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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연석이랑 신우는 텐트, 성현이는 코펠이랑 버너랑...
음... 또..."
여름 보충수업이 끝나고 방학은 보름정도 남은 어느 금요일, 우린
체리보이에 앉아서 주말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예전에 신우가 말했던 것처럼 바다에서 우리들만의 신나는 휴가를
즐기기로 작정하고 친한 친구들끼리 모였던 것이다.
"은희랑 난 여름이불들 하나씩 가져올게. 음.. 효은이는 반찬거리랑
조미료좀 가지구 오고...민아...넌... 샴푸랑 린스...세안도구랑
수건들 챙겨오구...걸칠 옷가지도 몇개 가지고 와. 참..소화제랑
구급약들도..부탁"
수첩에 적은 내용들을 하나씩 불러주는 은선이의 말을 경청하면서
다들 자신의 수첩에 받아적었다.
"근데.. 현빈이는...?"
효은이가 현빈이의 절친한 친구 연석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몰라.. 그자식 올지 안올지..."
현빈이는 그날 이후로 한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도 보충수업을 일주일이나 땡땡이친 그녀석이
괘씸하면서도 걱정되었는지 날마다 연석이에게 안부를
물었지만 연석이 역시 뚜렷한 답은 알지 못했다.
연락은 하고 있는 듯 했지만 아마도 현빈이가 별 얘길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그녀석이 걱정되어 죽겠는데 학교에서 보이질
않으니 내마음도 같이 심란해지기 일쑤였다.
"억지로라도 데리고 와. 그녀석 보고싶으니까"
내가 연석이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어깨만 으쓱 거리다가 굳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신우의 얼굴을 보고 그제야 내가 한 말이 실수라는걸
깨달았다.
"아... 저기... 그녀석.. 본지 오래되었으니까...
뭐하는지도 궁금하고!!!"
그래도 다들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ㅡㅡ;;;
"뭐... 그렇잖아.. 원래 옆에 시끄럽던 놈이 사라지면
어쩐지 허전하고.. 그런거..."
"뭐..하긴..."
그제서야 다들 표정을 바꾸며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신우만은 제외하고...
난 신우의 눈길을 피하고 메모에만 열중하려고 애쓰며
슬쩍 슬쩍 눈치만 살폈다.
"그럼.. 돈 모은걸로 장은 내일 아침에 보기로 하구..
내일 간성 터미널에서 만나면 남자애들이 짐 가지고
먼져 화진포로 가 있어."
"응?"
"그럼 우리가 장 봐가지고 따라갈게..."
"음료수랑 물같은거 사서 무거울텐데..."
"어차피 너희들도 텐트랑 그런거 있어서 무겁기는
마찬가지니까.. 그리구 버스타고 가는데 뭘...
정 무거우면 택시타고 가면 되구...
같이 고생할필요는 없으니까...
"음음.. 그래..."
"그럼 다 끝난거지? 쌀은 개인이 싸오는 거니까
안가져오면 굶길거야!!!"
은선이는 연석이쪽을 바고 강조하며 말했다.
"에이씨.. 왜 나만 보면서 그래!!"
"아무래도.. 니가 가장 걱정이라니까!!!"
은선이는 연석이를 흘겨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잘 챙기면 될거아냐!"
연석이도 뒤지지 않고 은선이를 째려보았다.
"자자.. 그만 됐어. 니들은 만날 그러냐?
그럼 다들 내일 9시까지 간성 터미널로
늦지말고 와야해."
효은이가 서로 아릉거리는 은선이와 연석이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래.. 그럼 오늘은 해산!!"
효은이는 그렇게 말하며 은선이와 함께 먼져 일어섰다.
"민아야.. 내일보자.."
"어..그래."
나도 신우와 함께 일어섰다.
"연석아. 안가?"
가방을 등에 메면서 연석이에게 물었다.
"응.. 먼져 가. 난 이거 다먹고 갈거야.."
연석이는 남은 팥빙수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픽 웃으며 은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은희, 성현이 너희들은?"
"응..너희들 먼져 가...우리도 좀 더 있다 갈게.."
"그래 그럼...내일보자."
나와 신우는 남아있는 세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체리보이를 빠져나왔다.
- 62 -
"관광철이라 차가 정말 많네..."
삼차선 도로가 차로 꽉 차버린 조그만 읍내길을
신우와 함께 걷고 있었다.
"집에 갈때 고생좀 하겠다. 이렇게 차가 많으니..."
난 투덜거리며 신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신우의 얼굴으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흠...얘가 갑자기 왜 이럴까... ㅡㅡ;;;
"부모님께는 뭐라고 하고 허락 받았어?"
대뜸 뭐라고 허락 받았는지를 묻는 신우의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은희네 집에서 하루 잔다고.. 뭐...그렇게.."
"거짓말 했구나..."
"음... 응.. 어쩔수가 없잖아. 허락 안해주실게 뻔한데..."
신우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가져올 것들은 어떻게 챙겨오려구...?"
