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검색 행위가 점차 기초 자료 검색에서 믿을 만한 소셜 큐레이션으로 변해간다" (332)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 졸업식에 가면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유치원 졸업식까지 누구나 할 것 없이 장래희망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차지했던 직업이 있었다. '크리에이터'.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1인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동심마저 움직였던 같다. 앞으로는 '크리에이터'를 넘어 '큐레이터'로 직업의 선호도가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큐레이션』은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수 있듯이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 있게 구성하여 배포하는 일을 말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을 넘어 그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사람을 '큐레이터'라고 말할 수 있다. 수 많은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골라주는 '인간 필터'인 셈이다.
앞으로 큐레이터의 수요는 불 보듯 뻔하다. 인터넷 세상에서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내가 찾고 싶은 정보를 찾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크리에티터처럼 만들어내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선별해 내고, 목적에 맞게끔 재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대임에 틀림이 없다. 기업에서는 이런 일들을 비서들이 감당해 냈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친절한 도우미인 큐레이터가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공통점은 다양한 정보 속에서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수집하고 분류하여 제공했다는 점이다. 현재 구글과 같은 회사에서는 수 많은 컴퓨터 시스템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성향을 파악하여 단어 하나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관련 내용들을 친절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시대에 큐레이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유는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되어 지는 '직관' 의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인터넷 세상에서 옥석을 가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션』에서는 건초 더미는 점점 많아 질 것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바늘을 찾아 줄 사람이 필요해 질거라고 말한다. 무슨 말인가? 검색의 대명사로 불리웠던 1876년 멜빌 듀이의 '듀이 십진분류법'이 구글의 자동화 분류로 변화되었고 현재는 검색 엔진을 넘어 온라인 상에서 콘텐츠 큐레이터가 수 많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아 줄 사람이라는 얘기다.
콘텐츠를 만들기는 쉬워도 중요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 기계가 검색해 주는 내용보다는 인간 냄새가 풍기는 의미 있는 내용을 선호할 것이다. 최초의 큐레이터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창립자 드윗 윌리스다. 윌리스는 독자들에게 집약된 내용의 잡지를 선 보였다. 윌리스가 한 것은 의미 있는 내용을 간추려 재구성한 것 뿐이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큐레이션 된 내용물 그 자체였다. 헨리 루스의 <타임>지도 목적에 맞추어 선정 요약된 잡지에 불과했지만 큐레이션의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다.
이즘에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을게다. 도용과 인용의 차이점, 윤리적 시비에 걸리지 않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창작된 내용이 아니라 단지 수집하여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큐레이션이 법적 시비에 자유로울 수 있느냐의 문제에 독자들이 한 번 쯤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큐레이션』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반대한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당신이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207)
음악계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벌어진 적이 있지만 음악을 발표하고 유명해질 때까지 어디에도 요금을 청구하지 않다가 일단 유명해지면 콘서트 투어를 통해서 돈을 번다. 큐레이터의 큐레이션 활동이 콘텐츠 소유자의 반대 의사를 미리 예측할 수 없는 활동으로 간주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가 홍보 효과를 보고 있다면 저작권 침해 주장을 하는 것은 무리다라는 얘기다. 결국 온라인상의 공유와 배포, 나아가 수집과 큐레이션을 권장한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문자들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이트인가?'에 큰 의미를 둔다.
정보 제공을 넘어 쓸모와 정확도,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콘텐츠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큐레이터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컴퓨터 VS 인간의 싸움, 콘텐츠의 미래다.
가치를 추가하는 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혼란스러운 웹, 인간 필터가 절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