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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은 서울의 5대 고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중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서울시청광장, 서울시립미술관, 청계천 등 주변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해 나들이하기 만만한 장소이기도 하다. 덕수궁 입구(대한문 앞)에서부터 시작해 서울시립미술관 앞 광장(음악분수대가 있는 곳)에 이르는 ‘돌담길’과 정동교회를 거쳐 광화문대로까지 이어지는 ‘정동길’은 청명한 가을이면 산책 나온 인파로 늘 붐빈다. 인근엔 회사가 밀집돼 있고 유동인구 많아 골목골목 숨겨진 맛집도 많다.
덕수궁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8시(퇴장시간 9시). 입장료 대인(만 18세 이상) 1000원, 소인(만 7~18세 미만) 500원. 둘째, 넷째주 토요일에 한해 소인 무료.
찾아가는 길: 덕수궁에는 주차시설이 없다. 유료주차장을 찾아 헤매지 않으려면 필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 1호선 2번 출구, 2호선 12번 출구에서 1분.
문의 (02)771-9952 www.deoksugung.go.kr
눈여겨볼 만한 덕수궁 10~11월 주요 행사
행사명 | 내용 | 일시 | 장소 |
해오름백일장(서울교육청 주관) | 문맹자 중 서울교육청에서 한글 수업 받은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백일장 실시 | 10월 3일 개천절 | 대강당 |
덕수궁 가을밤 문화공연 | 가을이 깊어가는 밤, 길놀이, 칼춤, 판소리, 민요, 국악관현악, 사물놀이, 뒷마당놀이 등 우리의 멋을 배워보는 시간 | 10월 6, 20일/ 11월 3일 (총 3회) 토요일오후 7시~8시 | 정관헌 |
정관헌 전통다례체험행사 | 전통다례체험을 직접 배우며 고급 차와 다과를 즐기는 시간 | 10월 13일, 11월 10일 오후 2~3시 | 정관헌 |
정동문화축제 세계민속퍼레이드 | 세계 각 국의 민속의상을 입은 200여명의 인원이 덕수궁을 출발해 정동극장~경향신문사~서울역사박물관~광화문역 ~덕수궁을 잇는 퍼레이드를 펼친다. | 10월 20일 오전 11시30분~오후 12시 50분 | 덕수궁 일대 |
비밀스러운 산책로가 있는 덕수궁 안
▲ [좌]아담한 규모지만 굵직굵직한 전시회가 열리는 덕수궁미술관. [우]석조전 뒤에는 비밀스런 산책로가 숨어 있다.
지하철 1호선 2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大漢門)과 바로 만난다. 대한문 앞에서는 휴관일인 월요일을 비롯해 혹한기나 혹서기, 눈ㆍ비 오는 날 등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3시30분이면 왕궁 수문장 교대 및 수위의식(문의 서울특별시 문화재과 02-2171-2592)이 열린다. 수문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직접 수문장 차림도 해볼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아이들의 현장학습 장소로 인기만점이다. 대한문을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금천교(禁川橋)는 ‘궁궐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이 맑고 바른 마음으로 나랏일을 살피라’는 의미를 지닌 돌다리다. ‘나랏일을 살피진 못해도 맑고 바른 마음으로 산책을 하겠다’는 의지를 ‘굳이’ 다지며 덕수궁 산책 코스의 시작을 알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산책로는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바로 시작된다. 하늘을 가린 은행나무 터널 아래는 바쁜 걸음 하나 없다. 모두가 그저 느릿느릿,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수록 도시의 소음이 등 뒤에서 무기력하게 멀어져만 간다. 가는 방향 왼쪽으로는 벤치에 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 오른쪽으로는 덕수궁의 중문인 중화문(中和門, 보물 제819호)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풍경처럼 지나간다. 한적하고 적막해 차츰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질 찰나, 광명문(光明門)이 나타난다.
1938년 옮겨지기 전까지 함녕전(咸寧殿, 보물 제820호)의 정문이었던 광명문엔 현재 홍천사 범종과 창경궁 보루각의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 국보 제229호)가 전시돼 있다. 느리게 걸어도 20분이면 족할 산책로 끝자락엔 생경한 근대 석조건물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바로 덕수궁미술관(정식 명칭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과 석조전(등록문화재 제80호)이다. 덕수궁미술관은 근대미술 전문기관으로 아담한 규모지만 그 동안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렘브란트와 바로크의 거장들’이나 ‘롭스와 뭉크-남자와 여자’ 등 굵직굵직한 전시를 진행해 왔다.
