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즐기는 대구의 이색
데이트 명소
긴긴 겨울, 꽁꽁 언 손 호호 불던 야외 데이트도, 영화 보고 커피 한잔 나누는 늘 똑같은 데이트도 이제 싫증날 때다. 특별한 데이트
명소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구로 떠나보자.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사격장 데이트, 둘만의 커플링을 직접 만들어보는 주얼리타운, 5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음악감상실에서 감미로운 데이트를 즐겨보자. 대구에서의 달콤한 하루로 사랑의 온도가 쑥쑥 올라간다.
짜릿한 대구 실내 데이트 명소
사랑의 백발백중, 대구사격장
탕! 한 방으로 범인을 제압하는 <CSI>의 캐서린, 영화 <아저씨>에서 범인에게 마지막 총을 겨누던 원빈. 이렇게
멋진 장면을 보면 영화 주인공처럼 총을 잡아보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총은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멀리 있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대에 가거나 특수직 종사자 혹은 사격선수로 나서지 않는 이상 총은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귀하신 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원빈처럼
멋지게 총을 잡아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구사격장이다.
대구사격장 외관
2008년 19만 8,000여 ㎡ 규모로 개장한 대구사격장은 2013년 한 해 이용객이 16만 명을 넘어설 만큼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이곳에서는 공기소총, 권총, 클레이사격을 체험해볼 수 있고 스크린사격장과 전투체험장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권총과 공기소총 그리고 클레이사격은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라도 체험이 가능하다. 총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도 걱정할 필요 없다. 5분 정도 전문 강사의 설명을 듣고 나면 아무
어려움 없이 사격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때론 여자가 군대 다녀온 남자친구보다 더 잘 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초보에게도 쉬운 레저
스포츠다.
이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이 바로 권총사격. 영화 주인공처럼 직접 권총을 잡아보는 것은 물론이고 실탄을 넣어 묵직한 방아쇠를
당겨보고 총소리를 실감해보는 일은 뜻밖에 스릴이 넘친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여자친구에게 원빈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권총사격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한발 한발 명중시키는 쾌감을 맛보아도 좋고, 쾅쾅쾅
격발의 스릴을 만끽해도 좋다.
영화 주인공처럼 멋진 권총사격 데이트
[왼쪽/오른쪽]명중의 쾌감과 격발의 스릴을 맛볼 수 있다. / 백발백중의 기쁨을 만끽하는
체험객
공기소총은 권총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한 발 쏘고 나서 과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기소총은 과녁이 다가올 때마다 기쁨과 실망이 교차하며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한발 한발 총알을 직접 넣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날아오르는 진흙접시 피전(pijeon)을 쏘아 깨뜨리는 클레이사격은
명중시키는 재미가 가장 좋은 사격이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 느껴지는 엽총의 힘과 접시가 깨질 때의 짜릿함이 묵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에게는 전투체험장과 스크린사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숙박시설과 회의실이 마련되어 있어 단체 예약도 스케줄 달력이 빼곡할
만큼 인기다.
[왼쪽/오른쪽]공기소총의 매력에 빠진 연인 / 공기소총은 한발 한발 총알을 장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왼쪽/오른쪽]과녁이 다가올 때마다 희비가 교차한다. / 한 발에 집중하는
공기소총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설,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이용요금은 22구경 권총 신탄 10발 1만
3,000원, 공기소총 실탄 10발 2,000원, 클레이사격 실탄 10발 1만 1,000원. 스크린사격장은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이며 전투체험장은 전·후반 각 7분, BB탄 200발에 1만 4,000원이다.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전투체험장
연인의 이름 새긴 커플링 만들기, 패션주얼리타운
사랑의 과녁을 명중시켰다면 이번에는 내 손으로 만든 커플링을 그녀에게 선사할 차례다.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패션주얼리타운에는 직접 커플링을
만들 수 있는 체험장이 있다. 뚝딱뚝딱 두드리고 광내고 이니셜을 새겨서 직접 만든 커플링을 나누어 낄 수 있다.
