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에 대한 공격적 태도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
-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중심으로
곽 정 연 (동덕여대)
Ⅰ. 서론
문화와 관련된 논의는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인문학에서 새로운 방향모색의 차원에서 화두로 등장하게 된다. 교통수단과 인터넷의 발달 그리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이질적인 문화들이 빈번히 접촉하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문화 간 원활한 소통능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게 된 현시점에서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떠한 방법론에 입각하여 분석하고, 문화 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증가되는 것은 당연한 듯 여겨진다. 독일에서는 18세기에 칸트, 빌란트, 헤르더 등에 의해 문화연구의 초석이 마련되고, 20세기 초 카시러 Ernst Cassirer와 리케르트 Heinrich Rickert로 대표되는 신칸트학파의 철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문화연구 이론의 토대가 마련된다. 1930년대부터 프랑크푸르트학파에 의해 연구분야가 구체적인 대중문화비판으로 확장되고, 영․미권 문화연구의 자극을 받아1) 1980년대에 들어 문화학은 다양한 연구방법과 학문적 관심을 수렴하는 하나의 학문분야로서 자리 잡기 시작한다.
인간의 본능과 연결시켜 문화현상의 무의식적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정신분석학은 문화연구의 중요한 방법론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개인심리가 문화적 전통과 사회적 상황의 영향 하에서 형성되고 문화가 개인심리와 유사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간접적으로 문화 무의식을 상정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프로이트는 개인심리와 문화현상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개인심리를 설명하는 정신분석학 이론을 집단심리에 적용해 문화현상을 분석한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시도는 정신분석학을 활용해 문화를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고, 프랑크푸르트학파와 신프로이트학파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사회이론, 특히 마르크스 이론과 접목시켜 문화현상을 분석해 파시즘과 자본주의 사회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본고는 이러한 정신분석학적 문화분석을 토대로 구체적인 문화문제를 다룬 영화를 분석함으로써 정신분석이 어떻게 문화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이미 수행한, 문화 간 상호이해를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되는 낯선 것에 대한2) 공격적 태도에 관한 이론적 연구를 토대로 본고는 뉴저먼시네마의 기수인 파스빈더 Rainer Werner Fassbinder의 대표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Angst essen Seele auf> (1973)에 나타난 낯선 것에 대한 공격적 태도의 유형과 그러한 태도의 심리적 원인을 정신분석학에 입각해 분석하면서 공격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3) 이 영화는 청소부로 일하는 60세 가량의 독일여자 에미 Emmi와 그녀보다 20세 이상 나이가 어린, 독일에서 노동자로서 일하고 있는 모로코인 살렘 Salem의 사랑, 두 사람에 대한 주위사람들의 선입관과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두 사람 간의 갈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영화는 두 사람의 여행을 기점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분이 두 사람에 대한 주위사람의 따돌림과 냉대에 중점을 둔다면, 두 번째 부분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파스빈더는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갈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도식적이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구성한다.4) 이 영화는 낯선 자에 대한 공격적 태도의 다양한 유형을 함축적으로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낯선 것에 대한 공격성 연구에 적합한 대상이 된다. 본고는 영화라는 매체의 분석에 정신분석학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예를 보여주면서 파스빈더 영화분석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과 시각을 제시한다는 데5), 나아가 문화적 문제를 형상화한 영화분석을 통해 정신분석학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문화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Ⅱ. 낯선 것에 대한 양가적 태도
낯선 것은 어떤 특징으로서 규정되어지는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대상을 보고 느끼는 감정에 의해 규정되어지는 것이다.6) 낯선 것은 내가 단순히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나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느끼는 주체와의 연관관계 속에 있는 어떤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낯선 것이 형상화된다. 우선 타민족에게 느끼게 되는 낯설음으로, 아랍계 외국인들이 모이는 술집에 있는 이방인들과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독일인인 에미에게 낯설고, 이 술집에 들어온 에미는 외국인들에게 낯설다. 다음은 사회 관습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자가 주위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낯설음이다. 늙은 독일여자와 20세 이상 연하인 모로코인의 사랑은 그들의 나이차이와 인종차이로 인해 외국인들에게나 독일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진다.
