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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음마식(鯨飮馬食)
고래가 물을 마시듯 말이 풀을 먹듯이 많이 먹고 많이 마심을 비유하는 말이다.
鯨 : 고래 경
飮 : 마실 음
馬 : 말 마
食 : 밥 식
(유의어)
우음마식(牛飮馬食)
폭음폭식(暴飮暴食)
고래가 물을 마시듯이 술을 마신다는 뜻으로 우리말의 술고래와 같은 말이다. 출전은 두보(杜甫)의 시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이다. 오랫동안 방랑생활 끝에 장안(長安)에 올라온 두보는 음중팔선가를 지었다. 두보는 당시 당나라 장안에서 시와 술로 유명했던 8명의 주중선(酒中仙; 언제나 술에 취해 사는 선인)에 얽힌 일화를 시의 내용으로 삼았다.
하지장(賀知章)은 취한 눈망울로 우물에 떨어져 물속에서 졸고 있다고 하였고, 말술을 마시는 왕진(王璡)은 누룩수레만 만나도 입에서 침이 흐른다고 하였고, 이적지(李適之)는 술 마시기를 큰 고래가 백천(百川)을 마시듯 한다고 하였고, 또 이백(李白)의 술친구 미소년 최종지(崔宗之)와 취중에 좌선(坐禪)하는 소진(蘇晉), 그리고 한 말 술에 시 백편을 읊는 이백(李白), 술에 취해야 더욱 글씨를 잘 썼던 초성(草聖) 장욱(張旭), 술을 마셔야 고담웅변(高談雄辯)을 잘하는 초수(焦遂)가 그 여덟 명이다.
知章騎馬似乘船(지장기마사승선)
眼花落井水底眠(안화낙정수저면)
하지장은 술 취해 말 탄 것이 배 탄 것 같고, 눈이 어지러워 우물에 떨어져도 물바닥에서 잔다네.
汝陽三斗始朝天(여양삼두시조천)
道逢麴車口流涎(도봉국거구류연)
恨不移封向酒泉(한불이봉향주천)
여왕(汝王) 이진(李璡)은 세말 술 마시고서야 비로소 조정에 나갔고, 길에서 누룩 실은 수레만 만나도 침 흘렸으며, 술샘 있다는 주천(酒泉)에 옮겨 봉(封)해지지 않음을 한(恨)한다네.
左相日興費萬錢(좌상일흥비만전)
飮如長鯨吸百川(음여장경흡백천)
銜盃樂聖稱世賢(함배낙성칭세현)
좌상 이적지(李適之)는 하루에 흥이 나면 잔치에 만전(萬錢)이나 썼고, 술 마시기를 큰 고래가 많은 강물 들이키듯 하였으며, 잔 물고 청주(淸酒; 聖) 즐기며 세상의 현인(賢人)이라 일컫는다네.
宗之瀟灑美少年(종지소쇄미소년)
擧觴白眼望靑天(거상백안망청천)
皎如玉樹臨風前(교여옥수임풍전)
최종지(崔宗之)는 말쑥한 미소년인데, 잔 들고 흰 눈으로 푸른 하늘 바라보면, 깨끗하기 옥나무가 바람맞고 서있는 듯하다네.
蘇晉長齋繡佛前(소진장재수불전)
醉中往往愛逃禪(취중왕왕애도선)
소진(蘇晉)은 수불(繡佛) 앞에서 오랜 재계(齋戒)를 했는데, 취중에는 가끔 좌선(坐禪)하다 도망쳐 나오기를 잘 했다네.
李白一斗詩百篇(이백일두시백편)
長安市上酒家眠(장안시상주가면)
天子呼來不上船(천자호래불상선)
自稱臣是酒中仙(자칭신시주중선)
이백(李白)은 술 한 말 마시면 시 백 편을 썼고, 장안(長安) 시장의 술집에서 잠자기 일쑤였으며, 천자가 오라고 불러도 배에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취하여, 스스로 일컫기를 신(臣)은 술 속의 신선(神仙)이라 하였다네.
張旭三盃草聖傳(장욱삼배초성전)
脫帽露頂王公前(탈모노정왕공전)
揮毫落紙如雲烟(휘호낙지여운연)
장욱(張旭)은 석 잔 술 마시고 글씨 써 초서(草書)의 성인(聖人)으로 전해지는데, 모자를 벗고 왕(王)이나 귀족(貴族) 앞에서도 맨 머리를 보였고, 휘두르는 붓 종이 위에 대면 구름과 연기가 흘러가듯 초서가 쓰였다네.
