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의 뜻 밝힌 용수의 <중론(中論)>
인연으로 생긴 법은 모두 空하다
2013-11-04 지안스님/조계종 고시위원장
대승 선구자의 대표 논서 꼽혀
화엄의 일승원교 사상도 나와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 그 사상적 체계를 세운 사람이 바로 용수(龍樹, Nagarjuna)이다. 흔히 그를 대승불교의 비조(鼻祖)라 하고 제 2 석가라 하기도 했다.
그는 대승의 선구자로써 활동을 하면서 많은 논서를 저술하였다. 대표적인 논서로 <중론(中論)>을 비롯하여 <십이문론(十二門論)> <회쟁론(廻諍論)> 등이 있고 또 <대품반야경>의 주석서라 할 수 있는 <지도론(智度論)>이 있다.
이러한 논서에서 주장한 용수의 사상은 한마디로 공(空)을 천명하는 공사상이다. 공이란 곧 존재의 본질을 밝히는 용어로 그 어원이 범어 ‘sunya’(舜若라 음사)인데 모든 존재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불변의 속성이나 독립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인연으로 생기는 법은 나는 곧 공하다고 말한다. 또한 거짓된 이름이며 중도의 뜻이다.” (因緣所生法 我說卽是空 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 ‘24품’)
이 4구게에서 설한 바와 같이 인연으로 생기는 법, 곧 연기하는 법은 그 본성이 실체가 없어 공하다고 말한다는 것은 연기하는 것이 공하다는 말로, 무엇이 공하느냐 할 때 그 공의 전제가 되는 연기가 먼저 있다는 말이다.
이 연기를 두고 공을 말하는 것은 상대적인 가설로 공을 말하여 이로 인해 중도를 알게 하는데 있다는 말이다. 이 4구게를 삼제의 이치를 설한 게송이라 하여 3제게(三諦偈)라고 부르기도 했다.
삼제란 공(空).가(假).중(中) 삼관(三觀)의 이치를 달리 말하는 것이다. 연기로 인한 제법이 있지만 이는 무자성(無自性)으로 공하다는 것, 곧 연기에서 무자성, 그리고 공으로 보는 것이 공관(空觀)인데 이 공관의 관법을 통해 얻게 되는 진리를 공제라 한다.
공한 본질의 이치에서 일어나는 연기현상이 있을 때 이는 가(假)가 된다. 실체가 없기 때문에 임시로 있는 거짓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공(空)과 가(假)가 서로 분리되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기하면서 공한 것이고 공하면서 연기하는 것이므로 공이 곧 가고 가가 곧 공이 되는 것이다. <반야심경>의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이란 말처럼 공이 가이고 가가 공이면서 더 나아가 공도 아니고 가도 아니면서 공이고 가인 것을 중도(中道)라 하는 것이다. 또 중도에 의해서 보면 삼제(三諦)가 원융하다는 삼제원융설이 나오기도 했다.
용수는 먼저 <중론> 초품에서 팔불중도(八不中道)를 말한다.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항상 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는다. 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능히 이 인연을 말해서 모든 희론을 없애니 모든 설법자 중 제일이신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드립니다.” (不生亦不滅 不常亦不斷 不一亦不異 不來亦不去 能說是因緣 善滅諸戱論 我稽首禮佛 諸說中第一)
여덟 가지 부정(八不)을 통해 그릇된 유(有)의 견해를 척파한 이 말은 <중론>의 근본 대의라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원래 <중론>은 용수가 지은 446개의 게송을 청목(靑目)이 해석하여 27품으로 만들어 놓은 책으로 <중관론>이라고도 하는데 유식사상(唯識思想)과 더불어 대승불교의 2대 사상체계의 하나인 중관사상(中觀思想)의 전거(典據)가 되는 논서이다.
이 중관사상이 바탕이 되어 삼제원융설이 나오고 다시 이를 의거 천태교의가 체계화 되었으며 화엄의 일승원교 사상도 나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불교신문2959호/2013년11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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