낯선 것은 내가 의식하고 싶지 않아 억압한 것을 회귀시키기 때문에 두려움을 자아내고, 동시에 내가 바라지만 이룰 수 없었던 이상을 구체화하기 때문에 매혹적이다.7) 이러한 낯선 것이 불러일으키는 양가적 감정은 기존의 질서를 흔들고 나 자신의 정체성을 해체시키면서 새로운 변화를 유도한다. 낯선 것이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감정은 영화의 첫 시퀀스에서 형상화된다. 에미는 비 오는 날, 낯선 음악에 끌려 술집에 들어와 주문을 받으러 온 술집주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에미: 죄송해요. 하지만 밖에 비가 심하게 내려서요 - 이해하시겠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 에미, 생각했죠. 그냥 주점에 들어가라. 전 사실 매일 저녁 여기를 지나가면서 밖에서 낯선 음악을 듣지요. 노래 부르는 것은 어떤 언어인가요?
EMMI Verzeihn Sie, aber draußen regnet es so stark - verstehen Sie? Und da hab ich mir gedacht ... Emmi, hab ich gedacht, geh doch einfach rein in die Wirtschaft. Ich komme nämlich jeden Abend hier vorbei und hör die fremde Musik von draußen. Was ist das für eine Sprache, was die da singen?8) (54)
주문을 받으려는 술집주인에게 에미는 주문을 하는 대신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해 자신이 술집에 들어오게 된 정황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에미는 내심 늙은 독일 여자가 이국적인 술집에 들어오는 일이 이상한 일이고, 또한 자신이 들어온 것이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한다. 그녀는 자신이 들어오자 놀라서 차갑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도 모른다. 매일 저녁 지나쳐 버렸던 술집에 이러한 내적 저항을 극복하고 에미가 용기를 내서 들어오게 되는 이유는 낯선 음악이 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지루하고 외로운 삶을 변화하고 싶다는 에미의 욕망을 자극하면서 매혹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미는 낯선 외국인인 살렘이 춤추자고 청하자 선뜻 받아들여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춤을 춘다. 춤을 통해서 에미는 경직된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한다.9) 살렘이 춤을 청하자 에미는 겉옷을 벗고 기하학적인 무늬의 노란색이 눈에 띠는 원피스를 드러낸다. 검은 색 코트와 대비되는 밝은 색 원피스는 무거운 일상을 털어버리고 삶의 활기를 되찾으려는 에미의 무의식을 표현한다.10)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욕구는 집까지 바래다 준 살렘을 자기 아파트로 청하는 에미의 적극적인 태도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에미: 그런 소리 말아요. 항상 살면서 ‘하지만’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 그리고 모든 것이 그대로 있게 되죠. 어리석죠. 지금 함께 올라가요.
EMMI Ach was. Immer sagt man ‘aber’ im Leben. ‘Aber’- und alles bleibt beim alten. Quatsch. Sie kommen jetzt mit rauf. (58)
이렇게 낯선 것은 불만족스러운 삶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기존의 질서를 위협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고 공격성을 표출하는 대상이 된다.
Ⅲ. 낯선 것에 대한 공격적 태도의 유형과 그 원인
낯선 것은 피하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면을 투사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그럼으로써 비난의 대상이 된다. 살렘과 하루 밤을 함께 보내고 사랑에 빠진 에미는 동료들이 이방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려고 외국인이 지하철에서 자신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동료들은 외국인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프리다: 더러운 돼지들뿐이야. 그들이 정말 어떻게 사는지. 온 가족이 한 방에서. 그리고 돈만 밝히지.
에미: 아마도 괜찮은 집을 찾지 못하나 보지.
파울라: 무슨 소리야. 그들은 인색해, 그게 전부야. 인색한, 씻지 않은 돼지들. 그리고 머리엔 온통 여자들 생각뿐이지. 하루 종일.
에미: 하지만 그들은 일을 하잖아. 그래서 그들이 여기 있지 않아. 일을 하기 때문에.