焦遂五斗方卓然(초수오두방탁연)
高談雄辯驚四筵(고담웅변경사연)
초수(焦遂)는 다섯 말 술은 마셔야 비로소 오연해졌고, 고상한 얘기와 웅변으로 연석(宴席)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네
飮如長鯨吸百川(음여장경흡백천)
이 경음(鯨飮)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경음마식(鯨飮馬食)이다. ‘즉 고래처럼 마시고 말처럼 먹는다’라는 말로, 음식을 많이 먹음을 비유한다. 대식(大食)을 비유하는 말에는 ‘소처럼 마시고 말처럼 먹는다’는 우음마식(牛飮馬食)도 있다.
중국의 남북조시대에 살았던 죽림칠현(竹林七賢)은 대부분 술을 잘 마셨지만 그 중 탁월한 기량을 과시한 이가 유령(劉伶)이다. 그는 술과 관련된 일화를 많이 남겼다.
유령은 항상 외출을 할 때는 한 단지의 술을 가지고 다니는데 종자에게는 삽을 가지고 뒤따르도록 했다. 그는 늘 종자에게 ‘내가 술을 마시다 죽으면 그 죽은 자리에 바로 묻어 달라’고 일렀다는 것이다.
어느 날 그는 또 부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술을 끊으라고 애원을 하자 ‘신에게 맹세할 신주(神酒)를 가져와라’고 한 후 부인이 술을 가져오자 ‘하늘은 유령을 낳고 술로써 이름을 날리게 하시니…’하고는 신주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금세 취해 버렸다. 이 일이 있었던 후 부인은 그에게 술을 끊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이 밖에 그는 술에 취하면 방안에서는 옷을 모두 벗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느날 술에 취해 옷을 홀딱 벗고 잠을 자는데 어떤 사람이 유령을 찾아 방안에 들어 왔다. 잠에서 깬 유령은 그를 보고 ‘나는 천지를 집으로 삼고 방을 잠방(옷)이라 여기거늘, 어찌 자네는 내 잠방 속으로 들어왔는가?’하고 호통을 쳤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또 어느 날 성질이 급한 사람과 술을 마시고는 크게 취한 상태서 싸움이 벌어졌다. 상대가 주먹으로 때리려 하자 ‘나는 계륵(鷄肋)이기 때문에 자네의 주먹을 받을만한 인물이 못되네’하며 웃음을 터트리자 상대도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령은 이같이 아무리 술에 취해 있어도 쓸데없는 싸움은 멀리 하는 폭넓은 인성을 가진 산림 군자의 면을 보여 주고 있다.
공자(孔子)도 논어(論語)에서 유주무량불급난(唯酒無量不及亂)이라고 했다. 오직 술은 얼마든지 마시되 이지러지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이글에서 보면 공자도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주량을 가진 듯 술에 대한 경계의 글을 남겼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칭찬하는 습속이 내려져 오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우리도 옛 어른들이 ‘남자는 자고로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큰 일을 할 수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영향이 지금까지 내려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술에 대해서만은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경음마식(鯨飮馬食)이란 고래처럼 마시고 말처럼 먹는다는 뜻이다. 주당이나 술고래의 의미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술을 아주 많이 마시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술고래라는 뜻으로 좋은 의미의 술고래라는 해량(海量)과 나쁜 의미의 술고래라는 주귀(酒鬼)가 있다. 중국어로 주귀(酒鬼)는 말 그대로 술귀신이다. 구어(口語)에서 술고래로 많이 쓰는 표현이다. 해량(海量)은 술을 바닷물처럼 마시는 사람을 칭찬하는 말이다. 즉 술을 아주 잘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글에 딱 들어 맞는 사람이 유령이라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유일한 작품은 술의 덕을 찬양하는 주덕송(酒德頌)이니 이렇게 떠들어댄다.
有大人先生하니 以天地爲一朝하고 萬期爲須臾하고 日月爲扃牖하고 八荒爲庭衢라.
유대인선생하니 이천지위일조하고 만기위수유하고 일월위경유하고 팔황위정구라.
대인선생이란 사람이 있었으니 천지개벽 이래의 시간을 하루아침으로 삼고, 만 년을 순간으로 삼으며, 해와 달을 창의 빗장으로 삼고, 광활한 천지를 뜰이나 길거리로 삼았다.
行無轍跡하며 居無室廬하고 幕天席地하여 縱意所如라.
행무철적하며 거무실려하고 막천석지하여 종의소여라.
길을 감에 바퀴자국이 없고 거처함에 한정된 집도 없이, 하늘을 천막으로 삼고 땅을 돗자리로 삼으며 마음이 가는대로 내맡긴다.