"응..그건 걱정마~ 샴푸랑 린스는 들어가면서 사면 되구...
옷이랑 약이랑 쌀은 몰래 챙기면 되니까..."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는 신우가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신우역시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만 약간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게 버스정류장까지 침묵을 지키며 걸어왔다.
도대체 신우가 갑자기 저러는 이유가 뭐지?
나역시 축 쳐진 기분으로 정류장의자에 털석
주저앉았다.
"민아야..."
신우가 그런 내 옆에 앉아 부드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화끈...
신우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날... 현빈이랑 무슨 일 있었던거니?"
"응?"
깜짝 놀란 표정으로 신우의 얼굴을 살폈다.
갑자기 현빈이 얘기는 왜 묻는거야...
혹시..아까..내가 체리보이에서 했던 말 때문에...
"그..그건 왜?"
난 말을 더듬으며 신우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신우는 아무말도 않고 내 옆얼굴만 바라보는 듯 하더니
한참만에 말문을 열었다.
"휴..그랬구나..."
"...으..응?"
"그날, 노래방에 간 그날... 너랑 현빈이랑 둘이
얘기하는거 잠깐 들었거든..."
"뭐야!! 몰래 엳들은거야?"
나는 발끈하여 신우에게 소릴 질렀다.
"일부러 그런건 아냐. 한참이 지나도 네가 오지 않았으니까...
걱정되어서 나갔는데.. 둘이 진지해 보여서 부르지도 못하고
그냥 들어왔어...
그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날 이후로 현빈이 그녀석은
학교에 나타나지도 않고..
넌 항상 걔 빈자리 보면서 걱정하고...
그래서 분명히 무슨 일 있는거라고 생각했었어..."
신우의 말에 왠지모를 죄책감으로 가슴이 따끔거렸다.
신우는 그런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허공으로 눈을 돌렸다.
"괜한걸 물었다. 그냥 못들은 걸로 해..."
"아..아냐!!"
어쩐지 신우가 날 오해하는 것만 같아서 가슴한구석이 아파왔다.
신우는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고 난 그런 신우를
바라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도.. 현빈이에게 무슨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어...
현빈이도.. 그런건 얘기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냥... 어쩐지 현빈이가 요즘 변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서 따라나갔는데...
역시나 무슨 안좋은 일이 있는지 슬픈 표정을 하고
혼자 담배를 피고 있길래...애길 좀 한거 뿐이야...
너도... 너도 느낄거야.. 현빈이가 조금 이상해졌다는 거..."
신우는 대답대신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현빈이가 그러는 건지..
나도 너무 걱정이다.
갑자기 너무 슬퍼보이고... 화도 잘내고...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신우는 작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런애가 아니지.."
"응?"
"아..아무것도 아냐.."
신우는 어둡던 표정을 바꾸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민아..넌 이렇게 내손만 잘 잡아주면 돼는거야..."
"..."
"대답해..."
"응? 응. 그래.."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신우의 얼굴이 어쩐지 우수에 젖어 보였다.
'그래..신우야...
나.. 네 손 놓지 않을게...
그러니까..너도 내 손 놓으면 안돼...'
난 신우의 손을 꽉 잡았고 신우는 그런 나를 돌아보며 씩 웃어주었다.
- 63 -
다음날 아침
난 허둥지둥 간성 터미널에 도착한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터미널 안쪽에 몰려있는 친구들이 보였다.
'으..큰일이다. 20분이나 늦어버렸으니...'
최대한 불쌍해 뵈는 표정으로 무장을 하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니
먼져 은선이와 은희의 욕이 날라왔다.
"이민아!!! 너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너때문에
20분이나 기다렸잖아.. 이년아!! 도대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저기...그게..."
"민아, 보나마나 늦잠자느라 그랬을거야..."
ㅠㅠ 성현이 너마져...
난 최대한 미안한 얼굴을 하고 신우에게로 다가섰다.
"왔어?"
신우의 얼굴은 어제와는 달리 아주 밝아 보였다.
헤..다행이다.
난 베시시 웃으며 신우를 바라보았다.
"바보같아.."
"뭐?"
"그렇게 웃지마.. 바보같아..."
"뭐? 이게..."
나쁜 신우녀석..
그러고도 니가 내 남자친구냐?!
난 손바닥으로 신우의 등을 힘차게 내리쳤다.
"헉.."
몸을 움프리는 신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손맛이 좀 매울거야..."
"야아... 이민아..."
신우는 인상을 쓰며 날 바라보았다.
"왜왜!!!"
"너..서방님 등을 그렇게 치는 게 어딨어?"
ㅡㅡ;;;
"그럼 너, 무슨 서방이 신부를 갈구냐?"
나 역시 툴툴거리며 말했다.
"야아... 그건.. 귀여워서..그런거라구!!"
"뭐?"
화악 달아오르는 얼굴...
귀..귀여워서 그런다구...?
난 넋나간 표정으로 신우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콩닥 콩닥 뛰는 것이 느껴졌다.
