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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앙드레 캉프라의 오페라 <이도메네>를 위한 앙투안 당셰의 대본
대본 잔바티스타 바레스코
초연 1781년 뮌헨 궁정 극장
배경 트로이 전쟁이 끝난 직후, 기원전 1200년경 크레타 섬
<2019 빈 국립극장 / 160분 / 한글자막>
빈 국립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토마스 네포필 지휘 / 카스퍼 홀텐 연출
이도메네오.....크레타의 왕...............................................베르나르트 리히테르(테너)
이다만테........크레타의 왕자............................................라헬 프렌켈(메조소프라노)
일리아...........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딸.....................발렌티나 나포르니타(소프라노)
엘레트라........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의 딸....................이리나 룽구(소프라노)
아르바체.......이도메네오의 심복인 대신..........................파벨 콜가틴(테너 또는 바리톤)
대제사장...........................................................................카를로스 오투나(테너)
신탁의 소리.....미트리다테의 부하로서 님페아의 총독.....피터 켈르너(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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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 2019년 빈 슈타츠오퍼 실황
오디세우스에 비견될 이도메네오의 귀환을 다룬 모차르트의 첫 위대한 오페라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22편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시각인데, 그중 12번째 작품인 <이도메네오, 크레타의 왕>(1781)은 '신동'모차르트가 25세 원숙기에 이르러 '위대한 오페라' 반열에 오를 걸작을 작곡한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처럼 보이지만 기존의 프랑스 궁정 오페라를 각색한 것이어서 18세기 후반의 두 나라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다. 특히 타이틀 롤인 이도메네오를 카스트라토가 아닌 테너가 부르도록 한 것은 프랑스식 선택이다.
덴마크의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 카스퍼 홀텐은 평소의 개성 넘치는 시도보다 트로이 전쟁의 후일담에서 비롯된 복잡한 인물구도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주력하여 오페라의 줄거리를 미리 모르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트로이 전쟁 후 그리스 서쪽 섬 이타케의 오디세우스 외에 귀환 과정에서 고난을 겪은 영웅은 없을까? 호메로스는 일반적 범주 이상의 고생은 없었고 특히 크레테의 왕 이도메네우스의 귀향은 가장 행복했던 것의 하나라고 기록하고 있다. 반면 다른 자료에는 힘겹게 돌아왔다고 기록되었다. 선단이 폭풍우를 만나 위기에 빠지자 이도메네우스는 고향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맹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친아들과 가장 먼저 조우하고 만다. 이후 이야기는 아들을 제물로 바쳤다는 설과 시늉만 했다는 설로 나뉜다.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는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를 계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샤르팡티에의 프랑스 궁정 비극 오페라를 각색한 것이다. 특히 영웅 이도메네오 역을 카스트라토가 아닌 테너에게 맡긴 것은 프랑스 전통에 가깝다. 음악적 수준에 있어서도 전성기에 접어든 25세의 작품답게 그 이전의 어릴 적 오페라보다 완성도가 훨씬 높다. 등장인물 중 특이한 경우는 아가멤논의 딸 엘렉트라(엘레트라)가 이도메네오의 아들 이다만테 왕자와 결혼하기 위하여 크레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도메네오의 전리품이었다가 이다만테가 구조한 트로이 공주 일리아와의 경쟁에서 밀린다.
타이틀 롤을 부른 베르나르트 리히테르(1973-)는 독일계 스위스 테너로 독일 레퍼토리에 강점이 있다. 이다만데 왕자 역은 1781년 초연 당시 카스트라토가 불렀고, 개정판에서는 테너에게 주어졌는데, 본 공연에서는 이스라엘의 메조소프라노 라헬 프렌켈(1981-)이 맡았다. 엘레트라 역의 이리나 룽구(1980-)는 우리나라에도 몇 번 다녀간 러시아 소프라노로, 이번 출연자 중 가장 돋보이는 가창력을 들려준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정홍래 글>
이도메네오 K.366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1779년, 스물세 살의 모차르트는 만하임과 파리 여행을 마치고 잘츠부르크로 돌아온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모차르트는 아무 성과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이제 모차르트는 예전의 응석받이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그 사이 어머니를 여의고 독립적인 음악가가 된 모차르트는 마음속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때마침 뮌헨의 사육제를 위해 오페라를 작곡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모차르트는, 그것을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대주교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1780년 오페라 〈이도메네오〉의 초연을 위해 뮌헨을 찾은 모차르트는 궁정극장에서의 초연을 마치고 그로부터 2주 후에 빈에 자리를 잡게 된다. 이로써 모차르트는 고향 잘츠부르크를 떠날 수 있었다.