헤드비히: 말도 안 되는 소리, 에미. 기차역에 가서 살펴봐. 불량배들뿐이지. 거기서 그들 중 아무도 일하지 않아.
파울라: 화면에 보이지 않고 맞아. 그들은 우리 덕에 여기서 살고 있지. 신문을 봐, 매일 강간과 같은 것에 대해서 쓰여 있지.
FRIEDA Lauter dreckige Schweine. Wie die schon leben. Ganze Familien in einem Zimmer. Die sind bloß scharf aufs Geld.
EMMI Vielleicht finden sie ja keine anständige Wohnung.
PAULA Ach was. Die sind geizig, das ist alles. Geizige, ungewaschene Schweine. Außerdem haben die nichts als Weiber im Kopf, den ganzen lieben langen Tag lang.
EMMI Aber die arbeiten doch. Deswegen sind sie doch hier, weil sie arbeiten.
HEDWIG Ach Unsinn, Emmi. Geh doch mal zum Bahnhof und schau sie dir an. Lauter Gesindel. Da arbeitet keiner von denen.
PAULA off Genau. Die leben hier auf unsre Kosten. Schau doch mal in die Zeitung. Jeden Tag steht was drin von Vergewaltigen und so. (63f)
에미의 동료들은 외국인들이 인색하고, 더럽고, 성욕에 가득 차 위험하고, 게을러 독일인들의 노동의 대가로 산다고 생각한다.11) 부정적인 속성을 부여받은 낯선 자들은 냉대와 멸시의 대상이 된다. 독일인들이 외국인들을 알려는 노력 없이 자신의 틀에 맞추어 획일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살렘의 긴 이름을 무시한 채 다른 모든 아랍인처럼 그를 알리 Ali라고 부른다는 데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낯선 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싶지 않은 모든 부정적인 특징들을 부여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을 인간의 존엄성, 품위, 도덕의 수호자로 만들어 스스로의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나르시시즘적인 만족감을 충족시킨다.12) 이러한 생각은 서로에게 암시되어13) 집단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진다. 낯선 자를 스스로 경험하지 않는 자들도 이러한 편견에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편견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덧붙이고 전달하면서 공동체의식을 공고히 한다. 에미의 동료들은 문화적 해택을 누리지 못한,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계층이다. 흔히 하층계급은 타문화권의 사람에게 공격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기 문화권 안에서 당하는 부당한 대우를 보상받는다.14) 근본적으로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기 자신을 패배자로 느끼게 되는데, 그들보다 못한, 그들이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을 발견함으로써 그들의 죄책감을 덜고 스스로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15) 자신에게 긍지와 가치를 느낄 이유가 거의 없는 구성원들에게는 훌륭한 집단에 속해있다는 사실로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집단 나르시시즘이 더없이 소중하다.16) 그들은 퇴행적 태도로써 집단속에 자신을 소속시킴으로써 자신의 불행을 잊는다.17) 낯선 자는 집단 나르시시즘을 만족시키면서 문화과정에서 억압된 공격성을 “문화 초자아 Kultur-Über-Ich”와의 갈등 없이 표출할 수 있는 편리한 대상이 된다. 살렘은 자신이 경험한 이러한 차별을 “독일인과 아랍인은 같은 인간이 아니죠. [...] 독일인은 주인이고, 아랍인들은 개지요 Deutsch mit Arabisch nicht gleiche Mensch. [...] Deutsche Herr, Arabisch Hund” (56)라고 표현한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유사하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은 서로와 동일시함으로써 결속하게 되는데18), 외롭고 불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미망인들인 에미의 동료들은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을 공유하면서 결속한다. 외국인과 관계를 맺는 여자들은 그들이 외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함께 나누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낯선 자가 되고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러한 여자들은 도덕심이 결여되어 수치심이 없고 섹스만 생각하는 “더러운 창녀들 dreckige Huren” (64)로 낙인찍힌다. 