"야!! 니들 사랑싸움 그만하고 빨리 와!"
벌서 저만치 걸어가면서 은선이가 우릴 보고 소리쳤다.
난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베시시 웃으면서 신우의
팔에 메달렸다.
"야.. 그러지 말라니까?"
"싫어! 싫어!"
0>__<0
귀여운 척, 오버를 하면서 신우의 표정을 살폈다.
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픽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신우의 손을 잡았다.
"야아~ 우리 저녁때 뭐해먹을거야?"
"고기 구워먹는다고 했잖아..."
"국도 없이???"
"밝히기는..."
남자애들이 짐을 가지고 먼져 화진포로 떠나고, 여자애들끼리
마트에서 장을 봐 뒤늦게 화진포행 버스를 탔다.
다행히도 짐이 그다지 무겁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남자애들을
불러야 할 것만 같았다.
맥주랑 콜라, 물 같이 무거운 것들이 한짐은 되었기 때문이다.
"화진포에 내려서 안까지 걸어들어 가려면 우리 걸음으로
적어도 15분은 걸릴거야."
은선이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연석이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연석아 우리 지금 버스 안인데.. 한 10분쯤 후면
화진포 도착할 것 같아... 응.. 응. 그래.. 알겠어...
애들이 지금 밖으로 나올거래.."
은선이는 핸드폰 폴더를 닫으며 말했다.
해변도로에는 차들이 많아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한없이 조용하고 한산한 이 도로가 시끄럽고
더러워지는 것이 참 못마땅했다. 그래도 관광수입이 이지역 사람들에게는
꽤 큰 돈벌이긴 하지만...
창밖으로 늘어선 차들을 바라보며 투덜거리고 있는데 화진포에 거의
도착했는지 은선이가 벨을 누르며 일어섰다.
- 64 -
버스에서 내리니 역시나 화진포 안으로 들어가는 차들이 거의 다인것 같다.
씁..조용한 휴가를 즐기긴 딱 글렀군...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차들의 행렬을 보고 있는데 저쪽에서
하얀 반바지를 입은 누군가가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
"최현빈!!!"
내가 놀라고 있는 사이에 은선이가 그녀석의 이름을 반갑게 불렀다.
"많이..기다렸어?"
숨을 헐떡거리는 저 녀석... 안올것 같더니...
"아냐. 방금 도착했어. 근데.. 너 안올것 같더니..."
"야~ 내가 노는데 빠지는 거 봤냐?"
하면서 뒤쪽에 서있던 날 바라본다.
난 현빈이를 보며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왔어?"
현빈이도 그런 나를 보며 씩 웃고는 무거운 짐을 들고는
먼져 성큼 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행이야. 다행이아. 아무 일도 없어보여서...
정말.. 다행이다. 현빈아....'
짐을 들고도 걸음이 빠른 현빈이를 따라가기 위해서
우리도 재빨리 걸어야 했다.
"이씨.. 천천히좀 가지. 더워 죽겠는데..."
은희의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난 어쩐지 너무나 재미있을 것 만 같은 이번 휴가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화진포 호숫길을 지나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남자애들이
벌서 텐트를 쳐놓은 후였다.
"줘.. 무거웠지..?"
신우가 내 짐을 받으며 물어왔다.
"응응..."
난 피식 웃으며 신우에게 짐을 넘겨주었다.
하얀 나시티에 베이지식 반바지와 남방을 걸쳐입은 신우의
모습은 눈이 부셨다.
"자..여기가 남자들 텐드, 저기가 여자들 텐트..."
"난 저쪽가서 자면 안될까?"
우리쪽 텐트를 가리키는 연석이 놈, 주접을 떤다 떨어.
우리들한테 미쳐 뭐라고 욕을 먹기도 전에 남자애들이
연석이를 들어 모래사장에 패대기를 쳐버린다.
"꼭.. 맞을짓을 한다니까."
은선이는 모래사장에 누워 여전히 몰매를 맞고 있는 연석이를
흘겨보며 짐을 풀기 시작했다.
"야.. 그건 이따하고..."
"응?"
난 은희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둘이 함께 바다로 냅따 달리기 시작했다.
물 속에는 벌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난 은희와 함께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는 그대로 물속에
발을 담궜다.
"으아~~ 시원해!!'
은희와 함께 발을 간지럽히는 바다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좋아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붕 뜨는 것이 느껴졌다.
"꺄아아~~~ 살려줘!!!"
풍덩...
난 그대로 물속에 곤두박질 쳐졌고
한참을 허우적 거리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야!! 니들!!!"
짭짤한 바닷물 맛을 느끼며 짜증나는 표정으로
친구들을 바라보니 모래 위에 서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저 왠수들..."
ㅜㅜ
근데 빠진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은희 역시 물에빠진 생귀 꼴로 내 옆에 서서 저놈들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제길... 복수해주고 말리라'
라고 생각한 순간 또 누군가가 물속으로 풍덩 빠졌다.
"조은선!!!"