止則操巵執觚하며 動則挈榼提壺하여 唯酒是務하니 焉知其餘리오?
지칙조치집고하며 동칙설합제호하여 유주시무하니 언지기여리오?
머물러 있을 때는 크고 작은 술잔을 잡고, 움직일 때는 술통과 술병을 들고 오직 술에만 힘쓰니 어찌 그밖의 것을 알겠는가?
有貴介公子와 搢紳處士가 聞吾風聲하고 議其所以라.
유귀개공자와 진신처사가 문오풍성하고 의기소이라.
귀족 공자 및 고위관리와 隱者들이 대인선생의 소문을 듣고서 그러한 행동을 따지러 왔었다.
乃奮袂攘衿하고 怒目切齒하여 陳說禮法하여 是非鋒起라.
내분몌양금하고 노목절치하여 진설예법하여 시비봉기라.
곧 소매를 떨치며 옷깃을 걷어 붙이고 눈을 부라리고 이를 갈면서, 예법을 늘어놓고는 칼끝처럼 날카롭게 시비를 따졌다.
先生於是에 方捧甖承槽하고 銜盃漱醪하여 奮髥踑踞하여 枕麴藉糟하니 無思無慮요 其樂陶陶라.
선생어시에 방봉앵승조하고 함배수료하여 분염기거하여 침국자조하니 무사무려요 기낙도도라.
대인선생은 이때에 바로 술단지를 들고 술통을 받들고는 술잔을 입에 대고 탁주를 마시고서, 수염을 떨고 두 다리를 쭉뻗고 앉아서는 누룩을 베개로 삼고 술찌게미를 깔고 누웠는데,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으며 오직 즐거움만이 도도하였다.
兀然而醉하고 恍爾而醒하여 靜聽不聞雷霆之聲이오 熟視不見泰山之形이라.
올연이취하고 황이이성하여 정청불문뇌정지성이오 숙시불견태산지형이라.
멍청히 취해 있는가 하면 어슴푸레히 깨어 있기도 하는데, 조용히 들어 보아도 우뢰소리가 들리지 않고, 자세히 보아도 태산의 형상이 보이지 않았다.
不覺寒暑之切肌와 嗜慾之感情이라.
불각한서지절기와 기욕지감정이라.
피부에 파고드는 추위와 더위나 기호와 욕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였다.
俯觀萬物에 擾擾焉如江漢之浮萍이오.
부관만물에 요요언여강한지부평이오.
만물을 굽어보니 어지러이 마치 장강이나 한수에 떠있는 부평초와 같았다.
二豪侍側焉에 如蜾蠃之與螟蛉이러라.
이호시측언에 여과라지여명령이러라.
따지러온 두 호걸이 옆에 서 있어도 마치 나나니벌과 배추벌레나 같았다.
여기에 우주를 좁다 하고, 만물을 하나로 보며 술을 몹시 즐기는 대인(大人) 선생이란 분이 있다. 그 양반은 천지개벽 이래의 무한히 긴 동안을 단 하루 아침으로 여기고, 만만년의 기나긴 기한을 잠간 동안으로 보고, 저 하늘에 해와 달로 써 자기 집 창문으로 삼고, 팔방의 저 먼 끝까지를 두고 자기 집 뜰이나 길거리로 삼고 있다.
길을 가도 수레와 말을 버리고 마음 가는 대로 멋대로 거닐으니 일정한 수레바퀴 자국이 없고, 평소에 집이라는 게 따로 없으니 어디에 있는 줄을 아무도 모른다. 그저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깔 방석으로 하여 마음에 하고 싶은 그대로 맡겨 거리낄 것이 없다. 앉으면 큰 잔 작은 잔 할 것 없이 술잔을 들고 어디를 가도 술통 술항아리를 끌어잡아, 가나 오나 앉으나 누우나 오직 술, 술 마시기에만 힘을 쓰니 그 나머지의 것은 전혀 알턱이 없다.
이윽고 공경대부와 같은 귀하고 크신 분들 귀족의 자제분들, 넓은 띠에 홀을 끼운 높은 벼슬아치들, 그리고 야(野)에 묻혀 사는 도덕이 높으신 유학자들, 세상에 이렇다 한 양반들이 대인선생이 예법을 무시하고 오로지 술에만 힘쓴다는 풍문을 듣고 우르르 몰려와서 그 까닭을 의논하느라 야단들이다. 그래 몹시 흥분한 듯 그들은 팔을 휘 두르고 옷깃을 추켜 올리며 눈을 부라리고 이를 부드득 갈면서 예법이 어떻고 죽 설명을 늘어놓으며 술에만 마음을 부치는 대인선생을 두고 그르다고 하는 의논을 칼날을 일으키듯 다투어 세운다.
