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컨디션으로는 대표팀에 누만 끼치게 될 뿐입니다. 실력있는 후배를 위해서라도, 나라를 위해서라도 빨리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에서 사상 최연소(만 13세84일) 금메달리스트로 시상대에 올라 앳된 미소를 지었던 소녀는 그동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책임감이 무엇인지, 진정한 명예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를 노렸던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윤미(22.연세대3.사진)가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했다. 김선수는 지난 14일 대한빙상연맹에 "한동안 개인훈련만 해오다 두달 전 대표팀에 복귀했으나 역시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렵다.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개막까지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우수한 후배가 내 자리를 넘겨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선수는 1994년 릴레함메르, 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3천m 여자계주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따낸 후 대표팀에서 물러났으나 현 대표팀의 경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두달전 긴급 투입됐다.
한국은 쇼트트랙 계주의 절대 강국이다. 설령 김선수가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하더라도 엔트리에만 들어있으면 충분히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
김선수는 대회 3연패라는 개인적 욕심과 명예로운 퇴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무임승차' 대신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다. 그는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