짐정리 한다던 은선이가 남자애들 손에 이끌러 왔었나보다.
깔깔깔
나도 모르게 배를 잡고 웃었다. 근데.. 언제 일어났는지
은선이가 날 밀어대는 바람에 난 그대로 또다시 물속에 풍덩...
ㅠㅠ
은선이는 그것도 부족했는지 씩씩거리며 물밖으로 빠져나가서는
남자애들 옷자락을 잡고 물속으로 질질 끌고왔다.
그리고 나와 은희, 효은이까지도 함세해 남자애들을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한명도 물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없이 그렇게 흠뻑 젖은채로
그렇게 몇시간을 물속에서 맘껏 즐겼다.
- 65 -
"춥지?"
모래사장에 앉아 덜덜 떨고 있는 나에게 신우가 다가와
남방을 걸쳐주며 말했다.
"야아.. 이러지마.. 니 옷 다 젖어."
난 신우에게 남방을 건내 주었지만 신우는 막무가내였다.
"다 젖는다니까..."
"옷이 젖는게 문제니? 너 그러다 감기걸려..."
"하지만..."
"잔말말고 내말 들어!!!"
신우는 한쪽 눈을 찡긋 하며 다시 내게 남방을 걸쳐주었다.
친구들은 아직도 물속에서 놀고 있었고 난 피곤함을 느끼며
먼져 빠져나왔던 것이다.
"야아! 씻으러 안갈거야?!"
친구들에게 소릴 질렀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다.
"점심도 안먹어서 배고프구만.. 저것들은 체력이 남아 도나봐.
그치?"
신우 역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햇살이 따갑긴 했지만 바닷물은 차가웠고 바람도 꽤 강하게
불어왔다.
"나.. 너무 찝찝해. 안돼겠다. 신우야 우리 먼져 씻으러 가자."
"많이 춥구나? 입술이 파랗게 질렸어."
신우는 앞으로 넘어온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며 걱정스레 말했다.
"그러니까.. 씻으러 가자."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샌들과 내 샌들을 들고 일어섰다.
나도 신우의 남방을 벗어 팔에 걸고 신우의 뒤를 따랐다.
짐정리도 안된 텐트 안에서 세안 도구랑 수건을 찾아 나오는데
신우가 누구랑 얘기하는 것이 보였다.
'애들 벌서 나왔나?'
"신우야.. 가자! 어. 최현빈!!"
텐트 속에서 세안용품을 챙기는 신우 옆에서 현빈이가 대자로 누워 있었다.
"야.. 너 왜 여기있어?"
"야.. 누구 한사람은 짐을 지켜야지. 다 놀러가버리면
큰일나려고..."
현빈이는 텐트에서 몸을 일으키며 하품을 했다.
"그래서 여태껏 여기 있었던거야?"
"덕분에.. 늘어지게 잤지 뭐!!!"
"짐지키는 태도가 그게 뭐야.. 잠자다 다 도둑 맞을라!!"
신우가 현빈를 흘겨보며 장난스레 말했다.
"뭐야!! 그럼 이신우 담부턴 니가 지켜!!"
"어휴~ 사양할래!"
신우는 세안도구를 챙겨 벌떡 일어나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럴것도 아니면서 갈구긴, 근데 다른 애들은?"
"어..아직 노느라 정신 없어. 추워서 먼저 씻으려고 나왔어."
"어...야.. 이민아 너 입술 너무 파랗다. 빨리 씻고와!"
갑자기 소릴 지르는 현빈이의 말때문에 깜짝 놀라며
신우와 함께 모래사장을 걸어나갔다.
다행이다. 최현빈...... 너.. 원래의 너로 돌아온거니?
그랬으면 좋겠다...
예전의 네 모습이라면... 너무 좋겠다. 현빈아...
오랫만에 본 현빈이의 밝은 모습, 어쩐지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사실 그동안 현빈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여기에 올거라고 예상 못했는데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정말 너무나 기쁘고 고마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현빈이가 옆구리를 툭 치며 물었다.
"어?.. 응... 그냥..."
난 말을 얼버무리며 씩 웃었다. 신우는 그런 나에게
천원짜리 두장을 건내며 말했다.
"무슨 샤워실이 비싸기도 하다. 이천원이나 하게.."
"응.. 그러게..바캉스철이라 그런가봐"
"민아.. 너 씻는거 얼마나 걸려?"
꺄아... 신우야. 창피하게 뭘 그런걸 물어보고 그래...
"오래 걸리지?"
당황 스러운 표정을 짖는 내 얼굴을보며 씩 웃어버리는
신우녀석.
"그럼 씻고 나 먼져 텐트로 가 있을게...
배고프니까 우리 씻고 나와서 라면이라도 끓여먹자."
"그래!!!"
말을 마치고 남자용 샤워실로 들어가는 신우의 뒷모습을
보다가 나도 잽싸게 샤워실로 들어갔다.
- 66 -
"신우야, 나왔어!!!"