비극적 사랑의 시작
이 오페라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스 군에게 패한 트로이는 공주 이리아를 크레타에 빼앗기고 말았다. 크레타에 홀로 붙잡혀 있는 이리아는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한탄하면서도 크레타의 왕자 이다만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다만테 역시 적국의 공주를 사랑하지만, 두 사람의 불안한 앞날을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리스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딸 엘렉트라는 이다만테를 비난한다. 사실 엘렉트라도 이다만테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다의 신에게 맹세한 바꿀 수 없는 서약
한편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가 폭풍을 만나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버지의 소식을 들은 이다만테는 슬퍼하지만 한편으로 이리아와 결혼하려는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워한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이도메네오는 사실 위기의 순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육지에 도착하면 가장 처음 만나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바다의 신 넵튠에게 약속했던 것이다. 이도메네오는 이 바꿀 수 없는 서약을 되뇌며 육지에 도착하는데, 그를 가장 처음 맞이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들이었다. 이다만테는 살아 돌아온 아버지를 반기며 기뻐하지만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아버지는 크나큰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아들을 지키려는 이도메네오의 선택
아들의 앞날이 걱정된 이도메네오는 이다만테를 엘렉트라와 함께 아르고스로 보내려고 한다. 이다만테는 이리아와 이별한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어느덧 이리아를 연민하게 된 이도메네오 역시 이들의 이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이다만테가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어느덧 파도가 사나워지면서 바다 괴물이 습격해왔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은 바다의 신을 노하게 한 사람이 누구냐고 책망한다. 그제야 이도메네오는 진실을 고백한다. 아들 이다만테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비극적 사랑의 성스러운 혼례
이도메네오의 서약대로, 바다의 신을 위한 제의가 준비되었다. 이다만테는 바다의 괴물과 싸워 이기지만, 아버지의 목숨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괴로워하는 이도메네오가 아들을 칼로 찌르려는 순간, 이리아가 나타나 이도메네오를 말리고, 자신이 희생의 제물이 되겠다고 외친다. 진심어린 이리아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하늘에서는 근엄한 신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랑의 신이 승리했다. 이도메네오는 왕위에서 물러나고, 왕이 된 이다만테는 이리아와 혼례를 올린다.” 그 순간 모든 갈등이 사라지고, 크레타에는 사랑과 결혼의 신이 함께 하는 평화가 찾아온다.
주요 아리아
‘내가 만일 아버님을 잃으면(Seil padre perdei)’
오페라 〈이도메네오〉 중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곡은 이리아의 마음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이다. 이도메네오를 만난 이리아는, 조국 트로이와 아버지를 잃었지만 이제 이도메네오를 아버지처럼 생각한다고 노래한다. 적국의 왕자를 사랑하는 이리아는 이제 크레타를 자신의 고향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내 마음에도 바다가 있어 거칠게 이네(Fuor del mar ho un mare in seno)’
2막에 나오는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바다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기로 서약한 대가로 목숨을 구한 이도메네오는 사랑하는 아들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아들을 살리고 싶었던 이도메네오는 아들을 아르고스로 보내기로 결심하지만, 이리아와 아들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속의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갈등하는 이도메네오의 마음을 바다에 비유해 표현한 아리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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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3.02.04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모차르트, 이도메네오
동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미녀'의 아버지는 괴물의 정원에서 꽃을 꺾다가 들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집에 돌아가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존재를 괴물에게 바치겠다'는 약속을 하고 풀려납니다. 이렇게 목숨의 대가를 약속하는 이야기는 옛날이야기의 흔한 패턴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오페라 [이도메네오]에서 주인공인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 역시 바다 위에서 자신의 함대가 거센 폭풍우에 휘말리자 바다의 신 넵튠(포세이돈)에게 살려달라고 기도하며 ‘크레타에 도착해 처음 만나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인신공양을 약속합니다.
그런데 살아 돌아온 아버지들이 처음 마주치는 건 집에서 기르던 삽살개가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자녀입니다. 운명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스토리죠. 절망한 아버지들은 앓아눕거나 술수를 써서 이 비극을 피해보려 하지만, 젊고 순수한 딸과 아들은 괴물 또는 신에게 밎서 정면돌파를 선언합니다.
신들에게 약속하지 말라는 교훈
B.C. 1200년경 크레타 왕궁을 배경으로 한 이 오페라는 트로이 전쟁 직후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트로이 프리아모스 왕의 딸인 일리아 공주(소프라노)는 전쟁 포로로 잡혀와 크레타 왕궁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리아 공주는 크레타 이도메네오 왕(테너)의 아들인 이다만테 왕자(테너 또는 메조소프라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다만테는 일리아에게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조국과 명예,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리아는 자신의 사랑을 억제합니다.
