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비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아미타삼존불
글 : 제이풍수사
글 게시일 : 2023. 9. 19.
국보 제218호 아미타삼존불/ 아미타불은 오른손을 내려뜨려 왕생자를 극락으로 인도하고, 지장보살은 오른손에 보주를 들고, 관음보살은 두 손으로 연대를 받치고 있는 그림으로 불화 중에서 최고 걸작에 속한다.
아미타삼존불(阿彌陀三尊佛, 국보 제218호), 이 고려 불화는 1979년 이병철이 일본에서 되사온 것으로 화려한 색상, 정교한 묘사와 치밀한 구도가 돋보여 불화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구름무늬의 상의(裳衣)를 입은 아미타불은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뜨려 왕생자(往生子, 죽은 사람)를 극락으로 인도하고, 지장보살은 오른손에 보주(寶珠)를 든 채 정면을 바라본다. 또 관음보살은 허리를 굽혀 연대(蓮臺)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데 이것은 왕생자를 태워서 극락으로 향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그림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은 가사에 그려진 화려하고 정교한 원형의 금무늬이다. 옷의 주름에도 불구하고 금무늬는 항상 둥근 모양을 유지하는 점이 독특하고, 매우 강렬하다. 현재 세상에 남아 있는 고려 불화는 대략 100여점이다. 그 대다수는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일본으로 반출되어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남아 있는 고려 불화로 우수한 것으론 열 점도 채 못된다. 1996년 7월에 13세기초의 ‘지장보살도’가 미국 내의 경매를 통해 국내로 반입되었다. 이 불화는 한국의 회화 작품으로는 국제경매사상 최고 가격인 13억원에 낙찰되었고, 일본 교토(京都)에 사는 한 일본인이 출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장보살로 불리는 신라 왕족 김교각(金喬覺)을 그린 그림으로 자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고려 불화를 산 사람은 용인 대학교 이사장인 이학이다. 이처럼 고려 불화는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금속활자와 더불어 대표적인 고려의 문화재이다. 그러나 일제 때에 한국 사람으로 불화에 관심을 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본인들이 사족을 못쓰는 도자기나 돈이 될까 하고 수집했을 뿐, 불화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약탈에도 무방비 상태여서 수많은 불화가 일본으로 밀 반출되었다.
1995년 7월, 뜨거웠던 여름을 문화유산의 향연으로 몰아 넣었던 「대고려국보전」이 호암 갤러리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자랑스런 문화유산찾기의 일환으로 고려 시대 명품 260여 점이 전시장을 입장객만큼이나 가득히 메웠다. 고려 시대는 우리 민족이 대 도약한 시기로 문화 분야에서 중국을 능가하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 출품작 한점 한점이 한결같이 ‘예술혼의 정화(精華)’라 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국내외에서 비장(秘藏)되어 온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들이 처음으로 공개되어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그 중에서도 모든 관람객의 발길을 꽁꽁 붙잡아 놓던 그림이 하나 있었다. 일본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경신사(鏡神社) 소장의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이다. 고려 불화의 섬세함과 나전칠기의 영롱한 빛깔에 온 눈을 빼앗기다가 일변 이 그림 앞에 서면 벽면을 가득히 채운 거대한 크기에 저절로 발걸음이 뒷걸음친다. 자그마치 419.5×254.2센티미터나 되는 크기로 불화 가운데서 가장 컸다. 어찌나 컸던 지 그림을 걸고 겉유리를 끼울 때다. 유리의 두께도 두께지만 너무나 크고 무거워 기계를 이용하고도 30명이 넘는 장정들이 유리를 받치고 밀어서 가까스레 진열장에 유리를 끼워 넣었다. 그동안 보아 왔던 국보급 불화들이 이 그림 앞에선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경신사(鏡神社) 소장의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일본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경신사(鏡神社) 소장의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이다. 고려 불화의 섬세함과 나전칠기의 영롱한 빛깔에 온 눈을 빼앗기다가 일변 이 그림 앞에 서면 벽면을 가득히 채운 거대한 크기에 저절로 발걸음이 뒷걸음친다. 자그마치 419.5×254.2센티미터나 되는 크기로 불화 가운데서 가장 컸다. 이 수월관음도는 고려 충선왕(忠宣王) 2년인 1310년에 김우문(金祐文)이 그린 그림인데,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한다. 기화요초가 피어 있는 물가의 바위 위에는 부들 자리가 깔리고, 쌍죽(雙竹)을 배경으로 관음보살이 왼발을 오른편 허벅다리에 얹은 반가(半跏)한 자세로 앉아 있다. 풍만한 몸과 얼굴, 시원스러우면서도 자애로운 눈매, 자연스런 자세는 자비로운 보살의 특징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특히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비단[紗羅(사라)]으로 몸을 감쌌는데, 사라는 바탕 무늬가 없고 금색의 화려한 봉황과 구름무늬만 있어 화려하기가 그지없다.
