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간병때문에 서울을 자주 오르내리는데 주로 전철을 타고 다닌다. 그러다보면 벼라별 사람을 다 만나는데 때로는 견딜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된다. (견딜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라고 썼다가 다시 고쳐서 썼다. 뭐하러 좋은 우리 말을두고 어려운 말을 쓰나 싶어서다.우리말 사랑해야지..)
1 지린내 풍기던 할아버지
며칠 전에 부평에서 서울행을 탔는데 노약자 자리가 하나 비어 있길래 가서 앉았다. 양쪽에 할아버지들이 앉았는데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어 좀 편하진 않았지만 그냥 앉았다. 앉자마자 가방에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란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 있으니까 지린내가 코를 찌르는 거였다. 양쪽을 둘러 보니 오른쪽에 앉은 할아버지한테서 나는 냄새였다. 그래도 그냥 참고 앉았으려니까 얼마나 지린내가 독한지 코막힘 감기 환자라도 코가 뻥! 뚫릴 정도의 심한 지린내였다.
일어 서서 다른 데로 갈 것인가 참고 앉아서 갈 것인가 고만히다가 차는 만원인데다가 짐도 민만치가 않아 그냥 앉아서 견뎌 보기로 했다. (이궁 일어설 것이지 ..쩝!) 할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하게 왼손으로 코를 슬쩍 가린채로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래도 코로 스며드는 지린내를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할아버진데 그런 냄새를 풍기나 싶어서 옆자리의 할아버지를 곁눈질로슬쩍 훔쳐봤는데 태연하게 묵념자세루다가 고개를 숙인채 달디단 잠에 빠져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다른데로 가서 서서 갔다. 늙으면 속옷을 자주 갈아 입을 일이다.
2. 콧털 뽑던 아저씨.
한 번은 옆 자리에 점잖게 생긴 아저씨가 탔었다. 그때도 책을 읽고 있었는데 자꾸 킁킁대는 소리가 나니까 신경이 쓰여서 옆을 바라보니
킁~! 하고 소릴 내면서 고개를 흔들며 콧털을 뽑아서는 들여다 보다가 콧털을 바지에다가
문지르고는 다시 또 킁~! 하고는 코털을 뽑고 또 킁~ 하고 뽑고..킁~뽑고 들여다 보고
털어내고 킁하고 뽑고 킁하고 뽑고의 연속이었다. 당췌 그넘의 킁 소리에 신경이 쓰여서
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계속 찌푸리고 노려보다가 그넘과 눈이 마주쳤다. 쏘아 보는 시선에 주눅이 들었는지 그제서야 그만두는 거였다. (내눈이 쪽 째진 눈이어서 그럴 땐 한몫을 한다.
그 후로 남편의 콧털이 1mm쯤 보이기만해도 그때 생각이나서 콧털좀 깎으라는 잔소릴 하게 되었다.
3, 이쑤시개 들여다 보다가 빨아 먹던 아저씨.
또 아저씨 얘기다.하긴 아저씨란 호칭을 이런데 쓰긴 좀 뭣하긴하다. 제대로 쓴다면 어떤 놈 이야기라고 써야 할 것 같다.
난 항상 전철이 내 독서실이나 다름없으니 그때도 책을 읽고 있었다. 여기까진 먼저번 놈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책 읽다가 역시 또 신경이 쓰이길래 -그땐 쩝쩝 소리 때문에- 또 예감이 좋지 않아 옆을 바라 봤더니 우웨엑 ~!!! 이번엔 정말 내가 본 것중에 단연 최악의 사태였다.
그 인간이 이쑤시개 (아마 그 이쑤시개도 어느 음식점에서 갖고 나와서 주머니에 넣고 다녀서
때가 꼬질꼬질 묻은 이쑤시개였을 거다) 로 이를 쑤셔서는 꺼내서 들여다 보다가 그걸 그대로
입에 넣어 쭉쭉 빨아 먹고는 다시 후벼 파서는 들여다 보고 빨고, 또 파고 들여다 보고 빨고,
또 쑤셔서 들여다 보고빨고의 연속이었다. 참고 참으려고 해도 구역질이 나서 토할 것 같았다. 내 승질머리도 드러운 편이어서 참다 못해서 "하유~~!!참 내!"하며 흘겨 봤다. 그 순간 앞에 섰던 젊은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같이 웃었다. 상황을 눈치 챈 그 넘 얼굴이 벌개지더니 종로 삼가에서 내렸다.
그럼 아저씨들만 그런 짓을 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아줌씨들도 만만치 않다.
3.뚱보 할머니
한 번은 서울에서 인천행을 타고 역시 노약자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벽쪽으로
맨 왼쪽에 앉게 되었다.오른쪽 끝에는 착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앉았는데 청량리
역에서 어떤 뚱뚱한 할머니가 가운데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 할머니가 자리에 앉으니 조심성도
없이 털푸덕~!!앉으니 갑자기 자리가 좁아졌다. 내 스커트 자락을 그 할머니가 깔고 앉게 되어서 스커트 자락을 뽑아 내서 여몄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는데 그 할머니가 나더러 이러는 거였다.