대부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성욕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면서19) 더욱 엄격한 초자아를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초자아는 자아에게 공격적이 된다. 자기 자신을 향한 공격성은 우울과 무력감으로 표현되면서 외부로 분출할 기회를 찾게 된다. 그들은 억압된 성욕을 자신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낯선 자에게 투사함으로써 낯선 자와 외국인의 관계를 단지 성적인 면으로만 축소시키면서, 이러한 낯선 자는 그들의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는 적합한 대상이 된다.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은 테이트 신청을 살렘으로부터 거절당한 아랍 여자 카타리나 Katharina의 에미에 대한 공격적 태도에도 나타난다. 그녀는 에미를 “늙은 창녀 alte Hure”라고 부른다. (79) 그들은 그들과 달리 행동하는 여자들에게 공격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감을 확인하면서 결속력을 공고히 한다. 젊은 외국인들한테 그들도 또한 에미처럼 어떤 변화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에미는 주변사람들이 자신과 살렘을 냉대하는 이유가 질투 때문이라고 여러 번 말한다. 자기가 원하면서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낯선 자에 대한 증오와 적대감은 욕구불만의 한 형태인 질투와 선망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20) 낯선 자에게 끌리는 감정과 낯선 자에 의해 불러 일으켜진 욕망은 그 만족이 가져올 결과, 즉 문화 초자아와의 마찰, 사회에서의 고립 등을 감지하면서 억압되고, 이는 더욱 엄격한 초자아를 형성하게 만들어 공격적이 되게 한다.21) 이러한 공격적 태도는 억압된 욕망이나 환상이 의식되는 것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로서 자신이 여태까지 지켜온 도덕관과 질서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좋은 방어책이 된다.22)
에미의 이웃인 미망인들은 살렘이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왔을 때 경찰까지 부르면서 과장되게 반응한다.
카르게스 부인: 저기. 한 층 위에. 한숨도 눈을 붙일 수가 없어요. 그녀는 외국인을 한꺼번에 네 명이나 집에 들였어요. 네 명! 그러면 자기 생명에 대해 걱정을 해야만 되죠.
첫 번째 경찰: 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엘리스 부인: 아니요, 경찰관님. 모두 아랍인들이예요. 그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아시잖아요. 폭탄 등 등.
FRAU KARGES Da. Ein Stock höher. Kein Auge kann man zutun. Gleich vier Ausländer hat sie in der Wohnung. Vier! Da muß man ja Angst um sein eigenes Leben haben.
ERSTER POLIZIST Na, na. So schlimm wirds doch nicht sein.
FRAU ELLIS Doch, Herr Wachtmeister. Sind doch alles Araber. Sie wissen doch, was das für welche sind. Mit Bomben und so. (80)
그들은 낯선 자들에게서 느끼는 성적인 매력에서 비롯된 욕망에 의해 발생된 불안감을 실재적 공포와 연결시킴으로써 진정한 불안의 원인을 은폐하면서 과장되게 두려워하고 과민반응을 하게 된다.23) 낯선 자는 억압된 욕망을 자극하여 자신의 불완전함을 환기시키면서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고, 이러한 불안감에 대한 방어책으로 공격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연하의 외국인과 결혼하게 된 에미는 무의식적 욕망을 억압하고 있는 동료들, 이웃들, 그리고 자식들한테 따돌림 당하고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그들의 공격적 태도는 그들의 지루한 삶에도 원인이 있다.24) 에미의 딸은 남편과 무의미한 말싸움으로 시간을 보내고, 에미의 이웃은 에미와 살렘을 늘 엿보고 감시할 정도로 무료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지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낯선 자에게 공격적 태도를 취하면서 자기 자신의 영향력과 삶을 확인하고자 한다.
에미는 이러한 주위사람들의 태도를 견디지 못하고 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행을 다녀온 후 사람들은 그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에미와 살렘에게 친절해진다. 외부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때는 서로 협력했던 그들이 주위의 태도가 호전되자 두 사람 사이의 잠재해 있던 갈등을 드러내면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 에미는 그 동안의 고립에 대한 책임이라도 묻는 듯이 살렘에게 미묘한 방법으로 공격적 태도를 취한다. 그녀는 살렘이 정말 원하는지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이것, 저것 명령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그의 주인인 양 행세한다.