직접 만들어 더 특별한 커플링
체험장에 나란히 앉으면 먼저 상대방 손가락의 치수를 잰다. 그리고 크기에 맞는 은을 구부려서 링을 만든다. 빙글빙글 돌려가며 힘차게
두드릴수록 둥글고 예쁜 반지 모양이 잡힌다. 은땜으로 벌어진 곳을 메운 다음 다시 한 번 망치로 두드려준다. 반지 모양이 예쁘게 완성되었다면
사포로 문질러 이음자리를 매끈하게 만들고 광을 낸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이니셜을 새겨 넣으면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반지가
완성된다.
두드리고 문질러서 함께 만드는 커플링
서로의 이니셜을 새겨 더 소중하다.
커플링을 나눠 낀 손을 잡고 체험실을 나와 월별탄생석이 전시된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관을 둘러보자. 2011년에 개관한 패션주얼리타운은
3층에 마련된 체험장과 전시실 외에도 1층에 17개의 주얼리 판매점이 들어서 있다. 4층에는 주얼리감정실과 디자인연구실이, 5~8층에는 주얼리
제조공장들이 입주해 있다.
섬유, 사과, 안경 등 대구 하면 떠오르는 명품이 많지만 그중 주얼리를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대구 주얼리골목은 2005년 특구거리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240개의 주얼리 가게가 밀집해 있다. 대구 사람들의 타고난 손재주와
뛰어난 디자인 감각 덕분에 대구의 주얼리는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특산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패션주얼리타운의 커플링 만들기 체험은 평일
10시 30분부터, 주말은 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예약은 필수다. 단, 개별체험은 어렵고 10명 이상의 단체신청이 가능하다. 체험비는 단돈
1만 원.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재료비만으로 저렴하게 체험할 수 있다.
패션주얼리타운 입구
[왼쪽/오른쪽]탄생석이 전시된 3층 전시관 / 전국 최고의 주얼리들이 모여 있는 1층
판매장
감미로운 데이트, 하이마트 고전음악감상실
손때 묻은 문손잡이에서부터 세월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조심스레 문을 밀고 들어선 실내는 깊은 음악을 닮았다. 아늑하고 친근한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곳은 57년 전 문을 연 고전음악감상실 하이마트다. 대구에서 가장 북적이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동성로에서 1957년에
문을 열어 3대가 지켜왔다는 고집스러운 곳이다.
독일어로 고향이라는 뜻을 가진 ‘하이마트(Heimat)’는 누구나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고향 같은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6·25전쟁 당시 대구로 피난 온 김수억 씨가 서울에서 가지고 온 음반을 여러 사람과 함께
듣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후 그의 딸 김순희 씨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왔고, 지금은 외할아버지와 엄마의 고전음악 사랑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외손자
박수원 씨가 그 명맥을 지켜가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자장가 삼아 성장한 박수원 씨는 프랑스로 음악 유학을 다녀올 만큼 음악을 사랑한다. 그는
이곳이 단순한 음악감상실에서 벗어나 음악적 소양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 연애 시절 드나들던 이들이 이제 아들딸의 손을
잡고 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하이마트의 음악감상실
[왼쪽/오른쪽]LP판을 고르는 박수원 씨 / 음악을 닮아 편안한 실내
1960~70년대에는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음악을 언제라도 들을 수
있는 지금 세대에게 음악감상실은 다소 낯선 곳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묵직하고 푸근한 LP판의 선율은 세대를 막론하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어두운 조명 아래 무대를 향해 의자가 놓인 감상실 한쪽에 LP와 CD가 빼곡히 꽂혀 있고, 커다란 피아노가 놓인 벽면에 음악가들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오늘의 선곡은 드보르작의 Symphonie No. 9 ‘Z nového svĕta’ Op. 95 “From the New
World” 제2악장 ‘꿈속의 고향’. 애잔한 잉글리시 호른의 독주에 이어 슬픔에 찬 플루트와 오보에 연주가 이어지며 감미로운 선율이 온몸을
감싼다. 영혼까지 따뜻해지는 순간, 가만히 잡은 그녀의 손을 통해 감동은 두 배가 된다.
하이마트는 365일 열려 있다.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명절에도 문을 연다 하니 틀림없는 음악의 고향이다. 평소에 듣고 싶었던 곡을 신청해도 좋고, 주인의 추천 곡을 들어도
좋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입장료 8,000원에 차와 음악은 무한 제공이다.
영혼까지 따뜻해지는 LP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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