"이렇게 좁은데 그 신문을 자리 차지하게 놓으면 어떻게 해요?" 내가 전철 자리에 앉을 때 헌 신문 낱장이 자리에 있길래 옆에 놔두고 책을 읽었던 거다. 하긴 작은 옷을 늘릴때 단 한 올이라도 무시할 수 없듯이 신문 한장 부피라도 줄여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신문 한 장을 집어서 선반에 얹었다. 그랬는데도 그 뚱보 할머니는 계속해서 궁시렁 대는 거였다. "요즘 것들은 지 생각만 한다니까.. "하면서 나를 흘겨 보는 거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나니까 나도 참 유치한 말을 뱉아 냈다. "여보세요! 이 자리 안 보여요? 세사람 앉는 자린데 이 의자 금 안보여요?
내가 옆자리까지 차지했나 보세요!" 했더니 "어유 아주 사람 치겠네!"
나도 참지 않고 내 뱉았다. "자기가 뚱뚱해져 가지고 남의 자리까지 넘어 오면서..." 나도 유치하기가 만만찮았다.ㅎㅎ
그랬더니 그 할머니 중얼대더니 다음역에서 내렸다.
4.전도사 아주머니
전철에서 또 많이 보게 되느는 풍경인데 한 번은 <우리땅 걷기>에 참석하려고 새벽 첫차를 탔었다.
모두 새벽에 나오느라 잠이 모자랐는지 승객 거의가 고개를 숙이고 자고 있었다. 또, 나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 예수를 믿으세요!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불에 빠집니다.
모두 깨어나 하나님을 믿으세요!"하는데 눈동자 까지도 이상한 광채로 지글지글 타는듯했다.
얼마나 앞 칸부터 소릴 지르고 왔는지 입 둘레에 혀연 침버캐가 말라 붙어 있었다. 내가 마뜩치 않은 눈으로 바라 보니까 나를 보더니 "당신은 천국가기 를렀군요. 그렇게 마음을
굳게 닫아 걸어서야 지옥 불에 빠질 겁니다."하며 저주를 했다.
정말 전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그런식으로 전도를 하는 아줌씨들이 많다. 참 대단한 용기다. 전도를 꼭 그렇게 해야 할까?
5. 어떤 애기 엄마
서울행 전철을 타자마자 일반석에 자리가 있어서 가서 앉았다. 앉자마자 책을 꺼내 읽는데 옆자리에 올라선 대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신발을 신은채 의자에 올라서서 창밖을 보며 겅중겅중 뛰고 있었다. 신경이 쓰이니 안되겠다 싶어서
"꼬마야, 신발은 벗고 올라서야지." 꼬마가 뛰기를 멈추고 날 바라봤다.
그러니까 옆에 앉은 애 엄마가 "아유 오지랖도 넓지, 웬 참견이야!"이러는 거였다. 이렇게되면 내가 참을 수 없지! "이거 봐요. 여긴 여러 사람이 앉는 자린데 흙묻은 신발을 신겨서 올라 서게 하면 안되죠. 엄마가 애를 제대로 가르쳐야죠." 했더니 "참 별꼴이야.재수가 없으려니까. 얘! 우리가 참자!" 이러는 거였다. 승객들의 시선은 모두 쏠리는데 더 싸워야할지 말아야할지 생각하다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애기 엄마, 그렇게 애 가르치면 애 망가져.
제대로 된 자식 기르려면 제대로 가르쳐." 했더니 입을 삐죽 내밀더니 부천에서 내렸다. 그날 하루 기분이 참 개떡 같았다. 그런데 한 마디도 거들지 않는 승객들도 못 마땅했다.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하지 않을까.
6. 큰소리로 휴대 전화 하는 인간들.
전철을 타면 꼭 마주치게 되는 인간들이 있다. 이럴때 인간이란 호칭은 욕이다. 저런 인간, 못된 인간 같으니, 그래 이 인간아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여튼 그날도 어떤 인간한테 전화가 왔는데........... ♬날 좀 보소~오~ 날 좀 보소오오~~오!♬하는 노래 소리가 들렸다. 아주 간드라진 여자 목소리다. 참 전화벨 소리도 가지가지다, 졸다가 꾸무럭대며 늦게 받더니..
"아, 김사장이야? 뭐? 멧돼질 잡았어? 그래 그래 그러지 뭐. 그런데 지난번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그것만 되면 대박이지 뭐. 그리구 말야, 그 땅 있지, 그거 임자 나오면 처분해.
난 마누라가 관절때문에 꼼짝 못해.
벼라별 이야길 다 하는데 옆사람 아니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신상 얘길
다 털어 놓는 셈이다. 이런 사람들치고 목소리 작은 사람 하나도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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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뻘겋게(빨갛게가 아니다) 칠하고 오바 단추만한 귀걸이를 단 아주머니가 친구한테 전화를 하는데 그 아주머니 역시 목소리 크기가 마이크 없이도 운동장에서 연설해도 될 것 같았다. 전화를 하는데 자기 혼자인 줄 아는지 주변은 아랑곳 없다.
