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 가족모임에서 아버님이 고향선영에 제초작업하러 가자는 얘기를 하셨다.
연세가 드시니 고향에 있는 할아버지 묘소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고 하신다.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자주 들를 수도 없어, 묘소 관리가 제대로 안되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시다. 이번 4월에도 고향에서 집안묘역을 돌봐주던 친척분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갔다왔는데, 올해는 예년에 많아야 2번 정도 갔던 횟수에 비하면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어 미뤄두었던 집수리로 집이 어수선하지만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친이 경차를 가지고 계셔서, 먹거리와 시골
에서 일할 연장을 준비해 가지고 왔는데, 올해는 작년말에 차를 폐차해서 부모님이
사시는 분당에 들러가기로 했다. 그나마 올초에 일산에서 분당으로 이사 오시는
바람에 집에서 25분정도 거리에 있기에 부모님을 모시러 가는게 그리 부담이되지
않은게 다행이다. 바로밑의 동생은 업무차 2주간의 해외출장이 잡혀있어 장남인
내가 갈 수밖에 없는 처지. 목감기가 진정 기미에 들고있는데, 과로로 회복이 늦어
지더라도 부모님이 원하는 걸 미룰수가 있나.
경북 군위군(우보면)에 고향이 있어 수원에서도 약 4시간 반을 달려가야 하니 당일로
고향에 갔다 오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겨우 자정 근처에 집에 올수가 있다.
분당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아침 식사를 하던 망향휴게소에 오니 8시 20분.
예전에 비해 1시간 20분 정도 빨리 온 셈이다. 모친이 집에서 준비한 먹거리를
가지고 으례 식사를 하던 나무밑에서 식사를하고 길을 재촉했다.
제초작업을 해야 하는 묘는 5기로 150평 정도 넓이이니 부모님은 아무리 빨리해야
저녁 늦게나 끝나니 겸사겸사 내일 새벽에 올라오자고 하신다.
일량으로 봐서 낫가지고 벌초하려면 하세월이라, 애시당초 예초기나 잡풀을 제거
하기 위해 분무기를 가지고 가려했다.
제초제를 살포할까하다 2년전에 한번 시도했으나 재미를 못봐 가기전날 예초기를
빌려가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주들어 2~3일 적게나마 비가왔고, 고향에 내려가는 날도 구름이 낀
날씨라 잡풀을 뽑고,제초작업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날씨까지 좋은데 궂이 내일
올라올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4시간 정도를 달리자 고향읍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 4월에 왔기에 그리 낯설지 않다. 30여분을 더 달려 고향마을에 들어서니 올
4월에 올 때까지만 해도 콘크리트였던 길이 아스콘으로 포장되있고 한참 하천정비
공사를 하고 있다. 고향은 산으로 둘러싸여 여름에 태풍이나 호우로부터 피해를
그리 입지 않은 곳인데도 도로공사와 하천정비공사를 하고 있는 걸 보니 형편이
많이 좋은 편이다. 고향이래야 여느 농촌과 같이 내 나이또래는 근처 대구나 대도시로
나가 노인네들만 고향을 지키고 있다.
선영묘가 있는 곳까지 콘크리트길이나마 포장이 되있어,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트렁크에서 예초기를 꺼내놓고 몸체와 자루를 조립하는데 부친이
의심 반, 걱정 반, 기대 반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공대를 나왔다고는 하지만 집안일조차 집사람이 더 잘 하는걸 봐서, 과연 예초기를
쓸 수 있는지, 분리된 예초기를 제대로 조립이나 하는지 의심스러운 눈치다.
분리된 예초기를 조립하고, 작동하기에 앞서 조임부가 이상이 있는지 재차 확인
하고 플라스틱 보안경을 쓰고 예초기를 둘러메었다.
오른쪽 뒤에 있는 시동용 줄을 부친보고 잡아당겨 달라고 했다. 한 번 두 번 이윽고
시동이 걸리자, 연결된 예초기 날이 돌기 시작한다. 조립이 제대로 되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예초기를 빌려올때 5분 정도 실습해보고, 사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듣긴 했으나
작업이 그리 쉽지 않다. 몇번 땅바닥에 쳐박고, 돌에 날이 부딪혀 깜짝 놀라다보니
예초날을 풀에 바싹 들이대지 못해 제초한다고 한게 높이 풀을 자르는 바람에 다시
제초를 하는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시간이 지나나 익숙해졌다. 남들이 하는 걸 볼때는
쉬어 보이던 일도 막상 내가 해보니 예초기를 안정감있게 작업하는게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하는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초기를 쓸 때 자루 손잡이를 놓치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설사 돌을 치더라도 자루는 놓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몇 번 땅바닥을 찍고, 잡풀에 뒤엉켜 날이 서고하기를 몇 번하고 나니
예초날을 대는 요령, 속도를 조절하는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타고 날때부터 기계
치는 없는법. 문제는 손잡이를 잡고 있는 팔이 무척 아프다는 것이다. 이런...달리기로
다리 근력만 생겼지, 팔 근력운동을 소홀히 했더니, 여기서 표가나네.
예초기를 그럭저럭 사용하는 덕분에 일도 예상보다 빨리 끝냈을 뿐 아니라(3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 고향에 내려가 제초작업 한것에 비하면 가장 깨끗이
벌초한 셈이 되었고, 기대밖의 빠른작업과 깨끗함에 부모님 특히 아버님이 상당히
흡족해 하셨다. 모친이 작업한 양과 생각보다 깨끗하게 제초한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우리가 가고 나면 분명 한번 마을 사람들이 올라 와 볼텐데, 상당히 놀랄거라하며 흡족
해 하신다. “오늘은 큰애가 2/3는 했어”
처음에 못 미더워하시던 부친도 생각보다(경험이 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많이 서툴지만),
깨끗함에 상당히 흡족해하시는 눈치시다. 상당히 기분이 좋으신지 오늘 일 많이했다고,
이제 그만하자고 하신다.
지금껏 고향에 벌초하러 갔다오면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어도, 일 잘했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오늘은 부모님이 몇 번이나 일 잘했다고 한다. 나이가 50인데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직도 일하는게 본인이 하시는 거에 비하면 아직 못 미더운 모양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모처럼 만에 부모님을 흡족하게 해 드렸으니, 이번 고향길은 보람이 있었다.
예상보다 일이 빨리 끝나기는 했지만(4:30pm), 가는 길에 마을 어른께 인사하고 20여분
떨어져 있는 첫째 이모님댁에 들렀다 나오니 땅거미가 깔렸다.
오늘따라 날씨도 좋고, 길도 막히지 않아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에오니 12시(자정)가
채되지 않았다.
첫댓글 그것이 바로 효도인거야. 수고많았구나
만석이 감기 여짓것 안나은겨 ? 힘들것다 빨리 나아야지 나두 지금 목감기로 죽을맛이다 ㅋㅋ~~~
부모님을 모시고 참으로 큰일을 했구나, 그래도 시골 고향분들과 막걸리 한 사발하고 하룻밤 자고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ㅎㅎ. 밤에 차 끌고 올라오느냐고 많이 피곤 했겠다.
만석지기 ! 이름 그대로 마음은 만석 이상이구나
고생했다..아니 일 잘했다
멍방 入房 동기 만석아 좋은 장편의 글 감명깊게 잘 보고 간다.
달리기도 욜심이더만..^^ 효자 노릇도 단단히 하구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