이도메네오 왕의 함대가 바다에서 거센 폭풍우에 휩쓸리고 왕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갈이 오자, 이다만테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는 아가멤논의 딸 엘레트라(소프라노. 그리스 신화의 엘렉트라)는 사랑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근심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도메네오는 천신만고 끝에 크레타 해안에 도착합니다. 바다의 신 넵튠에게 ‘크레타에 도착해 처음 만나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인신공양을 약속하고 살아 돌아온 것이었죠. 그런데 바닷가에서 처음 마주친 인물이 바로 자신의 아들 이다만테 왕자입니다. 이도메네오는 절망에 빠져 운명을 저주합니다. 크레타 인들은 폭풍우를 뚫고 살아 돌아온 크레타 군의 개선을 환영합니다.
2막은 크레타 왕궁과 시돈 항구가 배경입니다. 이도메네오는 충신 아르바체(테너)에게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합니다. 아르바체는 ‘이다만테 왕자를 엘레트라 공주와 함께 공주의 고향 아르고스로 보내 당분간 그곳에서 함께 살게 하자, 그리고 넵튠과 다른 신들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리자’고 말해줍니다. 이도메네오는 그 충고를 따르기로 합니다. 이도메네오는 아버지와 조국을 잃은 일리아를 위로하지만, 일리아는 이도메네오를 아버지로 생각하고 크레타를 고향으로 여긴다고 말해 이도메네오를 더욱 마음 아프게 합니다.
이도메네오는 이다만테와 엘레트라를 불러 함께 아르고스로 떠나라고 하죠. 엘레트라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지만 이다만테는 깊이 절망합니다. 백성들의 환송과 함께 배가 출항하려는데, 넵튠 신의 분노가 바다에 격랑을 일으킵니다. 희생 제물로 바쳐야 할 이다만테를 빼돌리려는 것을 알고 바다의 신이 진노한 것이죠. 게다가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까지 보내 크레타의 시돈 항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백성들은 대체 신을 진노케 한 죄인이 누구냐고 묻지만, 이도메네오는 넵튠 신이 원하는 희생은 바칠 수 없다며 오로지 자신만이 죄인이라고 말하죠.
3막은 크레타 왕궁의 정원입니다. 일리아는 이다만테를 향한 사랑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어 고민합니다. 그때 이다만테가 나타나 ‘잔인한 바다 괴물을 죽이러 가서 싸우다 죽어버릴 생각이다’라고 절망적인 심경을 노래하자 일리아는 결국 그에게 강렬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마침내 일리아의 마음을 확인한 이다만테는 기쁨에 넘쳐 일리아를 포옹합니다. 그때 이도메네오와 엘레트라가 그 자리에 나타납니다. 아버지 이도메네오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엘레트라는 분노와 질투를 억누르지 못하죠.
넵튠의 제사장이 나타나 이도메네오에게 ‘바다 괴물이 벌써 크레타 인 수천 명을 삼켜버렸다’면서 이도메네오를 추궁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이도메네오는 ‘넵튠이 원하는 제물은 바로 이다만테’라고 고백합니다. 그때 신하 아르바체가 나타나 이다만테가 몸을 던져 그 괴물을 죽였노라고 알립니다. 크레타 인들은 기쁨과 감사의 노래를 부릅니다. 넵튠 신은 "이도메네오는 왕위에서 물러나고, 이다만테가 일리아와 결혼해 나라를 다스려라"라고 신탁을 내립니다. 엘레트라는 격렬한 분노를 토로하지만 신탁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온 백성이 ‘사랑의 신이여, 내려오소서’를 노래하며 축하하는 가운데 이다만테와 일리아는 결혼으로 맺어집니다.
도덕성 극복한 오페라 세리아
모차르트 오페라 22편 중 예술성 면에서 특히 높이 평가되는 작품은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를 포함하는 그의 생애 마지막 일곱 편이며, 25세에 발표한 [이도메네오]는 그 가운데 첫 작품입니다. 여러 습작과 시행착오를 거쳐 오페라 음악 면에서 충분히 성숙한 모차르트가 자신 있게 내놓은 첫 오페라라고 봐도 되겠지요. 같은 오페라 세리아라고 해도 [이도메네오]는 후기 바로크 시대인 18세기 전반의 세리아에서 다시금 진일보한 작품입니다.18세기 중반까지의 세리아에서는 중창과 합창이 가끔 사용되었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요, [이도메네오]에는 유려한 멜로디의 인상적인 중창이 자주 등장하며 합창 또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독창 아리아로 일관하지 않고 중창에 비중을 두는 방식은 극의 긴장도를 높이고 등장인물의 심경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다만테, 엘레트라, 이도메네오가 부르는 3중창 ‘Pria di partir’(떠나기 전에), 이다만테와 일리아의 이중창 ‘S'io non morro’(당신의 고백에 제가 죽지 않으면), 그리고 이다만테, 일리아, 이도메네오, 엘레트라의 4중창 ‘Andro ramingo e solo’(먼 곳에서 나 홀로) 등은 그 좋은 예가 됩니다.
