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치쿰 (Colchicum autumnale) - PictureThis (picturethisai.com)
*콜치쿰
연명지
오른손의 기억은 언제 돋아날까
오른손이 지나가는 캔버스에 하늘이 내려오면 새들이 날개를 펴고,
꽃과 잎들이 만나지 못하는 콜치쿰이 무리 지어 흔들린다 바이러스가 그의 뇌를 지나간 여름 오른손은 닫힌 방. 풀잎사이에 내려앉은 햇살을 보고 울던 왼손을 기억한다
오후가 되면 유리창을 두드리는 꽃잎들
벚꽃은 남김없이 떨어졌느냐고 묻던 체온은 내려가고, 그는 가볍게 새가 되었다 푸드덕 날다 주저앉고, 푸르게 한번 날지 못한 삼십 년을 휠체어 위에 벗어 두고 마침내 날아갔다 작은 엽서에 그림을 그리던 왼손이 그의 마지막 호흡을 붓질하며 쓸쓸한생을 접었다
수척한 시계 소리가 이제 구순의 어머니는 편안할 것이라는 위로를 건네준다 마지막 호흡을 지킨 사람은 없지만 그의 그림을 사랑했던 몇몇은 알고 있다
오래전 드레스덴에 두고 온 오른손을 만나 연꽃상사화 흐드러지게 핀 아일랜드 모허 절벽으로 갔다는 것을.
캔버스를 날아다니던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던 날들
누이의 눈망울에 가득 담긴 슬픔을 캔버스에 담아 놓고 떠난 저녁, 우리는 아무것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서 있었다
그가 건너다보던 세상 연꽃상사화 숨골이 저리다
*콜치쿰: 연꽃 상사화