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여주발 배낭여행
올해는 어느 해보다 여행의 발길이 잦았습니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어진 여행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귀원사모의 '여.주.표.배.낭.여.행'은,
그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의미있는 여행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빈 배낭 메고 가 주둥이 미어터지게 많은 것을 담아 온...
# 2. 남한강일성콘도
사람들은 생김새가 다르듯 생각 또한 저마다 다릅니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모여 오붓하게 밤을 찢고야(?) 말았습니다.
이장님, 쌍골대나무님(이하 대나무), 넬리님, 딴따라님,
마루님, 참살림님...
첫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한 솥에서 퍼담은 밥을 나누고
넬리님이 준비한 술빵과 귤과 딸래미 과자봉지까지 바닥낼 즈음,
참살림님은 우째 또 처가식구들의 안주(석화)까지 퍼날라온 것인지...
술술 새는 종이컵 탓만 연신 해대며 참이슬도 몇 병인가 비워냈습니다.
눈치빠른 마루님은 안주 떨어져가는 속도를 읽기라도 한 양
어머님의 정성담긴 밑반찬에 비릿한 삼치까정 보태주었습니다.
육해공군 안주가 난무하며 밤이 깊어갑니다.
어눌한 듯, 수줍은 듯 대나무님의 뒤집어지는 멘트들을 기억합니다.
"내 밭뙈기가 70평인디요..."
역시 어눌한 듯, 수줍은 듯 딴따라님의 배꼽잡는 멘트들을 기억합니다.
"냉동 마늘 심어보셨어요...?"
누구누구는 슬그머니 집으로 가고,
또 누구누구는 코박고 잠자리에 들더이다.
나머지 누구누구는 어디에 발을 뻗고 자야는가...고심하는데
연세 지긋하신 자연농원님이 막차 타고 등장하신 시각, 새벽 2:30.
부동자세로 다시 1시간여 자연농원님의 열성적인 농사경험담을
들었습니다.
아침에 사우나 가야 하는데...
여주의 밤은 이렇게 깊어갔습니다.
눈발 그친 밤길,
네온사인 아래로 차량들이 사부작사부작 미끄러져 가더이다^^
# 3. 여주농업기술센터
멀리서 가까이서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얼굴 익히기...
이미 꿈을 이룬 분도 있고, 이제 막 꿈에 도전하는 분...
저마다 조금씩 다른 빛깔의 꿈들이지만
귀원사모에 모인 마음은 한마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믿습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 4. 인토문화연구소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귀틀집과 황토흙집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최근, 귀농과 정착할 곳에 대한 확신을 얻고는
부쩍 자료 모으기에 열심이었는데
막상 실전에 돌입하려니 이론과 자료에 불과한 것들에 갑갑했습니다.
황토흙과 황토벽돌, 그리고 너와...
머릿속에서만 뒤죽박죽 얼크러진 그림들이
인토문화연구소를 방문하고 나니 한꺼번에 그 실마리가 풀리더이다.
# 5. 동서농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가장 쉽게 실패할 수 있는 버섯농사...
느타리버섯을 그렇게 가까이서 많이 본 것은 처음입니다.
병 안에 옹골차게 들어찬 느타리들의 아우성...
농장 주인께서는 버섯농사의 장단점을 짚어가며 조심스레 독려했지만
그 분의 표정에서 읽어지는 자부심은
대단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6. 손수 지은 이장댁
귀원사모에 가입하게 된 동기가 '이장댁' 때문입니다.
'내 손으로 집짓기'를 실천한 사람이 바로 우리 대장이더군요^^
未完이면 未完인 대로 그 안에서 뒹굴고 보듬으며
어우러져 사는 가족의 공간이 편안해 보였습니다.
'집은 그 주인을 닮는다'고 했던가요...
천장 높은 통나무집...누구랑 닮았다던가...아니라던가...
# 7. 참살림표 메추리
서둘러 귀가하려는 시간은 고속도로가 분명 북새통일 터,
몇 분은 길을 나서고,
몇 분은 저녁을 먹고 출발하려 밥집으로 갔습니다.
점심에 먹은 육개장이 개고기였네 아니네...했는데
'여주쌀밥집'만큼은 확실했습니다.
반지르르한 쌀밥과 반찬으로 배를 채우고도
참살림표 메추리를 끝내 묵고야 말겠다는 일념에 찬 일행은
밤길을 가르고 다시 대신면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처가 식구들과 오붓하게 저녁을 마무리하던 참살림님,
만면에 웃음으로 맞아주시고,
전 날 준비해 놓은 메추리를 풀어내셨습니다.
쌀밥은 도대체 어디로 들어간 것인지
며칠 굶은 사람들마냥 메추리 꼬리며 다리며 몸통을 부여잡고
아귀아귀 묵고야 말았습니다.
그 와중에 누구는 마당쇠를 자처하며 군불 지피느라 동동거리고
그 와중에 누구는 메추리를 열 마리나 꿀꺽~^^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입니다요~~~)
마당에서 화톳불이 이글거릴 때
여주 대신면의 밤하늘에선
손바닥만한 별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 8. 그리고 글터는...
한 방향을 향해 마음이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설레곤 합니다.
여주발 배낭여행 '참가자격' 조건에 몇 가지나 해당되었나...
3회의 글도 미처 올리지 못하고 많은 님들을 만났습니다.
멀리 광주에서 대구에서 오신 님들도 있었고,
한 동네, 이웃에 살면서
여주에 가서야 얼굴박치기를 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오랜 시간 많은 모임에 참여했는데
이번 귀원사모 모임만큼 좋은 정보와 알찬 진행은 없은 듯합니다.
준비에서 마무리까지 애쓰신 이장님과 참살림님, 여주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따뜻한 마음 전합니다.
눈이 소복하니 내렸습니다.
오늘, 스무 시간여만 보내면 새 날이군요.
한 해 마무리 깔끔히 하시고 밝은 새해 맞으시기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