에미: 자, 여기 지하실 열쇠가 있어. 당신은 부인이 옮기는 것을 도와줘? 그녀에게 친절히 대해. 그러면 그녀도 우리에게 친절할 테니까. 그동안 나는 장을 보러 갈께, 알겠어? 이해했어?
살렘: 이해했어.
에미: 그리고 뭐 다른 것 입어.
EMMI So, hier sind die Schlüssel vom Keller. Du hilfst der Frau beim Umräumen? Und sei freundlich zu ihr. Dann ist sie auch freundlich zu uns. Ich geh inzwischen einkaufen, ja? Hast verstanden?
SALEM Verstand.
EMMI Und zieh dir noch was andres an. (85)
에미의 이런 태도는 주위사람들에게 소외되면서 느꼈던 무력감을 보상받으려는 가학적 공격성에 기인한다. 가학증의 본질은 남에게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완전히 지배하고 그 사람을 마음대로 다루려는 충동으로 귀속된다.25) 이는 무능한 자의 폭력으로서 자신의 의지를 펼칠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이 표출하게 되는 일종의 “보상적 폭력 kompensatorische Gewalttätigkeit”이다.26) 에미는 살렘과의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고 주의사람에게 따돌림 당하게 되고, 이러한 사회적 고립을 견디지 못하게 되어 힘을 가진 집단에 복종하고 동화되면서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부분적으로 포기하게 된다. 이때 느끼게 되는 무력감을 에미는 살렘을 자기 의지대로 지배하면서 보상받으려고 한다. 살렘과 다시 화해하면서 그녀는 그에게 “당신은 자유로운 사람이야,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 Du bist doch ein freier Mensch. Du kannst doch machen, was du willst” (95) 라고 말하며 살렘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에미의 말은 살렘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렘이 고향 음식인 쿠스쿠스 Cous-Cous를 요리해달라고 하자 에미는 독일에서는 그런 음식을 먹지 않으니 독일 상황에 익숙해지라고 말한다. (88) 쿠스쿠스는 자신의 문화에 대한 살렘의 향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에미는 살렘의 문화적 욕구를 이해하고 그의 문화를 수용할 생각이 없이 일방적으로 그에게 독일문화에 적응할 것을 요구한다. 그녀는 살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낯선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설명하면서 (91) 그를 자신과 다른 이국적인 존재로 보고, 자신과 자신의 문화와 분리시키면서 그와 그가 속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에미의 태도는 살렘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이미 드러난다. 그는 자식이 셋 있지만 혼자 산다는 에미에게 자식들이 그녀를 혼자 살게 하는 것이 좋지 않고 모로코에서는 가족이 항상 같이 산다고 이야기 한다. (58) 이러한 말을 하는 살렘은 에미가 사는 방법이 유일한 것이 아니라 많은 가능성들 중에 하나임을 가리키고 그녀의 생활 방식을 상대화하면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27) 하지만 에미는 다른 나라는 다른 관습을 가지고 있다고 짧게 대답하고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58) 그녀는 자신의 문화를 타문화와 비교해서 장점을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는 데, 이러한 에미의 태도는 잠재적으로 독일문화의 우수성을 확신하는 듯 하다. 그녀는 이차대전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단지 지나간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담담히 받아들인다. (60) 역사적 성찰이 결여된 에미의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용은 표면적이고 제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동료들이 에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살렘을 자신의 애완동물인 양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로 보여주면서 자랑스러워한다.
에미: 이 사람이 알리야. 그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살렘: 일어선다 안녕하세요.
헤드비히: 안녕하세요. 세 여자는 앉는다. 정말 잘 생겼는데, 에미, 정말이야. 그리고 정말 깨끗해.
에미: 왜 깨끗해?
헤드비히: 글쎄, 미안하지만, 난 그들은 씻지 않는다고 항상 생각했거든.
에미: 그는 씻어. 그는 씻지. 심지어 샤워도 하지 - 매일.
헤드비히: 그리고 그의 근육.
에미: 자랑스러워하며 그럼, 그는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지! 그녀는 살렘에게 간다. 헤드비히와 파울라에게 자, 이리와 봐! 살렘에게 알통을 보여주라고 요구한다, 해 봐! 그를 한번 만져봐!