젖은 옷을 봉지에 싸 가방 속에 넣은 후 텐트속을 빠져나왔다.
"신우야, 나왔다니까.."
아무런 대꾸도 없는 신우를 부르며 남자 텐트를 들여다 보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신우, 아직 안왔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인기척이 나 깜짝놀라 뒤를 돌아보니 현빈이가
코펠을 들고 서있었다.
"뭐야.. 놀랐잖아. 신우 아직 안왔다구?"
"응.."
"이상하다. 분명히 먼져 씻을거라고 했는데"
"좀 오래 걸리나부지!!"
현빈이는 코펠을 버너 위에 올려놓으며 모래사장에 털석
주저앉았다. 옆에 라면을 놔둔걸 보니 녀석도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야!! 라면 먹으려구?"
"응! 배고파서.. 민아야 너도 같이 먹자!!"
"아니.. 신우 오면 같이 먹으면 안될까?"
나역시 현빈이 옆에 털석 주저앉으며 말했다. 현빈이는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버너에 불을 껐다.
어쩐지 늦는 신우를 기다리는게 미안해서 어색한 표정으로
씩 웃었다.
바람이 불어와 내 머리카락을 날렸다. 막 감고나와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현빈이의 팔에 살짝 닿았다.
"차가워"
"앗, 미안. 머리카락이 안말라서.. 많이 차가울거야..."
난 내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빗어 넘긴 뒤 미안한 표정으로 현빈이를
바라보았다.
현빈이는 내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내 머리카락에
손을 가져갔다.
"많이.. 길렀구나.. 머리카락..."
"응?"
"처음에.. 널 봤을땐...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였는데..."
"응?"
현빈이는 뭐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하얀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을 살짝 빗어내렸다.
"아.. 응.. 저기... 머릿결 별로지? 끝도 갈라지고..
형편 없어. 내 머리카락..."
"부드러워..."
"응?"
현빈이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해버려서 혹시나 예전처럼
또다시 변하는 건 아닌가 걱정 되었다.
"민아.. 네 머리카락.. 정말 부드러워..."
"아.. 고마워..."
난 얼굴이 살짝 붉어짐을 느끼며 손가락으로 모래를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예뻐..."
"응?"
난 당황한 얼굴로 현빈이를 바라보았다.
"정말 이뻐..."
현빈이는 뭔가 슬픈 표정을 하며 계속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고... 고마워."
"민아야 나왔어!!!"
내가 막 현빈이에게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내 옆에서
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빈이가 들고 있던 머리카락이 등으로 사라락 떨어져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어어.. 왔어?"
난 이유도 없이 당황한 채로 현빈이와 신우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 67 -
"응, 좀 늦었지? 옷 갈아입다가 목걸이를 잃어버려서
그것좀 찾느라구..."
"그래서 찾았어?"
난 걱정스럽게 신우를 바라보았고 신우는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장난스레 웃었다.
"야야!! 그렇게 서있지 말고 빠리 앉아. 냄비 속으로
모래 다 들어간단 말야!!!"
현빈이가 버너에 불을 키며 투덜거렸다.
"민아가 너 오면 같이 먹는다고 기다리자고 해서 여태 기다렸더니
배고파 돌아가시겄다."
"그랬어?"
현빈이의 주절거림에 신우는 모래사장에 앉으며 날 바라보았다.
나 역시 그런 신우의 옆에 조심스레 앉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구... 그랬어? 우리애기?"
신우는 새삼스레 내 등을 토닥 거렸고 현빈이는 그런 우리를
못마땅한듯 쳐다보았다.
"둘이 무슨 얘기들 했어?"
"으...응?"
신우가 무심코 던진 말에 난 깜짝 놀라 현빈이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현빈이는 그런 내 얼굴을 아주 잠깐 진지하게
바라보더니 픽 웃으며 말했다.
"이자식아. 너 씹었다! 늦게 나온다고 얼마나 투덜거리는지"
"내..내가 언제!!!"
현빈이의 말에 살짝 고마움을 느끼며 발끈해서 소리쳤다.
"정말이야?"
신우는 삐진듯한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아냐!! 저녀석이 거짓말 하는거라구!!!"
내가 팔을 내저으며 현빈이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신우는 더 가느다란 눈을 뜨로 날 째려보았다.
ㅠㅠ 정말이란말야. 이녀석아!!!
울상을 지으며 씩씩거리자 그제서야 신우가 얼굴 표정을 풀고
웃었다.
"야야~ 그냥 삐진척 한거야!!"
"진짜???"
내가 눈을 반짝이며 묻지 신우도 현빈이도 픽 웃어버렸다.
왜 웃는 거야!!
둘을 번갈아가면서 흘려보는데 현빈이가 코펠 냄비 뚜껑을
나에게 내밀었다.
"자. 다 끓었다. 먹자!!!"
오예~~
냄비 뚜껑을 받아드는데 신우가 나무 젖가락으로
라면을 퍼 담아주었다.
"으흐.. 고마워...신우야."
"라면 끓여준 사람은 난데..."
