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어린시절 큰 인기를 누렸던 소년 교양지들을 소개해 드렸었는데요. 과거 쟁쟁한 거물(!) 아역배우들이 주름 잡던 저 시절의 표지들을 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레 연상되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있으니, 바로 추억의 청소년 드라마들입니다.
물론 초기에는 청소년 대상이라기 보다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드라마가 제작되기 시작하면서 방송 프로그램의 메인 메뉴로 점차 자리를 잡아갔는데요. 그러자 아역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당시 인기를 누리던 소년 교양지들의 표지가 인기 아역 스타들의 얼굴로 채워지기 시작했죠.
특히 그중에서도 MBC의 호랑이 선생님이 졸업시킨 아역 스타들의 얼굴은 별도로 앨범을 만들어 두어도 기념적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요.
지금 이름을 다 기억해 낼 수는 없지만(ㅜ.ㅡ) 강문희, 천동석, 신민경, 윤유선, 황치훈 등이 활약한 1기를 시작으로 주희, 이재학, 김진만, 손..(에구 이름이 뭐였드라? 주희 짝꿍이었던 안경 낀 남자애. 손창민, 손지창은 아님) 등이 가세하는 2기 멤버들에 의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마지막 3기 강민경 기수에서 종영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1981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6년간이나 방영된 인기 드라마였고, 거쳐 간 아역배우들의 면면만 대단했던 것이 아니라 훗날 김종학 PD와 명콤비를 이루게 되는 인기 드라마 작가 송지나씨가 바로 <호랑이 선생님>으로 데뷔했으며 지금도 올드팬들은 흥얼거릴 수 있는 이 드라마의 주제가를 만드신 분이 가수 겸 작곡자 김도향씨죠.
<호랑이 선생님>과 관련해서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참 많이 있는데, 특히 극중에서 호랑이 선생님 역을 맡은 조경환은 당시 <수사반장>에서 강력계 형사역을 맡고 계셨던 관계로 교탁 앞에 서기만 해도 그 강렬한 존재감에 모두들 쥐죽은 듯 해야 했던.. ㅋㅋ
나중에 알게 된 안타까운 소식들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호랑이 선생님>의 공인 개구쟁이였던 황치훈(보성高 재학시절 '추억 속의 그대'라는 곡으로 가수 데뷔해 가요 Top10에도 나왔었죠)이 작년에 뇌졸증으로 쓰러져 투병중이라는 뉴스가 전해져 그때 그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지요.
다른 멤버들의 최근 동향도 궁금해서 조사해 보았더니, 아직까지 연기를 하고 계신 분들(윤유선, 이연수 등)도 계시지만 강문희 처럼 한동안 TV 리포터로 활약하다 안보이시는 분들도 많고 <호랑이 선생님>의 인기 여세를 이어 나름 하이틴 스타로 잘 뻗어나가던 주희는 일본으로 유학 가서 영화를 공부중, 주희 못지않게 엄청난 미모를 뿜어냈던 신민경은 외국계 회사 이사님이 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가장 최근에 입수된 정보로는 탤런트 전현아(연극인 전무송의 딸)와 결혼한 김진만이 득남했다는 반가운 뉴스도 있군요(호랑이 선생님 때 김진만의 이미지는 꽤 센치한 소년이었던 걸루 기억하는데 이제 애 아빠가 되었다니.. ㅋㅋ)
<호랑이 선생님> 이야기만 잔뜩 해버리고 말았는데요.. ^^:
MBC의 <호랑이 선생님> 멤버들이 전국구의 인기를 누리며 각종 소년 교양지의 표지 모델 자리를 도배하고 있었다면, 이 무렵 KBS의 최고 아역 스타는 단연 안정훈이었죠!
지금은 어느새 중년을 향하는 연가 되어 있지만, 당시 그의 개구쟁이 캐릭터는 ··
꼴찌 대장류 드라마의 주인공역을 언제나 꿰찼고~
♬~ 꼴꼴꼴 꼴찌대장 아침 해가 솟았다. 꼴찌의 하루가 착착착착~
지금도 주제가가 선명히 귓가에 맴도는 추억의 야구 드라마 내일은 야구왕
♬~ 달려라 홈런 홈런이다. 달려라 홈런 지구 끝까지~
특히 <고교얄개> 시리즈가 낳은 최고의스타 이승현의 마지막 TV 출연작이었던 바람돌이 장영실에서 장영실 연기는 정말 지금까지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 바람아 불어라! 구름아 흩어져라! 햇볕이 쏟아지는 푸른 초원에~~
그리고 이런류의 순수 어린이 드라마들을 통해 연기력을 키운 아역배우 출신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고교에 진학하게 되자 자연스레 이들 배우들의 연령을 따라 어린이 드라마 붐이 청소년 드라마 붐으로 이어가게 되는데요.
제 기억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정통 청소년 드라마는, 억척선생 분투기라고 1979년쯤 방영된 주간 드라마였습니다.(물론 그 전에 MBC에서 '제3교실'이라고 임예진이 나왔던 드라마가 하나 더 있었지만 성격이 약간 달랐던 것 같고요)당시 분투기 역을 맡은 배우 선생님 이름이 기억이 잘 안나는데(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 초대 조정위원으로 나오셨던 분) 당시 <전설의 고향>이라는 초절정 공포 드라마를 연출하신 류시형 PD와 나중에 <호랑이 선생님>의 공동 각본으로 맹활약하시게 되는 이금림 작가가 함께 만든 드라마였죠.
