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환경을 사랑하는가(feat.환경직무 종사자의 고민)
2023.06.09
어느덧 ‘환경’이라는 분야를 공부하고 관련 직무에 종사한 지 3년이 되었다.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는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보통의 공대생이었다. 다만, 화학 공학에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공식들과 이론들. 더욱이 이러한 혹독한 공부를 끝내고 결국 가게 될 곳이
저 외딴 시골에 있는 공장이라니.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불꽃놀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보고 재밌는 주제이겠다 싶어 학과 내 발표 대회에
참가했다. 환경으로의 첫 발이었다. 이때부터 환경을 지켜야 하는 것이 내 숙명이 된 것만 같았다.
그때 이후로 다양한 곳을 경험했다. 환경 공공기관, 환경 컨설팅사, 사기업까지. 환경 분야의 지식을
쌓아 갈수록 내가 믿는 가치가, 미래라고 생각한 가치가 진짜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오늘도 난 내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환경을 사랑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혹은 그저 직업이기에 이 일을 하는지 고민한다.
나는 환경을 사랑하는가
환경 관련 일을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환경 단체들의
급진적인 시위, 저항이 대표적이다. 나 또한 처음엔 그러한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가끔 그들을 생각할 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대중 앞에
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을 알기에 존경하기도 한다. 그들은 정말 환경을 사랑하기에,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궁극적 목표가 있기에 온몸을 바치는 듯하다.
하지만 모순적이다.
환경운동의 아이콘인 그레타 툰베리의 논란을 볼 때에도, 도로 한복판에서 순간접착제로 손을 붙여
버리고 쓰레기를 하수구에 버리는 이름 모를 환경 운동가를 볼 때도 모순됨을 느낀다.
환경을 지키자고 호소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쓰레기를 투기하는 모습이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난 그들을 욕할 수 없다. 그들과 비슷해 보인다.
환경 담당자로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사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사용을 독려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바깥 산책길의
쓰레기를 줍고, 생물 다양성을 위한 하천 복구 작업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오늘도 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회용 컵을 사용했고, 비닐 포장지에 들어있는 간식을 먹었다.
출퇴근을 하면서, 일하면서 엄청난 양의 전력을 사용하고 기름을 사용했다.
모순을 보이는 환경운동가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서, 나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혼란스럽다.
겉으로는 환경을 사랑하는 척하면서, 실제론 그러지 않은 모습에,
‘나는 환경을 사랑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가끔은 부끄럽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 동료분께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며 환경 담당자인 우리를 슬며시 본다.
괜히 일회용품을 사용해 쓰레기를 만들어 미안하다는 눈치.
하지만 내 책상 위에도, 다른 환경 담당자 자리에도 일회용품이 똑같이 있다.
내심 부끄러운 마음이 밀려온다.
그래서 가끔은 텀블러를 사용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처음 1~2주는 열심히 들고 다닌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내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다.
그러다 한 번씩, 텀블러를 전날에 미리 씻어놓지 않은 날에 집에 놓고 온다.
오늘 하루만 일회용품을 써야겠다는 알량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하루 이틀, 텀블러를 집에 놓고 오는 날이 늘어난다.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내 직업이 20년, 30년 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동료분들과 대화 중 참 슬픈 생각이 들어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2050년 만약 탄소 중립이 된다면 우리는 직장을 잃겠네요.”
어찌 보면 ‘우리는 환경이 오염되어 상황이 안 좋아질수록 대우를 받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결국 대화의 끝은 ‘그때쯤이면 정년퇴직 할 테니 걱정 말자.’였다.
정년도 늘어난다던데. 지구의 보존이라는 대의를 위해 무직자가 될 것인가, 다 같이 공멸하는
지구 속에서 대우받고 살 것인가.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겠지만, 어떤 방향을 바라보아야 할까.
고민만 늘어난다.
이 글을 쓰면서도 회사 일 말고도 내가 환경을 위해 하는 것이 있는가 곰곰이 생각했다.
역시나 별 것 없다.
내일부터라도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겠다. 물이라도 조금 덜 써봐야지.’라고
조그마한 결심을 하게 된다.
“나는 환경을 사랑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좋아는 하는데, 사랑까진 아니고.”가 되지 않을까.
물론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나조차 일상생활에서 행하기 어려운 활동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권유할 수 있을까.
더 재밌고, 알차게 나도 하고 싶게끔 만들어야겠구나
게임처럼.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게끔.
정말 어렵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by. JUN https://brunch.co.kr/@a8d0def5f9994eb/6
(이 글은 환경직무종사자인 JUN작가님께서 행복한가에 기부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