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인 수납장, 유동적인 테이블, 합리적인 가구들로 실속 있게 완성한 오르그닷 대표 김진화의 가족 공간. 몇 달 전 새집으로 이사를 온 그는 여전히 자신의 집을 가꿔가고 있는 중이다.
/자작나무 합판을 메인 마감재로 선택한 오르그닷 김진화 대표의 집. 사용하고 있던 문과 프레임을 그대로 두고 포장하듯 자작나무 합판을 씌워 마감했다.“이사를 오기 전에 집을 한 달쯤 비워두고 천천해 채웠어요. 서두르고 싶지 않았거든요. 보시다시피 커튼도 아직 못 달았고요. 아내와 함께 디자인은 생각했는데, 아직 정확한 컬러를 정하지 못해서 의논 중입니다.” 오르그닷(Orgdot) 김진화 대표가 이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몇 달이 지나서야 그의 집을 촬영하러 갔다. 물론 그는 아무것도 볼 것이 없으며, 여전히 채우고 가꾸고 있는 중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집, 검소하지만 초라하지 않고 실용적이지만 삭막하지 않다. 자작나무 합판을 재료 삼아 일관성 있게 마무리한 멋스럽고 확고한 삶의 공간.
/이재곤 화백의 작품이 걸려 있는 다이닝 공간. 거실과 연결된 다이닝 공간은 얼마든지 거실로 확장될 수 있다. 거실과 다이닝 공간에 놓인 테이블은 같은 사이즈라 인원이 많은 모임에도 걱정이 없다. 제작한 자작나무 합판 테이블과 매치한 식탁 의자는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것들로 여전히 건재한 터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환경과 윤리적인 소비에 대해 고민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오르그닷. 이 혁신기업의 수장답게 그는 자신의 집 역시 확고한 자기만의 방식과 시선으로 천천히 채우고 있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생각한 중심 재료는 자작나무 합판이었어요. 원목보다는 합리적이고, 환하고 자연스러운 질감과 색감도 좋았거든요. 그래서 가구는 물론 문이나 빌트인 장도 자작나무 합판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오래된 문을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1 아내와 함께 직접 장식한 현관. 유리 문 너머로 보이는 자전거는 김진화 대표의 출퇴근용(지난 겨울은 폭설로 주춤했지만) 애마다. 예전 집과 비교할 때 출퇴근 거리는 3분의 1이 됐지만 소요 시간은 강변 길 덕분에 반으로 줄었다.
/2 김진화 대표가 직접 찍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촘촘히 걸어둔 거실. 김진화 대표의 노트북을 의지해 만화 삼매경에 빠진 은유와 은재.멀쩡한 문짝과 프레임을 떼어내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자작나무 합판을 얇게 가공해, 포장하듯 문짝과 문틀을 감싼 것. 물론 이 과정은 떼어내고 다시 붙이는 일보다 분명 더 수고스럽다. “쓸데없는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기존에 있던 문은 기능면에선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요. 식탁 의자만 해도 기존에 사용하던 것들을 모두 그대로 가져와 새로 구입한 것들과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1 거실과 오픈 공간으로 열린 주방의 공간적 특성 때문에 상부장은 가스레인지 후드를 제외하곤 없앴다. 덕분에 거실에서 바라봐도 깔끔한 모습의 주방. 아일랜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만드는 오르그닷 김진화 대표의 모습. 창 쪽으로 둔 테이블은 다이닝 테이블과 같은 사이즈로 용도에 따라 거실과 다이닝 공간을 오가는 유동적인 가구다.
/2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한 거실 수납장. 오르그닷 김진화 대표는 이사를 오면서 이 집의 주재료를 자작나무 합판으로 결정했다. 거실의 작은 소파 앞으로 두 딸아이의 놀이 테이블이 놓여 있다.
/3 고요한 분위기로 꾸민 부부 침실.거실과 다이닝 공간은 길게 개방된 구조인데, 각 공간에서 사용하는 식탁과 책상은 똑같은 사이즈로 제작했다. 모임이나 초대한 인원 수의 성격에 따라, 때로는 거실에서 때로는 다이닝 공간에서 긴 테이블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사롭지 않은 거실과 주방의 천장 조명은 지인인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완성한 작품이다. 보면 볼수록 세심한 손길과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점진적으로 바꿔가고 천천히 채워가며 살 생각입니다.” 꾸밈없고 요란 떨지 않은 너른 집. 아이들 역시 거실과 놀이 방을 오가며 그들만의 세상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공간이 변화하고 진화할지…. 한번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1,2 딸아이 은재가 직접 고른 벽지로 마감한 두 아이의 놀이 공간. 김진화 대표 부부가 와인 박스로 만들어 준 장난감 상자가 놓여 있다.
이 집에서 찾은 물건을 살펴보려면, ‘쇼핑 팁’보다 ‘메이킹 팁’이란 설명이 더 적합하다. 직접 고안하고 제작한 이 집의 요소요소들.
/1 투명한 반구와 원단을 이용해 완성한 천장등. 크기가 다른 볼록 형태의 커다란 천장등은 김진화 대표의 지인인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완성한 것.
/2 기존의 문을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얇은 합판을 덧댄 문. 문짝뿐만 아니라 프레임 또한 한판으로 덧대 전혀 새로운 느낌의 문을 완성했다.
/3와인 상자를 이용해 완성한 수납함. 본래 책 상자로 제작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장난감 수납함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
/4집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소재의 의자는 집 근처 한샘인테리어 매장에서 구입했다.
곽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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