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德裕山)의 주봉은 향적봉(香積峰, 1,614.2m)으로 소백산맥의 중심부에 솟은 산이다.
남서쪽에 위치한 남덕유산(1,507m)과 쌍봉을 이루며, 북덕유산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두 봉을 연결하는 산줄기는 전북과 경남의 경계를 긋는 백두대간이다.
북서쪽의 적상산(赤裳山)과 두문산(斗文山), 북동쪽의 거칠봉(居七峰)과 칠봉(七峰), 남서쪽의 삿갓봉과 무룡산(舞龍山) 등 1,000m 급의 고산들을 통틀어 ‘덕유산맥’이라 부르기도 한다.
향적봉(香積峰) 8부능선(해발 1,200m)에는 3∼500년생의 주목(朱木)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껍질이 적갈색으로 윤기가 흘러 향목(香木)으로 말하고, 이곳 사람들은 적목(積木)으로도 부르고 있다.
이는 향적봉의 ‘적(積)’자에서 유래된 것이다.
‘무주구천동(茂朱九千洞)’은 나제통문(羅濟通門)에서 백련사에 이르는 28㎞ 구간을 말한다.
이 계곡에는 맑은 물과 기암, 수림 등이 어울려 독특한 풍치를 자아내고, 은구암·와룡담·인월담·수심대·구천폭포 등 ‘구천동 33경(景)’이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20대 초반 입영기념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와 처음 향적봉을 오른 이후 여러번 덕유산의 이곳저곳을 다녔다.
지금은 열정도 예전만 못해 그저 주어진 일정에 따라 산친구들과 도란도란 걷는 게 재미다.
우리는 ‘덕유산리조트’에서 출발하는 ‘곤도라’를 타고 향적봉을 오른 뒤 백련사를 거쳐 ‘삼공리(구천동)주차장’으로 하산하였다.
백련사에서부턴 ‘무주 구천동 33경’이 펼쳐지고, ‘구천동 어사길’이 안내되고 있었지만 적설로 인하여 대로활보만이 답이었다.
‘백련사(白蓮寺)’는 신라 신문왕 때 백련선사(白蓮禪師)가 숨어 살던 절터는 소실되었고, 지금은 자리를 옮겨 1962년에 새로 지었다.
선수당·원통전·사천왕문·일주문 등의 당우(堂宇)가 있으며, ‘백련사 계단(白蓮寺戒壇,전북 기념물)’과 ‘정관당부도’,‘매월당부도’가 있다.
코스: 설천탐방지원센터-<곤도라>-설천봉-향적봉-백련사 계단-백련사-일주문-구천동 33경-삼공리(구천동) 주차장
(설천봉에서 9.5km, 4시간)
<월간산지>
우리 버스는 '덕유산 유스타운' 앞...
주차장에 댔다.
조금 이동을 하여 길다란 줄 뒤에 섰다가...
먼저 매표소로 갔다.
매표를 한 뒤에 줄을 서야하기 때문. *매표를 한 사람이 탑승차례를 기다리는 줄이다.
경로우대 30% 적용되어 왕복은 15,400원, 편도는 11,900원. 우리는 편도를 선택하였다.
장사진(長蛇陣)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
곤도라는 부지런히 탑승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지만...
구불구불 장사진은 줄어들 줄 모른다.
1시간 40분을 줄을 서서 기다린 뒤에야 우리 차례가 되었다. 탑승인원은 정원이 8명.
곤도라에서 뒤돌아 보는 모습.
25분여 만에 설천봉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아이젠을 차는 등 눈산행 채비를 갖춘 뒤...
'상제루 쉼터'를 올려다 본다. '상제루(上帝樓)'는 옥황상제께 제사를 지낸다는 이름.
무주리조트 공사를 할 때 자꾸만 사고가 나자 제사를 지냈고, 그 이후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상제루 쉼터에서 내려다보는 모습. 저쪽 시설물이 있는 봉우리가 설천봉(雪川峰)이지만 진행불가였다.
팔각정 상제루.
향적봉 방향은 부글부글 가마솥 곰탕.
곧장 향적봉을 향하려다...
설천봉 가까이 접근해 보기로 했다.
주목이 있는 눈덮힌 봉우리가 설천봉. 곤도라 정류장에선 접근 불가하고, 건물 옥상에선 뛰어 내릴 수 없다.
눈 덮힌 봉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옥상의 바람막이 양지바른 건물에서 간단 요기를 한 뒤...
향적봉을 오른다.
불과 600m의 거리.
설천봉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서 데크 계단길.
돌아보는 모습.
향적봉은 겨울산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향적봉엔 순백색 설경에 다소 들뜬 사람들로 꽉 찼다. 이쯤되면 답압(踏壓)으로 봉우리 내려앉겠다.
일렬로 밀려 올라가며...
산호초가 수놓아진 듯한 산꼭대기를 올려다 보다...
살짝 당겨 보았다.
그렇게 올라선 향적봉에 또다시 긴 줄이 서 있다.
내 생애 마지막 향적봉 인증이 되겠지.
바위 꼭대기에 올라...
설경에 취한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다.
능선을 따라 중봉까지.
그리고 덕유의 너른 품과...
두둥실 구름 하늘.
그리고 1,600m의 고공에서 내려다 보는 산하.