*참고로 류시형 PD는 1981년에 <별을 쫓는 야생마>라는 청소년 특집극(12부작)을 연출하시는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청소년들이 처한 민감한 사회적 문제들을 정말 리얼하게 묘사한 문제작이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암튼 <억척선생 분투기>가 청소년 드라마의 가능성을 열어준 시점에서.. 그 뒤를 이어 방영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고교생 일기라는 드라마였습니다.
손창민, 최재성, 강수연, 조용원, 이청, 윤유선같은 1대 하이틴 스타들이 여기서 등장해 주시고요. 당시 민해경씨가 부른 이 드라마의 주제가도너무 좋았죠.. ^^
♬~ 그리움이 많은 고교 시절에, 무지개를 보듯 내일을 본다이리저리 열린 여러 갈래길, 우리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물을 담아두면 물단지, 꿀을 담아두면 꿀단지, 우리들은 꿈단지 꿈을 담아라너와 나는 고교생 진리의 물을 마시자, 너와 나는 고교생 푸른 풀잎처럼 자라자
그리고 <고교생 일기>를 연출했던 KBS의 운군일 PD가 그 노하우를 살려서 야침차게 연출한 작품이 바로 1980년대 최고의 청소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였습니다.당시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수요일 저녁은 정말 난리였던것 같은데요..케이블 TV 같은 것도 없던 때라방영 당일 못보면 그대로 끝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시절이었죠.. ㅋㅋ
초기에 손창민, 최재성, 이상아, 안정훈, 김민희등의 기존 하이틴 스타들의 존재감으로 이미 시청률 고공비행 태세였던 이 드라마는 최수지라는 신성의 등장으로 완전 팬들을 사로잡는 한편, 중반 이후 강화된 최수종과 이미연의 러브 스토리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하이틴 스타 전성기를 열어가게 되죠.그와함께이들의 인기 여세가스크린으로까지 이어지며 1970년대 <고교얄개> 시리즈 이후 실로 오랫만에 하이틴영화들이 국내 극장가의 흥행전선에 커다란 기류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들 하이틴 스타들이 뿌려대는 갖가지 연예계 뉴스 덕에 관련 미디어들도 덩달아 시너지 발생시켜 주시며 정기 자 팍팍 늘려나가 주시고요.. ^^
이같은 하이틴 스타들의 등장은 CF계에서 더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게 되는데, 특히 이 무렵 허쉬 초콜렛의 김혜수와 가나 초콜렛의 채시라의 대결은 제과 라이벌 해태와 롯데를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가세해 그 시절의 하이틴 열기를 대변하는 아이콘과도 같았죠.. ^^
그런데 KBS의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자 직후에 MBC에서도강석현(배우 신성일의 아들), 박현숙, 박영란 등을 기용해 <푸른 계절>이란 드라마로 맞불을 놓았으나단번에 그 기세를 꺽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심기일전한 MBC가 홍학표, 안정훈, 배종옥, 최진실 등 쟁쟁한 라인으로 무장한 우리들의 천국이란 타이틀로 역습을 가하자(게다가후반부에는장동건, 김찬우, 최진영 등이 투입되면서 전성가도를 달림)그것이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청소년 드라마의 인기를 최고조에 끌어 올리게 되죠.
후발주자인 SBS 서울방송도 이러한 시류에 맞추어 1990년대 초반 이규형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공룡선생(김희선과 이정재가 이 드라마로 데뷔했던 것으로 기억)이라는드라마를 제작, 방영하며 청소년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게 되는데요..
그러나언제부터인가 공중파 3사가 방송의 공익적 기능을 뒤로한 채,피 터지는 시청률 대결에만 혈안이 되기 시작한 이후에는 단발성 시트콤 위주의 드라마들만 기획, 편성 하고 있어서 그 옛날의 순수했고 왠지 모르게 정이 갔던 정통 청소년 드라마의 계보는··
그나마 KBS의 <신세대 보고 - 어른들은 몰라요>, <학교>에 의해서 명맥을 이어오다가.. 이 마저도 지난 2002년 학교 IV의 종영과 함께 사실상 단종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흠.. 돌이켜 보면 민감한 청소년기에 이들 드라마를 벗 삼아 학창시절을 보낸 그 시절의 추억들이 참 흐뭇한 필름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대들고 화를 냈다가도 나하고 똑같이 행동하고 후회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거울삼아 뉘우치고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던 질풍노도기의 버팀목이었다고나 할까요.. ㅋㅋ
다만 한 가지 참 안타까운 것은, 그 시절 보고 자란 드라마들에 대한 기억만이라도 어딘가에 보존해 두고 싶은데 최근의 복고주의 사이트들을 뒤져봐도 아쉽게도 이쪽에 대한 자료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네요.. ㅠ.ㅠ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은 신출귀몰한 외국의 단편 하나까지도 DB화가 잘 되어있던데, 정작 우리들의 어린시절을 함께한 추억의 청소년 드라마들에 대한 자료들은 우리들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가 이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지 너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