한국에 전하는 고려 불화는 모두 박물관이나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터라 도(盜)씨(?)들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다. 그러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씨들은 오래되거나 경비가 허름한 절을 찾아 들어 꿩 대신 닭이라고 조선 시대의 탱화(幀畵)를 훔쳐 간다. 탱화는 천이나 종이에 그림을 그려 액자나 족자 형식으로 거는 불화의 일종이다. 현재 조선 시대의 탱화도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보통 3~6억원의 거금에 경매되니 한 건만 잘 훔치면 팔자를 고치는 일이다. 필자가 4년전에 서산의 상왕산에 있는 개심사(開心寺)를 들렸을 때다. 대웅전 안을 들여다보니 불상 뒤쪽을 노란 베니어판으로 가려 놓았다.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스님, 후불 탱화는 어디로 가고 베니어판으로 가렸지요?”
“못된 자들이 침입해 대웅전 뒤쪽 벽을 헐고 훔쳐갔어요.”
스님은 산 중턱으로 도둑들이 도망치며 남긴 발자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너무나 대담한 도씨의 행동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문화재 관리의 현실이다.
즉시 일본으로 사람을 보내라
1979년, 일본에 있는 대화문화관(大和文華館)에서 고려 불화전이 열렸다. 대화문화관은 나라(奈良)의 와단지(蛙段池)라는 큰 호수 위로 불쑥 솟은 아담한 일본식 건물이다. 주변이 온통 솔밭이라 솔 향기가 자못 그윽하게 풍겨지는 곳이다. 이곳에 소장된 한국의 고미술품은 회화 23점, 도자기 48점, 그리고 금속공예, 목칠공예품 등을 합쳐 대략 100여 점에 이르는 특징 있는 사립 미술관이다. 그때 출품된 불화는 임진왜란과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으로 반출된 것들로 오래된 절에서[古刹]에서 비장해 왔던 것이 상당수였다.
고려 불화 특별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즉각 출품된 불화의 일부를 사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엄청난 가격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 그 전시회를 눈여겨보던 사람이 있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다. 그는 출품된 불화 중에서 ‘아미타삼존불’ 과 ‘지장도(地藏圖, 보물 제784호)’ 두 점을 사기로 마음먹고 일본으로 중간 책을 보내 매입을 타진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인에게는 경매에 참가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울분에 찬 중간 책이 전화를 걸어 긴급히 이 상황을 보고했다. 한국인에게는 절대로 불화를 팔지 않겠다는 대화문화원의 억지에 이병철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러자 이병철은 참모진과 의논하여 미국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경매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그 즉시 뉴욕에 있는 삼성물산 지점으로 텔렉스가 날아갔다.
‘적당한 미국인을 일본으로 급파해 불화 두 점을 낙찰토록 하라.’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비밀 지령이 떨어졌다. 삼성 뉴욕지점은 국제적 명망이 있는 고미술품 전문브로커를 선정한 뒤에 일본으로 급파했다. 일본인들과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자, 경락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병철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두 그림은 결국 이병철에게 낙찰되었다. 이 고려불화들은 기가 막히게도 미국을 경유하여 삼성물산을 통해 수입하는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왔고, 아미타삼존불은 1984년 8월 6일 국보로 지정되었다.