"그래 그래, 내가 누구야, 그냥 조져 대니까 지가 별 수 있겠어? 그럼 그럼, 내가 누군데.. 그런데 말야, 우리딸 있잖아, 중매 좀 서 봐. 이제 좀 있으면 서른인데 쌍까풀 수술 시켜 달라고 지*이야. 늦잠 자다가 한나절이 되서야 일어나서 용돈만 달래지 그런 웬수가 없다니까. 나 어제 백화점 세일하는데서 코트를 하나 샀거든. 너도 같이 갈 걸 그랬다. 어쩌구 저쩌구..
지난번 그 김치 어떻게 담갔어? 젓깔은 뭘 썼는데? 등등..그야말로 같이 앉아 수다 떨면 좋을 얘기들을 어쩌자고 그 많은 사람들 틈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건지 참 배짱 한 번 좋다.
전철을 타고 앉아 갈때 한쪽 다리 위에 다른 쪽 다리를 처억 걸쳐서 서 있는 앞사람에게 발이 닿게하는 짓이라든지,(이럴땐 얹은 다리를 탁쳐서 내리게 하면 좋겠는데 참느라고 안간힘을 쓴다)
두 다릴 쩌억 부채꼴로 벌리고 앉아서 옆자리 사람이 다리를 오무리고 앉게 하는 아저씨라든지 (성질 같아선두 다릴 양손으로 꽉!! 잡아서 탁 오무려 주고 싶은 걸 참느라 손이 부르르 떤다)
신문을 쩌억 펼쳐서 옆사람에게까지 펼쳐지게 신문 보는 사람.(하긴 나 같은 경우엔 공짜 신문
보니까 좋은 점도 있긴하다. 거짓말만 하는 신문만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걸 시시콜콜 적고 앉아 있는 까탈스런 이 할머니도 내게 전화 온 걸 모른채 책만 읽고 있다가
눈총 받은 일도 있으니( 그래서 난 전철을 탈때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 놓는다.전화기가 부르르르~~~
떠는걸 알아채기가 나은 경우가 많다)이 순간에 누군가가 전철에서 만난 인간들이란 글을 쓴다면
내 얘길 쓸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그런데 내가 이런데 신경을 쓰는 걸 보면 독서삼매경에 빠진 게 아닌가보다. 하긴 책 읽다가 늘 내릴 역을 놓지는 내 습관은 또 뭔가 모르겠다.
폐일언 하고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한 마디로 휩싸서 말한다는 뜻)! 전철 안에서 지킬 일을 모두
생각들 좀 해 봤음 좋겠다. 나도 까칠한 성격 좀 고쳐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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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는요........이런 내용을 읽을 때 마다......전두환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ㅎㅎㅎ..................(정치적인 시선 --노댕큐~)..............거~ 이상한.....뇨-ㄴ + 너-ㅁ 들은 그냥...콱~~~~~~~~~~~~!!!........잡아가서리.......목봉체조+ 피티(일명 피튀기는)체조+ 급조유격 + 가스실 적응훈련 + 줄빳따 + 곡괭이자루빳따 + 수도치기30회 + 양어깨푸씽50회.......그렇게해도 정신 못차리면 삼청교육대 나......남한산성(육군감방) 독방에 넣고.......그냥~~~~~콰악~~~~~.............(얼레?...제가 왜 이러고 있대유?) .......................ㅎㅎㅎ
안나님 글을 읽을때마다 같이 화가 나기도 하고,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난 또 내가 겪은 경험담이 우르르 쏟아져서 생각이 홍수를 이룬답니다. 웃기면 웃기는 데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데로 저만 이런건 아니겠죠?
안나님은 참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본다. 나는 저런 인간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전철 안 타시나봐요..ㅋㅋㅋ
예리하고 글재주가 있으신 분에게는 모두가 주제가 되는군요 ㅎㅎ 공감가는글이 많아 웃다 찡그리다 갑니다 ..기성시대의 어른다우심이 존경스럽습니다
글을 읽어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머무는 동안은 정말 배려하는 마음도 필요할테고,, 조심성도 필요할테고,, 공감가는 구석도 있고 미처 상상치 못한 상황들도 있고 그렇군요.. 걀비님과 동행하게되면,...ㅠㅠㅠ ㅎㅎㅎ
동행하시면 안나님께서 이글의 별첨이 붙게 될뜻 싶네요. ㅎㅎㅎ
그런 넘들...........안 만나는게 수입니다........
요즘 좀 거슬린다고 얘기하면 싸우려드는 사람이 많아서 못 본채.못 들은채..그냥 눈 감고 참는 경우가 더 많은데..안나님의 글을 보면 속이 다 후련해지네요!~
맞아요 전철안에서.....^^ 지나치면....과하면 눈쌀찌푸리게 하는.....이젠 비좁게 사는 세상인지라 공중도덕이 꼭 중요 합니다. 안나님 얘기에 추천 한표 꾸욱~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