결이 선포된다. 3.1독립선언문에 `33인'이 등장하고, 결의대회도 `만세삼창'으로 끝낸다. 한글 창제원리도 하늘. 땅. 사람 셋을 중심으로 삼았고, 간장 된장 고추장의 `3장'은 민족 음식문화의 기초요 가정의 기초는 아버지 어머니 자녀이며 입법 사법 행정이 나라의 기초다. 과거 현재 미래, 상중하, 해달별, 천지인, 구약시대 신약시대 성약시대, 도법시대 상법시대 말법시대, 영 혼 몸, 지정의 등 삶의 기본은 3이며 3은 별개의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3이 하나가 될 때 완전해지는 삶이 비밀이 숨어 있다.
3은 저 혼자 쓰이는 것만은 아니다. 3 이 3번 반복돼 9를 이루면서 강한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말.서되.서홉으로 쌀을 준비하는 마을굿에서는 3의 의미가 한결 강해진다. 아홉 수라고 하여 29살에 결혼을 피한다는 관념 속에는 이미 `삼재'라고 하는 액이 3번 반복된 마지막 해라는 계산법이 숨겨져 있다. 가야금 거문고 비파 삼현(三絃)과 대금 소금 해금 피리 장구 북 육각(六角)이 있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 처럼 3과 3의 배수인 6이 결합되어 강조되기도 한다. 임금님의 수라상도 아홉 개의 못을 밖아 만든 상으로 구침반(九針盤)이라 했고 곡식도 조.벼.콩. 팥.밀.수수. 기장.보리.옥수수를 합하여 구곡(九穀)이라 했으며 3은 양수(陽數)이고 길한 숫자가 겹쳐진 삼월 삼짓날(3월3일) 따위를 길일로 친 것도 반복의 원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3이 완성. 최고. 안정. 신성. 종합성 따위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만 3을 중시한다고 볼 수는 없다. 서양의 삼위일체. 피라미드 삼각형 구도는 완성이요 안정을 뜻한다. 사진기와 측량기의 다리가` 삼각'인 것은 좋은 본보기다. 중국에서도 3이 두루 쓰인다. 주자가례(朱子家禮)가 강화되면서 귀착된 삼일장(三日葬). 삼배(三拜). 삼색실(三色실). 삼탕(三湯) 따위는 중국 영향이다. 삼황(三皇). 삼도(三道). 삼족(三族). 삼계(三系)도 그 전래품이다.
단군신화의 천부인 곧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와 무리 3천명, 풍백.우사.운사, 삼칠일간(21일)의 금기, 환인. 환웅. 단군의 3대(三代)로 이루어지는 삼신(三神)체계는 고대 서사문학의 원형이다. 해모수. 동명왕. 유리왕으로 이어진 부여족의 3대도 마찬가지다. 3족오(三足烏), 구월산에 삼신을 제사하는 삼성사가 있고 곳곳에 삼성각도 신화시대의 산물이다.
민족의 탄생을 장식하던 삼신은 그대로 민족 구성원의 개개인의 탄생으로 이어져서 아기낳는 안방의 신이 되었다. 삼신 할머니가 그것이다.
삼줄(탯줄)을 끊고 나오면, 밥과 국 세그릇을 바치며 삼칠일간의 금기를 행한다. 아기가 클 때까지 `삼신'이 도와준다고 믿어 `삼신바가지' `삼신주머니' 따위로 모신다.
3의 원초적 뿌리를 더 파고 들어가면 제주도 신화의 삼명두를 만날 수 있다. 삼명두는 `세 쌍둥이' `삼형제'가 양반 삼천(三千)명을 죽인 뒤 천.지.인을 관장하는 신격이 되어 제주도 무당의 원조가 된다는 삼명두 이야기는 3의 원형질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3이 신화시대에만 머물면서 피동적으로만 작동해 왔을까. 아니다. 사람들은 3을 민중적 세계관을 관철시키는 것으로도 사용했다. 불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삼재는 오늘날 개인적 액막이 정도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나 큰삼재라 하여 불, 물, 바람의 재액을 일컬었고, 작은삼재로는 역병, 굶주림, 병난 따위를 꼽았다. 자연재해와 인위적재해를 삼재로 본 것이다.
`삼재'를 당한 사람은 세마리의 매를 그려 문설주에 붙였다. 조선후기의 역동적인 삼두일족응(삼두일족응= 머리 셋에 다리가 하나인 매) 부적이 그것이다. 자연 재해는 물론이고 민중들에게 세개의 머리는 힘의 상징, 그대로였다.
고구려의 삼족오(三足烏)는 다리가 셋에 머리가 하나인 까마귀다. 무덤의 수호신으로서 고구려인의 힘찬 기상을 상징하는 삼족오와 삼두일족응은 똑같이 3에 기초한 제의적 상징물이다. 고구려시대부터 조선후기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세월에 걸쳐 3은 민족사에서 결코 제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던 셈이다.
