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가 준 선물
瓦也 정유순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이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38도선을 넘어와 시작된 한국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누며 싸워야 했던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었다. 3년이 넘게 싸우다가 판문점에서 유엔군과 북한군이 협상하여 1953년 7월 23일 남과 북이 폭4㎞, 동서길이 248㎞(155마일) 내에서는 군사시설이나 인원을 배치하지 않기로 협정하였다. 이곳이 바로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이다.
<대한민국 지도-네이버지도>
이렇게 남과 북으로 나뉘어 지낸 지 벌써 70년이 다 되었다. 한때는 소통이 되고 왕래가 되어 통일이 곧 올 것 같더니만, 요즈음은 남·북한 간에 긴장감이 고조되어 조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민족의 슬픔은 언제 쯤 끝날 것인가? 다시는 동족끼리 총부리를 서로의 가슴에 겨누며 싸우는 전쟁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
<민통선 철조망>
이렇게 생긴 비무장지대는 국토 분단이라는 비극적 역사의 상징지역임과 동시에 출입이 통제되어 인간의 간섭이 거의 없어지면서 다양한 야생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2019 환경백서’에 의하면 1953년 7월 이후 비무장지대와 그 일원에 군사분계선과 민간인통제선'이 설치되어 102종의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6,168종의 야생동물과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국제적인 보호와 관심을 받고 있는 재두루미와 저어새 등의 보금자리가 비무장지대 일원에 있다고 한다.
<재두루미>
그러나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의 긴장이 조금 완화되자 인간들은 여기에도 개발의 손길을 뻗으려 한다고 한다. ‘접경지역지원법’을 만들고 ‘접경지역종합계획’을 세워 이 지역의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려고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경의선 임진강 철교>
또한 국방부에서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을 만들어 군사분계선인접지역의 민간인통제선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5km 이내에서 10km로 축소되고, 통제보호구역에서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하여 건축의 신축 등이 가능해져 축소된 지역의 생태계 훼손이 우려되고 있으며, 특히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와 연천지역은 인삼재배지역이 증가하면서 두루미 서식 환경이 좁아져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인삼>
비무장지대는 우리 민족만이 겪어야 하는 분단의 상징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비극의 현장이다. 그 비극의 대가로 ‘생태계의 보고’를 선물로 남겨 주었는지 모른다. 옛날에는 휴전선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조차 손에 묻히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지뢰밭이 많아 야생동물들은 무서워서 접근이 안 돼 서식을 안 하는 줄만 알았다.
<총 맞은 증기기관차>
땅굴이 발견되어 일반에게 공개된 직후 철원지역으로 안보교육을 간적이 있었는데, 군복으로 갈아입은 후 군용트럭을 타고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멀리 보이는 저수지에서는 많은 물고기가 수면 위로 솟구치며 뛰어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생명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그때 안내를 맡았던 장교는 “물고기가 너무 많아 이곳의 병사들은 매운탕이 먹고 싶으면 철모에 물만 떠서 고추장을 풀어 끓이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어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생각난다.
<철원평야 건너 평강고원>
언젠가는 남북한이 통일되어 우리 민족이 하나로 뭉치게 되겠지만, 비무장지대는 비극의 역사현장으로 잘 보호되어야 하겠고,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동서로 연결되는 생태축이 유지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비무장지대가 서해안의 갯벌과 백두대간과의 연결하는 생태축이 이루어진다면 나라의 기운이 뻗칠 것만 같다. 그래야 비무장지대가 우리에게 준 선물을 고이 간직할 수가 있을 것이다.
<피의능선 전투비>
참고로 독일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에곤 바르(Egon Bahr, 1922∼2015)는 “어떤 통일비용도 분단비용 보다 훨씬 적고, 통일을 위한 어떤 외교상의 굴욕도 분단에 따른 외교상의 굴욕보다는 심각하지 않다”고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철조망이 가로막혀 총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막무가네식 퍼주기라도, 어떤 굴욕적인 협상이라도, 어떤 국제적인 모욕이라도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두타연 계곡>
<펀치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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