칼날을 몰아 세우듯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쟁쟁한 인사들의 호되게 나무라는 말들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대인선생은 술독을 들어올려 술 거르는 그릇에 받아 술을 입에 대고 막걸리를 죽 들이키고 나서 수염을 쓰다듬으며 두 다리를 쭉 뻗고 누룩을 벼개하고 술찌꺼기를 깔고 술에 흠뻑 취하여 누어 있으니, 아무런 생각도 없고 근심도 없으며, 오직 화락한 양 즐거움만이 무르익는다.
세간의 모든 생각을 초월한 가운데 우뚝 홀로 취하기도 하고, 희미하여 분명치 않은 속에 술에서 깨어나기도 하여 취해서는 깨고 깨면 다시 또 취하니, 고요히 귀 기울여 들어도 하늘을 찢는 그 요란한 천둥소리마저 들리지를 아니하고, 또, 아무리 눈여겨 자세 살펴 보아도 그 엄청나게 큰 태산의 형체 조차 눈에 보이지를 않는다.
그뿐인가! 추위와 더위가 그 몸에 절실하게 파고 들어도 그것을 느끼지를 못하고,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하고싶다는 감정 조차 다 사라지고 없다. 그저 업디어 이 세상 온갖 사물의 가지가지 뒤섞여 어지러운 모양을 굽어 보기를 마치 양자강과 한수의 물 위에 떠다니는 개구리밥 만이나 여기고, 예법을 들고 나와 눈을 부라리며 나무라던 그 쟁쟁한 인사들이 자기 옆에 있는 것을 마치 나나니벌과 푸른 나방 나비의 유충처럼 볼 뿐이다.
주덕송을 읽고 유령의 행동을 따라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술에는 주도가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하시길 바란다.
▶ 鯨(경)은 형성문자로 䲔(경)과 동자(同字), 鲸(경)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물고기 어(魚; 물고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크다의 뜻을 가진 京(경)으로 이루어졌다. 큰 물고기는 고래의 뜻이다. 鯨(경)은 고래, 고래의 수컷, 들다, 쳐들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래의 뼈를 경골(鯨骨), 고래의 머리나 지육의 기름을 냉각 압착하여 그 기름기를 제거한 결정성 물질을 경랍(鯨蠟), 고래잡이를 경렵(鯨獵), 포경선을 경선(鯨船), 고래 작살을 경섬(鯨銛), 고래 수염을 경수(鯨鬚), 고래의 수컷과 암컷을 경예(鯨鯢), 고래를 경어(鯨魚), 고래의 기름을 경유(鯨油), 고래의 고기를 경육(鯨肉), 고래가 물을 들이키듯이 술을 몹시 많이 마심을 경음(鯨飮), 고래자리를 경좌(鯨座), 고래회를 경회(鯨膾), 큰 파도를 경랑(鯨浪), 이마에 새기는 문신 또는 그런 형벌을 경수(鯨首), 고래 같은 파도라는 뜻으로 큰 물결이나 파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경도(鯨濤), 고래가 작은 물고기를 통째로 삼킨다는 뜻으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병합하여 자기 마음대로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경탄(鯨呑), 고래가 물을 마시듯 말이 풀을 먹듯이 많이 먹고 많이 마심을 경음마식(鯨飮馬食), 고래 싸움에 새우가 죽는다는 경전하사(鯨戰蝦死) 등에 쓰인다.
▶ 飮(음)은 형성문자로 飲(음)은 통자(通字), 饮(음)은 간자(簡字), 㱃(음), 淾(음)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밥식변(飠=食; 먹다, 음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欠(흠;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모양, 음)이 합(合)하여 마시다를 뜻한다. 그래서 飮(음)은 마시다, 호흡하다, 마시게 하다, 먹이다, 먹게 하다, 머금다, 품다, 숨기다, 음식, 음식물의 총칭, 음료, 마실 것, 술자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실 흡(吸)이다. 용례로는 술 마시는 데 쓰는 기구를 음구(飮具), 약을 마심을 음약(飮藥), 독약을 먹음을 음독(飮毒), 물이나 술 등 마시는 것의 총칭을 음료(飮料), 제사를 마치고 제관이 제사에 쓴 술이나 다른 제물을 먹음을 음복(飮福), 더위를 먹음을 음서(飮暑), 마심이나 먹음을 음용(飮用), 흑흑 느끼어 욺을 음읍(飮泣), 저자의 이름을 나타내지 않은 글을 음장(飮章), 술을 마시고 받는 화를 음화(飮禍), 술을 마시며 즐거워함을 음락(飮樂), 마시는 분량을 음량(飮量), 말에게 물을 먹임을 음마(飮馬),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을 음식(飮食), 술을 마심을 음주(飮酒),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음호(飮豪),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할 때에 먼저 돈을 물 속에 던져서 물 값을 갚는다는 뜻으로 결백한 행실을 이르는 말을 음마투전(飮馬投錢), 물을 마실 때 수원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음수사원(飮水思源), 먹고 마시고 할 뿐인 사람 또는 음식만을 즐기는 사람을 음식지인(飮食之人), 물이 많이 있더라도 마시는 분량은 실상 배를 채우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이 제 분수의 넉넉함을 알아야 한다는 비유의 말을 음하만복(飮河滿腹), 재를 마셔 위 속의 더러운 것들을 씻어낸다는 뜻으로 악한 마음을 고쳐서 선으로 돌아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음회세위(飮灰洗胃) 등에 쓰인다.
