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난달 말부터 방송하는 한국 KBS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황해’에 대하여 말들이 많다.
필자도 호기심에 한 번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황해’는 조선족 특유의 말투가 묻어 나오는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을 시도하는 조선족 직원 캐릭터를 설정 및 범죄 영화 ‘황해’에서 배우 하정우·김윤석을 연상하는 캐릭터를 패러디한 코너로, 한국사회에서 만연하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를 개그로 희화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그콘서트 ‘황해’를 보면서 의문스러운 점 하나는 왜서 보이스피싱과 아무 관련 없는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를 영화 제목처럼 ‘황해’로 정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황해’는 동명의 영화 ‘황해’ 속 상황 설정을 그대로 따온 게 주된 이유라고 하는데…. 주지하다시피 영화 ‘황해’는 개그콘서트 ‘황해’ 이전에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큰 논란이 된 영화고 조선족사회에 아주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영화다.
한마디로 영화 속 캐릭터와 직접 관련 없는 대다수 조선족을 초라하고, 게으르고, 무지하고, 거칠고, 잔인하고, 가슴 밑바닥에 남아있는 인성마저도 서슴지 않고 팽개쳐 버린 인간 아닌 도깨비로 조선족을 설정해놓은 장면들 덕분에 조선족을 전혀 모르는 많은 한국인에게 ‘실제 현실의 조선족들도 모두 그럴 것이다’고 착각할 수 있게끔 하는 영화다.
이 때문에 영화 ‘황해’를 본 조선족 대다수는 분노를 표출했고, 불편한 기색을 뛰어 넘어 충격적인 심정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아마 심정은 대개 거의 엇비슷했으리라.
그러나 그 분노와 충격을 잠시 접어두고 영화에서 ‘구남’, ‘구남의 아내’, ‘조선족 폭력배’와 같은 캐릭터에 설사 편견과 과장, 왜곡과 허구가 존재할지라도 그와 같은 캐릭터를 보는 조선족의 마음 한쪽이 썩 편하지 않았던 건 영화 속 인물들이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려진 석연치 않은 몇몇 장면들, 그 모습과 섞여지는 게 이유일 수 있겠지만, 더 나아가 그들의 캐릭터 이면에는 오늘의 조선족 사회의 일부 치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어 더욱더 불편한 마음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다.
고향을 떠나는 조선족의 대이동으로 말미암아 사라져 가는 조선족 마을과 학교, 무너지는 민족문화, 그리고 코리안 드림에 울고 웃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이산의 아픔을 만끽하면서도 한국이 없으면 못살 정도로 한국에 의존하는 사람들, 도박ㆍ술ㆍ싸움ㆍ다단계ㆍ보이스피싱ㆍ강탈ㆍ살인 등 범죄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아직도 한국의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재한조선족의 이미지와 함께 조선족사회의 일부 병든 모습은 한마디로 영화 ‘황해’처럼 “조선족은 없다”를 말한다.
여기에서 여전한 의문은 그와 같은 영화 “황해”를 왜서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황해’로 재탄생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개그콘서트 ‘황해’ 제작진은 그 코너는 단지 보이스피싱 사기를 경각심 차원일 뿐이고, 조선족이 아닌 조선족 보이스피싱이 핵심이라고 말하지만 요즘 한국의 유행어 “당황하셨습니까?”는 실제는 되려 자신이 더 당황하는 조선족 보이스피싱이라는 캐릭터와 함께 영화 ‘황해’처럼 개그콘서트 ‘황해’를 시청하는 조선족은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건 틀림없다. 그 시선 속에 한편으론 개그콘서트 ‘황해’는 ‘내’가 아닌 ‘우리’를 한 번쯤 뒤돌아보는 계기가 됨으로써 큰 의미가 있을 수는 있겠다 싶다.
물론 우리 조선족사회가 영화 ‘황해’ 또는 개그콘서트 ‘황해’ 같은 내용의 어두운 일면도 존재할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사회로 끊임없이 변화를 이루고 있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열심히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재능을 한껏 펼치며 새롭게 탄생하는 조선족 엘리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조선족사회이고, 재한조선족도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한국사회에 적응해 나가고 있음도 엄연한 현실이다.
아울러 영화 ‘황해’, 개그콘서트 ‘황해’가 조선족 전체를 대상으로 그 범위를 적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생각이 개그라면 개그다. 만약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그와 같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속한 나라 또는 사회의 한계일 수밖에 없고, 조선족의 한계는 아니다.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조선족은 조금 더 여유 있는 모습으로 개그콘서트 ‘황해’를 시청하면서, 냉철하게 개그콘서트 ‘황해’를 분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선족’이라는 명사가 ‘한국에서 색다른 개그 소재로 등장하고, 그 덕분에 한국인들의 웃음을 유발할 수 있고, 또 그 웃음 뒤에 한국인들이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더 나아가 한국인 자신들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조선족이 흔쾌히 캐릭터가 돼줄 수 있다’고 멋지게 개그콘서트 코너 ‘황해’에 반문해 보는 것도 괜찮을성 싶다.
첫댓글 개그는 개그일뿐
다시봐도 전 웃음이 안나오네요....기분이 쓸쓸하기만 하네요..
이렇게 어설픈 한국말 하는데두 거기에 당하는 사람이 있다니 ㅎㅎㅎㅎ당하는 사람 더 ㅎㅎㅎㅎ웃기잔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