입맛을 다시며 신우에게 씩 웃어주는데 현빈이가
툴툴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야아.. 너한테도 고마워! 맛있게 잘먹을게..."
막 한 젖가락을 입속으로 넣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친구들이 어느새 돌아와
뒤에 서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야!! 니들끼리 먹을거야?!"
"엉?"
은선이는 앉아있던 나를 밀치고 내 젖가락과 냄비뚜껑을
집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애들까지 나무 젖가락을
주서들고 걸신 들린 아이들처럼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와 신우는 뒤로 물러났고, 그 와중에도 현빈이는
같은 대열에 섞여 꾿꾿이 라면을 먹고 있었다.
정말 웬수같은 것들...ㅠㅠ
결국 난 라면 한젖가락도 먹어보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따 애들 씻으러 가면 다시 끓여먹자."
잔득 울상을 짖고 있는 내 손을 잡으며 신우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난 금새 배고픔을 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 68 -
어설픈 저녁을 먹고나서 남자애들은 해수욕장 휴게실로 당구를
치러 간다면서 우르르 몰려가버렸다.
"야.. 여기까지 와서 쟤네들 뭐냐!!!"
우린 텐트 밖에 앉아서 투덜거렸다. 저녁을 일찍먹어 어중간 하다며
우르르 몰려간 아이들...
신우만은 가지 않길 바랬는데, 금방 다녀온다는 말만 남기고는
결국 다른 남자애들을 따라 나서버렸다.
"아이씨. 진짜 열받는다!!!"
"그러게... 저것들 지들끼리 놀러왔나. 정말 너무들 한거 아냐?"
"재수없어. 재수없어. 재수없어."
은선이는 인상을 팍팍 쓰며 재수없어를 연발했다.
"야.. 그러지 말고, 우리도 호수쪽으로 산책 가볼까?"
"호수?"
"그래 좋아."
"다..가면 짐들은..."
"야.. 몰라, 그냥 중요한 것들만 챙겨서 가자. 어차피
금방 올건데 뭐!!"
난 지갑만 챙겨들고 모래를 털며 일어섰다.
화진포는 바다와 호수가 닿아있는 신기한 곳이었다.
가끔 지리시간에 석호로 소개되기도 하는 곳, 물도 깨끗해서
물고기와 철새들도 꽤 많이 살고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변 모래사장 뒤쪽에 있는 소나무 숲 뒤로 산책로가 있고
그 옆으로 호수가 펼쳐져 있는데 꽤나 큰 규모이다.
난 은희의 팔짱을 끼고, 은선이는 효은이와 팔짱을 낀채
조명이 밝혀져있는 산책로를 걸었다.
중간 중간 놓여있는 벤치는 완전히 연인들만의 공간으로
전락되어 버렸다.
"좋다. 정말... 조명이랑 너무.. 다 이쁘다. 정말
연인들끼리 오기 딱 좋은곳이네..."
은희가 약간은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너도 역시 성현이한테 조금은 실망하고 있는 거구나...
나와 은선이는 똑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늘어선 벤치에 앉아있는
연인들이 한없이 부럽게 느껴졌다.
"야, 그래도 니들은 낳지. 효은이나 나는 남자친구도 없으니.
젠장 젠장."
은선이가 앞서 걸으며 투덜거렸다.
'너나 효은이 한테는 미안하지만 서운한건 정말.. 서운한거야..
배신자 이신우!!! 둘이서 라면먹을때까지만해도 딱 좋았는데
연석이자식. 갑자기 당구얘기만 안꺼냈어도. 아오!'
내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데 은선이가 비어있는 벤치를 발견하고
재빠르게 달려가 앉았다.
"여기 길 꽤 기네.. 은근히 다리아프려고 했는데..."
"벌서 많이 깜깜해졌다 야."
"그러게...참 여기 비수기때 오면 무지 무서워..."
"응?"
"사람들 많이 안올때는 조명도 안켜놓고.. 여기 물가라
안개도 자주 끼거든.. 주변은 다 산이랑 바다고..
인가는 머니까..."
"진짜 그렇겠다."
"귀신 나오는거 아냐?"
"몰라.. 내생각엔 있을 것 같아. 호수가 이렇게 큰데
빠져죽은 사람이 한둘이겠냐?"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면서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야야.. 시끄러워. 이상한소리 하긴!!"
"이민아 쫄은것봐 크크크"
은선이는 겁먹은 듯한 내 표정을보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킥킥 웃어댔다.
그때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찔렀다.
"저어..."
"꺄악!!!!!!!!"
비명을 지르며 돌아보니 왠 남자애들 다섯이 서 있었다.
보아하니 내 비명소리에 그쪽도 적지않게 놀란 것 같았다.
"뭐..뭐에요!"
소름이 돋고 있던 참에 옆에서 찌르다니 심장이
내려앉는줄 알았다. ㅠㅠ
"저..저기..."
