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을 지지해온 유명작가이자 '진실을 위한 정의로운 러시아당'(정의당)의 공동 당수인 자하르 프릴레핀(48)이 6일 차량 폭발 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그가 탄 차량이 사전에 매설된 대전차 지뢰를 밟았다는 설과 바퀴(차체 하부)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졌다는 설이 엇갈린다.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등에 따르면 차량 폭발 사고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400㎞ 정도 떨어진 니즈니 노브고로드주(州) '보르' 마을에서 발생했다. 차량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하고 프릴레핀과 그의 경호원은 부상했다. 목격자들은 폭발하는 순간, 그가 탄 '아우디 Q7'차량이 뒤집혀서 날아갔고, 구조된 프릴레핀의 한쪽 다리는 움직였으나 다른 다리는 '걸레 조각 같았다'고 말했다.
폭발물 폭발사건으로 와전히 부서진 프릴레핀의 아우디 Q7 차량/사진출처:스트라나.ua
중대범죄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는 도네츠크 출신의 알렉산드르 페르먀코프를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 신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과 크림 타타르인의 군사 운동'(아테슈·Атеш)이라는 단체는 자신들이 프릴레핀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을 지지하는 유명 인사의 차량 폭발 사고는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해 8월 극우 성향의 유명 철학자인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 사고로 숨졌다. 그녀는 폭발 당시 아버지의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죽음에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애도를 표시했다.
지난달 2일에는 러시아의 유명 군사(종군) 블로거 타타르스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팬 미팅'을 갖던 중 한 여성이 건넨 자신의 조각상(흉상)이 폭발하면서 사망했다.
프릴레핀은 앞선 두 사람(두긴과 타타르스키)과는 다른 성향을 지닌 유명 인사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니즈니 노보고로드 지역 신문의 편집장 출신인 그는 반정부 성향의 소설 '산캬'(Санькя, 2006년 발표)로 유명해졌다. '산캬'는 급진적 좌파 세력에 몸담은 한 남자가 러시아 당국에 맞서 싸운다는 줄거리다. 프릴레핀은 실제로 반크렘린 시위에 참여했으며, 2007년에는 대표적인 반푸틴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와 함께 지역 '인민운동'을 만들었고, 2010년에는 친서방 야당 연합이 주도한 '푸틴 퇴진' 대국민 선언에 서명하기도 했다.
중상을 입은 유명작가 프릴레핀(위)와 그의 수술 기사. 니즈니노보고로드 주지사는 프릴레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인위적인 혼수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그러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프릴레핀은 '친푸틴' 으로 돌아섰다. 2014년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이 독립을 선언하자, 도네츠크로 달려가 당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장 자하르첸코의 고문이자 특수부대 부부대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러시아로 돌아온 뒤 돈바스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는 지옥으로 빠지지 않는다'(Некоторые не попадут в ад)는 책을 썼고, TV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정의당에 합류했다(공동의장).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 시작 이후 프렐리핀은 종군기자로 정기적으로 최전선에 모습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제재 명단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폭발 사건 직후 현장에서 달아나다 체포된 유력 용의자 페르먀코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특별 서비스)으로부터 프릴레핀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의 차량이 주로 다니는 길에 폭발물을 매설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러시아 시민권을 받고 현장으로 갔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페르먀코프/영상 캡처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이 프릴레핀에 대한 암살 시도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SBU)는 폭발 사건 관여에 대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죽음은 우리가 점령자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미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