주제 면에서도 앞 시대의 세리아보다 확연하게 발전해 있습니다. 여전히 신화의 세계를 다루고는 있지만, 신성을 예찬하는 바로크 오페라와는 달리 ‘인간적 갈등’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신들에 대한 의무와 인간에 대한 신의(信義) 간의 갈등’이라는 주제가 상당히 현대성을 띠고 있죠. 2006년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Deutsche Oper)의 [이도메네오]를 연출한 한스 노이엔펠스는 신들의 폭력적 억압에 저항하려는 주인공 이도메네오가 넵튠뿐만 아니라 예수, 석가모니, 모하메드까지 목을 베어 그 피에 젖은 머리통을 의자에 나란히 올려놓는 것을 결말 장면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모든 종교의 억압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도발적으로 보여준 연출의 예입니다.
모차르트가 주요 등장인물 모두를 고음역(테너와 소프라노)으로 설정한 것을 보면 아직 바로크 오페라 세리아의 영향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이도메네오)와 아들(이다만테)이 같은 고음역을 노래하는 것은 베르디 오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이다만테 역은 초연 때 알토카스트라토 배역이었다가 1786년 빈 공연 때 테너 역으로 바뀌었고, 오늘날에는 메조소프라노가 부르기도 합니다. 2010년 1월,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으로 [이도메네오]를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렸을 때도 메조소프라노가 이다만테 역을 노래했습니다. 이 경우 이다만테의 음색이 테너인 이도메네오와 뚜렷이 구분된다는 장점이 있고, 무대 위의 사실적인 비주얼을 고려한다면 테너가 이 역을 맡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극 전체를 이끌어가며 해피엔딩 속에서도 비극적 존재로 그려지는 이도메네오입니다. 그의 아리아 ‘Fuor del mar’(바다의 분노를 피했지만)은 원래의 버전대로라면 대단한 고난도의 곡이죠. 그러나 일리아 역 소프라노의 서정성과 고난도의 기교(‘Se il padre perdei’(아버지를 여의었어도)), 그리고 엘레트라 역 소프라노의 불길처럼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가창(‘Tutte nel cor vie sento’(너무나 괴로운 이 마음), ‘D'Oreste, d'Aiace’(오레스테스와 아이아스의 고통) 등)이 팽팽한 대결을 펼치는 것도 이 오페라의 큰 매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초연 당시 모차르트는 출연진에 불만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이도메네오 역의 테너 안톤 라프(Anton Raaff)는 나이가 이미 66세였고, 카스트라토였던 이다만테 역의 빈첸초 달 프라토(Vincenzo dal Prato)는 모차르트가 보기에 최악의 연기자였습니다. "이들의 역량에 맞춰 음악을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원래 작곡했던 훌륭한 곡들을 대폭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모차르트는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편지로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미 뛰어난 극장 감각을 익혔던 모차르트는 바레스코의 대본이 너무 길고 산만하다고 판단해 몇몇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부분을 이미 삭제해두었습니다. 극의 긴장과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였죠. 또 빈의 애호가용 공연을 위해 모차르트 자신이 새롭게 정리한 악보도 있었다는군요. 그래서 [이도메네오]에는 몇몇 버전이 존재하며, 여러 아리아와 중창이 이중의 판본을 지니고 있습니다. 심지어 넵튠 신탁 장면에는 네 가지 판본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연주 또는 공연마다 총 연주시간이 다른 것은 이런 때문입니다.
추천음반 및 DVD
[음반]앤소니 롤프 존슨 / 안네 소피 폰 오터 / 실비아 맥네어 등 / 존 엘리어트 가디너 지휘 / 잉글리쉬 바로크 솔로이스츠 및 몬테베르디 합창단 연주 / 1990년 녹음
[음반]리처드 크로프트 / 베르나르다 핑크 / 임선혜 / 알렉산드리나 펜다찬스카 등 / 르네 야콥스 지휘 /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RIAS 캄머코어 / 2008년 녹음
[DVD]루치아노 파바로티 /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 / 일레아나 코트루바스 / 힐데가르트 베렌스 등 / 제임스 레바인 지휘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 장 피에르 포넬 연출 / 1982년 공연 실황
[DVD]리처드 루이스 / 레오 거크 /보체나 비틀리 / 조세핀 바스토우 등 / 존 프리처드 지휘 / 런던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및 글라인드본 합창단 / 존 콕스 연출 / 1974년 글라인드본 공연 실황(한글 자막)
[네이버 지식백과] 모차르트, 이도메네오 [Mozart, Idomeneo] (클래식 명곡 명연주, 이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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