지옥을 다스리는 대왕들
지장도는 두건을 쓴 지장보살이 커다란 신광(身光)을 배경으로 반가한 자세로 앉아 있는데, 오른손엔 보주를 들고 왼손은 아래로 내리고 있다. 그리고 아래로는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여러 대왕[시왕(十王)]이 그려졌다. 지장이란, ‘대지(大地)처럼 만유(萬有)의 모태이며 만유(萬有)를 기르는 자’란 뜻으로 범천(梵天)과 함께 천지 창조의 보살로 저승 세계를 교화하고 다스리는 보살이다.
시왕은 여러 지옥을 다스리는 우두머리 임금들이다. 성불한 보살은 아니며, 보통 명부전(冥府殿)에 봉안된다. 사람이 죄를 짓고 죽으면 일단 명부에 끌려와 재판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여러 지옥으로 보내진다. 먼저 염라대왕(閻羅大王)은 이승에서 죄인이라고 인정되는 사람을 잡아다가 죄의 유무를 가려내는 대왕이고, 진광대왕(秦廣大王)은 염라대왕이 죄가 있다고 판결한 죄인들을 어느 지옥에 보낼 것인가를 결정한다. 즉 진광대왕의 판결에 따라 해당 지옥이 결정되는 것이다. 먼저 연화지옥(煉火地獄)은 초강대왕(初江大王)이 다스리며, 그곳에 끌려온 죄인을 날마다 지글지글 끓은 가마솥에 집어넣었다 꺼냈다 하며 고통을 주는데 가장 가혹한 지옥이다. 둘째는 냉동(冷凍)지옥으로 송제대왕(宋帝大王)이 다스린다. 그곳은 죄인을 얼음 통에 집어넣어 밤낮으로 사지가 오그라들게 만드는 지옥이다.
셋째는 오관대왕(悟官大王)이 다스리는 검술(劍術)지옥으로, 창과 검이 촘촘히 박혀 있는 땅바닥에 죄인을 알몸뚱이로 내던져 죽도록 고통을 받게 할뿐만 아니라, 때로는 기다란 밧줄 끝에 죄인을 매달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아귀들이 혀를 날름거리게 함으로써 죄인의 간장을 타게 만드는 지옥이다. 넷째는 변성대왕(變成大王)의 발설(拔舌)지옥으로, 생전에 언행이 바르지 못했거나 거짓말을 많이 한 죄인을 잡아다가 죄인의 혀를 길게 뽑아 질질 끌고 다니거나, 혀에 구멍을 뚫어 쇠를 매달아 놓는 지옥이다. 다섯째 지옥은 태산대왕(泰山大王)이 다스리는 독사(毒蛇)지옥으로, 생전에 독사처럼 악독한 짓을 한 죄인을 잡아다가 수천 마리의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토굴 속에서 독사들에게 마구 물리도록 만드는 지옥이다. 여섯째는 거철(拒轍)지옥으로, 그곳에서는 평등대왕(平等大王)이 다스리는데, 생전에 남의 돈을 떼어먹었거나, 사기․ 공갈 등으로 순진한 사람을 괴롭힌 죄인을 쇠꼬챙이로 콕콕 찔러 대며 사방에서 괴롭히는 지옥이다. 일곱째는 도시대왕(都市大王)이 다스리는 철상(鐵床)지옥으로, 그곳은 품행이 좋지 못한 여자들만 끌려가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누구든지 알몸뚱이로 있어야 하는데, 그 몸이 더럽고 추하기가 이를 데 없다. 마지막은 암흑(暗黑)지옥으로 전륜대왕(轉輪大王)이 있는 곳이다. 그곳은 죄상이 비교적 가벼운 사람이 오며, 언젠가는 소․말․돼지같은 짐승으로 다시 태어날 지옥이다. 지장도를 들여다보면 생전에 죄의 내용과 경중에 따라 어느 지옥에서 고통을 받을까를 헤아릴 수 있다. (참고:「문화의 향기 30년」-삼성문화재단 발행)
지장도/지장보살의 아래쪽에는 지옥을 다스리는 시왕(十王)이 그려져 있다. 1979년 일본 내 경매장에 출품된 것을 이병철이 미국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되사왔다. 보물 제784호로 호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