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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The Steal’ 부정선거 이슈 역주행 열풍
자유일보
이정민
며칠 전 지하철을 타러 가다 역사 내 점포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의류 매장이었는데 간판에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도둑질을 멈추라) 문구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집회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전파됐지만, 이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스탑 더 스틸’은 지난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낙선한 트럼프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최초로 사용한 슬로건이다. 47대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는 취임 첫날 비공식 석상에서 2020년 대선은 ‘완전히 조작된 선거’로 규정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음모론자’로 낙인 찍는 국내 주류 언론사들처럼,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도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탑 더 스틸’은 2020년 미국을 넘어 2025년 대한민국 정치 이슈를 강타하는 국제적 슬로건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1·22대 총선과 관련한 영상이 ‘역주행’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유튜브 영상은 스테디셀러보다는 최신 이슈에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과거 영상이 빅데이터에 의해 재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사전에 기표된 투표용지 발견’, ‘선관위, 새벽에 투표지 투입’, ‘택배 상자가 투표함’, ‘사전투표함에서 민주당 표 쏟아져’ 등 주류 언론사의 과거 영상들이 줄줄이 재등장한다. 2020년 영상부터 수개월 전 업로드 된 ‘옛’ 영상들이 역주행한 결과다.
역주행이란 과거에 외면 받은 콘텐츠가 현재 재조명되는 문화적 현상을 의미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대중의 ‘관심’에 반응하기 때문에 과거 총선 관련 역주행 열풍은 명백한 문화적 트렌드다. 영상에 달린 댓글들은 최근 작성된 것이 대부분이며, 이제야 선거의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됐다는 댓글이 다수를 차지한다.
부정선거 이슈는 국민적 역주행을 거치며 과거 ‘음모 대상’에서 현재 ‘검증 대상’으로 그 위상이 바뀌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떠한 사물의 위상은 다수의 인지에 의해 결정된다. 과거에는 소수만이 믿었기 때문에 음모론으로 하대 받았지만, 현재는 다수에 의해 그 딱지를 벗겨냈다. 물론 아직도 주류 언론을 비롯한 제도권 정치인들이 부정하지만, 오히려 소수에 위치한 그들이 음모론자로 몰리는 반작용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2일 이준석 의원은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선관위가 형상기억 종이를 쓴다는 주장에 대한 원 소스가 없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시대착오적 음모론으로 취급하고, 자신과 토론하자고 주장한다. 급기야 그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전한길 강사를 향해 ‘래디컬 페미니스트와 같은 모습’이라며 맹비난했다.
이렇게 제도권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정치적 담론 내지는 자신의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전략으로 취급해왔다. 하지만 부정선거는 토론을 통해 해결되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검증이 필요한 수사 대상이다.
선관위는 지난 2020년 10월 부정선거 의혹 반박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투표용지는 종이가 접힌 후 원 상태로 회복하는 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이라고 분명히 언급됐다. 논란이 되자 선관위는 해당 영상을 내렸다. 하지만 이 영상은 이미 박제되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4년 전 영상에 출연한 오상진은 최근 자신의 SNS를 비공개 처리했다. 이준석이 없다고 말한 그 형상기억 종이 원 소스가 역주행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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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청년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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