한 바퀴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족하다. 미술관 정문으로 나오면 시원한 분수가 있는 서양식 정원과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나들이객은 이곳을 거쳐 중화전, 덕홍전 등 궁궐 내부 코스를 밟지만 비밀스러운 산책을 원한다면 석조전 뒷길로 가볼 것. 한적하기 그지없는 산책로가 준명당(浚明堂), 즉조당(卽祚堂) 뒷길을 거쳐 최초의 조선과 서양의 절충식 건물인 정관헌(靜觀軒) 뒷길까지 이어진다. 세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오솔길은 도심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평온하다. 들리는 건 새소리요, 떨어지는 건 열매뿐. 완만한 경사와 굴곡이 더해져 걷는 재미를 더한다. 정관헌 주변엔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 온 아름드리 회화나무가 디카족들의 멋진 배경이 되어 준다. 정관헌을 나오면 아담한 연못도 보너스처럼 기다리고 있다. 연못 주변 벤치에 앉아 산책을 마무리하거나 연못 부근에 있는 전통 카페 돌담길(02-3789-3197)에서 전통차 한 잔 마시며 계절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서 운영하는 카페 돌담길은 차를 비롯한 음료 가격이 2000~3000원 선으로 인근 카페에 비해 저렴하다. 전통문양의 수공예 액세서리나 조각보, 당의 앞치마, 장식품 등을 전시ㆍ판매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기동 한약방에서 달여 오는 전통 차를 끓여내 놓는가 하면 먹기 아까운 예쁜 떡과 한과는 ‘궁’에서 공급받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하며 덕수궁 휴무일인 월요일은 쉰다.
볼거리 많은덕수궁 밖돌담길&정동길
예로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덕수궁 돌담길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옴에도 불구하고 덕수궁 돌담길은 여전히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데이트 코스다. 혼자 걸으면 옛사랑이 떠오르고,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걸으면 사랑이 이뤄질 것만 같은 길이 돌담길이다. 그래서 돌담길은 때론 시인의 시(詩)나 대중가요 한 구절을 장식하기도 한다. “너무 잘 정비를 해놓아 낭만적인 분위기가 많이 퇴색했다”는 평도 있지만, ‘2007년식 돌담길’은 낭만이 줄어든 대신 ‘2007년식 문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가로수 나무 아래로는 간이의자가 섭섭하지 않게 놓여 있다. 이동식 커피 판매상이나 요구르트 아주머니도 이곳에 서 있으면 정겨운 풍경이 된다. 매연 뿜어내는 자동차로 지나가기엔 어쩐지 미안한 길이다. 덕수궁 정문 왼쪽의 돌담길 따라 걷다 가로수가 안락하게 드리운 길의 끝자락에 서면 길은 다시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은 서울시립미술관(02-2124-8000)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초입의 작은 공원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나들이 장소가 된다.
실내엔 전시작뿐 아니라 아트숍이 구경꾼들을 불러 모은다.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ㆍ일요일 및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개방(관람료 청소년 300원, 일반 700원)한다. 미술관과 마주하고 있는 길은 미국대사관을 거쳐 덕수초등학교를 지나 새문안교회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전경들의 경비가 삼엄하나 나들이족에겐 개방된 길이니 주변의 방해 없이 혼자 고독하게 걸어보고 싶다면 가보는 것도 좋다. 정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건물인 원각사를 복원한 정동극장, 난타전용극장, 뮤지컬ㆍ콘서트 전용 극장인 팝콘하우스, 아관파천의 현장인 옛 러시아공사관 터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옛 러시아공사관 터 탑 아래로 이어지는 정동공원은 또 다른 데이트 명소. 길이 끝나는 지점엔 심야영화 상영으로 유명한 시네마정동(구 스타식스 02-2004-8000)이 있다. 심야엔 최신 개봉작 3편을 1만2000원(할인 쿠폰 소지자는 1만원)에 관람할 수 있어 영화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좀더 로맨틱한 데이트를 원한다면 야밤 나들이를 계획할 것. 밤이면 돌담길 따라 설치돼 있는 바닥 조명이 연인들의 발걸음을 비춰주고, 서울시립미술관 앞 음악분수대 조명은 형형색색 불빛을 뿜어내 지나가던 연인들의 발길 붙잡는다.