EMMI Das ist der Ali. Zu ihm Sag mal schön guten Tag.
SALEM steht auf Guten Tag.
HEDWIG Guten Tag. Die drei Frauen setzen sich. Der sieht aber gut aus, Emmi, wirklich. Und so sauber.
EMMI Wieso sauber?
HEDWIG Naja, entschuldige, aber ich hab immer gedacht, die waschen sich nicht.
EMMI Der ja. Der wäscht sich, der duscht sogar - jeden Tag.
HEDWIG Und die Muskeln, die der hat.
EMMI stolz Ja, der kann ordentlich zupacken! Sie geht zu Salem. Zu Hedwig und Paula Na, kommt mal her! Fordert Salem auf, seinen Bizeps zu zeigen Mach mal! Fa-ßt ihn mal an! (91)
심지어 매일 샤워를 한다는 말에서 에미도 역시 외국인들이 더럽다는 동료들의 선입견을 공유하고 있고, 단지 자신의 남편만이 예외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낯선 자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즐기면서 자신을 우월한 관찰자의 입장에 놓는 공격적 태도는 처음 에미가 술집에 들어왔을 때 살렘에게 에미와 춤출 것을 권하고 두 사람이 춤추는 것을 지켜보는 카타리나의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55) 에미가 주위사람들로부터의 소외에서 벗어나 동화되었다는 것은 그녀가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 계단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이전에 에미가 혼자 있던 자리에는 새로 온 유고슬라비아여자 욜란다 Yolanda가 차지하게 되고, 에미는 동료들과 함께 하게 된다. (90) 이렇게 에미가 주위사람들의 선입견을 부분적으로 공유하고28) 그들에게 동화되면서 살렘을 소외시키는 것은 그녀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에게 사람들로부터의 미움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말했듯이 (83) 무엇보다도 그녀가 주위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살렘과 첫날밤을 보내고 나서 이미 에미는 무의식중에 이러한 고립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낀다. 그와 아침식사를 할 때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행복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62) 이러한 에미의 두려움은 그녀와 살렘의 행복한 만남이 지속되지 못하고 다시 혼자 남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관습을 깬 자신이 주변사람으로부터 비난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안은 사람들의 호의와 사랑을 잃을 것에 대한 염려에서 발생하는 문화 초자아에 대한 불안,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추방될 것에 대한 도덕적, 사회적 불안이다.29) 고립에 대한 두려움은 에미에게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고 미화하게 만든다. 군무교대를 부탁하려고 온 동료가 살렘이 에미의 남편임을 보고 불쾌해하며 돌아갈 때 에미는 살렘의 생각을 무시하고 단지 동료가 놀랐기 때문이라고 그에게 설명한다.
살렘: 그 여자는 좋지 않아.
에미: 허튼소리, 그녀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단지 놀랐을 뿐이야. 불쌍한 사람.
살렘: 눈이 좋지 않아, 그녀는 눈에 죽음을 담고 있어.
에미: 글쎄. 오늘 여동생이 죽었으니까.
살렘: 눈에 동생의 죽음이 아니야, 다른 죽음이야.
에미: 말도 안돼는 소리. 착각하는 거야. 어서 입어.
SALEM Dies Frau nix gut.
EMMI Quatsch, die ist schon in Ordnung. War nur überrascht, die Arme.
SALEM Auge nicht gut. Diese Frau hat Tod in Auge.
EMMI Naja, wenn heut die Schwester gestorben ist.
SALEM Nicht Tod von Schwestere war in Aug, andere Tod.