날 찔렀던 눈이 동그란 남자아이가 머뭇거리자
뒤에있던 키큰 아이가 그아이를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저기, 여자들끼리 왔나봐요? 시간있으면 우리랑 같이 놀아요."
ㅡㅡ;; 뭐야 얘네들
"보아하니 그쪽들도 꽤나 심심한 것 같은데..."
뭐라는거냐...ㅡㅡ+
"어때요?"
남자아이 날 보며 느끼하게 씩 웃어주었다.
오바이트 쏠리려는걸 참고 강하게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던 참에...
"좋아요!!"
앉아있던 은선이가 일어서며 말했다.
"뭐라구?"
나 못지않게 효은이도 은희도 놀란 것 같았다.
"우아.. 이누나 맘에 든다!!!"
느끼맨이 대뜸 누나라고 부르면서 기뻐했다.
- 69 -
"야.. 조은선 너 정신 있어?"
난 은선이의 팔을 꼬집으며 소근거렸다.
"야.. 뭐 어때? 안그래도 열받던 참에 잘됐지.
걔네들 우리만 떼놓고 지들끼리 놀러간 값 톡톡히 치뤄줘야지!"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생긴건 느끼하게 생겨가지고
난 싫어. 재수없어 재네들..."
"심심하던차에 그냥 얘기 몇마디 나누다가 헤어지면 땡이지...
싫으면 너혼자 텐트로 돌아가."
은선이는 냉랭하게 내 팔을 뿌리치며 남자애들에게 돌아섰다.
"좀 넓은데로 가야겠네요..."
느끼한 남자애들이 앞장을 섰고 은선이와 효은이가 그 뒤를 따랐다.
나와 은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역시 화가 난 건 마찬가지므로...
"각자 통성명이나 해요."
산책로가 끝나는 곳 즈음 다리를 지나 주차장 근처에 있는
등나무 밑에 음료수를 사 두고 둘러앉았다.
밝은 곳에 와서 쳐다보니 얼굴들이 더 느끼해 보여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우리는 서울에서 놀러왔어! 이쁜 누나들은?"
느끼보이, 어디서 반말을 찍찍하고 난리야?!
버터통에 통째로 빠졌다 나왔는지 하는 말마다 기름기가 줄줄 흘렀다.
"그것보다.. 몇살들이세요?"
"우리 18살이야! 누나들은?"
"어... 하하..우... 우리도 18이야."
은선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18살이라고 구라를 쳤다.
대단한 뇬...ㅡㅡ
"우아!! 그럼 동갑이네. ㅋㅋㅋ 말놔. 말놔"
아이구, 좋단다.
"우리 소개부터 할게... 나는 최민석"
키큰 느끼남이 먼져 지 이름을 얘기하자 줄줄이 돌아가면서
이름을 불렀다.
"니들도 이름 얘기해 줘야지."
"좋아. 나는 이민영이야."
다들 머뭇거리고 있는데 은선이가 마시던 음료수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야! 이민영이라니, 우리 셋은 깜짝 놀라 은선이를 바라보았지만
은선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며 눈을 찡끗했다.
"너는?"
최민석이라는 느끼남이 턱으로 날 가리키며 물었다.
재수없는 놈. 왜 나야!!
"어.. 어... 나는... 지..예슬이야.. 지예슬..."
"지예슬? 우아 이쁜 이름이네.."
어우...느끼....ㅜㅜ
효은이와 은희도 대충 이름을 대답하자 남자애들이 섞어
앉잖다. 역시 은선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난 졸지에 그 최강 느끼남 옆에 앉아있게 되었다.
'으.. 조은선, 너 돌아가면 죽었어!!!'
이를 갈며 은선이년을 노려보고 있는데 이 느끼남이 날 보며
씩 웃는다.
지딴엔.. 꽃미소라고 생각하며 웃는거겠지. 하지만 정말 재수없다.
너 그냥 가만히 있어라...
"예슬이라고 했지? 나 너 맘에 든다."
ㅡㅡ+ 뭐래..
"..어...어?"
"야.. 너 나 맘에 들지?"
ㅡㅡ+++ 뭐라는 거니? 너!!
"어...어?"
"아까부터 너 자꾸 나 쳐다봤잖아."
재수없는 놈이 왕자병에 도끼병까지 걸린 것 같다.
이제 이 위험한 장난을 끝내야 할것만 같았다. 내 인내력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너.. 너랑 사귈래?"
이제는 속이 끓어오르다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조은선, 너 오늘 아주그냥 내가 가만 안있는다.
"미안한데... 나 먼져 가봐야겠다."
난 차가운 얼굴로 음료수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효은이와 은희도 불쾌하다는 얼굴로 따라 일어섰다.
"어?"
'어'라니 이 재수없는 놈아...!
"흠.. 미안, 나도 가봐야겠다."
은선이 역시도 남자애들 태도에 조금은 황당했던지
짜증스런 말투로 얘기했다.
"야!"
막 돌아서던 참에 그 민석이라는 애가 우릴 불러 세웠다.