▶ 馬(마)는 상형문자로 말의 모양으로 머리와 갈기와 꼬리와 네 다리를 본떴다. 개는 무는 것을, 소는 뿔을 강조한 자형(字形)이지만 말의 경우에는 갈기를 강조하고 있다. 부수로 쓰일 때 말과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그래서 馬(마)는 말(말과의 포유류), 벼슬의 이름, 산가지, 수효를 셈하는 데에 쓰던 막대기, 큰 것의 비유, 아지랑이, 나라의 이름, 마한(馬韓), 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마구간을 마사(馬舍), 말의 똥을 마분(馬糞), 말을 타는 재주를 마술(馬術), 말이 끄는 수레를 마차(馬車), 말을 부리는 사람을 마부(馬夫),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말의 몇 마리를 마필(馬匹), 말의 다리를 마각(馬脚), 말을 매어 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을 마장(馬場), 경마할 때에 파는 투표권을 마권(馬券), 말의 귀에 동풍이라는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 버림을 이르는 말을 마이동풍(馬耳東風),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의 마혁과시(馬革裹屍), 말이나 소에 의복을 입혔다는 뜻으로 학식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마우금거(馬牛襟裾),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 말도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예전 것도 좋기는 하지만 새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즐겁다는 말의 마호체승(馬好替乘) 등에 쓰인다.
▶ 食(식)은 회의문자로 饣(식)은 동자(同字)이다. 사람(人)이 살아가기 위해 좋아하며(良) 즐겨먹는 음식물로 밥을 뜻한다. 사람에게 먹이는 것, 먹을 것, 먹게 하다는 飼(사)였는데 그 뜻에도 食(식)을 썼다. 부수로서는 그 글자가 음식물 먹는데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그래서 食(식)은 밥, 음식, 제사, 벌이, 생활, 생계, 먹다, 먹이다, 현혹케하다, 지우다 등의 뜻과 먹이, 밥(사), 기르다(사), 먹이다(사), 양육하다(사), 사람의 이름(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음식을 청해 먹은 값으로 치르는 돈을 식대(食代), 부엌에서 쓰는 칼을 식도(食刀),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일을 식사(食事), 한 집안에서 같이 살면서 끼니를 함께 먹는 사람을 식구(食口), 음식점이나 식당에서 먹을 음식과 바꾸는 표를 식권(食券), 밥을 먹기 전을 식전(食前), 식사를 마친 뒤를 식후(食後),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을 식기(食器), 음식만을 먹는 방 또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집을 식당(食堂), 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을 식겁(食怯), 음식에 대하여 싫어하고 좋아하는 성미를 식성(食性), 음식(飮食)을 만드는 재료를 식료(食料), 남의 집에 고용되어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를 식모(食母), 음식(飮食)을 먹고 싶어하는 욕심을 식욕(食慾), 한번 입 밖으로 냈던 말을 다시 입속에 넣는다는 뜻으로 앞서 한 말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을 식언(食言), 각종 식품을 파는 가게를 식품점(食品店), 음식을 먹은 뒤에 몸이 느른하고 정신이 피곤하며 자꾸 졸음이 오는 증세를 식곤증(食困症), 식량이 떨어져 기운이 다함을 식갈역진(食竭力盡), 식객이 삼천 명이라는 뜻으로 함께 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음을 식객삼천(食客三千), 나라의 녹을 받아먹음을 식국지록(食國之祿), 근심 걱정 따위로 음식 맛이 없음을 식불감미(食不甘味), 음식을 잘 차려 먹지 아니함을 식불이미(食不二味),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식이위천(食以爲天)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