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카르나타카주, 히잡 금지 이후 할랄 음식 금지도 논의 중
인도 EMERiCs - - 2022/12/30
☐ 인도 카르나타카주, 할랄 음식 금지법으로 다시 한번 종교적 논쟁 재점화
◦ 인도 카르나타카주 내 여당 의원, 할랄 음식 금지 위한 법안 계획 중
- 12월 19일 인도 남서부에 위치한 카르나타카주(Karnataka) 주의회의 겨울 회기가 시작되면서 할랄 음식 금지법 관련 논의가 주목받게 됐다. 카르나타카주에서도 여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인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 소속 N 라비쿠마르(N Ravikumar) 의원이 할랄 인증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라비쿠마르 의원은 이슬람 단체들이 할랄 인증을 위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청구하고 있어 인도 식품안전표준청(FSSAI, Food Safety and Standards Authority of India) 이외의 기관에서 인증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에 바사바라즈 봄마이(Basavaraj Bommai) 카르나타카 주총리는 라비쿠마르 의원이 준비하는 법안이 제출되면 이를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봄마이 주총리는 라비쿠마르 의원이 개인적으로 할랄 음식 금지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봄마이 주총리는 라비쿠마르 의원이 해당 법안을 제출하면 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 카르나타카주 여야, 종교 관련 법안으로 갈등... 할랄 음식 금지법에도 이견 보일 전망
- 카르나타카주 여당인 인도인민당과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C, Indian National Congress)은 카르나타카주 주의회에서 종교 관련 법안으로 여러 차례 다툰 바 있다. 카르나타카주에서 강제 개종 방지법 처벌 논의가 이루어질 때 여당인 인도인민당은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 개종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견지했다. 한편 인도국민회의당은 종교적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안되지만, 강제 개종 금지법 관련 논의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인도인민당은 무슬림들이 결혼을 포함한 다양한 관계와 수단을 동원하여 힌두교도들을 강제 개종시키고 있다는 수사를 퍼뜨리며 지지를 얻어왔다.
- 이번 할랄 음식 금지법에도 여당인 인도인민당과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은 이견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빈드 벨라드(Arvind Bellad) 인도인민당 의원은 인도국민회의당이 무엇을 이야기하든 간에, 인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랄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벨라드 의원은 인도 사람들이 할랄을 믿지 않는데, 왜 모든 제품에 할랄 인증을 표기할 필요가 있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 매체들은 이번에도 인도국민회의당이 할랄 음식 금지 법안에 반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인도 현지 매체인 NDTV는 현재 인도국민회의당이 할랄 음식 금지법에 반대 입장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 카르나타카주, 지난 2월에도 히잡 금지 명령으로 국내외 비난받아
◦ 카르나타카주, 지난 2월 학교에서 히잡 착용 금지 명령 발표
- 지난 2월 1일 카르나타카 주정부는 학교에서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당시 카르나타카 주정부는 학교에서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카르나타카주 교육법에 따르면, 카르나타카 주정부는 주내 위치한 학교의 교복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주정부가 위와 같은 발표를 한 이후 히잡을 착용하고 교실로 들어가려는 일부 학생들의 입실이 제한되었다.
- 당시 무슬림 학생들과 주민들은 카르나타카주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주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무슬림 여학생들은 빨간색 스카프를 착용하고 등교를 시도하였으며, 무슬림 남학생들은 이를 지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대항하여 일부 힌두교 학생들은 무슬림 학생들의 히잡 착용 지지 시위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카르나타카 주정부도 이러한 무슬림 학생들의 시위가 부적절하는 입장을 밝혔다. B.C. 나게슈(B. C. Nagesh) 카르나타카주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일부 학생들은 여러 차례 카르나타카주 고등법원에 히잡 착용을 허용해달라는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2개월 간 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었으나, 최종적으로 3월 15일 카르나타카주 고등법원은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정부 명령을 옹호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 국제사회, 인도에 히잡 착용 금지에 대한 우려 표명
- 지난 2월 교실 내 히잡 착용을 두고 무슬림과 힌두교 학생들이 충돌하자 이슬람협력기구(OIC, Organisation of Islamic Cooperation)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슬람협력기구는 카르나타카주에서 발생한 사건을 거론하며 인도 정부의 인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며 유엔(UN)에 조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슬람 협력기구 이외에도 미국, 바레인, 쿠웨이트, 파키스탄 등 다양한 이슬람 국가들도 인도 정부의 무슬림 인권 침해를 비난하였다.
- 이슬람협력기구가 인도를 비난하자 인도 정부도 반박했다. 인도 정부는 이슬람협력기구가 카르나타카주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며, 악의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인도 정부는 이슬람협력기구의 인도 내정 개입을 하는 것이 곧 이슬람협력기구의 명성을 훼손하기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한편 당시 민간에서는 인도 정부를 비난한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힌두교도들은 이슬람 국가, 이슬람 국가의 기업들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이들 국가들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DTV, After Hijab, Proposed Halal Ban May Be Karnataka's Next Controversy, 2022.12.23.
Time Now, India condemns OIC comments on hijab row, 2022.12.19.
Al Jazeera, India’s Hindu groups want wider ban on hijab after court verdict, 2022.03.16.
BBC, Hijab ban: Karnataka high court upholds government order on headscarves, 2022.03.15.
The Indain Express, India condemns OIC comments on hijab row, 2022.02.16.
Al Jazeera, ‘Targeted harassment’: Muslim girls in India denounce hijab ban, 2022.02.09.
[관련 정보]
1. 인도 카르나타카주, 히잡 금지 이후 할랄 음식 금지도 논의 (2022.12.22)
2. 인도 힌두교도들, 히잡 착용 금지 확대 원해 (2022.03.18)
3. 인도 정부, 자국 내 히잡 소동에 대한 이슬람협력기구(OIC)의 발언 비판 (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