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소문만 무성했던 이상직 전 의원을 둘러싼 4가지 의혹 중 3가지는 법원의 '유죄' 판단으로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은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이 중 일부는 빼돌려 자신과 그 가족이 나눠 썼다는, 이 의혹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와 사실로 굳어졌습니다.
그는 또 항공사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가 미달하거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를 채용하도록 인사 담당자에게 지시했고, 여기에 전망이 불투명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하면서 이스타항공 자금을 끌어 써 결과적으로 회사에 큰 경제적 손실을 안겼습니다.
이들 두 가지 의혹은 각각 항소심과 1심에서 이 전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의심이 확신으로 돌아선 상황인데, 이제 마지막 하나. 재판까지 이뤄진 다른 건과 달리, 아직도 검찰이 수사 중인 '문재인 전 대통령 옛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만 남았습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해당하는 2020∼2021년 무렵입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과 시민단체는 이 전 의원의 지역구(전주시을)인 전주지검에 4건의 고발장을 냈습니다.
구체적으로 ▲ 이스타항공 횡령·배임(2020년 9월) ▲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2021년 4월) ▲ 타이이스타젯 배임(2021년 5월) ▲ 문 전 대통령 사위 부정 채용(2021년 12월) 등이었습니다.
이 모든 사건에 연루된 이 전 의원은 당시 '망신 주기', '마녀사냥' 등의 발언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영장실질심사에 당당하게 응하겠다"라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부실한 경영으로 파탄 직전까지 내몰렸던 당시 이스타항공의 조종사 노조는 이 전 의원이 법정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불사조다', '부처님이 됐다'라고 웃으며 무죄를 자신했다고 전했습니다.
그 이상직과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심도있게 진행되나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상직 전 의원에게)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한자리 챙겨준 대가로 사위를 취직시켜준 것 아니냐.”
2019년 3월 19일 당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이상직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문 전 대통령의 사위를 항공사 전무이사에 채용한 것 아니냐며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를 몰아붙였다.
곽 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문준용 ·문다혜씨를 포함해 문 전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난사하듯 제기하는 정치인으로 통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사위가 특혜 채용됐다는 주장 역시 정치 공세를 위한 실체 없는 의혹으로 여겨졌던 이유다. 당시 이 총리 역시 “문 대통령 사위가 취업했다는 회사가 어디인지 모른다. 위법이 아니라면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타이이스타젯 특혜채용 논란은 문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겨냥하는 의혹 사건으로 진화했다. 서씨가 전무로 취업한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설립자인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회사로 드러났고, 서씨는 2018년 7월부터 약 2년간 이 회사에 근무하며 급여와 태국 체류비 등 2억2000여만원을 받았다. 특히 앞서 게임회사에 다녔던 서씨가 항공사 업무경험이나 전문성이 없었음에도 고위 임원으로 채용됐다는 점은 의혹의 기폭제가 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하기 위한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는 점을 포함해 특혜채용 의혹의 주요 내용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다혜씨의 서울 자택과 제주도 별장 등을 압수수색하며 영장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적시했다. 뇌물가액은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급여·체류비 2억2000여 만원이었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점차 문 전 대통령을 향하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과 야권의 성토가 이어졌다. 4년간 지연되던 수사에 갑자기 속도가 붙어 압수수색에 나서는 점 등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보복 수사에 나섰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다혜씨 압수수색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했고, 윤종균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 초반대로 급락하니 득달같이 검찰이 움직이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처음 검찰 손에 들어온 건 2020년 9월이었다.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곽상도 전 의원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다. 7개월 후인 2021년 4월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고발인 조사에 나서며 수사를 시작했다. 다만 수사의 동력이 없었다. 서씨가 취업한 타이이스타젯과 이상직 전 의원의 관계가 분명치 않았고,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였다.
타이이스타젯이 태국 현지 저비용 항공사란 점도 문제였다. 서씨가 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취업 경위는 무엇인지 등 실체 규명을 위한 증거 상당수가 태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2021년 12월 “수사의 종결을 위해 필요한 중요 증거 자료가 외국에 소재하고 있어 이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며 이 사건을 시한부 기소 중지했다.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 중단된 시한부 기소중지 상태는 1년이나 이어졌다. 정권이 교체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22년 12월 전주지검은 시한부 기소중지를 해제했다. 수사는 빠른 속도로 재개됐다. 검찰은 기소중지 해제 직후 곧장 이 전 의원이 설립한 이스타항공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건 4년 전이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수사는 2022년 말부터 이뤄진 셈이다.
검찰 수사가 지연된 또 다른 이유로는 이 전 의원과 타이이스타젯의 관계가 올해 초 재판을 통해 뒤늦게 확정됐다는 점이 꼽힌다. 전주지법은 지난 1월 이 전 의원이 이스타항공의 항공권 판매대금 71억원을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으로 사용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설립자일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통령의 사위 서모씨가 취업한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란 점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검찰은 이 판결 이후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의 대가성을 전제로 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한 법리검토를 이어왔다. 이 전 의원이 서씨를 특혜 채용해 지급한 월급·체류비는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는 게 검찰이 의심하는 지점이다.
다만 이 같은 논리 구조가 성립하기 위해선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 부부가 공모했다는 점이 드러나거나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입증돼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다혜씨는 물론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가족 간 금전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4년간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졌고,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다혜씨에 대한 소환조사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혜씨는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검토하는 데 대해 지난 4일 SNS 게시글에서 “(문 전 대통령은) 엄연히 자연인 신분이신데 이쯤 가면 막하자는 거지요?”라며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중앙일보.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 곽상도 고발, 그후 4년…'文가족 수사' 결정타는 전주지법 판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8275
일찍이 기소가 이뤄진 나머지 3건과 다르게 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 씨의 부정 채용 의혹은 지난해까지도 수사 흐름이 비교적 더뎠습니다. 아무래도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 연루된 사건이다 보니 검찰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있다. 그런 의심이 없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당시 이창수 전주지검장은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신속하게 수사해 결론을 내리겠다."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속도를 붙인 것은 올해 초 이 전 의원의 재판에서 주목할 만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였다고 합니다.
이 전 의원은 줄곧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은 무관하다'라며 배임 의혹을 부인했지만, 지난 1월 24일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 상태였는데도, 독단적으로 회사 자금을 끌어 써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전 의원이 서씨의 취업을 도와 결과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게 이득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밝히려면, 먼저 이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것부터 입증해야 하는데 법원의 판단으로 이를 해소한 셈이 되었습니다.
그 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주요 인사들이 줄 소환됐는데, 조현옥 전 인사수석과 김종호 전 공직기강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 최수규 전 중기부 차관, 주영훈 전 경호처장 등이 잇따라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조 전 인사수석은 지난 5월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이 사건 수사를 윤석열 대통령이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다는데 정말 배후가 있는 것인지 사건의 수사가 제대로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