EMMI Unsinn. Das bildest du dir ein. Komm, zieh dich an. (78)
살렘은 에미의 동료의 눈에서 죽음과 같은 권태감과 무력감을 보았지만, 에미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주위사람들과 동화되면서 살렘을 소외시키는 에미는 살렘에게 낯선 자가 되고, 결국 그는 다시 자신의 문화권으로 돌아가게 된다. 살렘은 쿠스쿠스를 요리해 주는 여자친구와 외도를 하고 자신의 봉급을 놀음에 날려버린다. 대상에게 향했던 살렘의 리비도는 자기 자신에게 다시 돌아와 공격적 에너지로 전환되어 에미에게 상처를 주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Ⅳ. 낯선 것에 대한 공격성의 해소방안
에미의 이웃과 동료들인 미망인들은 성적 욕망을 인정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억압하면서 지나치게 엄격한 초자아를 형성하고, 억압된 욕망을 에미에게 투사하면서 그녀와 살렘의 관계를 단순한 성적관계로 축소시킨다. 우선 자신 내면의 낯선 것, 즉 무의식적 욕망을 인식하여야, 억압된 욕망을 낯선 자에게 투사하지 않고 편견 없이 대할 수 있다. 더불어 초자아에 의한 본능의 억압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무의식적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성찰해서 본능과 문화적 요구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자아를 성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미의 이웃들과 자식들은 사회적 하층계층으로서 자신의 삶을 무료하게 느끼고 삶에 불만족해 한다. 또한 에미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형성해 나갈 수 없게 되자 알리에게 가학적인 보상적 공격성을 표출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펼쳐 삶을 형성해나갈 수 있어야 낯선 자를 지배하고 공격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낯선 자에게 부정적 특징을 부여하면서 상대적인 우월감을 가질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
문화 초자아는 객관적인 정의에 의거하지 않고 흔히 집단의 건강하지 않은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형성된다는 것을30) 이해하고, 문화 초자아에 대한 비판적 숙고를 하기 위해 사회적 고립에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문화 초자아의 형성과정을 이해해 낯선 것을 매도하고 고립시킬 때 느끼는 일시적인 나르시시즘적인 만족감이 자아의 빈곤함에 기인한다는 것을 통찰하고, 지성, 재능, 피부색, 나이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 안에 존재하는 인간성에 대한 존중이 바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31) 마지막에 에미가 살렘과 화해할 때 술집에서 춤을 추면서 하는 말은 이러한 생각을 표현한다.
[...] 알겠어, 우리가 함께 있으면, 그러면 ... 서로에게 잘해 주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 그렇지 않으면 삶 전부가 전혀 가치가 없지. [...] weißt du, wenn wir zusammen sind, dann ... müssen wir gut sein zueinander. Sonst ... sonst ist das ganze Leben nichts wert. (95)
에미가 민족적인 낯설음에서 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살렘과 가까워지는 것은 먼저 그녀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것을 인지하고 낯선 것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용기 있게 낯선 세계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에미는 세 자식을 이미 결혼시키고 청소부 일을 하며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고, 살렘도 역시 외국인 노동자로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이러한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에미는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 주고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해주면서 살렘은 에미에게 늙었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가까워진다. 새로운 것과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공통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낯선 것에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갈 때 낯선 것과의 긴장감 속에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고 보완하면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에미와 살렘은 춤을 통해 처음에 가까워졌고, 두 사람이 화해할 때도 춤을 춘다. 춤은 어색함과 경직된 마음을 풀어주어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게 하고 서로의 일체감을 확인하게 한다. 춤과 같은 예술 행위는 편협한 이성으로부터 해방시키면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집단적 예술 kollektive Kunst”은 삶을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창조적인 방식으로 낯선 자와 하나가 되게 한다.32) 예술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문화적 요구를 화해시키면서 사회적인 지배에 필요한 과잉억압에서 벗어나게 한다.33) 자신의 부족한 면을 인정하고 용기 있게 낯선 자에게 다가가 낯선 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끼면서 함께 공유하는 예술로써 일체감을 형성할 때 낯선 자는 삶을 풍요롭게 변화시키는 나의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Ⅴ. 결론