3의 법칙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인간이 상황을 지배한다
∞내레이터 : 서울 강남역, 횡단보도에서 세 남자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봤던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거꾸로 돌려보면 이렇게 상황을 움직이는 3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세 명의 남자가 거리 한복판에서 무언가 발견한 듯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사실 이때 우리는 상황을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었죠.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한 사람일 때, 두 사람일 때, 그리고 세 사람일 때, 사람 수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실험상황]
∞내레이터 : 처음엔 딱 한사람만 횡단보도에 나섭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이런! 아무도 이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군요.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 뿐입니다. 이 때, 두 번째 사람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 반응은 없습니다. 간혹 이상하다는 듯 흘깃 쳐다보기만 할 뿐 금새 갈길을 가버리는군요.
드디어 첫 번째,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세요.
∞사람들 : “뭐야? 뭐가 보인다는 거야?” “뭐야? 뭐가 보인다는 거야?”
∞내레이터 : 놀랍습니다.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다함께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이렇게 세 명에게는 상황을 바꾸는 힘이 숨어있습니다. 한 명, 두 명일 때는 아무 관심이 없더니 세 명이 되자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저기요. 잠시 인터뷰 좀 할께요.”
“낚였다.”
“아, 그냥 보길래요. 무슨 일인가 해서....”
“궁금해서 봤는데 낚였다는 생각이....”
“다 가리키니까 호기심에 너도 나도 가리켰는데....”
제작진은 이 영상을 심리학자들에게 공개해 보기로 했습니다. 왜 세 명이 모이면 상황이 바뀌는 것일까요?
∞조지 캘링 교수(러트커스대 심리학) : (실험이)아주 잘 됐어요. 어러분이 교통 체증을 일으켰군요. 그게 바로 전환점이예요. 2명과 3명의 차이죠. 이건 좋은 예입니다. 2명일 때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3명이 되니까 전환점이 형성됩니다.
∞짐바르도교수(스탠포드대 심리학과) : 3명이 모이면 그 때부터 집단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그것이 이제 사회적 규범 또는 법칙이 되고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3명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죠.
∞내레이터 : 세 사람이 함께 하면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3의 법칙이죠. 그리고 이 3의 법칙으로 때로는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플랫폼에 다시 한 번 서보시죠. 2005년 10월 17일 지하철 5호선 천호역 승강장,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하는 순간, 한 승객이 열차와 승강장 틈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잠시 후 승객들이 내리더니 전동차에 손을 얹고 다 함께 밀기 시작하는데 순간 기우뚱, 전동차가 움직입니다. 그 사이 승객들은 선로에 낀 사람을 무사히 구출해 냅니다.
∞이상춘(당시 역무원) : 몇 사람이 밀어서 이게 밀리지 않거든요. 이게 아무리 밀어도 이 큰 열차가 밀리지 않거든요.
∞내레이터 : 목숨이 위태로웠던 순간,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곳에 3의 법칙이 있었습니다.
∞김윤영(당시 목격자) : 어떤 한 아저씨께서 큰 소리로 지하철을 함께 밀어보자고 제안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두 분, 세 분이서 같이 밀기 시작하시더라고요.
∞내레이터 : 안타까움에 지하철에 손을 얹은 처음 한 사람, 혹시나 하고 손을 보탠 또 한사람, 그리고 희망이라는 세 번째 사람, 세 사람만 있으면 이렇게 상황을 바꾸는 인간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33t이라는 전동차를 움직이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이상춘(당시 역무원) : 일시에 사람들이 이제 구령을 맞춰가지고 “밀어!” 하면서 그냥 푹 한꺼번에 힘을 주니까 그게 움직이더라고요. 한꺼번에 힘을 주니까
∞김윤영(당시 목격자) : 많은 분들께서 밀기 시작하니까 지하철이 정말 움직이더라고. 그걸 보고 되게 신기했었어요.
∞짐바르도 교수(스탠포드대 심리학과) : 최소한 3명이 모이면 하나의 움직임이 됩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3의 법칙’을 따르게 할 것입니다. 상황을 바꾸는 영웅이 되려면 ‘3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입니다.
∞최인철 교수(서울대 심리학과) : 나, 그리고 나와 뜻을 같이 하는 한 사람과 두 사람이 모이게 되면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놀라운 상황이 된다는 거죠. 그게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메시지입니다.
∞내레이터 : 우리는 상황에 지배당하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 역시 우리들입니다. 그러려면, 누군가는 외쳐야겠죠. ‘이 지하철을 다 함께 밀자!’고 말입니다. 혹시 오늘 당신에게도 그런 기회가 올까요?
지금 이것을 우주원리로 쉽게 결론 내리면 일지극 이위삼 이야. 하나가, 아주 지극한 경계에 가면 셋이 되는거야. 거기서 변화가 일어나는거야. 거기가 생의 경계점, 만물변화 발생의 경계점이야.
3에서 만물이 나오거든. 노자 도덕경을 보면 道一生二하고 二生三하고 三生萬物하나니 道가 하나를 낳고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으면 셋은 만물을 창조하는 힘이 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