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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구글
KBS 대하사극 소재로 ‘을지문덕’을 제안하면서, 차제에 KBS가 지난 2010년부터 13년 6월에 걸쳐 삼국시대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각 왕조 시기별로 근초고왕(백제)-광개토태왕(고구려)-태종무열왕(대왕의 꿈.신라) 삼국 영웅전을 다루었던것 처럼 한번 고구려 인걸 시리즈를 ‘연작’ 대하사극으로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는 한번 고구려 3대 명장 시리즈로 을지문덕-온달-연개소문을 생각해 보았으나, ‘연개소문’은 이미 2천년대 중반에 SBS에서 한번 다룬바가 있고 무엇보다 연개소문 자체가 고구려 멸망을 앞당기는데 적잖은 책임이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영웅화’ 하기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있으니, 만약 ‘연개소문’을 대신해서 고구려 영웅 혹은 인걸시리즈를 만든다면 고구려 고국천왕 시기의 명신인 을파소(乙巴素)를 추가하면 어떨까 ? 을지문덕-온달-을파소 이렇게 고구려 3대 인걸 시리즈를 연작 ‘대하사극’으로 제작해 보는것도 꽤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을지문덕’의 경우는 다들 알다시피 수나라 113만 대군의 침공 당시 그들을 물리친 ‘살수대첩’의 영웅이며, 이른바 ‘바보온달’ 또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일화로도 잘 알려진 ‘온달’은 미천한 신분에서 공주와 결혼 왕의 사위가 되고 고구려를 위해 혁혁한 공로를 세우는 스토리 자체가 입지전(立志傳)적 스토리로 매우 안성마춤인 인물이다. 또한 고구려 고국천왕 시기의 명신으로 특히 ‘진대법’ 실시와 매우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을파소 또한 그의 애민정신(愛民精神) 역시 드라마화 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고 소재다.
다만 ‘을파소’의 경우엔 드라마화 하기에 다소 난감한것이 사실상 ‘우황후’와 동시대 인물이란 점에서 ‘을파소’를 드라마로 다루려면 ‘우황후’ 스토리 역시 같이 다루는게 불가피하다. ‘우황후’는 고국천왕의 왕비였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뒤 그의 동생인 ‘산상왕’과 다시 결혼하게 되는 인물로 바로 고구려에 형이 죽었을때 그 아내를 동생이 다시 부인으로 맞이하는 ‘형사취수제’ 풍습이 있었음을 알수있게 하는 인물이다. ‘우황후’ 자체는 제법 파란만장한 ‘막장드라마’ 소재로는 괜찮을것 같지만, ‘을파소’와 같이 엮어서 드라마를 만들기엔 아무래도 난감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만약 ‘을파소’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때 ‘우황후’를 어찌 묘사할지 하는 문제야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재량에 달린 문제고, 여하튼 ‘고구려 인걸 시리즈’로 을지문덕-온달-을파소를 일종의 ‘연작 드라마’로 만들어 보는것은 공영방송의 대하사극에서 한번쯤 시도해봄직한 꽤나 괜찮은 소재거리들이다.
지금까지 한국 방송사에서 수많은 사극(史劇)들이 제작되어왔고, 특히 7,80년대엔 우리나라 사극이 너무 ‘조선시대’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오기도 헀었다. 근래에는 사극의 소재 선택폭이 꽤나 넓어지고 다양해지긴 했지만, 대신 사극이 지나치게 퓨전화 되거나 재미를 위해 지나치게 역사를 비틀거나 심지어 ‘사극’이라 보기엔 좀 너무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사극이 너무 시트콤 수준으로 경박해지고 가벼워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시대에 한번 ‘고구려 인걸 시리즈’로 제법 무게감있고 품격있는 사극을 좀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다.
고구려는 삼국시대에 유일하게 중국에 맞섰던 동북아시아의 강국이었다. 근래에는 이른바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인지 차라리 고구려와 발해를 우리 역사에서 빼자는 ‘신라정통론’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이건 유감스러운 주장이다. 고구려는 김부식도 ‘삼국사기’에 엄연히 우리의 역사로 기술해놓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다. 이와같은 자랑스럽고 떳떳한 역사를 우리 역사에서 빼버리자는 주장에 전혀 동의할수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사극에서 다른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다뤄온 ‘고구려’의 역사를 한번쯤 특히 인물위주로 다시한번 다뤄보는것. 공영방송에서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을지문덕...온달...을파소...모두 사극 소재로 삼아보기엔 꽤냐 매력적인 인걸들이다. 이런 인물들을 사극으로 한번 다뤄보지 않는대서야 후손된 도리가 아닐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고구려 역사는 막상 살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꽤나 많은 역사고 왕조다. 허나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지금 다 사극으로 다루진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역사공부를 통해 익히 알고있는 을지문덕,온달,을파소 같은 인물 정도는 한번쯤 사극에서 정면으로 다뤄볼때도 되지 않았는가. 고구려의 인걸들을 한번 퓨전이나 시트콤형 사극이 아닌 품격있고 무게감있는 공영방송의 대하사극으로 만나보고 싶다. KBS 제작진의 심사숙고를 바란다. /최현순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