그래서 아니꼬운 눈초리로 돌아보는데 다섯이 무서운 표정으로
우릴 노려보고 있었다.
"뭐..뭐야!!"
"그냥가면 안돼지!! 그럼 섭하지!!"
그러더니 갑자기 뛰쳐나와 내 팔목을 잡았다.
"아, 아파! 뭐야! 이거 놔!!"
"야! 그팔 놔!!"
은선이가 다가와 그녀석을 밀었지만 오히려 그녀석의
힘에 밀려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은선아!!"
효은이와 은희가 재빨리 달려가서 은선이를 일으켜 주었다.
"이것들이 까불고 있어! 엉? 오빠들이 놀아달라고 했으면
끝까지 놀아줘야지. 어디 중간에 토낄려고 그래? 앙?"
"왜...왜그러세요?"
난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민석이라는 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놈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내 팔목을 더욱 꽉 잡았다.
- 70 -
"너 그 손 못놔?!"
손목의 통증과 두려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신우야!!"
뒤를 돌아보니 과연 신우와 현빈이, 성현이와 연석이가
화가 난 서 있었다.
"뭐야? 니들은! 왠만하면 그냥 꺼지지?"
"그 손 놓으랬다!!"
신우의 목소리가 떨려오는 것이 엄청나게 화난것이 분명했다.
"뭐야? 이 싸가지없는 새끼가!!"
신우는 더이상 말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성큼 성큼 달려오더니
그대로 주먹을 쥐고 느끼남의 면상을 가격했다.
그바람에 난 그놈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고 재빨리 신우의 뒤로
숨었다.
"여기 위험하니까. 애들이랑 뒤쪽으로 피해있어.."
"시..신우야..."
"빨리!!"
신우의 목소리를 화가 아주 많이 난 듯 했다.
난 신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은선이들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느끼남은 곧 자세를 추스리고 일어서 신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야! 이 새끼들, 다 죽었어. 오늘 날 잡았다!! 안그래도
이년들 때문에 열받던 참인데..."
"또라이같은 새끼들. 엿이나 먹어라!!!"
현빈이가 신우 곁에 다가서며 통쾌한 한마디를 날렸다.
"뭐야 이새꺄?"
현빈이의 말에 느끼남과 패거리들 열받았는지 한꺼번에
신우와 현빈이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성현이와 연석이도 그 대열에 큰 싸움이 시작되었다.
"야.. 어떻게 해!!"
은선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조은선.. 이게 다 너때문이야!!!"
난 울먹이며 은선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누구 탓 할때야? 큰일이다. 쟤들 다치면 어떻게 해!!!"
은희가 날카롭게 소릴 지르며 말했다.
정말.. 정말.. 큰일이야..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너 다치면 나 정말 어떻게 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우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불안함에 휩쌓여...
싸움이 과격해지자 주차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사람들 말리지도 않고 뭐야.."
은선이 역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5대 4의 싸움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과격했고 난 더이상
두려워서 그 광경을 쳐다볼 수 없었다.
그대로 그자리에 주저앉아 두손을 모으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을 넘게 울었을까..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흐느낌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구경꾼들이 하나 둘 씩 흩어지고 있었고
버터남 패거리들은 길바닥에 굴러다녔다.
그리고 신우와 나머지 아이들은 얼굴에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별로 큰 이상이 없어보이는 신우를 보자 너무나 반가워서 그대로
눈물을 흘리며 신우에게 달려들었다.
신우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꼭 안아주며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많이 놀랬지?"
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신우 품에서 울기만 했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신우야...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서럽게 우는 날 다독거려주던 신우는
옆에 있던 은선이에게 조심스레 자초치종을 물었다.
처음에 머뭇머뭇하던 은선이가 사실대로 말하자 신우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으이그, 하여튼 조은선 저거. 문제 만든다니까..."
"미안해..."
연석이가 화난 듯이 말하자 은선이는 조그만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자.. 자.. 이제 그만 울고.. 텐트로 돌아가자..."
한참만에 울고있던 나를 떼어내며 신우가 말했다.
벌서 은선이와 현빈이들은 앞서 걸어가고 있었고
은희 역시 성현이 곁에 붙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난 신우에게 꼭 붙었고 신우는 내 눈에 눈물을 닦아 주었다.
"신우야.. 미안해..."
"으이그..."
"미안해... 끝까지 아니라고 했어야 했는데..."
"됐어!!"
신우는 화가 난 말투로 톡 쏘며 말했다.
"화... 났어?"
"바보야. 너 정말 큰일 났으면 어쩔 뻔 했어?"
"...응?"
"내가 정말 한눈을 못팔아요!!! 아깐 정말 그새끼
보고 스팀돌아서 하마터면 일낼뻔했다."
"시.. 신우야..."
"너... 내 속 타는 거 보고싶지 않으면 다신 그러지 마..."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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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소설 - 하늘색 우산 61 - 70
☆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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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2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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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매일 기다려지는 소설이네여...담편두 기대요...
ㅠㅠ 너무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