천지가 온통 백색천국이다.
여긴 덕유산.
이리저리 카메라를 휘둘러대다...
다시 추억쌓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다.
이제 백련사 방향으로 하산이다.
가져간 네 발짜리 아이젠은 망가져 버렸고, 한덤 님이 주는 아이젠을 착용하였다.
집엔 몇 개의 아이젠이 있었지만 국립공원이라 방심한 게 잘못이었다. 엉덩방아를 너댓 번 찧었으나 눈밭에 썰매타는 정도.
향적봉에서 1.5km를 내려서면 백련사가 1km, 구천동주차장이 7.4km. 향적봉~구천동주차장의 거리는 8.9km.
따라서 설천봉에서 구천동주차장까지 9.5km인 셈.
다시 이정표.
등로에 휀스쳐진 석탑은 전라북도 기념물 제42호인 '백련사 계단(戒檀)'이다.
계단 앞에는 높이 30㎝, 지름 100㎝ 크기의 원통형 대좌 1기가 놓여 있다.
석탑 대석의 직경 2m, 탑신의 높이 2m, 둘레 4m.
계단(戒壇)은 불교의 계법(戒法)을 전수한 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장스님이 지금의 통도사에 금강계단을 만든 것이 시초다.
자장스님은 이곳에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 사리를 안치한 후 불교의 교리를 설법하였다.
이 금강계단(金剛戒壇)은 고려시대에 유행한 석종형(石鐘形) 부도와 같은 계통으로 볼 수 있어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안내판.
산길을 내려오면 백련사.
새하얗게 눈이 덮혔다.
내려온 곳에 삼성각이 있고, 기왓장에 '부처님 진신 사리탑' 가는 길 400m'라고 새겨져 있다.
아까 그 석종형 부도탑(백련사 계단)이 부처님의 진신 사리탑이다.
팔작지붕 두 당우를 쳐다보다...
산 위 눈덮힌 주목을 올려다 보았다.
산길을 내려온 삼성각
팔작지붕 대웅전을 올려다 보다...
현판을 당겨 보았더니 글쓴이가 '한석봉(韓石峰)'이다.
자료를 찾아 보았더니 이미테이션이다. 한석봉의 글씨를 보고 그대로 본떠 새겼다고 하였으니.
범종각.
2층 누각은 우화루(雨花樓). 부처님이 설법할 때 꽃비가 내렸다고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글쓴이는 학승이자 선승이었던 탄허(呑虛 1913~1983)스님.
천왕문을 빠져나오며...
올려다 보는 천왕문 현판도 역시 탄허스님의 글씨.
천왕문 아래에는 휀스쳐진 부도 한 기.
석종형 부도탑에 상륜부는 보륜이나 보주의 장식이 없는 형태로 마치 팽이처럼 뾰족하게 다듬어 놓았다.
돌비에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02호인 정관당 부도(白蓮寺靜觀堂浮屠)'라고 새겨져 있다.
1609년(광해군 1)에 건립된 정관당일선선사(一禪禪師, 1533∼1608)의 부도이다.
안내판의 눈을 쓸어 본 뒤...
'구천동 33경'부터 역셈으로 훑어보면 '구천동 1경'이 나제통문이다.
'구천동 어사길'은...
구천동 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목교를 건너도록 한다. 우리는 대로활보하였다.
31경에 속세를 떠난다는 '이속대(離俗臺)'.
일주문 앞에 부도 5기가 일렬로 나열되어 있다. 그 중에 중간에 있는 부도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43호인 '매월당 부도(梅月堂 浮屠)'다. 생육신 중의 한 명인 김시습(金時習)의 승탑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이 승탑은 1784년(정조 8)에 임선행(任善行)이 건립한 설흔법사(雪欣法師)의 승탑이다.
설흔스님은 1772년(영조 48)에 조성된 무주 안국사의 극락전 후불탱 화기에 증명법사로 등장하고 있다.
디잉~ 또다시 카메라가 먹통이 되어 충전기를 연결하였지만 불가하다. 그래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일주문을 찍었다.
편액을 당겨보았더니 역시 탄허스님의 '덕유산 백련사'.
백련사 안내판.
29경 백련담.
구천폭포.
적설로 구천동주차장에서 백련사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운행중지다.
'25경 안심대'. 매월당 부도는 김시습과 관련이 없었으나 호사가들은 다시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을 등장시켰다.
19경인 비파담.
구천동 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목교가 운치를 더하고...
인월담에선 항일 의병과 관련이 깊다.
인월담(印月潭).
구천동 수호비.
구천동 수호비는 비극의 현대사인 '한국전쟁'에서 퇴로가 막힌 인민군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전사한 우리 국군들의 영혼들을 위로하는 비.
그 옆엔 '의병대장 문태서 순국비'가 세워져 있다.
안내판.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바리케이트를 지나...
뒤돌아 보았다.
그리고 탐방 안내소 건물이 있는 'Y'로 갈림길에서 차가 다니지 않는 우측길을 선택하여...
제15경인 '월하탄'을 지난다.
월하탄은 축소판 나이아가라 폭포.
국립공원 에리어를 벗어나자...
널따란 대형주차장.
시외버스와 셔틀버스 종점이기도 하다.
- 그랬다지요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김 용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