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에 삼각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역 방향에서 오다가 삼각지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면 바로 오른쪽으로 아주 조그만 놀이터가 하나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빨라서 놀이터 화장실에 들렀다가 의자에 앉아서 좀 쉬려는데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히잡을 쓴 아랍 여성과 나이 든 우리나라 노숙인이었습니다.
아랍 여성이 노숙인에게 뭘 먹여 주고 있는 겁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도와주더라도 먹을 걸 적선하듯이 주고 얼른 자리를 뜨고 말 텐데, 이 여성은 노숙인이 입에 있는 걸 다 삼키면 또 먹여 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참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손에 가진 걸 다 먹여 주고 나서는 아랍인 남편과 함께 어린아이 둘이 미끄럼틀도 타게 해 주면서 즐겁게 노는 걸 자리를 떠날 때까지 바라보았습니다.
이탈리아에도 노숙인들로 보이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TV 개그 프로에 허경환이가 꽃거지로 나와서 웃긴 적이 있었죠.
'비정상 회담'이라는 예능 프로에 보면 이탈리아에서 온 알베르토가 얼굴이 약간 길쭉한데다 이목구비가 확실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님 구걸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사람을 봤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에는 거지들도 널린 게 꽃거지들이다' 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제가 본 바로는 '천만에요' 입니다.
꽃거지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단언컨데 꽃거지로 본 사람은 손쓰기에 더 늦기 전에 얼른 병원에 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얘기가 나왔으니 팁 하나 드리지요.
여행 가기 전에 이탈리아에는 소매치기가 정말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진~짜 많이 들었습니다.
하여 현금을 각자 얼마씩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서 준비를 단단히 해서 그런지 소매치기 비슷한 사람조차도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백주 대낮에 사기를 당하는 저 같은 바보들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로마 개선문 앞에서 바보짓 한 이후로 저에게는 동전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그 흔한 지폐 하나 주지 않았습니다.
현금 분산의 원칙은 모두에게 똑같이가 아니라, 똘망똘망한 사람에게 많이, 바보짓 할만한 사람에게는 조금이 정답입니다.
날이 참 좋네요.
행사 준비한 사람들 날 잘 잡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겠습니다.
즐거운 가을 날 되세요. ~^.^~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요♥
지난 어느 날 영동고속도로 OO휴게소...
한 중년 부인이 승용차 창문을 반쯤 내리고 부근에서 빗자루질을 하는 미화원 박씨를 불렀다.
박씨는 부인이 부르는 '아저씨'가 자신이란 걸 뒤늦게 알고 고개를 돌렸다.
''이거(일회용 종이컵) 어디에 버려요?
"이리 주세요."
'그걸 몰라서 묻나. 쓰레기통까지 가기가 그렇게 귀찮은가…'
박씨는 휴게소 미화원으로 일한 지 이 날로 꼭 한 달째다. 그런데도 아저씨란 호칭이 낯설다.
지난 27년 동안 신부 님이란 소리만 듣고 살았기 때문이다.
안식년을 이용해 휴게소 미화원으로 취직해 청소부가 된 박신부.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동안 휴게소 광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며 빗자루질을 한다.
그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 한 명도 없다.
기자의 기습에 깜짝 놀란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인데 하며 사람들 눈을 피해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사람들 사는 게 점점 힘들어 보여서 삶의 현장으로 나와 본 거예요.
난 신학교 출신이라 돈 벌어본 적도 없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워요.
신자들이 어떻게 벌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집 장만하고, 교무금을 내는 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소위 빽을 경험했다.
농공단지에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갔는데 나이가 많아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아는 사람이 힘을 써 줘서 겨우 휴게소 미화원 자리를 얻기는 했지만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우스갯 소리가 아니란 걸 피부로 느꼈다.
그는 출근 첫날 빗자루를 내던지고 그만두려고 했다. 화장실 구역을 배정받았는데 허리를 펴 볼 틈도 없이 바쁘고 힘이 들었다.
대소변 묻은 변기 닦아내고, 발자국 난 바닥 걸레질하고, 담배 한대 피우고 돌아오면 또 엉망이고…
그래도 일이 고달픈 건 견딜 만했다.
사람들 멸시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커피 자판기 앞에서 구시렁거리며 불평을 했다.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커피가 걸쭉하게 나와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상태였다.
박신부는 휴게소 직원으로서 자신의 동전을 다시 넣고 제대로 된 커피를 뽑아 주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이 "고마워요. 저건(걸쭉한 커피) 아저씨 드시면 되겠네"라며 돌아서는 게 아닌가?
"제가 그 때 청소복이 아니라 신사복 차림이었다면 그 여성이 어떤 인사를 했을까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되죠.''
박신부는 ''그러고 보면 지난 27년 동안 사제복 덕분에
분에 넘치는 인사와 대접을 받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눈물 젖은(?) 호두과자도 먹어 보았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왔는데 허기가 져서 도저히 빗자루질을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트럭 뒤에 쪼그려 앉아 몰래 먹었다.
손님들 앞에서 음식물 섭취와 흡연을 금지하는 근무규정 때문이다.
그의 한달 세전 월급은 120만 원.
그는 "하루 12시간씩 청소하고 한 달에 120만 원 받으면 많이 받는 거냐? 적게 받는 거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또 "언젠가 신자가 사다 준 반팔 티셔츠에 10만 원 넘는
가격표가 붙어 있던데…''라며 120만 원의 가치를 따져 보았다.
이번엔 기자가 ''신부 님이 평범한 50대 중반 가장이라면
그 월급으로 생활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다.
''내 씀씀이에 맞추면 도저히 계산을 못하겠네요. 그 수입으로는 평범한 가장이 아니라 쪼들리는 가장 밖에
안 될 것 같은데...''
그는 "신자들은 그런데도 헌금에 교무금에 건축기금까지 낸다''며, ''이제 신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강론대에서 '사랑'을 입버릇처럼 얘기했는데, 청소부로 일 해보니까 휴지는 휴지통에, 꽁초는 재떨이에 버리는 게 사랑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누군가가 그걸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 합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평범한 일입니다.
또 과시할 것도 없고, 누가 알아 주기를 바랄 필요도 없죠.
시기, 질투도 없습니다. 그게 참사랑입니다.''
그는 ''신자들이 허리 굽혀 하는 인사만 받던 신부가 온종일 사람들 앞에서 허리 굽혀 휴지를 주우려니까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