낯선 것은 경험하는 주체인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낯선 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매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의 불완전함을 인식하게 하고 기존의 질서를 위협하기 때문에 두려움과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에는 민족적으로 낯선 자와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낯선 자라는 두 가지 유형의 낯선 것이 형상화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낯선 자에 대한 편견, 따돌림, 냉대, 무시, 명령과 지배라는 다양한 형태의 공격성이 구체화되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료해하는 에미의 이웃들과 자식들은 민족적으로 낯선 자에게 자신이 가지고 싶지 않은 모든 부정적인 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집단을 우월하다고 느끼면서 집단 나르시시즘을 만족시킨다. 이러한 낯선 자에게 갖는 선입견을 함께 공유하지 않고 외국인과 관계를 맺어 그들에게 낯선 자가 된 에미에게는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 욕망을 투사하면서 그녀를 비난하고 따돌린다. 에미는 이러한 사회적 고립을 견디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선입견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살렘을 지배하려하고 그에게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버리고 독일문화에 적응하도록 강요한다. 이러한 에미의 살렘에 대한 미묘한 공격적 태도는 자신이 받은 차별을 보상받으려는 심리와 사회적 고립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다. 낯선 자는 자신이 가지고 싶지 않는 부정적인 면과 자신의 억압된 무의식적 욕망을 투사하면서 초자아와 마찰 없이 편리하게 나르시시즘적인 만족감을 느끼면서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러한 낯선 자에 대한 공격적 태도는 무력감, 지루함, 반복되는 우울함,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 무의식적 욕망을 의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
따라서 낯선 자에 대한 공격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무의식적인 면과 자신이 속한 문화 초자아의 형성과정을 인식해야 하며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해야 한다. 낯선 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이해가 전제되어야하며, 다른 한편 자기이해와 발전을 위해서는 낯선 자와의 끊임없는 교류가 필요하다. 낯선 자에게 용기 있게 다가가 편협한 이성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는 집단적 예술을 함께 즐김으로써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낯선 자와의 생산적 교류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파스빈더는 영화의 제목을 도발적으로 문법이 틀린 독일어로 표현한다. 문법은 틀렸지만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제목을 통해 파스빈더는 상징적으로 낯선 자가 자신의 문화에 동화될 것을, 자신의 문화의 규범을 지킬 것을 요구하기 보다는 규범이나 규칙에서 벗어나 보편적 상식에 기초해 그들의 표현도 이해할 것을 권유한다. 더불어 규칙에서 벗어난 독일어가 독일어로서 이해되듯이, 독일 내의 이질적인 문화도 독일문화에 포함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에미는 스트레스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흔히 걸리는 위궤양으로 쓰러진 살렘의 침대에 앉아 그의 손을 잡고 울고 있다. 의사의 말대로 반년 후에 살렘의 병이 재발할 것인지, 아니면 에미가 다짐한대로 그녀의 노력으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파스빈더는 이러한 개방된 결말로 독일인들과 낯선 문화권의 사람들이, 나아가 나와 이질적인 면과 동질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나에 대한 인식을 자극하는 낯선 자와 내가 서로 이해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답은 관객에게 맡겨 놓는다.34)
정신분석학은 개인심리에 대한 이론을 집단심리에 확대해 문화 무의식을 상정하고 분석해 문화문제의 발생원인, 파급과정,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본고는 정신분석학에 입각해 영화에 나타난 낯선 것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의 심리적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소방안을 제시했다. 개인심리는 개인이 속한 문화의 영향 하에 형성되고, 문화현상에 대한 이해는 문화 구성원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기 때문에 문화학과 정신분석학은 상호보완관계에 있다. 1970년대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독일인의 공격적 태도는 심리적 원인뿐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도 기인한다. 독일에서는 경제부흥에 힘입어 195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을 유입하고, 70년대 초부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의 가족들을 독일로 데려오게 된다. 그러나 67년부터 시작된 경기침체, 72년 뮌헨올림픽 때 벌어졌던 아랍계 급진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그리고 73년에 발생한 석유파동으로 독일인들의 외국인들에 대한 반감은 증가하게 한다. 과잉억압에서 벗어나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사회경제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상황을 분석하는 사회이론, 집단적 예술의 내용과 기능을 설명하는 문예학과 미학 등 다른 학문분야와의 생산적인 접목을 통해 정신분석학은 총체적인 문화분석을 수행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문화문제에 대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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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sammenfassung
Psychoanalytische Untersuchung zur Aggression gegenüber Fremdem am Beispiel von Rainer Werner Fassbinders Angst essen Seele au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