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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창덕궁’멀리 떠나기 위한 여행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진정한 여행은 ‘휴식’이다. 창덕궁은 도심에 자리하지만 정문인 돈화문만 넘어서도 도심의 복잡함이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왕의 휴식처였던 후원은 자연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옥류천으로 가는 후원 산책로를 걸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매주 목요일은 가이드 없이도 창덕궁의 여유를 온전히 누리는 자유 관람일이다. 책 한 권만 있으면 정자 아래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온종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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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의 기다림이 있는 ‘옥정호’시원한 물줄기와 푸른 산세를 따라가는 드라이브 코스의 종착점은 전북 정읍과 임실에 걸쳐 자리한 옥정호다. 섬진강 상류인 옥정호는 물안개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동틀 무렵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호수 위에 구름을 한 겹 덮은 듯 그야말로 장관이다. 신비로운 물안개 저편으로 해가 떠오르면 호수와 그 유명한 붕어섬의 실체가 드러난다. 옥정호 물안개는 가을과 겨울, 동틀 무렵에만 볼 수 있어 여행자의 애를 태운다. 사진 찍기에 실패했더라도 내려오는 길에 있는 정읍 산외면의 한우 마을에서 아쉬운 마음을 맛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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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맛 제대로인 ‘강원도 입암리 메밀 마을’ 메밀 하면 으레 봉평을, 막국수 하면 시뻘건 양념에 버무린 쟁반 막국수를 떠올린다. 강원도 입암리 메밀 마을은 봉평보다 규모가 작고 양념 대신 시원한 육수에 담긴 막국수를 내준다. 유명세에 힘입어 현대적인 건물로 확장한 마을 입구의 입암 메밀 타운(033-671-7447)보다는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전통 가옥 막국수집이 보다 운치 있다. 평상에 앉아 막국수 먹으며 바라보는 시골 풍경에 훈훈한 미소가 절로 입가에 맴돈다. 자동차의 운전대를 잡은 사람까지도 시골 막걸리의 유혹을 못 이기고 ‘에라 모르겠다’ 막걸리를 마시고 평상에 누워 있자면 나른한 행복감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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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충족 ‘부산 온천장’ 목욕탕과 포장마차가 가득한 부산 온천장을 보고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고즈넉한 구석이 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 분)의 낙지 신을 촬영한 일식집 고젠(051-553-9771)은 실내 분위기가 아늑하며, 오대수가 미도(강혜정 분)와 처음 만났던 바에 앉아 식사할 수 있다. 고젠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수가화랑(051-552-4402)은 부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 수가화랑에 딸린 ‘더 커피’ 카페에는 이강소 같은 쟁쟁한 작가의 진품이 전시되어 있어 가만히 앉아 커피 향을 맡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어서 오이소’ 하는 목소리 큰 부산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한갓진 온천장 골목을 따라 느리게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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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떠나는 ‘경주 달빛 기행’ 한밤 중 달빛을 따라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 추석 지나 달이 낮고 크게 뜰 때다. 몇 해 전 천년 고도 경주에서 <신라 달빛 기행(www. silla. or. kr)>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월까지 매주 둘째·넷째 주 토요일에 해설이 있는 신라 유적지·문화재 여행과 달빛 아래서 낭만적인 전통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교교히 흐르는 달빛 아래 아름다운 남산을 오르는 달빛 기행(www. kjnamsan. org)도 10월 31일에 있다. 예약하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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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만족 미각 여행 ‘부안 변산반도’ 가을 미각 여행의 중심지는 단연 변산반도(부안군 관광정보 063-580-4434). 새만금방조제 탓에 수확량이 줄었다지만, 계화도와 인근 갯벌에서 나오는 백합은 이맘때는 원 없이 맛볼 수 있다. 뽀얀 국물 우러나게 먹는 구이나 달큼한 찜, 부드러운 죽까지, 어떻게 조리해도 맛난 것이 바로 백합이다. 위도 인근에서 올라온 가을 미각의 대표 선수인 전어는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 올리며 냄새로 유혹한다. 올해는 특히 꽃게가 풍년이다. 꽉 찬 속살을 자랑하는 꽃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격포항에 큰 어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에는 인심 좋은 재래 어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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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단풍 드라이브 코스 ‘정선’단풍을 보기 위해 꼭 산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IC에서 나와 일단 용평리조트로 간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오대산 자락인 발왕산 정상(1, 450m)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그곳에서 대지를 뒤덮은 단풍을 구경하고 내려와 정선 방면 59번 국도 드라이브에 나선다. 구불구불 요동치는 국도를 따라 오대천과 나란히 달리며 기막힌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다. 정선에서는 쫀득쫀득한 면발에 된장 국물이 끝내주는 콧등치기 국수(동광식당, 033-563-0437)와 파르스름한 곤드레나물밥(싸리골, 033-562-4554)을 맛봐야 한다. 오대산 자락의 펜션인 ‘푸른 하늘(www. bluesky700. co. kr)’은 마당에 서서 강원도 단풍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바닷가 절경이 펼쳐지는 ‘경남 남해’
날개를 펼친 나비 모양인 남해는 1년 내내 따뜻하고 맑은 햇볕이 쏟아지는 섬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남해의 가을 햇빛과 바다 역시 아름답다. 가천 다랭이 마을의 계단식 논과 푸른 바다가 만드는 절경은 대표 볼거리고, 지족해협 바다 위에 만든 전통 멸치잡이 시설인 죽방렴도 운치 있다. 또한 5개의 각기 다른 공법으로 설계한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창선~삼천포대교는 2006년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됐다.
● 서해의 일품 낙조 ‘부안 변산반도’
동해의 일출은 1년 내내 명불허전이지만,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만큼은 서해의 낙조를 보기 위해 변산반도를 찾는다. 30번 국도가 서해와 만나는 지점인 격포의 채석강이나 적벽강에서 보는 국내 최고의 낙조, 천일염만을 사용해 쓴맛이 전혀 없는 곰소항의 어리굴젓, 바다 위로 끝없이 뻗은 새만금 방조제 드라이브가 이곳의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