덕수궁 주변 맛집 4選
▲ 1)유림면의 냄비국수와 비빔국수 2)찌개나라의 우렁이 된장라면 3)덕수분식의 해물콩나물국밥 4)길들여지기의 토마토페스카토레
유림면
면 ‘땡기는’ 날이면 이 집에 가야 한다. 국수 하나로 일대 입맛 꽉 잡고 있는 곳. 오래된 4층 건물 1층에 있는 허름한 면 전문점이었으나 단골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4월 13일 대대적인 리모델링 후 4층짜리 현대식 감각의 건물로 다시 태어났다. 점심시간엔 인근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와 20~30분 줄 서는 건 기본. 모르는 사람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더라도 불쾌해하지 않는 게 이 집 단골들의 특징. 그저 먹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눈치다. 메뉴는 비빔국수(5000원), 냄비국수(5000원), 비빔메밀(6000원), 메밀국수(5000원) 등 4가지밖에 없다. 모두 대표메뉴이자 인기메뉴다. “면에서부터 양념까지 직접 다 만들기 때문에 메뉴가 다양해질 수 없다”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이 집 면은 그냥 면이 아니다. 탱탱하고 쫄깃쫄깃한 면발은 밀가루를 비롯해 찹쌀, 오곡 등 13가지 가루를 섞어 만든다. 반죽은 4층 숙성실에서 숙성까지 거쳐야 면으로 태어난다. 면이면서도 쫄면이나 냉면에 비해 소화가 잘 되는 것은 숙성 때문이다. 양념 또한 범상치 않다. 고추장, 고춧가루, 메밀육수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넣어 7~8시간 달인 후 겨자가루 등을 첨가한 양념은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강렬하다. 비빔국수를 주문하면 양념 위에 오이, 도라지, 시금치, 달걀 고명을 수북이 얹어낸다. 비 오는 날엔 냄비국수를 맛보자. 면은 우동처럼 면발이 굵다. “원래는 냄비우동이었으나 한 국어학자가 ‘우동’은 우리말이 아니니 ‘국수’로 고치라고 조언해 이후 국수로 쓰게 됐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줄 서지 않고 여유롭게 맛보려면 식사 시간을 피해 갈 것! 영업시간 평일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명절 휴무). 문의 (02)755-0659
찌개마을
찌개전문점. ‘라면의 프리미엄’ 우렁된장라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우렁된장라면(1인 6000원, 2인 이상 주문)은 엄밀히 말하면 우렁된장찌개에 라면사리를 넣은 것이다. 라면 수프가 아닌 우렁과 된장, 육수로 맛을 내기 때문에 뒷맛 깔끔하다. “찌개마다 육수가 따로 있는데, 우렁된장라면 맛의 비결은 매일 아침 만들어 내는 된장육수”라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부대찌개, 김치찌개에는 사골육수를 넣고 모든 찌개에는 라면 사리를 넣어서 먹을 수 있다. 뚝배기불고기 5000원, 동태찌개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30분(명절당일 휴무). 문의 (02)755-6473
덕수분식
해물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집. 돌담길 초입 2층에 자리잡고 있어 전망 좋다. 창가에 앉으면 덕수궁 처마가 바로 보인다. 이 집 콩나물국밥(6000원)은 색깔도 맛도 중국요리 ‘짬뽕’과 비슷하지만 개운하다. 국물 맛만 내기 위한 잔새우가 아닌 새끼 손가락만한 새우와 콩나물이 심하게 듬뿍 들어간다. 국물 맛 시원한 것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 인심 탓. 육류나 들깨가루도 첨가하지 않는다. 오직 바지락과 생새우로만 맛을 냈다. 김치찌개, 돌솥비빔밥 각 5000원.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10시(연중무휴). 문의 (02)778-6886
길들여지기
정동극장 안에 있는 이탈리안 퓨전 레스토랑. 1층은 카페, 2층은 레스토랑으로 공간이 구분된다. 2층 한쪽엔 ‘하늘공원’이라는 테라스가 따로 있긴 하지만 1, 2층 모두 벽면 한쪽을 개폐식 창으로 설치했다. 창을 활짝 열면 실내는 가을 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야외테라스로 변신한다. 나무결이나 옹이가 그대로 살아있는 테이블이나 실내 한 구석을 장식하는 인테리어 나무는 정동길 풍경을 거스르지 않는다. 음식 역시 슬로푸드(slow food)를 표방한다. 인공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친환경 유기농법의 식재료만 사용한다. 파스타류는 1만2000~1만8000원. 국내산 육류만을 사용한다는 스테이크는 2만5000~3만4000원. 디너세트는 3만4000~4만8000원.
매주 월요일~토요일 오후 8~10시면 하늘공원에서 바비큐(1접시 2만원)도 맛볼 수 있다. 직원은 “식사라기 보다 맥주에 사이드메뉴로 곁들이는 수준”이라고 했지만 제법 양이 푸짐하다. 소시지, 통감자, 옥수수, 대하, 폭립(돼지갈비) 등이 바비큐 상태로 나온다. 가을로 물들어가는 정동길을 내다보며 바비큐 파티를 즐기기에 부족함 없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명절휴무). 문의 (02)319-7083 www.giljy.com
행복플러스
글=박근희 기자
사진=이구희 객원기자
일러스트=김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