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았다 다시 얼린 아이스크림 먹어도 될까
美서 밀크셰이크 마신 3명사망 3명입원…리스테리아균 발견
영하 18도에서 살고 잠복기도 길어…잘못된 유통 과정으로 균 증식
꽁꽁 얼려둔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밀크셰이크를 즐겨 찾으면 배탈이 날 수는 있어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식중독에 걸릴 위험은 상존한다. 원인은 저온에도 살아남아 증식하는 '리스테리아균' 때문이다.
감염내과 의료진들은 "아이스크림을 잘못된 환경에서 보관한다면 균이 증식하는데, 오염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식중독이 발생한다. 녹았다가 다시 얼면서 모양이 변형된 경우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22일 미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미 워싱턴주 보건당국은 지난 2월 17일부터 7월 22일까지 워싱턴주 시애틀 남부 타코마시의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밀크셰이크를 마신 사람 중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입원했다고 밝혔다.
주 보건당국은 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사람들이 잇따라 병원에 입원하고 숨지는 일이 벌어지자,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햄버거 가게에서 판매한 밀크셰이크에서 리스테리아균이 발견됐고 이는 입원 환자에게 발견된 박테리아와 같은 것이었다.
당국은 아이스크림 기계가 제대로 청소되지 않아 균이 생겼고 이 균이 밀크셰이크에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29일부터 이 가게를 방문한 사람이 리스테리아균 감염 증상을 보이면 즉시 의료기관에 연락할 것을 안내했다. 이 가게는 8월 8일 아이스크림 기계 사용을 중단했다.
7일 서울에 위치한 한 마트를 찾은 시민이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리스테리아균은 오염된 육류나 유제품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영하 18도에서도 살아남는다. 잠복기도 최장 70일에 달해 워싱턴의 햄버거 가게 관련 피해자가 늘 수도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를 보면 평균적으로 매년 1600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260명이 사망한다.
국내에서는 리스테리아 감염증이 제4급 법정감염병이라 전수감시가 진행되진 않는다. 따라서 환자 수를 정확히 가늠하긴 어려운데 전국 208개 병원급 의료기관을 통해 2022년 11명, 2021년 7명, 2020년 8명의 환자가 집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정하 중앙대학교광명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히 아이스크림을 잘못된 환경에서 보관한다면 해동, 냉동이 반복되면서 리스테리아균이 증식하게 되는데, 이때 식중독균에 오염된 아이스크림을 섭취하면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내과 교수는 "리스테리아균은 흔히 목초,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소젖 등에서 발견된다. 우유를 제대로 살균하지 않았다면 우유의 단백질 성분을 먹이 삼아 더 증식한다"고 소개했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돼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하거나 노약자면 발열,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패혈증, 간농양 등의 중증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워싱턴의 햄버거 가게 사례를 보듯 리스테리아균이 증식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위생 관리가 부실하거나 제품이 잠시 녹았다 다시 어는 등의 올바르지 못한 유통과정 때문이다. 각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보관하는 방법도 증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교수는 "아이스크림이 살균 처리된 뒤 영하 18도 이하에서 유통되더라도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세균이 소량 남아있을 수 있는데 유통 과정에서 아이스크림이 잠시라도 녹는 등 세균들이 증식할 환경이 되면 식중독을 일으킬 정도로 균 수가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식중독 걱정을 하지 않으려면 △제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서 성에가 끼어있거나 △모양이 변형됐거나 △제조 일자가 1년 이상 오래된 제품을 먹지 않는 게 좋다. 유해한 식중독균이 증식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상온에 노출돼 아이스크림이 녹고 입에 닿는 과정에서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 큰 통에 든 아이스크림을 덜어서 먹어야 하며, 덜어서 먹더라도 개봉한 상품은 이른 시일 안에 먹는 게 안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